연방 예산 반이민 삭감에 이민자 교육 휘청
━ 원문은 LA타임스 7월21일자 ”Federal cuts and raids threaten programs for migrant students“ 기사입니다. 8세 소녀 RR은 계절 따라 생기는 일자리를 찾아 이주하는 가족과 함께 이동하는 이민자 학생이다. (소녀와 가족의 안전을 위해 이름을 이니셜 RR로 표기한다.) 그러나 올 여름 5주 동안, RR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참여해 학습 지원과 즐거움, 안정감을 누릴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주 2회 LA동물원을 방문하는 활동도 포함됐다. 하지만 RR이 알게 된 도롱뇽 ‘악솔로틀(axolotl)’처럼, 이 프로그램도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이나 그 가족 중 일부가 불법체류자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연방정부의 예산 지원을 중단하려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예산 낭비이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이민 단속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프로그램의 가장 핵심적인 활동이었던 동물원 방문에 참여하는 아이들이 크게 줄었고, 동시에 진행되던 학부모 교육 워크숍에도 사실상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 동물원 학습 프로그램은 LA통합교육구(LAUSD)가 운영하는 수만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여름학교 중에서도 소규모에 불과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어떻게 캘리포니아 교육현장과 가장 취약한 학생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 내 두 번째로 큰 학교 시스템인 LAUSD에는 약 1700명의 이민자 학생이 있으며, 전체 재학생 수는 유치원 준비 과정부터 고등학교까지 약 40만 명에 달한다. 이민자 학생의 부모들은 대부분 농업이나 낙농업에 종사하며 계절에 따라 거주지를 옮긴다. 어떤 경우에는 자녀들도 부모와 함께 이동하지만, LA 인근이나 다른 거점에 친척과 함께 남는 경우도 있다. 이들 부모는 교육 수준이 낮고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게 어려운 경우가 많다. 연방정부는 LAUSD에 연중 이민자 학생을 위한 지원금으로 약 140만 달러를 제공하며, 이는 전국적으로 4억 달러 규모의 이민자 교육 지원 예산의 일부다. 이 자금은 원래 7월 1일부터 배분될 예정이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의회에서 이미 승인된 이 자금 집행을 보류했다. 전국적으로 보면 보류된 교육 예산은 약 60억 달러에 달한다. 이 중 일부는 최근 풀렸지만,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여러 주는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행정부는 향후 이민자 교육 예산을 포함한 이 예산 자체를 완전히 폐지하려고 한다. 예산 삭감을 지지하는 이들은 가치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주정부와 지방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연방정부가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아동을 돕는 데 계속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교육 시민단체 에드트러스트웨스트(EdTrust-West)의 마이라 라라 국장은 “연방정부의 개입이 없으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유색인종 학생, 이민자 학생, 저소득층 학생들”이라고 지적했다. RR은 이번 여름 두 번째로 동물원 방문 프로그램에 참여한 3학년 진학 예정 학생이다. 안경 쓰고 머리를 뒤로 묶은 RR은 “작년과 같은 선생님이라서 정말 좋았어요. 정말 친절하신 분이었거든요"라고 말했다. 보통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 수는 45명 내외이지만, 여름철 부모들이 일을 따라 이주하면서 참여율이 낮은 편이다. 그러나 올해는 이 수치가 25명으로 급감했다. 교육구가 보일하이츠에 위치한 말라바 초등학교(Malabar Elementary)를 거점으로 교실 수업과 동물원 방문을 위해 셔틀버스를 제공했는데도 말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프로그램 담당 교사 루스 나바로에 따르면, 이민 단속을 우려한 네 가족이 자녀를 집에서 픽업해달라고 요청했고, 교육구는 이를 수용했지만 결국 해당 가족들은 참여를 철회했다. 나바로는 “우리가 집까지 가겠다고 했는데도, 혹시나 아이가 밖에 나가다가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문밖으로 내보내길 꺼렸어요"라고 말했다. 예년에는 셔틀버스가 3대 필요했지만, 올해는 1대가 취소됐다. 또한 학부모를 위한 워크숍 프로그램도 사실상 전무했다. 이 워크숍은 자녀의 사회·정서 학습, 독서 지도, 이민 관련 지원 정보 등을 제공하는 자리였으나, 참석자는 거의 없었다. 교육구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온라인 동시 중계 수업을 마련했고, 약 15명의 학부모가 참여했다. 말라바 초등학교 수업도 온라인 버전으로 확대돼 약 40명의 학생이 참여했으며 이는 평소보다 많은 수치다. 그러나 온라인 수업으로는 여름 프로그램의 핵심인 7차례의 동물원 방문과 대면 수업 경험을 누릴 수 없었다. RR은 여름 프로그램을 통해 ‘악솔로틀’ 전문가가 되었다. “처음에는 그냥 물고기인 줄 알았는데, 다리가 있는 걸 보고 ‘어? 물고기는 다리가 없잖아?’라고 생각했어요." RR은 자신의 동물에 대한 미술 프로젝트를 완성했고, 학부모와 방문객을 위한 해설가 역할도 맡았다.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도록 아가미가 있어요"라고 수조 옆에서 마이크를 들고 설명한 RR은 “색을 바꿔서 숨을 수도 있어요. 저기 숨어 있는 애 보여요?"라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물속에서 숨을 쉬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한 RR은 수영장이나 바다에 가본 적이 없다. LA동물원 커뮤니티 프로그램 매니저 코랄 바레이로는 “이 아이들은 여름 초반에는 매우 수줍음이 많지만, 해설 능력을 배우면서 자신감과 발표력을 쌓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사육사들과 함께 배우고, 나중에는 그걸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게 됩니다." LAUSD는 당분간 예비비를 사용해 이민자 학생 프로그램을 유지할 계획이다. 학기 중에는 개별 지도, 방과후 및 토요 수업 등으로 지원이 이어진다. 보수성향 싱크탱크 케이토연구소(Cato Institute)의 닐 맥클러스키 교육자유센터 소장은 “연방정부는 이런 프로그램을 지원할 헌법적 권한이 없다"며 “37조 달러의 국가 부채를 고려하면, 이런 프로그램은 주 또는 지방정부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이런 입장을 반영했으며, 이민자 교육 프로그램 자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학생 1인당 비용이 과도하며,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고, 자격이 없는 비시민권자가 세금 혜택을 받게 해 미국 학생의 자원을 빼앗는다"는 것이 예산안에 대한 평가다. 이에 대해 비판론자들은 연방정부가 역사적으로 가장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지원해왔다고 반박한다. 에드트러스트웨스트의 라라는 “연방정부의 개입 없이는 주와 지방정부가 모든 학생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이번 예산 보류와 삭감은 결국 학생들의 기회를 빼앗는 일"이라며 “주와 지역 교육 당국은 앞으로 매우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하워드 블룸이민자 반이민 이민자 학생 이민자 교육 학부모 교육
2025.07.23. 1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