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노래
빛을 잃을까 두려웠어요 밤이 / 내려 앉은 동네 어귀를 걷고 있어요 / 밤 고양이 야옹하며 담장을 넘어가요 / 놀란 건 나뿐이 아니라 어두운 밤이었어요 / 환하게 창가의 커튼이 열려있는 집 앞에서 / 당신의 창을 훔쳐보고 있어요 // 이곳에서 너무 멀어 긴 목을 내밀고 눈을 / 지긋이 떠야 해요 창가에 서서 / 하염없이 밤하늘을 보았는데 조금 더 / 기다려줄 수 있냐고 묻기도 전에 타박타박 / 당신의 발소리가 계단을 내려가요 // 우리의 대화는 시간의 긴 흐름 위에서만 가능해요 / 어디에선가 떨고 있을 새들의 보금자리 / 젖은 날갯죽지 아래로 밤은 깊어가고 / 울고 있는 새들의 노래는 잦아드는데 당신은 / 이곳에 없네요 떨리는 다리로는 / 먼 길을 떠날 수 없잖아요 서둘러 오지 마세요 / 나는 반짝이며 손짓했어요 / 가파른 계곡을 따라 오르고 있어요 / 밤의 산등성이를 따라 오르고 / 또 오르다 보면 우리 만날 수 있을까요 / 당신 이마를 비출 거예요 / 간신히 숨을 쉬고 있는 마른 그믐달 아래서 하루에 / 두 번 길이 열린다는 작은 섬에서 / 바람에 눕는 갈대에 허리를 기대어 / 조금만 더 버틸 수 있겠냐고 물으려다 / 기대도 희망도 버린 채 하늘을 올려 보아요 / 별들의 노래가 텅 빈 호수를 채우고 호수는 반짝여요 / 거기 맞은편 언덕에서 다가오는 당신 이마에 / 흐르는 땀 닦아드릴께요 그럼에도 우리 / 여기서 천년의 별빛으로 만나요 별의 노래를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밤 하늘을 가득 채운 반짝이는 별들의 노래가 듣고 싶지 않으신가요. 밤 하늘을 오래 올려다 보면 별들의 반짝이는 손짓을 볼 수 있어요. 별들은 입으로 노래를 부르지 않아요. 빛으로 반짝이며 노래를 부르지요. 신기하게도 그 별빛이 내게로 오는 시간은 우리의 셈으로는 가능하지 않아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아주 아주 오래 전 이 땅의 모양이 어색해서 분간하기 어려울 때 나를 위해 반짝이는 별들의 노래가 있었어요. 그 노래가 내게 들려 온다는 것은 기적이에요. 그래서 지금 별들의 노래를 듣고있는 시간은 내게 아주 특별한 시간이 되어요. 아직 푸르러던 젊은 시절이었어요. 깜깜한 밤에 정라진 포구를 향해 언덕을 오르던 때였어요. 언덕길 양옆으로 검은 숲이 깊었고 하늘엔 별들이 총총 박혀서 빛을 내고 있었어요.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서둘러 발길를 재촉했어요. 울릉도로 떠나는 통통배를 얻어 타기 위해서 약속한 시간에 도착 해야 됐거든요. 그때 밤하늘의 별들의 노래가 들려 왔어요. 그 많은 별들의 반짝임이 다른 세상을 노래 하는 것 같았어요. 캄캄한 언덕길에 별들을 쳐다 보다 넘어지기도 하였지만 그때 기억을 잊을 수가 없어요. 사실 요즘은 별들을 보기 위해 불빛이 없는 한가로운 시골을 찾을 때도 있고 도시를 떠나 깊은 산으로 들려 가야 선명한 별빛을 볼 수 있지요. 하지만 그때만 해도 웬만한 곳에서는 하늘 촘촘이 박혀 있는 별들을 볼 수 있었거든요. 북극성이 어디에 있고 북두칠성이 어디에 있고 또 오리온자리가 은하수가 어디에서 반짝이며 흐르고 있는지 찾아내곤 했었거든요. 가끔 떨어지는 유성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도 있었지요. 오고 있을 아직 내게 도착하지 않은 수많은 별빛은 오늘처럼 누군가의 눈에 발견될 것이고 어떤 이의 창가에 머물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마주친 당신 앞에 오랫동안 머무를 거에요. 힘에 겨워 간신히 머리를 든 당신의 이마에 송송 피어난 땀방울을 닦아드리겠어요.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 풍경 그때 밤하늘 언덕길 양옆 이의 창가
2025.10.20. 15: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