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단속 요원 차출로 수사·정보 역량 부실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이민 단속 목표 건수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분야 수사요원들을 빼가면서 조직범죄 대응과 예방 등 본업을 위한 수사·정보 역량이 부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매일 3000명씩 불법 이민자를 체포해 추방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단속을 벌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민세관단속국(ICE) 외에도 국토안보수사국(HSI), 세관국경보호국(CBP),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은 물론이고, 우정청(USPS) 소속 직원들까지도 마약밀매, 성착취, 조직범죄 수사 등 원래 업무에서 빠져 불법 이민자들을 추적하고 구금하고 추방하는 업무를 지원하는 데 투입되고 있다. 백악관은 이런 업무 변경이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백악관의 공보담당 직원 애비게일 잭슨은 이민 단속이 공공 안전에 핵심적이라며 "우리의 이민법을 시행하고 불법체류 외국인들을 제거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다시 안전하게 만드는 중요한 방식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WSJ이 소개한 연방 수사기관들의 전현직 직원들의 얘기나 데이터로 드러나는 실상은 이런 해명과는 전혀 다르다. 일선 요원들 사이에서는 일과시간 중에는 이민자 체포 업무를 해야 하므로 본업인 범죄사건 수사는 새벽 시간대에 하는 식으로 시간을 나눠서 써야만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화물을 검사해 마약 등 밀수품과 범죄 단서를 찾아내는 전문업무를 맡던 CBP 요원들이 요즘은 국경에서 한참 떨어진 펜실베이니아주 같은 곳으로 파견돼 불법체류 근로자들을 잡는 데 투입된다. 이런 탓에 복잡한 수사를 하지 못하게 되고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업무를 할 시간이 줄어들며 그에 따라 기소되는 건수도 감소하고 있다. WSJ는 시라큐스대 산하 업무기록평가센터(TRAC) 자료를 인용해 올해 5∼6월 연방 전문수사기관들이 검찰로 송치한 사건 건수가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검찰 송치 사건 건수는 법무부 산하 마약단속국(DEA)은 10%, 연방마샬국(USMS)은 13%, 주류·담배·화기 및 폭발물 단속국(ATF)은 14% 줄었다. 아동착취 사건 처리도 영향을 받고 있다. 소환장, 영장, 대배심 증언 등 까다롭고 세심한 절차가 필요한 수사들이 연기되거나 아예 취소돼버렸다는 게 전현직 요원들의 얘기다. 윤지혜 기자이민단속 부실화 정보 역량 분야 수사요원들 일선 요원들
2025.10.07. 2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