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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검진의 종교·철학 여행] 누구나 인정하는 '진정한 선'이 도덕법칙

칸트는 의도된 행복이나 동정이 도덕의 원칙은 아니라고 했다. 가령, 어떤 정치인이 자기의 정치적 이상 실현 때문에 동정을 베풀고 행복했다면, 그것은 보편적 선(善)이 아니므로 도덕의 원칙이 아니라고 했다. 누구나 인정하는 '진정한 선' 그것이 도덕법칙이라고 했다. 즉, "네 의지의 준칙이 항상 동시에 보편적 법칙 수립의 원리로서 타당할 수 있도록, 그렇게 행위를 하라"고 칸트는 말했다. 그는 인간을 언제나 '목적'으로 대하고 결코, 한갓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도록 행위를 하라고 했다. 칸트는 도덕 주체자의 조건으로 선한 의지의 소유자(니체는 선한 의지 여부를 따지지 않고 욕망을 추구함), 선을 자율적으로 추구하는 존재, 자신의 행위 준칙을 보편적 도덕법칙과 일치시키려는 의지의 소유자, 자기 입법과 자기 복종, 의무의 주체, 자기가 설정한 양심의 법정에서 자유의지의 주체가 되는 사람만이 도덕법칙을 수행하는 사람으로 간주했다. 전형적인 유위(有爲)의 방법이다.   무위(無爲)를 세상사는 방법으로 제시한 노장(노자와 장자)사상은 자율권을 주어서 무위로 세상을 다스리는 무위정치(無爲政治)를 하도록 했다. 이 정치철학을 이어받은 사람은 삼국시대 위나라 조조다. 유비와 손권은 도가(道家)의 사상을 받아들이지 않고, 유가(儒家)의 사상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조조는 도가의 사람들을 받아들여서 농사도 짓게 하고, 세금도 받고, 전쟁에 참여시켜서 나라의 기반을 세우는 데 활용한다. 훗날 학자들은 조조와 유방을 세상을 보이는 대로 본 사람들이라고 평가한다. 반면에 유비와 항우는 보고 싶은 대로 본 사람들이라고 한다. 세상을 보이는 대로 살라는 것이 무위다. 이것은 노자와 니체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의 태도이다. 유위로 산 사람들은 원인과 결과에 의존하는 것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인과법이나 인연도 유위다. 공자가 인(仁)으로 터 잡아, 예(禮)를 국가 질서의 모델로 삼겠다는 것도 유위다. 이것은 본질과 본성에 따르는 모더니즘과 유사하다.     칸트가 초월적 자아를 주장하면서 도덕법칙을 유럽 철학의 뿌리로 존재하게 했다면, 니체는 철학의 다이너마이트답게 선배인 칸트를 비판한 철학자였다. 그는 도덕적 자연주의를 내세우며 선과 악의 실체는 없고, 도덕도 그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칸트의 철학적 사상은 이 세상은 마치 개인마다 서로 다른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처럼 서로 다른 경험적 자아를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사회적 가치를 지니기 위해서는 보편적 자아 즉, 초월적인 자아가 필요하다고 했고, 이러한 자아는 눈에 보이는 현상에 속박받지 않는 무제약적 자유의 상태인 보편적인 도덕적 가치를 지닌 자아를 의미하며, 그런 자아가 존재하는 사회여야 한다고 했다. 보편적 도덕이라는 것은 누가 보아도 존경스럽고 순응을 할 수 있는 상태의 도덕이라고 했다.     칸트의 도덕적 법칙은 보편성을 중요시하므로 공자의 인과 예와 너무도 유사하다. 반면에 니체의 사상은 비도덕주의(자연적 도덕주의)이므로 프레임에 속박되기보다는 인간 자신의 긍정적인 힘의 의지로 삶을 발전시키면 개인도 발전하고 국가도 발전하므로 궁극적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으로 노자의 무위자연 사상과 너무도 유사하다는 것이다.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노자와 니체의 사상이 더 앞선 철학처럼 보인다. 니체의 묘비명에는 "이제 나는 명령한다. 차라투스트라를 버리고 그대들 자신을 발견할 것을" 마치 소크라테스가 임종 전에 슬퍼하는 제자들에게 나를 돌보지 말고 너희들 자신을 돌보라고 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박검진   단국대 전자공학과 졸업. 한국기술교육대에서 기술경영학(MOT)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LG반도체 특허협상팀 팀장, 하이닉스반도체 특허분석팀 차장, 호서대 특허관리어드바이저, 한국기술교육대 산학협력단 교수를 거쳐 현재 콜라보기술경영연구소 대표.박검진의 종교·철학 여행 도덕법칙 인정 보편적 도덕법칙 무위자연 사상 도덕 주체자

2025.04.28.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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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유나 씨 살해범 유죄 인정

2년 전 뉴욕시 맨해튼 차이나타운 자택에서 노숙자의 흉기에 찔려 숨진 한인 이유나 씨의 살해 용의자가 유죄를 인정했다.   18일 뉴욕시 맨해튼 지방검찰청은 “2022년 2월 차이나타운 아파트에 침입해 성폭행을 시도하다 이유나 씨를 살해한 27세 아사마드 내쉬(Assamad Nash)가 2급 살인 및 1급 절도죄, 성적 동기에 의한 중범죄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달 30일 선고에서 최대 30년 징역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망 당시 35세였던 이유나 씨는 2022년 2월 새벽 귀가 중 자신을 따라 아파트 안으로 진입한 아사마드 내쉬에게 최소 40번 이상 칼에 찔렸다. 현관문이 닫히기 직전 자택에 침입한 범인에게 저항하던 이 씨의 비명을 들은 이웃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고, 내쉬는 화재 비상탈출구로 도주하려다 옥상에서 경찰을 발견한 후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이후 아파트 문을 부수고 진입한 경찰들은 침대 밑에서 내쉬를 발견했고, 이 씨는 이미 머리와 목, 몸통 등 최소 40군데에 자상을 입고 욕실에서 사망한 후였다. 침실 서랍장에서는 피 묻은 식칼이 발견됐다.   현장에서 체포된 내쉬는 1급 살인과 절도, 성적 동기의 중범죄 등 혐의로 정식 기소됐으나 무죄를 주장하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해왔다. 내쉬는 2012년부터 뉴욕 일원에서 최소 10차례 이상 경찰에 체포되는 등 여러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앨빈 브래그 맨해튼검사장은 “내쉬는 한 여성의 목숨을 빼앗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 비극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 씨의 유가족과 함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지혜 기자 [email protected]살해범 인정 살해범 유죄 차이나타운 아파트 뉴욕시 맨해튼

2024.06.19. 18:58

에어프레미아, "직원이 여권 확인 안 했다" 인정

여권에 있는 비자도 확인하지 않고 전자여행허가증(ESTA)이 없다며 탑승 수속을 하지 않아 비행기도 못 타고 거액의 수수료까지 내야 했던 한인 모녀〈본지 12월 27일자 A-2면〉에 대해 에어프레미아 측에서 입장을 밝혔다.     에어프레미아 측은 27일 본지에 “카운터에서는 ESTA 등록이 되어있는 분은 전산으로 바로 확인이 되지만 실물 비자 소지자의 경우에는 본인이 보여주셔야 등록을 할 수 있다”며 “현장에서 고객이 비자 소지에 대해 명확한 답을 주시지 않았기에 카운터에서는 ESTA 등록을 권했고 고객분은 여정 변경을 진행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답으로 끝낼 부분이 아니라 카운터에서 고객의 여권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그동안의 출국 기록을 확인하거나 여권 안에 비자 소지 등을 체크하는 등 조금 더 고객의 입장에서 다가갔어야 했다”며 “고객의 불편에 충분히 공감하며 본사 차원에서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추가로 알아보겠다”고 알려왔다.   이에 대해 오씨는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니 다행”이라며 “에어프레미아 직원의 잘못된 정보로 즐거워야 할 연말 가족 여행이 엉망이 됐다. 이런 일이 절대 생기지 않도록 고객 서비스를 제대로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시민권자인 오모(48)씨는 연말을 맞아 어머니 임모(74)씨를 모시고 지난 11일 오후 9시50분 한국에서 출발하는 에어프레미아 항공편(YP131)을 타고 뉴저지에 거주하는 언니의 집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모녀가 공항 탑승 카운터에서 체크인하려고 하자 에어프레미아 카운터 직원은 임씨의여권이나 출국 기록도 확인하지 않은 채 ESTA가 없다며 탑승 수속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임씨는 10년짜리 방문 비자를 소지하고 있어 팬데믹 이전까지는 ESTA 없이 자유롭게 미국을 왕래했었다.     오씨는 해당 직원에게 비자를 보여줬지만 “규정이 바뀐 지 오래됐다”며 강압적으로 일정 변경을 안내해 결국 이들 모녀는 당일 출국도 못 하고 비행기 티켓 일정을 변경하기 위해 100만원가량 수수료도 별도로 내야 했다. 또한 ESTA 등록을 위해 방문일정도 나흘이나 늦춰 당초 계획했던 가족 여행 일정이 모두 차질을 빚었다.   미국 입국 규정에 따르면 비자면제협정국 국민이 무비자로 미국에 오려면 ESTA 승인이 필요하나 비자 소지자에게는 요구하지 않는다.   오씨는 그다음 날 웹사이트 등을 통해 항공사 측의 잘못을 확인하고 항의했지만 에어프레미아측은 “직원이 그런 적이 없다고 한다”며 발뺌하고 오히려 잘못을 모녀에게 돌려 물의를 빚었다.  장연화 기자 [email protected]확인 인정 여권 확인 카운터 직원 해당 직원

2023.12.28. 21:00

"내 집 마련, 이젠 꿈 같은 일" WSJ도 인정…집값, 임대료 상승 폭 앞질러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주택을 구입할 여력이 있었던 소비자들에게 내 집 마련은 꿈같은 일이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적했다.   WSJ은 주택 구매 예정자들은 팬데믹으로 급등한 주택 가격과 높은 모기지 금리에 주택 구매를 포기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매체는 최근에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주택 구입 비용이 덜 저렴해졌으며 이러한 상황은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매체는 “주택 가격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 같지 않다”며 “연방준비제도(Fed)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시작해 아직 인하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 사이 8% 가까이 올랐던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 금리는 약 7%로 하락하며 몇 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2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일반적으로 모기지 금리가 높으면 주택 판매가 둔화하고 그 결과 주택 가격이 약세를 보인다. 그러나 이번에는 주택 판매 둔화에도 가격이 여전히 상승하는 등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주택 공급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국 기존 주택 중간 가격은 10월에 약 39만2000달러로 상승하며 1999년 이후 10월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모기지 금리 인상은 파급력이 더 크다. 단 몇 퍼센트포인트만 상승해도 표준 30년 만기 대출 기간 수십만 달러의 이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주택 구입을 위한 수학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연준의 금리 인상 이전에는 월 주택 구입 예산이 2000달러인 사람은 40만 달러가 넘는 주택을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같은 예산이라도 지금은 29만5000달러 이하의 주택을 찾아야 한다.   첫주택 구매자와 젊은 구매자는 여전히 주택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올해 주택 구매자의 약 3분의 1이 첫주택 구매자인데 이는 과거 평균 38%보다 낮은 수치다. 첫주택 구매자의 평균 연령은 35세였다. 이는 2022년 36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임대료가 상승하고 있지만, 주택 구입 비용은 훨씬 더 많이 상승했다. CBRE의 분석에 따르면 월평균 신규 모기지 납부액은 평균 아파트 임대료보다 52% 더 높다. 시애틀과 텍사스 오스틴, 캘리포니아의 여러 도시 등 주요 대도시 지역은 프리미엄이 175% 이상 더 높다.   WSJ은 “그 결과 일부 사람들은 다운페이먼트 마련을 위한 저축을 포기하고 있다”며 “일반적인 방법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임대료 인정 집값 임대료 주택 구입 주택 구매

2023.12.13. 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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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수반으로 인정할 수 없다 불만이 많아

 국민들에게 지지 받지 못하는 정당이 집권하는데, 심지어 지지율도 한국이나 캐나다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영리설문조사기관인 앵거스리드연구소(Angus Reid Institute)가 19일 발표한 연방정당 조사 결과의 당대표 선호도에서 자그밋 싱 NDP당 대표가 아주 선호한다와 선호한다를 합쳐 45%로 3개 전국 정당 대표 중 가장 높게 나왔다.   보수당의 보수당의 피에르 보일리에브(PIERRE POILIEVRE) 당대표는 36%의 선호도를 얻었다. 현집권당인 자유당의 저스틴 트뤼도 연방총리도 36%의 선호도를 보였다.   그런데 트뤼도 총리는 인정할 수 없다는 응답이 59%로 보일리에브 대표의 50%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싱 대표에 대한 부정 반응은 45%로 나왔다.   각 후보의 성별 지지도에서 트뤼도 대표는 남성에게서 고작 29%의 지지를 받지 못했지만 여성에게서는 43%의 지지도를 받았다. 보일리에브 대표는 남성에게서 47%로 과반의 인정을 받은 반면 여성에게서는 26%로 3명의 대표 중 가장 낮았다. 싱 대표는 남성에게서 38%이고, 여성에게서는 53%로 가장 높은 지지도를 받았다.   현재 소수 연방정부인 자유당이 집권할 수 있는 것은 NDP와의 신임공급합의(confidence-and-supply agreement)에 의해 유지될 수 있는데, 이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45%로 긍정 평가인 41%에 비해 약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모르겠다는 대답도 14%에 달했다.   당연하게도 보수당 지지층의 부정평가가 극단적으로 84%에 달해 이런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다. 또 경제적으로 힘들면 현 정부 탓을 할 수 밖에 없듯,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의 부정평가도 절대적으로 높았다.   표영태 기자인정 국가 당대표 선호도 국가 수반 트뤼도 대표

2023.06.1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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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다름을 인정하기

산책을 나섰다. 차도 건너에 있는 나지막한 구릉을 한 바퀴 돌아올 작정이다. 집에서 차도 어귀까지 이어지는 작은 오솔길에 들어섰다. 길 양옆으로는 잔디밭이 있고 어른 셋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으면 꽉 차는 폭이 좁은 보도다.     그 길에서 맞은 편에서 걸어오는 세 사람과 맞닥뜨렸다. 화려한 차림의 여인이 가운데서 걷고 양쪽에 두 명의 장정이 호위하듯 좁은 길을 막고 천천히 걸어왔다. 두 발짝 정도로 거리가 좁혀졌는데도 양쪽의 어느 장정도 뒤로건 앞으로건 비켜서는 기색이 없다. 일렬횡대를 유지하며 코앞까지 다가왔다. 나는 잔디 쪽으로 내려서지 않고 왼쪽 남자의 어깨와 부딪치며 그대로 직진했다. 잔디밭으로 물러날 줄 알았던 나이 든 아시안과 심하게 어깨를 부딪쳤는데도 그들은 소리 없이 지나쳐 갔다. 자신들의 잘못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EPL 토트넘과 크리스털 팰리스의 경기가 런던에서 열렸다. 경기가 거의 끝날 무렵 손흥민 선수가 교체되어 토트넘 벤치 쪽을 향해 걸어 나오는데 팰리스 응원석에서 한 사람이 손 선수를 향해 눈 찢기를 했다. 이 장면은 고스란히 카메라에 잡혔다. 팰리스가 0:1로 지고 있었지만 있을 수 없는 행동이었다. 승패를 떠나 선을 넘은 행태였다.   인종차별을 당하면 즉시 맞서거나 그런 잘못된 구조를 지원하는 시스템과 싸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이 끼치는 영향에 대처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그 대책을 강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 관리와 자기애(自己愛)는 인종차별을 예방하는 최고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손 선수는 무심한 듯 지나치며 문제의 팬이 앉은 자리를 눈여겨보는 듯했고 곧 그 좌석 번호를 구단 측에 알려 합당한 조처를 하도록 했다고 한다.     불현듯 인종차별 논란의 당사자가 됐던 젊은 날의 기억이 떠올라 얼굴이 붉어진다. 공부를 마치고 중부의 한 대학에 근무했던 때의 일이다. 이공계 중심의 학교 성격상 구성원은 외국계가 많았고 교직원 보드에서는 자주 모임을 열어 각자 고유 의상을 입고 나오라고 권했다.     그날은 자녀를 동반한 여성들만의 친교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한복을 차려입고 세 살 된 아들은 털이 보송보송한 노란색 반코트를 새로 사 입혀 데리고 갔다. 아이의 코트를 벗겨 벽에 거는데 저만치에 똑같은 옷이 걸려 있는 것이 보였다. 모임이 끝나고 아이에게 코트를 입히고 있는데 인도 고유 의상인 사리를 입은 한 부인이 다가왔다. 노란 코트를 흔들며 가까이 와서 아이들의 옷이 바뀌었다는 것이었다. 그 부인이 내민 옷에선 독특한 냄새가 풍겼고 소매 끝엔 까맣게 때가 끼어 있었다. 무심코, 참으로 생각 없이 나는 그 코트에서 카레 냄새가 나니 너희 아이 옷이 맞다고 했다.     퇴근한 남편과 늦은 저녁을 먹으며 낮의 일을 얘기하고 있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교직원 보드 멤버를 앞세운 그 여인이었다. 낮에는 그토록 기세등등하던 사람이 웬일로 실신할 듯 통곡하며 인종차별을 당해 너무 억울하다며 사과를 받아야겠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가져간 자기 아이의 옷을 돌려주면 좋겠다는 것이다. 아연실색했다. 나는 졸지에 남의 물건을 빼앗은 데다가 심한 인종차별주의자까지 되고 말았다. 인종차별을 당하면 저렇게 대처해야 하는 것이로구나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아침에 옷에서 떼어 낸 가격표를 증거로 아이 옷을 사수하기는 했지만….   지금도 일상생활에서 인종차별은 수시로 겪는 일이어서 그때의 일이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때로는 참으며 때로는 부딪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일에도 이제는 내성이 생겼다.     인종차별은 아득한 태고로부터 이어져 온 인간에게 내려진 천형이 아닐까 여겨진다. 인류는 아직도 나와 너의 다름을 참아내지 못하고 있다. 차별과 구별 사이의 거리는 여전히 멀고도 멀다. 하늘에 닿으려고 바벨탑을 높이 쌓아 올린 인간에 대한 벌로 인종과 언어를 훑어 버린 신에 대한 끝날 줄 모르는 인류의 저항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박 유니스 / 수필가살며 생각하며 인정 인종차별 논란 노란색 반코트 크리스털 팰리스

2023.06.01. 17:47

[기고] 다름을 인정하기

산책을 나섰다. 차도 건너에 있는 나지막한 구릉을 한 바퀴 돌아올 작정이다. 집에서 차도 어귀까지 이어지는 작은 오솔길에 들어섰다. 길 양옆으로는 잔디밭이 있고 어른 셋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으면 꽉 차는 폭이 좁은 보도다.     그 길에서 맞은 편에서 걸어오는 세 사람과 맞닥뜨렸다. 화려한 차림의 여인이 가운데서 걷고 양쪽에 두 명의 장정이 호위하듯 좁은 길을 막고 천천히 걸어왔다. 두 발짝 정도로 거리가 좁혀졌는데도 양쪽의 어느 장정도 뒤로건 앞으로건 비켜서는 기색이 없다. 일렬횡대를 유지하며 코앞까지 다가왔다. 나는 잔디 쪽으로 내려서지 않고 왼쪽 남자의 어깨와 부딪치며 그대로 직진했다. 잔디밭으로 물러날 줄 알았던 나이 든 아시안과 심하게 어깨를 부딪쳤는데도 그들은 소리 없이 지나쳐 갔다. 자신들의 잘못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EPL 토트넘과 크리스털 팰리스의 경기가 런던에서 열렸다. 경기가 거의 끝날 무렵 손흥민 선수가 교체되어 토트넘 벤치 쪽을 향해 걸어 나오는데 팰리스 응원석에서 한 사람이 손 선수를 향해 눈 찢기를 했다. 이 장면은 고스란히 카메라에 잡혔다. 팰리스가 0:1로 지고 있었지만 있을 수 없는 행동이었다. 승패를 떠나 선을 넘은 행태였다.   인종차별을 당하면 즉시 맞서거나 그런 잘못된 구조를 지원하는 시스템과 싸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이 끼치는 영향에 대처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그 대책을 강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 관리와 자기애(自己愛)는 인종차별을 예방하는 최고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손 선수는 무심한 듯 지나치며 문제의 팬이 앉은 자리를 눈여겨보는 듯했고 곧 그 좌석 번호를 구단 측에 알려 합당한 조처를 하도록 했다고 한다.     불현듯 인종차별 논란의 당사자가 됐던 젊은 날의 기억이 떠올라 얼굴이 붉어진다. 공부를 마치고 중부의 한 대학에 근무했던 때의 일이다. 이공계 중심의 학교 성격상 구성원은 외국계가 많았고 교직원 보드에서는 자주 모임을 열어 각자 고유 의상을 입고 나오라고 권했다.     그날은 자녀를 동반한 여성들만의 친교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한복을 차려입고 세 살 된 아들은 털이 보송보송한 노란색 반코트를 새로 사 입혀 데리고 갔다. 아이의 코트를 벗겨 벽에 거는데 저만치에 똑같은 옷이 걸려 있는 것이 보였다. 모임이 끝나고 아이에게 코트를 입히고 있는데 인도 고유 의상인 사리를 입은 한 부인이 다가왔다. 노란 코트를 흔들며 가까이 와서 아이들의 옷이 바뀌었다는 것이었다. 그 부인이 내민 옷에선 독특한 냄새가 풍겼고 소매 끝엔 까맣게 때가 끼어 있었다. 무심코, 참으로 생각 없이 나는 그 코트에서 카레 냄새가 나니 너희 아이 옷이 맞다고 했다.     퇴근한 남편과 늦은 저녁을 먹으며 낮의 일을 얘기하고 있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교직원 보드 멤버를 앞세운 그 여인이었다. 낮에는 그토록 기세등등하던 사람이 웬일로 실신할 듯 통곡하며 인종차별을 당해 너무 억울하다며 사과를 받아야겠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가져간 자기 아이의 옷을 돌려주면 좋겠다는 것이다. 아연실색했다. 나는 졸지에 남의 물건을 빼앗은 데다가 심한 인종차별주의자까지 되고 말았다. 인종차별을 당하면 저렇게 대처해야 하는 것이로구나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아침에 옷에서 떼어 낸 가격표를 증거로 아이 옷을 사수하기는 했지만….    지금도 일상생활에서 인종차별은 수시로 겪는 일이어서 그때의 일이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때로는 참으며 때로는 부딪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일에도 이제는 내성이 생겼다.     인종차별은 아득한 태고로부터 이어져 온 인간에게 내려진 천형이 아닐까 여겨진다. 인류는 아직도 나와 너의 다름을 참아내지 못하고 있다. 차별과 구별 사이의 거리는 여전히 멀고도 멀다. 하늘에 닿으려고 바벨탑을 높이 쌓아 올린 인간에 대한 벌로 인종과 언어를 훑어 버린 신에 대한 끝날 줄 모르는 인류의 저항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박 유니스 / 수필가기고 인정 인종차별 논란 노란색 반코트 크리스털 팰리스

2023.05.23. 20:05

[기고] ‘차이’를 인정하는 사회

세계화가 본격화되면서 국가 사이의 장벽이 무너지고 전 세계가 하나의 생활권으로 형성되는 세계의 압축현상과 세계를 하나로 보는 의식이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세계화 과정에서 다양한 문화들이 접촉하고 교류하고 충돌하고 동화되면서 자문화가 타문화가 되고 타문화가 자문화가 된다. 이 과정에서 부각되는 문제는 개별 국가의 민족문화를 보장하고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다.   세계화 시대 다문화 상황에서 우리가 우려하는 문제는 개별 문화들이 배타적으로 자기 특성만을 주장하는 것, 다른 문화와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는 것, 그럼으로써 인류 공동체 전체가 문화적으로 조화와 공존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이 심화되는 것이다.   세계화 시대에 자기 문화 정체성 모색은 ‘차이의 존중’ 원칙을 토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한 가지 가장 중요한 사고 능력은 상호간에 의도를 공유하는 능력이다. 의도 공유라는 인간의 독특한 능력은 문화 학습 즉, 무엇인가를 타인으로부터 배울 뿐만 아니라 타인을 통해서도 배울 수 있게 해 준다. 이런 문화 학습은 사회 학습과 소통 능력이 다른 사람과의 협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 준다.     한국인의 전통적인 의식과 문화 안에는 서로의 다름을 배타적으로 구분하고 배척하기보다 전체적으로 포용하고 존중하려는 조화와 공존의 특성이 존재한다. 이런 특성은 현대 다종교 상황에서 극단적 갈등과 대립 양상이 드러나는 것과 달리, 서로 다른 종교들 사이에 자연스러운 조화와 공존을 가능하게 했다.     한국인의 대인관계를 기술함에 있어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가 있다면 ‘정’이라고 볼 수 있다. 정은 대인관계적 정서다. 이러한 개념은 흔히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목적으로 많이 거론됐으나 점차 사회심리학적 이해가 시도되고 있다.   최근에 심리학자들이 정 문화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아울러 우리의 정서를 인내의 경험으로 접근하던 이전의 시각에서 탈피해, 정서를 문화와 언어라는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접근하는 시각이 부상했다. 즉, 정서를 개인 안의 것에서 끌어내어 사회의 언어와 대인 교류의 경험에 의해 비로소 이해될 수 있는, 사회의 구성적 심리상태로 보는 것이다.   한국인으로 태어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특별하다. 유일한 분단국가이며 단일 민족이라는 특성은 끈끈한 정과 한을 형성해 냈다. 유교 문화권으로 효와 예를 중시하면서도 세계에서 기독교가 가장 잘 형성된 나라로 다른 나라와 다른 문화적 심리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생각하는 것은 외국과는 다르다. 만들어지고 교육된 충성심이 아니라 잠재된 심리적 특성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 감정은 한국인의 내재적 국가관이라든가 공동체 의식, 집단주의에 잘 나타난다. 우리의 이런 모습은 국가적 위기에 강하게 나타나 근성의 대한민국이라고 한국사회를 정의 내릴 수 있다.   세계화 시대 다문화 상황에 적합한 문화 정체성은 자신의 독특함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서 전체적으로 다른 문화와 갈등, 대립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한국인이 전통적으로 지닌 자연스러운 조화와 공존의 특성은 이 시대에 가장 적합한 한국 문화의 정체성일 수 있다. 따라서 우리 모두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긴밀하게 상호 연결된 세상에서 차이 때문에 위협을 느끼는 대신 자신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송조이 / 정신건강상담사기고 인정 사회 사회문화적 맥락 사회심리학적 이해 문화 학습

2022.06.27. 21:46

[전문가 기고] ‘차이’를 인정하는 사회

세계화가 본격화되면서 국가 사이의 장벽이 무너지고 전 세계가 하나의 생활권으로 형성되는 세계의 압축현상과 세계를 하나로 보는 의식이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세계화 과정에서 다양한 문화들이 접촉하고 교류하고 충돌하고 동화되면서 자문화가 타문화가 되고 타문화가 자문화가 된다. 이 과정에서 부각되는 문제는 개별 국가의 민족문화를 보장하고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다.     세계화 시대 다문화 상황에서 우리가 우려하는 문제는 개별 문화들이 배타적으로 자기 특성만을 주장하는 것, 다른 문화와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는 것, 그럼으로써 인류 공동체 전체가 문화적으로 조화와 공존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이 심화되는 것이다.     세계화 시대에 자기 문화 정체성 모색은 ‘차이의 존중’ 원칙을 토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한 가지 가장 중요한 사고 능력은 상호간에 의도를 공유하는 능력이다. 의도 공유라는 인간의 독특한 능력은 문화 학습 즉, 무엇인가를 타인으로부터 배울 뿐만 아니라 타인을 통해서도 배울 수 있게 해 준다. 이런 문화 학습은 사회 학습과 소통 능력이 다른 사람과의 협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 준다.     한국인의 전통적인 의식과 문화 안에는 서로의 다름을 배타적으로 구분하고 배척하기보다 전체적으로 포용하고 존중하려는 조화와 공존의 특성이 존재한다. 이런 특성은 현대 다종교 상황에서 극단적 갈등과 대립 양상이 드러나는 것과 달리, 서로 다른 종교들 사이에 자연스러운 조화와 공존을 가능하게 했다.     한국인의 대인관계를 기술함에 있어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가 있다면 ‘정’이라고 볼 수 있다. 정은 대인관계적 정서다. 이러한 개념은 흔히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목적으로 많이 거론됐으나 점차 사회심리학적 이해가 시도되고 있다.     최근에 심리학자들이 정 문화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아울러 우리의 정서를 인내의 경험으로 접근하던 이전의 시각에서 탈피해, 정서를 문화와 언어라는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접근하는 시각이 부상했다. 즉, 정서를 개인 안의 것에서 끌어내어 사회의 언어와 대인 교류의 경험에 의해 비로소 이해될 수 있는, 사회의 구성적 심리상태로 보는 것이다.   한국인으로 태어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특별하다. 유일한 분단국가이며 단일 민족이라는 특성은 끈끈한 정과 한을 형성해 냈다. 유교 문화권으로 효와 예를 중시하면서도 세계에서 기독교가 가장 잘 형성된 나라로 다른 나라와 다른 문화적 심리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생각하는 것은 외국과는 다르다. 만들어지고 교육된 충성심이 아니라 잠재된 심리적 특성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 감정은 한국인의 내재적 국가관이라든가 공동체 의식, 집단주의에 잘 나타난다. 우리의 이런 모습은 국가적 위기에 강하게 나타나 근성의 대한민국이라고 한국사회를 정의 내릴 수 있다.   세계화 시대 다문화 상황에 적합한 문화 정체성은 자신의 독특함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서 전체적으로 다른 문화와 갈등, 대립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한국인이 전통적으로 지닌 자연스러운 조화와 공존의 특성은 이 시대에 가장 적합한 한국 문화의 정체성일 수 있다. 따라서 우리 모두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긴밀하게 상호 연결된 세상에서 차이 때문에 위협을 느끼는 대신 자신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송조이 / 정신건강상담사전문가 기고 인정 사회 사회문화적 맥락 사회심리학적 이해 세계화 과정

2022.06.19. 13:19

[한마디] “무지는 감추면 더 커진다. 인정할 때 줄어들기 시작한다.”

 “무지는 감추면 더 커진다. 인정할 때 줄어들기 시작한다.”     마하트마 간디·인도 정치가한마디 무지 인정 마하트마 간디 인도 정치

2022.04.06. 18:19

UC, 고교 한국어반 인정 확대된다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한국어 과정이 UC에서 속속 승인받으면서 공립학교 뿐만 아니라 사립학교에도 한국어반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어진흥재단(이사장 모니카 류)에 따르면 핸콕파크에 있는 유명 사립학교 말보로스쿨에서 운영하는 한국어 과정이 UC의 승인을 받아 대학 지원 시 학점으로 인정받게 됐다.     재단 측에 따르면 지난 3월 초 말보로스쿨은 이메일을 통해 'UC가 한국어반 과정(1A)을 외국어 과목으로 승인해 7학년부터 12학년까지 한국어 반을 수강하는 학생들은 UC 지원시 이를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는 내용을 알려 왔다.     말보로는 UC의 승인을 받은 만큼 한국어반 홍보를 더 활발하게 하겠다고 밝혀 가을학기부터는 수강생 규모도 늘 것으로 보인다.     모니카 류 이사장은 “그동안 사립학교에서 한국어반을 개설해 가르치는 경우가 많지 않았기에 이번 소식이 더 반갑다”며 “UC가 사립학교의 한국어반 과정을 인정한 만큼 앞으로 다른 사립학교에서의 한국어반 운영 요구도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류 이사장에 따르면 실제로 남가주의 명문 사립학교로 꼽히는 하버드웨스트레이크 고등학교에서도 한국어반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단 측은 고등학교내 한국어반 개설 확대를 위해 AP 한국어 과정 개설 서명 캠페인도 다시 진행한다고 알렸다. 재단은 지난해 4월부터 남가주 한인 교육기관들과 함께 AP 한국어 과정 개설을 지지해달라는 온라인 서명을 벌여왔다. 3월 말 현재 웹사이트에 등록된 서명자는 2만1930명이다.         류 이사장은 “팬데믹을 계기로 UC를 비롯해 많은 대학이 SAT 점수를 대입 평가 항목에서 제외하면서 AP 점수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며 “다시 한번 전국적으로 서명운동을 진행해 AP 한국어 과정의 필요성을 커뮤니티와 미 교육계에 알려 지원을 받겠다”고 말했다.   ▶온라인 서명 사이트: supportapkorean.org 장연화 기자한국어반 인정 고교 한국어반 한국어반 개설 한국어반 과정

2022.03.31. 20:32

[기자의 눈] ‘다름’ 인정이 증오범죄 막는다

 아시아계 증오범죄. 이제 미국에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이슈다. 코로나19의 원인을 ‘아시안’이란 인종과 연결시키는 분위기가 이어지며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는 커져 갔다. 코로나 상황이 조금 나아지며 아시아계 증오범죄도 조금 잠잠해지나 했는데 최근 다시 급증하기 시작했다.     한국계 미국인 스노보더 클로이 김은 “두려움 없이 걷고 싶다”고 까지 했다. 실제로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폭행’ 수위는 점점 잔인해지고 있다. 살인으로 이어지는 일도 잦아졌다. 실내에서 어쩌다 기침이라도 나올 것 같으면 걱정부터 앞선다. 아시안이란 이유에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존재로 인식될까 싶은 두려움도 생긴다.   사람들은 외양적 표식을 토대로 타인에게 ‘유니폼’을 입히는 것에 익숙하다. 시각화된 외양을 바탕으로 이미지와 평판을 주조해내고, 이렇게 한 개인이 한 집단으로 그룹화되는 순간 더 이상 그는 하나의 개별적 주체가 되지 못한다. 그저 만들어진 틀 안에 갇혀 있는 하나의 객체에 불과하게 된다. 편견과 증오, 적대감이 계속 이어지게 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아시아계를 주로 공격하는 이들은 흑인, 은근히 무시하는 이들은 백인. 이런 프레임도 사실 우리가 만들어낸 하나의 틀에 불과하다. 모든 흑인이 아시아계를 공격하지 않고, 백인이라고 아시아계를 늘 무시하지 않는다. 증오범죄가 두렵고 인종차별이 싫다고 외치는 아시아계조차 우리와 다른 외양을 하나의 틀로 묶어버리는 데 익숙하지 않은가.   한국 사회도 더는 인종 갈등 무풍지대가 아니다. 이미 인터넷은 물론 일상 생활에서도 이방인에 대한 혐오 언어는 난무하다. 함께 살아도 절대 섞이지 않는 마치 물과 기름처럼 말이다. 분명 지난 30여 년간 계속된 세계화 속에서 한국 사회의 인종·종교·문화적 다양성이 많이 증가했다.     하지만 다름에 대한 수용성은 여전히 밑바닥에 머무는 수준이다. 피를 나눈 동포라도 조선족이나 탈북자는 여전히 주변인으로 남아있고 극소수 난민 신청자는 잠재적 테러범이란 낙인이 찍혀있다.   이런 여러 이유에서 증오범죄, 더 나아가 인종간 갈등을 완벽히 해결하긴 분명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눈뜨고 당하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순 없다. 이를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천으로 옮겨야 한다.     낡은 처방이긴 하지만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적 대안이 가장 먼저 필요하다. 이미 아시아계 증오범죄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단순히 보여주기식이어서는 안 된다. 당장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대안이어야 한다.     누가 봐도 증오범죄인데 단순 폭행으로 수사를 종결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 그리고 교육이 필요하다.   소수자의 권인 보호를 위한 시민단체간 효율적 연대도 빼놓을 수 없다. 아시아계 단체들이 똘똘 뭉쳐 힘을 보여줘야 한다. 최윤희 뉴욕한인학부모회장은 “미국에서 무시 당하지 않으려면 아시아계도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는 프레임의 BLM 운동 때 얼마나 많은 흑인들이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냈는가. 최 회장은 아시아계 증오범죄에 대해 한인과 아시안들의 연대가 부족한 것이 아쉽다고 했다. 시위 참여율도 저조하다고 했다. 그는 “아무리 바쁜 일이 있더라도 모임에 많이 참여해서 범죄에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우리 마음 가장 밑바닥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는 ‘다름’에 대한 인식을 깨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다름에 대한 기존 시각을 지우고, 허물어야 한다. 다름에 대한 포용의 폭을 넓혀가는 일, 그것이 새로운 세상을 여는 일이다. 홍희정 / JTBC LA특파원·차장기자의 눈 증오범죄 인정 아시아계 증오범죄 아시아계 단체들 최윤희 뉴욕한인학부모회장

2022.03.14. 18:10

[기고]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차별

독일 유학 시절 우리는 남부 국경 지역 당시 인구 7만의 작은 도시에서 생활하며 지냈다. 동양인이 많지 않던 이 도시에 살면서 마주치는 사람들 눈에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비치는지에 대한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유치원에 다니던 아이가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이렇게 물었다. “엄마, 왜 나는 머리카락이랑 눈이 까만 거야?” 이 느닷없는 질문은 나를 순간 당황하게 하였다. 답이 어려워서가 아니다. 하긴 아이가 태어났을 때, 함께 입원해 있던 많은 산모와 그 가족들이 까만 눈과 까만 머리카락의 아이를 보려고 신생아실 앞에 모여 있던 기억이 있다.     속지주의가 아닌 속인주의를 택하는 독일은 독일 땅에서라도 한국인 국적의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묻고 따질 것도 없이 ‘한국인’이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이 현상이 이제 거울 앞에선 아이의 눈에 다름으로 비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오랜만에 사회언어학의 한 분야를 강의하다가 결손가설과 차이가설이라는 이론을 다루는 계기가 있었다. 아주 짧은 시간을 할애한 분량이었지만, 그 내용이 내내 머릿속을 맴돈다.   결손가설은 한마디로 사회계층이나 신분·지역 등의 차이에 대하여 작위적으로 설정된 표준을 기준 삼아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결손으로 설명하는 이론이다. 지방 사투리도 여기에 속하는데, 표준어 사용을 기준으로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에게 결손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다.   대학 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부산으로 놀러 갔던 적이 있다. 어느 양품점에 들러 이것저것 구경하는데, 옆에 서 있던 우리 나이 또래 점원이 자꾸만 말을 걸어왔다. 우리는 왜 그러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는데, 서울 말씨가 너무 예뻐서 자꾸 듣고 싶어서 그런다는 답이 돌아왔다.     수업시간에도 종종 학생들에게서 감추려고 애를 써도 무의식간에 묻어나는 고향의 어투를 듣게 되는 경우가 있다. 지방 사투리는 표준 말씨에 대한 결손의 증거일까. 실제로 이런 결손가설이 힘을 가졌던 시절에는 학교에서 사투리를 몰아내고 표준어를 가르치도록 강제되어, 이를 위한 커리큘럼이 구성되기도 했었다. 1960~70년대 영국에서의 이야기다.   반대로 차이가설은 결손가설의 입장을 부정한다. 사투리를 쓰는 현상은 표준에 못 미치는 결손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는 차이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결단코 우성과 열성의 잣대가 아닌 다양성의 한 면모로 평가되어야 하며, 따라서 동등한 가치가 주어져야 한다는 이론이다.   독일에서 태어나 자라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거울 앞에 선 자신의 모습에서 본 것이 결코 결손이 아니었을 것이다. 차이에 불과할 뿐.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우리 가족은 차이가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사회에 녹아들었다.     그러면서 이제는 우리가 우리와 다른 모습의 외국인들과 함께 생활하는 환경에서 살게 되었다. 우리는 이들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이들을 대하는 우리의 시선과 태도는 차별을 품은 결손, 아니면 차별을 버린 차이의 관점이었을까.   차이로는 보일 수 있어도 하등 결손의 이유가 없는데도, 우리는 곧잘 차이보다 결손이라는 잣대로 차별을 만들려 한다. 외국인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우리보다 밝은 피부색을 가진 이들에 대해 우리 자신을 폄하하려는 사대주의 풍조를 보이고, 우리보다 어두운 피부색에는 근거 없는 우월주의를 내세워 상대방을 업신여기려 한다. 어두운 피부색은 밝은 피부색의 결손인가.   우리 삶의 곳곳에서 이처럼 차별적 시각을 가진 결손가설들이 작동하고 있다. 특히나 별난 결손가설은 바로 여성과 남성을 바라보는 차별적 인식에서도 드러난다. 여성은 남성의 결손이 아니다. 여성과 남성에게 주어진 생물학적인 차이는 사회가 함께 보듬어야 할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 차별은 아니어야 한다.     편견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결손의 잣대로 빚은 차별적 시각을 버리고, 다양성의 차이를 인식하고 인정한다면, 한편으론 겸허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공정해질 수 있다. 같은 현상을 바라보면서 한 사람은 결손이라 말했고, 한 사람은 차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판단은 어떤 가설을 따르고 있을까.  최명원 / 성균관대 독어독문학과 교수기고 인정 차별 차별적 시각 차별적 인식 하등 결손

2022.02.04. 19:22

[한마디] “실수를 인정하는 것은 같은 실수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실수를 인정하는 것은 같은 실수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데일 카네기·미국 작가 한마디 실수 인정

2021.11.2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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