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뜨락에서] 못 말리는 엄마들과 우리 이세들
나 자신은 참 한심한 엄마다. 주위에 있는 엄마들을 보면 일등 엄마의 표창장을 주고 싶은 분들이 많다. 물론 그들이 무슨 보상을 바라거나 주위에 자랑하고 싶어서는 아니다. 단지 그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결국 그 딸들 몫이니 안쓰러워서 내 몸이 부서지는 내리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 엄마 A는 딸이 임신하자마자 딸 집으로 출퇴근하며 산전 간호를 시작하더니 산후조리까지 당연히 맡아서 하다가 지금 손자들이 10살, 6살인데 아직도 여기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새벽 6시에 집에서 출발, 밤 8시에 모든 일과를 끝내고 퇴근한다. 식사 준비, 청소, 빨래는 물론 심리상담도 주요 업무의 하나다. 엄마 B는 딸이 세 아이를 출산하는 동안 산후조리 기간을 계속 늘리더니 이제는 아예 5명분의 일주일 분량의 음식을 준비해 배달서비스까지 한다. 엄마 C는 두 자녀가 모두 다른 도시에 살고 있어 주기적으로 한국 음식을 만들어 순회업무를 본다. 음식을 배달받아 먹는 그들의 한결같은 코멘트는 “할머니 음식 최고!” 이제 식당 음식을 먹을 수가 없다고 한다. 언젠가 남편에게 이 지인들 이야기를 하면서 이 엄마들 모두 일등 엄마들이야! 하자 ‘당신은 한 12등 정도 되나?’ 하며 약을 올린다. 곰곰이 듣고 있으니, 부화가 올라온다. ‘3등도 아니고 12등?’ 하며 독기 찬 눈으로 째려보니 남편이 꽁지를 내린다. 취중 진담처럼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12등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본다. 그렇다. 난 은근히 직장인임을 핑계로 시간이 없다며 양해를 구해왔다. 그래도 첫 손자가 태어났을 때 3주 휴가를 받아 생전 처음 입주 산후조리라는 것을 해보았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음식 준비, 청소, 빨래에 정말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결국 나의 고질병인 허리 디스크가 재발하고 눈 망막 수술도 하게 되었다. 그 산후조리 마지막 날 딸아이가 건네는 thank you card에 적은 진심 어린 감사의 말에 내 심장은 녹아내렸다. 직장에 복귀해야 하는 딸아이를 보고 너무 가슴이 아팠지만 결국 아이를 3개월째부터 육아원에 보내기로 결정을 보았다. 손자가 한 살이 되기 전에 아주 힘들게 딸아이를 설득해 브루클린에서 롱아일랜드로 이사 오게 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차로 25분 거리에 살고 있는 딸네와는 자주 왕래하며 지내고 있다. 항상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나에게 딸아이는 ‘항상 우리는 quality time을 중요시한다’라며 나를 위로한다. 나는 음식 하는 일을 즐기지 않는다.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해 놓은 음식은 먹으면 끝이다. 상당히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이다. 반면에 내가 좋아하는 책 읽기, 글쓰기, 그림 그리기 등은 생산적이고 결과를 오래 간직할 수가 있다. 주위 사람들이 실망하게 하지 않기 위해 ‘난 요리를 못 한다. 부엌을 싫어한다.’ 미리 떠벌리지만 그래도 가족이나 친구들이 우리 집에 온다고 하면 어느새 부엌에서 허둥대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런 배경이 있기에 난 음식을 평가 절하하거나 불평하지 않고 고맙게 생각하고 만든이들의 노고를 생각하며 음미하면서 먹는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내 딸아이도 음식 만들기에 전혀 관심이 없고 만들기 쉬운 음식으로 영양가를 고려해서 식사 문제를 해결한다. 손자들이 8살, 5살인데 한국 음식을 전혀 모르고 파스타, 피자만 좋아한다. 이 모두 내 탓이 아닌가 미안하고 죄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주위에 있는 우리 2세들을 보면 자녀 교육방식이 얼마나 높은 수준인지 우리 세대의 ‘못 말리는 엄마들’에 비하여 올바른 시민의식을 가르치는 진정한 교육법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정명숙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엄마 이세 일등 엄마 엄마들 모두 엄마 c
2025.07.14. 2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