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 선택적 인권, 공정한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스라엘의 인권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민간인 희생을 우려하고 국제법 준수를 촉구하는 것 자체는 비난할 일이 아니다. 인권은 어느 나라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어야 할 보편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인권의 기준이 과연 공정한가 하는 데 있다.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와 공개 처형,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 러시아의 전쟁범죄 의혹은 국제 사회가 오래전부터 지적해 온 심각한 인권 문제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에는 침묵하거나 모호한 태도를 보이면서 이스라엘 문제에만 유독 강경하다면, 그것은 보편적 인권의 실천이 아니라 정치적 선택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같은 인권 문제에 서로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순간, 인권은 공정이 아니라 도구가 된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개인의 의견이 아니다. 국제 사회는 그것을 대한민국의 외교적 입장으로 받아들인다. 외교에서 중요한 것은 감정의 강도가 아니라 원칙의 일관성이다. 누구에게는 엄격하고 누구에게는 침묵하는 태도는 결코 원칙이 될 수 없다. 같은 인권 문제라면 북한, 중국, 러시아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그런데 유독 이스라엘 문제에만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면, 국제 사회는 이를 인권 외교가 아니라 선택적 인권 정치로 해석할 것이다.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인권은 공정이 아닌 정치적 계산일 뿐이다. 외교는 도덕적 만족을 위한 무대가 아니라 국익과 신뢰를 지키는 냉정한 전략의 영역이다. 대통령의 한마디는 외교적 파장을 낳고, 그 파장은 결국 국가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스라엘은 한국과 안보·기술·외교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는 국가이며,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중요한 위치에 있다.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편향된 메시지를 내놓는다면 외교적 부담만 키우게 된다. 특히 미주 한인 사회에도 그 부담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 미국 내 유대인 공동체는 정치·경제·문화 전반에 걸쳐 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으며, 인권 문제에 매우 민감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편향적으로 비칠 수 있는 메시지를 내놓는다면, 미주 한인 사회도 그 여파를 감당해야 한다. 이미 이스라엘 내 한인 사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익을 고려하지 않은 외교적 발언은 무책임하다. 더 큰 문제는 국제 사회가 이러한 태도를 원칙이 아니라 계산으로 본다는 점이다. 북한과 중국의 인권 문제에는 침묵하면서 특정 국가에만 강경한 태도는 보편적 인권이 아니라 정치적 편향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원칙 없는 인권 외교는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인권 외교의 핵심은 일관성이다. 같은 인권 문제라면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공정이 되고, 신뢰가 생긴다. 그러나 내 편에는 침묵하고 상대에게만 엄격하다면 그것은 공정이 아니라 위선이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인권의 기준을 달리하는 순간, 인권은 보편적 가치가 아니라 권력의 수단으로 전락한다. 그렇게 되면 명분도 잃고 국익도 잃는다. 인권을 외교의 명분으로 내세우려면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북한에는 침묵하고 이스라엘에만 목소리를 높이는 태도는 원칙이 아니라 정치적 선택이다. 선택적 인권은 공정이 아니라 인권의 이름을 빌린 정치일 뿐이다. 인권의 기준이 흔들리는 순간 외교의 신뢰는 무너지고, 외교의 신뢰가 무너지면 국익도 무너진다. 결국 선택적 인권이 반복될수록 공정은 사라지고 국익은 희생된다. 대통령의 외교 언어는 감정이 아니라 공정한 전략이어야 한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열린광장 선택 인권 인권 외교가 선택적 인권 인권 문제
2026.04.23. 18: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