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한국문인협회(회장 오연희)가 오는 11일 오후 6시 서울대학교 방민호(사진) 교수를 초빙해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 고 이어령 교수와 시대를 앞서간 박인환 시인의 인생과 문학을 다루는 줌 특별 강연회를 개최한다. 강의 주제는 ‘비평가 이어령과 시인 박인환 1950년대’이다. 고 이어령 교수는 문학 평론가, 작가, 교육자, 정치인으로, 한국 현대 문학과 문화에 깊은 영향을 끼쳤으며 문화부 장관으로 재직하며 한국 문화의 세계화에 힘썼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를 강조하는 ‘디지로그’ 개념을 제시해 새로운 문화 패러다임을 제안하기도 했다. 박인환 시인은 1950년대, 모더니즘 시풍을 도입해 한국 현대시에 큰 영향을 미쳤다. 대표작인 ‘세월이 가면’, ‘목마와 숙녀’는 섬세한 감성과 시대적 아픔을 표현한 시로 평가받고 있다. 오연희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은 “방민호 교수의 줌 강의를 통해 이어령 교수와 박인환 시인의 작품과 그들이 살아낸 시대적 맥락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방민호 교수는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하고 현재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평론집 ‘문학사의 비평적 탐구’, ‘행인의 독법, 시집’ '숨은 벽', '나는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단편 소설집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답함', 장편 소설 '대전스토리, 겨울', 산문집 '서울 문학기행' 등이 있다. 줌 미팅 ID: 909 103 2605, 패스 코드: 123456이다. ▶문의:(310)938-1621 이은영 기자비평가 이어령 비평가 이어령 비평적 탐구 서울대 국어국문학
2024.06.02. 18:03
‘이어령 읽기(사진)’가 민음사에서 출간됐다. 부제는 인공지능과 생명 사상 시대의 문명, 문화, 문학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으로 손꼽혔던 문화비평가 고 이어령(1933~2022) 선생은 영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성곤 다트머스대학교 교수를 지적, 정신적 후계자로 정하고 생전에 자신의 마지막 생각들을 대화하며 정리해줄 사람으로 지목했다. 서문에서 이어령 선생은 “나는 학문을 한다기보다는 문학을 하고, 지식을 논한다기보다는 신바람이나 디지로그나 생명 자본처럼 개념이나 키워드를 만들어 내는 문화 비평가지요. 학자들은 기존에 나와 있는 것들을 종합해서 비판하고 정리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아무도 말하지 않은 것들을 말하려고 하는 사람이에요.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내가 20대부터 80대까지 죽 생각하고 연구해온 것들이어서 떠나기 전에 그걸 남기고 싶은 겁니다”라고 밝혔다. ‘이어령 읽기’는 김성곤 교수가 문학, 문화, 문명, 예술, 인생이라는 주제를 놓고 이어령 선생과 나눈 대화의 기록이다. 이어령 선생이 암 투병 중일 때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정기적으로 만나 대화한 내용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정리해 완성한 이어령론이다. 김성곤 교수는 “이어령 선생님은 죽음을 앞두고 나를 부르시더니, 나를 당신의 지적, 정신적 후계자로 정했다고 하시면서 생전에 못다 한 말들을 남기려고 하니 그걸 세상에 전해달라고 부탁하셨다”며 “그런 의미에서 ‘이어령 읽기’는 이어령 교수의 유언집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멘토와도 같았던 이어령 선생을 김성곤 교수는 국문학자의 범주를 넘어서는 탁월한 문화비평가라고 회고했다. 그는 “한국문화의 특성을 글로벌한 시각으로 바라본 독창적인 문화평론가였고, 동서양의 차이를 이해하고 연결하는 뛰어난 비교 문학자였으며, 디지로그나 생명 자본 같은 새로운 문화적 키워드를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문화연구자였다”고 말했다. 이어령 선생은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의연한 태도로 성찰과 혜안이 깃든 비교문화론, 인류 문명론, 동서 문학론을 펼쳤다. 김 교수는 “이어령 선생님은 하늘이 이 땅에 내려주신 축복”이라며 “그분이 계심으로 인해 한국 문화는 빛이 났고, 한국문학은 세계문학이 되었으며,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워졌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은영 기자 [email protected]이어령 유언집 이어령 선생님 이어령 교수 김성곤 교수
2023.11.19. 17:00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이어령 선생은 여러 면에서 시대를 앞서가는 지성인, 무엇보다도 창의력에 빛나는 지성인이었다. 요새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 참 많고, 이들 ‘스타 지식인’의 영향력도 상당하지만 그중의 으뜸은 단연 이어령 교수였다. 말도 참 잘하고 글솜씨 빼어나고 생각도 깊고 근본적이다. 무엇보다도 새롭고 신선해서 매력적이다. 젊은이들보다 훨씬 젊은 청년이었다. 말을 잘 한다는 것은 말을 많이 하거나 아무 말이나 마구 한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말을 잘 한다는 것은 알아듣기 쉽고, 재미있어서 오래 기억에 남고, 본질의 핵심을 정확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하는 내용을 정확하고 깊게 이해해야 하고, 속에 든 것이 많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듣는 사람의 눈높이에 맞추는 진심 어린 배려심이다. 그런 점에서 이어령 선생은 단연 탁월하다. 꼭 알맞은 비유와 예시를 활용하여 사물과 진리의 핵심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매우 어렵고 까다로운 논리도 아주 쉽고 명쾌하게 설명하는 능력은 단연 뛰어나다. ‘언어의 마술사’라는 칭호가 잘 어울렸다. 더욱 소중한 것은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것들에서 사물의 본질을 짚어내 앞날 위한 방향을 제시하는 재능은 정말 탁월하고 소중하다. 축소지향의 일본인, 가위바위보 미학, 보자기론, 생명경제론, 디지로그 등등… 참으로 참신하고 기발한 발상이다. 세상을 떠나기 전, 죽음을 앞두고 절실하게 토해낸 말들을 인터뷰 형식으로 모은 ‘이어령의 80년 생각’이나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등의 책에 그런 창의적 생각이 가득하다. 특히 죽음에 대한 생각, 죽음을 기다리며 탄생의 신비를 이야기하는 통찰력은 인간 존재에 대해 깊게 생각하도록 이끌어준다. 죽음이 생의 한가운데 있다는 가르침을 준다. 이어령 선생의 통찰력은 알아듣기 쉽다. 예를 들자면,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를 뱀과 도마뱀에 비유해서 설명하는 내용 같은 것은 절묘하다. 이 우주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즉 입자와 파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디지털은 셀 수 있게 분할이 되어 있어 계량화된 수치 즉 입자이고, 아날로그는 연속된 흐름 즉 파장이라는 설명이다. “더 쉽게 얘기해볼까. 산동네 위의 집이라도 올라가는 방법이 다르지. 언덕으로 올라가면 동선이 죽 이어져서 흐르니 그건 아날로그야. 계단으로 올라가면 정확한 계단의 숫자가 나오니 그건 디지털이네. 만약 언덕과 계단이 동시에 있다면 그게 디지로그야.”(‘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이어령 선생의 평생 목마른 사람들을 위해 우물 파는 일에 외롭게 앞장서온 치열한 도전정신, 쓰고 싶은 글을 쓰기 위해서 병원 치료를 거부하는 고집 등은 우리 시대 참 스승의 모습을 행동과 실천으로 보여줬다. 특히 서양문명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의 해답을 동양과 한국의 생각과 철학에서 찾는 지혜는 대단히 소중하다. 이런 지혜는 인문학의 기본자세인 것은 물론이고, 예술가들이 꼭 배워야 할 교훈으로 여겨진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지침으로 삼아야 할 가르침이다. 예를 들어 88서울올림픽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굴렁쇠 굴리는 소년이 보여준 침묵의 미학 같은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막다른 골목에서 돌파구를 찾는 서양 문화가 동양 예술의 미학에 주목하는 추세가 강해지는 요즈음 이어령 선생이 남긴 창의적인 시각은 더욱 소중하게 빛을 발할 것이다. 고인의 뒤를 이어 지혜의 우물을 팔 사람은 누구일까?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 산책 이어령 자유 이어령 선생 창조적 생각 생각 죽음
2022.03.01. 19:02
"한국의 인문학이 통째로 교회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바로선개혁교회 담임목사 최더함 박사는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의 회심을 이렇게 회상했다. 한국 지성의 대들보인 이어령 선생이 지난 26일(한국 시각) 별세했다. 향년 88세. 그에게는 '시대의 지성'이라는 수식어만 붙는 게 아니었다. 삶과 죽음을 성찰한 기독교인이었다. 그의 족적은 울림이었다. 2년 전 그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삶을 말했다. "인간은 태어나는 게 죽는 거다. 기저귀가 까칠한 수의와 닮지 않았나. 죽음은 인간을 멸하는 게 아니라 풍요하게 만든다." 신앙인으로서의 이어령 선생은 인생을 그렇게 관조했다. 2007년 지성에서 영성의 길로 기독교인 되고 나서 삶 변화 "혼자 바들바들하며 살았다" 인간의 오만 버린 게 큰 변화 죽음 겁내지 않고 그대로 수용 삶과 죽음 성찰했던 기독교인 이어령 선생은 지성에서 영성으로 삶을 틀었다. 지난 2007년의 일이었다. 그의 나이 일흔셋이었다. 당시 큰딸의 암 투병 스물다섯의 첫째 외손자의 죽음은 그를 신앙으로 안내했다. 당시 그는 "딸의 치유를 통해 영성의 알을 깼다면 외손자의 죽음은 시험이었다. 그 양극에 무슨 원칙이 있다는 말인가. 예단할 수 없는 시나리오 속에서 여전히 나약한 인간은 흔들거리며 영성의 문지방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세례를 받기 위해 무릎을 꿇고 나서 쓴 책이 바로 '지성에서 영성으로'였다. 무신론자로 살던 그가 신 앞에 나아가기까지 인간적인 망설임을 담은 고백록이었다. 그는 글을 통해 읊조렸다. "오늘부터 저는 신자의 길을 걷습니다. 그동안 많은 직함을 갖고 여기까지 걸어왔습니다. 이제 새로운 길을 떠납니다. 이 길이 외로울 수도 있지만 신자로서 한발 한발 나아가고 싶습니다." 그렇게 신앙인으로서 첫 발을 내디뎠다. 기독교인이 되고 나서 삶은 급격히 변화했다. 신은 그의 시각을 바꿔놓았다. 영화감독 이장호는 그에게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물었다. 이어령 선생은 "그동안 누군가에게 몸을 맡겨본 적이 없었다. 얼마나 외로운 삶인가. 혼자 바들바들하면서 여기까지 온 내가 너무 불쌍했다"고 말했다. 이어 '토끼와 거북이' 우화를 예로 들었다. 그는 "나는 토끼 인생이었다. 나는 잘났고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살았는데 그게 아니다"라며 "나는 거북이다. 그동안 얼마나 잘못 살아왔고 얼마나 많은 것이 부족했었는지 인간의 오만을 버리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고백했다. 그는 지난 2012년 딸 이민아 목사를 먼저 하늘로 보냈다. 딸은 아버지가 신앙의 길로 접어드는 데 있어 매개가 됐다. 이 목사는 목회의 길을 걷기 전 LA에서 검사로 활동했었다. 이후 위암 말기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뒤 항암치료를 거부하다 세상을 떴다.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의 경우는 그가 딸 이민아 목사와 주고받았던 편지들이 실려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는 그렇게 인생을 사유하며 기독교 신앙을 통해 영성을 끊임없이 글로 옮겼다. '의문은 지성을 낳고 믿음은 영성을 낳는다' '지성과 영성의 만남' '소설로 떠나는 영성순례' 등 그의 신앙적 색이 진하게 묻어난 저서는 많은 이들에게 울림이 됐다. 특히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별세 한 달 전 신부에게 물은 24가지 질문에 대해 답한 '메멘토 모리'는 그의 생에 마지막 저서가 됐다. 그는 지난 2017년 암 선고를 받았다.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를 받지 않았다. 다가오는 죽음을 있는 그대로 수용했다. 그는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서 지은이와의 대담을 통해 죽음을 이렇게 그렸다. "죽음이라는 게 거창한 것 같지? 아니야. 내가 신나게 글 쓰고 있는데 신나게 애들이랑 놀고 있는데 불쑥 부르는 소리를 듣는 거야. '그만 놀고 들어와 밥 먹어!' 이쪽으로 엄마의 세계로 건너오라는 명령이지." 그는 죽음을 겁내지 않았다. '투병(鬪病)'이란 용어를 쓰지도 않았다. 암을 '친구'로 표현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 산다는 것은 꽃이었다.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었을 때도 또 꽃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 비로소 꽃이 보인다. 암 선고를 받고 내일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난 후에 역설적으로 가장 농밀하게 산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지난 2019년 그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믿음을 이렇게 구분했다. "우리는 '너 예수교 믿어?'하고 묻는다. 그건 교(종교)를 믿느냐고 묻는 거다. '너 신을 믿어?' 하는 물음과는 다른 이야기다. 교를 믿는 것과 신을 믿는 것은 다르다. 기독교든 불교든 도교든 모든 종교의 궁극에는 저절로 굴러가는 바퀴와도 같은 게 있다. 스스로 움직이는 절대의 존재다. 인간은 단 1초도 무엇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존재할 수 없다." 한편 이어령 선생의 입관예배는 28일(한국 시각)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개최됐다. 서울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가 입관예배에서 추모설교를 전했다. 장열 기자이어령 신앙 기독교인이어령 선생 한국 지성 이어령 이화여대
2022.02.28. 1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