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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종차별 식당, 사과부터 하라

최근 LA의 유명 레스토랑 ‘그레이트 화이트(Great White)’가 아시아계 손님들을 식당 구석에 따로 앉혔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인종차별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시작은 한인 인플루언서 캐시디 조씨의 틱톡 영상이었다. 그녀는 지난달 멜로즈 지점에서 식사하던 중 “메인홀에는 모두 백인 손님들이 앉아있고, 아시아인들은 구석 자리에 몰려 있다”고 당시 상황을 촬영해 공개했다.   영상은 순식간에 수백만 뷰를 기록하며 퍼져나갔다. 비슷한 차별을 경험했다는 다른 유색인종 고객들의 증언도 속속 이어졌다. “친구들과 함께 멜로즈 지점에 갔을 때 화장실 근처 구석에 앉았다”거나 “남자친구가 한인인데, 두 번 다 구석에 앉았다”는 주장들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식당측은 “인종차별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전 직원들의 폭로가 뒤따랐다. 예를 들면 “유색인종 고객은 ‘다르게’ 대하라”는 내부 지시, “흑인 손님이 많아지면 가게 분위기가 ‘게토(ghetto)’처럼 될 수 있다”는 발언 등 식당 경영 방식에 인종 인종차별이 만연했다는 주장들이다.     설상가상으로 여성 직원들에 대한 성희롱 의혹까지 불거졌다. 복수의 직원들은 그레이트 화이트의 공동 운영자 샘 쿠퍼와 샘 트루드가 여성 직원들에게 노출이 심한 복장을 요구하고, 신체 접촉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여론이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임에도 식당 측이 내놓은 수습책은 사과가 아니라 ‘이미지 세탁’이었다. 경영진은 본인들이 알고 지내던 아시아계 지인들과 인플루언서를 초청해 식사한 장면을 공개했다.   ‘연출된 행사’라는 의혹 제기는 어쩌면 당연했다. 한인 인플루언서 에드 최씨는 “그레이트 화이트가 갑자기 아시아계 푸드 인플루언서들과 유료 협업(paid partnership)을 제안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식당측이 아시아인을 이용해 아시안 차별 문제를 덮으려는 얄팍한 속셈이라고 주장했다.   돌아선 여론의 싸늘함은 댓글에서도 확인된다. 경영진이 올린 아시아계 지인들과 식사하는 사진에는 “마치 공항에서 막 내린 아시안 관광객 무리를 붙잡아 무료 식사를 주는 것 같다(It's like they corralled a group of Asian tourists as soon as they got off the plane and said, 'Come eat here for free!')”고 조롱했다. 또 “사과는 안 하고 딴 짓만 한다(They’ll do anything and everything rather than apologize)”고 비난했다.   식당 측은 억울할 수 있다. 백번 양보해 단순한 실수일 수 있다. 하지만 무심함 조차 차별을 만든다. 의도적 혐오가 아니더라도, 배제와 침묵은 누군가에겐 불편과 상처로 남는다. 우린 일상 속에서 “악의적인 의도는 없었다”는 말로 차별을 합리화하는 경우를 수없이 봐왔다. 인종차별이든 실수였던 식당 측은 진정한 사과부터 했어야 했다.   한인들이 이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두 가지다. 먼저 부당함을 목격하고도 침묵하지 않은 한인 청년 인플루언서 캐시디 조의 용기다. 많은 이들이 ‘괜히 문제 삼기 싫어서’ 불편함을 참는 사이, 그녀는 이를 공개하고 사회적 논의를 촉발했다. SNS의 힘을 정의롭게 사용한 이 젊은 세대의 행동이야말로, 디지털 세대의 양심적 시민의식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또 ‘그레이트 화이트’의 사례는 한인 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만약 한인 식당이 타인종 손님을 불편하게 하거나, 배석·서비스·요금에서 미묘한 차별을 보인다면, 그 피해는 단지 식당의 평판 하락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한인 사회 전체의 신뢰를 잃는 행위다. 우리가 피해자일 때만 정의를 외치지 않으려면, 가해자가 될 가능성에도 똑같이 엄격해야 한다.   그레이트 화이트는 원래 호주의 백상어를 뜻한다고 한다. 식당 측의 작명 의도와 달리 그 이름은 이제 ‘위대한 백인’이라는 인종차별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리안’ 혹은 한글 이름의 수많은 한식당이 ‘Non-코리안’들을 더 배려하지 않는다면 제 2의 그레이트 화이트 사태가 타운에서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사설 인종차별 식당 인종차별 주장 인종차별 논란 인종 인종차별

2025.10.2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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