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나우] AI가 만들어낸 자본 대이동의 이면
올해 구글·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AI 관련 데이터센터·클라우드·컴퓨팅 인프라에 투자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금액을 합산하면 약 3500억 달러에 달한다. 여기에 반도체·에너지·통신 등 관련 분야 기업들의 투자까지 더하면, 2030년까지 AI 기술과 인프라 구축에 투입될 금액은 최소 5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상황은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부펀드를 포함한 재무적 투자자들도 대거 이 대열에 합류했다. 과거에는 수익률을 최우선으로 삼았던 이들이 이제는 AI의 시대가 만들어낼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중 일부는 국가 차원의 AI 패권 확보를 위해 앞장서 나서고 있기까지 하다. 대표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는 ‘프로젝트 트랜센던스(Project Transcendence)’라는 이름 아래 국부펀드들을 중심으로 약 1000억 달러를 AI 생태계 구축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흐름은 한국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주요 대기업들은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생산 설비에 수조 원 규모의 자본적 지출을 잇달아 예고하고 있다. 정부도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이런 흐름을 지원하는 중이다. 네이버 AI 데이터센터 확장과 GPU 도입에 4000억 원 규모의 저리 대출을 실행한 것이 그 예다. 이에 맞추어 다수의 연기금·공제회·은행·증권사들이 국민성장펀드에 출자를 준비 중이다. 문제는 자본이 본질적으로 유한하다는 점이다. 막대한 자본이 한 분야에 쏠리면, 다른 분야는 자본을 구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자본시장 내부에서 구조적 양극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AI 인프라를 직접 구축할 능력과 규모를 갖춘 대형 기술 기업과 제조 대기업에는 전례 없는 규모의 자본이 집중되고 있다. 반면 AI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기업들은 투자자들의 관심 목록 바깥으로 밀려난다. 이는 AI 관련 여부에 따라 업종·기업 간 수익률이 극명히 대비되는 최근의 국내 증시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결국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K자형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는 주식 시장을 넘어서 M&A 시장으로도 확산되어, AI에서 멀리 떨어진 기업들은 과거보다 낮은 가치 평가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될 것이다. 자본의 대이동이 아직 초기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그 방향성이 너무도 선명하여 외면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메가 트렌드는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변혁은 자신만의 희생자를 만든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마켓 나우 대이동 자본 자본시장 내부 자본적 지출 인프라 구축
2026.05.04. 1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