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래는 글로벌 인재 확보가 좌우
“인재를 어떻게 확보하고 활용하는지에 따라 국가 미래가 좌우된다.”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APARC) 소장이 최근 출간한 저서 ‘인재 4대 강국(The Four Talent Giants.사진)’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일본, 호주, 중국, 인도 등 4개국의 인재 개발 전략을 심층 분석하며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인재 포트폴리오’를 제시했다. 신 소장은 “각국이 문화적·제도적 환경과 전략적 목표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인재를 구성해왔고, 이 차이가 경제적 성패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본지는 지난 11일 신 소장과 인터뷰를 통해 그가 제안한 ‘인재 포트폴리오 이론’과 4가지 인재 전략, 그리고 한국이 직면한 과제를 들어봤다. -인재 포트폴리오 이론 정립 계기는. “중국, 일본, 인도, 호주의 성장 원인을 탐색하다 보니 각각 다른 인재 전략이 눈에 들어왔다. 이를 금융 투자 관점에서 봤다. 우리가 주식 투자할 때 시황이나 유행 산업군에 맞춰서 하지 않나. 인재 양성도 똑같다. 국가가 자국과 해외 인적 자원을 어떻게 조합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국가 경쟁력이 달라진다.” -기존 접근법과 차별점은. “인재 육성 전략을 네 가지로 나눴다. 우선 브레인 트레인(Brain Train)은 국내에서 인재를 양성하는 전략이다. 브레인 게인(Brain Gain)은 해외 우수 인재를 유치해 활용하는 방안이다. 브레인 서큘레이션(Brain Circulation)은 자국민이 해외에서 경력을 쌓고 돌아오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브레인 링크(Brain Linkage)는 해외 거주 자국 출신 인재와 협력을 의미한다.” -4개국 중 눈여겨볼 인재 전략국은. “앞으로 눈여겨볼 국가는 인도다. 실리콘밸리에서 인도계 약진이 굉장히 눈에 띈다. 스탠퍼드대 공대와 경영대 외국인 교수 중에서도 인도계가 가장 많다. 한국은 인도계와 네트워크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한국이 포함되지 않은 이유는. “이미 과거에 한국 인재 전략만을 다룬 책을 썼고, 이번 책은 각 전략에서 뚜렷한 특성을 가진 4개국(일본, 호주, 중국, 인도)을 대표 사례로 삼았다. 일본은 브레인 트레인, 호주는 브레인 게인, 중국은 브레인 서큘레이션, 인도는 브레인 링크 전략에 특화돼 있다.” -한국 인재 육성 문제점은. “한국은 보완재보다 대체재를 키우는 분위기다. 다양한 인재가 부족하다 보니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 어렵다. 또 교육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다. 낮은 교수 연봉과 심각한 관료주의로 인재 유치 및 육성에 한계가 있다.” -개선 방법은. “한국 정부와 교육 기관들이 글로벌 인재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교수 처우를 개선하고 연구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또 이민 정책을 완화하고 외국인 유학생 유입을 늘려 인재 다양성 확보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 유학생들이 귀국을 꺼리는 이유는. “과거엔 생활 수준 차이로, 최근엔 삶의 질 차이로 유학생들이 한국행을 피한다. 1960년~70년대에는 양국의 생활 수준 격차가 크다 보니 유학생들이 한국에 돌아가지 않으려 했다. 요즘 젊은 세대는 고연봉보다 삶의 만족도를 중시하기 때문에 귀국을 꺼린다.” -숙련 외국인 인재의 한국 유입 부족한데. “우선 자국민 일자리를 보호해야 하는 정치권의 눈치와 외국인의 어려운 한국 정착 여건이 문제다. 여전히 타인종에 대한 차별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인재 육성의 사회적 불평등 심화 지적은. “최빈국이나 개발도상국에게 인적 자원 개발에 투자는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필요한 조처다. 국제기구의 지원을 통해서라도 고등교육과 자국 인재의 해외 유학에 대한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 한국, 대만, 중국을 우수 사례로 꼽고 싶다” -인재 활용 전략의 핵심은. “자국 인재에 국한하지 말고 글로벌 차원에서 인재풀을 다양하게 확보하고,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앞으로 필요한 인재상은. “능력만 좋은 사람이 아니라 열린 사고와 초국가적 네트워크를 갖춘 인재, 글로벌 사회에서 융합하고 협력할 줄 아는 인재가 중요하다.” 신 소장은 20년 만에 APARC 소장직에서 물러난다. 오는 8월 퇴임 후에는 한국학 교수로서 후학을 양성하고, ‘스탠퍼드 넥스트 아시아 정책 랩’ 프로젝트를 통해 아시아 국가들의 사회, 정치, 경제, 문화를 아우르는 통합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 신기욱 소장은 신기욱 스탠퍼드대 교수는 연세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뒤 1983년 도미해 워싱턴대에서 사회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1년 아이오와대에서 첫 강의를 시작해 UCLA를 거쳐 2001년부터 스탠퍼드대에서 재직 중이다. 2005년부터 아시아·태평양연구소(APARC) 소장을 맡고 있다. 스탠퍼드 한국학 프로그램을 창설하며 한국학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글·사진=김경준 기자포트폴리오 글로벌 인재 포트폴리오 인재 전략 인재 육성
2025.07.13. 2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