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적인 특성을 가장 뚜렷하게 드러내는 두 가지 문제는 ‘인종’과 ‘총기’다. 인종 문제는 흑인 노예를 데려온 ‘원죄’로 지금도 갈등의 불씨로 남아 있다. 다인종 국가 미국이 안고 가야 할 숙명이 됐다. 총기는 규제의 어려움이 문제다. 총기 소유가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고유권한으로 인식돼 정부 제재를 벗어나 있다. 인종주의와 총기문제는 각각 미국 사회의 병폐로 작용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둘의 결탁이다. 인종주의자의 손에 총기가 쥐어진 경우다. 14일 뉴욕주 버펄로 마켓에서 18세 백인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10명이 사망했다. 용의자 페이튼 젠드런은 자신을 백인우월주의자·반유대주의자라고 밝히고 ‘흑인을 많이 죽이겠다’고 공언했었다. 다른 마켓에서도 흑인 총격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11일 댈러스 한인 미용업소에서도 무차별 총격이 발생했다. 경찰은 인근 아시안 업소 4곳도 피해를 당했다며 인종 증오범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체포된 용의자 제레미 테론 스미스는 아시안에 극도의 공포감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인종주의에 총기가 합쳐지면 대량살상의 개연성은 커진다. 범행은 특정 인물이 아니라 증오하는 인종의 다수를 겨냥한다. 대량살상(Mass Killing)의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총기범죄기록보관소(GOA)의 기준인 4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를 대량살상으로 분류한다. 이전에 발생한 인종 관련 총격은 대부분 대량살상의 참극으로 끝났다. 인종 갈등이 존재하는 미국에서 총기는 범죄의 주요 수단이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의 2019년 통계에서 미국인 10만 명당 4.38명이 총기로 피살됐다. 총기를 사용한 자살과 총기 오발로 숨진 사고를 포함하면 10만 명당 12.21명(2017년 기준)으로 높아진다. 미국의 총기살해 비율은 세계 전체 순위에서는 낮지만 선진국 중 단연 1위의 불명예를 기록한다. 2016년 기준 전 세계에서 25만 명이 총기로 사망했고 그중 미국은 3만7200명이 숨져 브라질 다음으로 많다. 총기 사망자 톱10에 선진국으로는 유일하게 포함됐다. 최근 수년 사이 인종주의와 총기난사가 결합한 대형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2019년, 텍사스주 엘파소에서 히스패닉을 증오하는 백인 남성이 총기를 휘둘러 20명이 목숨을 잃었다. 범인은 성명서를 통해 히스패닉에 대한 반감을 표출했다. 2015년,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의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에서는 ‘인종 투쟁’을 외치는 용의자의 총에 9명의 흑인이 숨졌다. 이전 미국의 인종 갈등은 흑백간의 문제였다. 하지만 라틴계와 아시안 등의 이민자가 늘어 양상이 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시작하면서 아시아 증오범죄가 급증했다. 아시아태평양계 단체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이후 아시안 증오범죄가 3.5~4배 폭증했다. 지난해 3월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파 총격 사건으로 한인을 포함해 8명이 사망했다. 백인 인종주의자의 아시안 증오가 범행동기였다. 총기 반대론자는 총기 소유가 범죄를 부추긴다고 주장한다. 근거는 연방수사국(FBI)이 2019년 발생한 살인사건의 범행 도구를 조사한 결과다. 총 1만3922건 중 1만258건에서 총기가 사용됐다. 4명 중 3명이 총기에 목숨을 잃었다. 버펄로 참극으로 인종주의자의 증오범죄에 비난이 거세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인종주의와 폭력은 혐오스럽고, 미국의 명예를 더럽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범행의 도구가 됐던 총기 규제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뿌리 깊은 인종 갈등을 불식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인종주의자의 손에 총기가 들려지지 않게라도 해야 한다. 김완신 / 논설실장칼럼 20/20 인종주의 총기규제 인종 증오범죄 총기 사망자 총기살해 비율
2022.05.19. 19:11
메릴린 모스비(민주) 메릴랜드 볼티모어 시티 검사장이 “래리 호건(공화) 주지사가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볼티모어 시티의 범죄를 인종주의적으로 악용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모스비 검사장은 5쪽 짜리 서면을 직접 읽으면서 “호건 주지사는 재임 7년동안 대부분 흑인인 볼티모어 시티 지도자와의 소통과 협력을 거부했다”고 주장하면서 호건 주지사를 인종주의자로 암시했다. 볼티모어 정계 관계자들은 호건 주지사가 최근 범죄자에게 총격 살해당한 경찰관 2명에 대해 잘못된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하고 있다. 호건 주지사는 ‘폭스 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모스비 검사장이 케오나 홀리 경찰관을 살해한 사건에 기여했다는 식으로 호도하는 발언을 했다. 호건 주지사는 “볼티모어 시티 검사장이 강력범죄자 기소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모스비 검사장은 “호건 주지사가 그동안 사실을 왜곡해 왔으며, 지속적으로 자신의 보수적 이념을 옹호할 목적으로 볼티모어 시티를 (두들겨 패도 되는) 펀칭 백으로 사용해 왔다”고 반박했다. 모스비 검사장은 “호건 주지사 발언은 그 어느 것도 진실이 없다”면서 “진짜 진실은, 볼티모어 경찰관을 살해한 용의자가 호건 주지사가 책임을 맡고 있는 주정부 사법당국의 보호관찰형을 받고 있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경찰관 살해 용의자는 지난달 한 교회 화장실에서 69세 할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주정부 보호관찰 하에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범죄자 관리를 잘못한 주정부의 실책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호건 주지사는 “시정부가 공권력을 강화해 즉각 범죄에 대응해야 하지만, 민주당이 이끄는 시정부는 빈곤이 범죄의 원인라고 주장하고 빈곤 문제 해결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호건 주지사는 볼티모어 시티가 강력범죄자에 대한 기소율이 과거보다 훨씬 줄어들어 이같은 범죄를 양산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모스비 검사장은 잘못된 통계를 적용해 불필요한 정치적 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호건 주지사는 심지어 볼티모어 시티 검찰청에 대한 예산지원을 거부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선을 넘는 발언을 해서 물의를 빚고 있다. 김옥채 기자 [email protected]인종주의 주지사 주지사 발언 강력범죄자 기소하기 모스비 검사장
2021.12.21. 13:37
시카고 시의 선거구 재획정 문제가 인종별 힘겨루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리처드 M. 데일리 전 시장의 조카인 패트릭 데일리 톰슨 시의원(53•11지구)이 차이나타운 일대를 시카고의 첫번째 아시아계 다수 지역구로 조성하고자 하는 움직임에 대해 "인종주의"라고 지적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톰슨 시의원은 최근 자신의 지역구 주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거주자 인종에 따라 선거구를 나누는 것이야 말로 인종주의"라고 주장했다. 톰슨 시의원의 11지구는 브리지포트, 차이나타운 일부, 카나리빌 등이 포함되며 현재 인구 구성은 백인 37.3%, 아시아계 34.05%, 라틴계 23.08%, 흑인 4.77% 등이다. 톰슨 시의원은 차이나타운 일대를 하나로 묶어 11지구에 모두 포함시키는 데는 찬성하지만 백인 다수 거주지를 11지구에서 제외시켜 아시아계 인구가 50%를 넘는 지역구를 만들려는 노력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차이나타운은 11지구와 25지구로 나눠져 있다. 새로운 선거구 지도에는 25지구에 속한 차이나타운 일대와 12지구에 속한 아시아계 다수 거주지 맥킨리파크가 11지구로 전환되고, 11지구에 속해 있던 백인 다수 거주지 카나리빌이 라틴계 레이몬드 로페즈 의원의 15지구로 떨어져나가도록 돼 있다. 아시아계 커뮤니티 리더들은 시카고의 아시아계 인구가 지난 10년 새 무려 31%(약 4만5천여 명)나 증가한 점 등을 들어 아시아계 50% 이상인 지역구를 조성해 아시아계 시의원을 배출하는 것이 목표다. 톰슨 시의원 입장에서는 자리가 위태로워지는 셈이다. 시카고 시의회가 2020 센서스(인구총조사) 결과를 토대로 향후 10년간 선거 및 행정에 사용될 50개 지구 지도를 새로 그려 승인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앞서 흑인과 라틴계의 해묵은 힘겨루기가 표면화한 바 있다. 라틴계 의원들은 시카고 라틴계 인구가 10년 전보다 5%(4만여 명) 이상 증가하고 흑인 인구는 10년 전에 비해 10%(약 8만5천 명) 가량 줄어든 점을 들어 소위 '흑인 선거구' 최소 2곳을 '라틴계 선거구'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Kevin Rho 기자아시아계 인종주의 아시아계 다수 아시아계 시의원 아시아계 인구
2021.12.07. 1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