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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편견이 왜곡된 역사를 쓰게 한다

중동 지역에서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전쟁과 세계 최첨단의 도시 두바이에 관한 관심은 현대인의 마음을 훔치기에 충분하다. 난 개인적으로 13세기 페르시아 시인 잘랄루딘 루미와 19세기 레바논 시인 칼릴 지브란을 좋아한다. ‘우리의 삶은 지금 이 순간과의 결혼이다. 이 순간에 온전히 존재하고 온전히 사랑하는 것이 영혼을 자유케 한다.’라는 이 진리는 내 인생의 모토가 되었다.     이슬람 문화를 공부하기 위해 내가 속해 있는 독서 클럽에서 ‘도시로 보는 이슬람 문화’(이희수)를 읽게 되었다. 저자는 국내 최고의 이슬람 문화 연구자로 튀르키예 이스탄불 대학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아랍 여러 지역에서 현장 연구를 수행했다. 그는 21개 이슬람 문명을 형성한 주요 도시들을 통해 이슬람 세계의 이해를 돕고자 각 도시의 건축물 특징과 민중의 삶을 배울 수 있는 시장과 뒷골목 등을 직접 보고 듣고 머물며 이슬람의 역사와 현재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37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다 읽고 나서 우리는 이슬람에 대해 얼마나 많은 편견을 갖고 사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어렸을 적 역사 시간에 4대 인류 문명의 발상지(BC 4000~3000년경) 중 하나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거대 신전을 짓고 태음력, 60진법과 과학의 기초를 세웠으며 함무라비 법전과 쐐기 문자로 국가 기반을 마련했고 바빌로니아 왕국을 세웠다고 배웠다. 우리는 천일 야화와 같은 중동을 배경으로 한 모험담들의 모음집, 동방박사, 페르시안 카펫 등 아랍인들의 문명과 문화를 배우면서 자랐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했던 소녀 시절에는 ‘비잔티움(지금의 이스탄불)’이 주는 깊고 무게감 있는 어감에 매혹되어 언젠가는 이 도시를 꼭 방문하리라 다짐하기도 했다.     나는 가끔 미국에서의 삶이 길어감에 따라 한국에서 살았던 25년이 나의 전생이지 않았나? 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꿈을 꾸며 미래에 대한 준비 기간이었다면, 미국에서의 생활은 현실이었다. 큰 병원에서 일하다 보니 놀랍게도 나는 많은 아랍 출신 의사들과 일할 기회가 많았다. 그들과 가깝게 지낼수록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고 오히려 그들은 정이 많고 우정을 매우 중요시하고 믿음과 신뢰 또한 중시함을 배웠다.     난 2011년부터 진지하게 여행을 시작했다. 당연히 이스탄불과 이즈미르(Izmir·city in Turkey)도 방문했다. 미국에 오래 살면서 아랍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했던 나는 어렸을 적에 기대했던 ‘비잔티움’에 대한 환상은 까마득하게 잊고 눈요기만 하고 돌아왔다. 하지만 BC 11세기에 지어진 Izmir Ephesus Ruins를 보며 이슬람 건축물의 규모, 기술, 정교함에 넋을 잃고 말았다.     이번에 이 책을 읽고 나서 내 머릿속에 번개가 스쳐 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천 년의 중세 암흑기는 바로 이 이슬람 역사가 아니었을까? 암흑시대라는 관념은 로마의 멸망으로부터 르네상스 사이의 유럽을 지적인 암흑시대였다고 폄하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우리가 배운 지식의 통로가 십자군 전쟁 이래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서구권 세력이 그 당시 막강한 경제 세력이었던 이슬람권의 도전적인 이미지를 부정하는 지극히 유럽 중심적인 인식 체계를 바탕으로 역사를 썼기 때문이다. 유럽 열강의 제국주의적 침략과 식민지 약탈은 정당화시키고, 확장해 나가고 번성해 황금기를 맞는 이슬람 문명과 문화는 인정해 주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슬람 교인은 57개국 19억 인구로 세계 인구의 1/4을 차지하는 단일 문화권이다.     지금도 세계는 이슬람 교인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이고 배타적이다. 테러, 전쟁, 종교만이 그들의 관심사이고 일상인 양 그들을 배척한다. 이는 유럽 서구권의 역사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세계사일 뿐이다. 잘못되고 편협된 지식은 편견을 가져온다. 세상의 지식은 너무나 방대해서 우리는 전부 다 흡수할 수는 없다. 다만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우리의 관심을 3차원으로 확장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편견 왜곡 이슬람 문화 이슬람 문명 이슬람 세계

2025.09.22.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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