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게스트빌 80번지' 아파트의 비극
53가구 거주 건물에서 2년간 최소 56건의 퇴거 신청 접수… 중복 통보 속출 수리(Renovation), 에어컨 사용, 임대료 미납 등 다양한 사유로 기존 세입자 압박 세입자 연합 "저가 임대료 세입자 몰아내기 위한 ‘나쁜 의도’의 퇴거" 주장하며 맞서 토론토 웨스턴 로드 인근의 한 아파트 단지가 새 집주인이 들어선 이후 '퇴거 전쟁터'로 변모했다. 2023년 6월, 53가구 규모의 '80 게스트빌 애비뉴(80 Guestville Ave.)' 건물을 인수한 집주인은 이후 현재까지 최소 56건의 퇴거 신청을 임대차위원회(LTB)에 접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한 가구당 최소 한 번 이상의 퇴거 압박을 받은 셈으로, 주민들은 인근에 들어선 마운트 데니스 환승역으로 인한 지가 상승을 노린 '세입자 내쫓기'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수리부터 에어컨 사용까지… "모든 수단 동원해 압박" 스타지의 분석에 따르면, 집주인이 제시한 퇴거 사유 중 가장 많은 것은 '수리(Renovation)'로 총 30건에 달한다. 또한 에어컨이나 미니 냉장고 사용이 다른 거주자에게 방해가 되거나 과밀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11건의 퇴거 신청이 접수됐다. 2012년부터 거주해온 피터 로드리게스는 수리, 임대료 미납, 에어컨 사용 등 서로 다른 사유로 세 번의 퇴거 통보와 한 번의 매수 제안(Buyout)을 받았다며 "처음엔 불안했지만, 곧 다른 이들도 같은 상황임을 알고 분노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수표 캐싱 지연 후 '임대료 미납' 주장… 교묘한 수법 논란 일부 세입자들은 집주인이 임대료 수표를 제때 현금화하지 않은 채 '임대료 미납'을 사유로 퇴거 신청을 했다고 증언했다. 13년간 거주한 한 세입자는 은행 확인 결과 집주인이 수표를 분실했거나 고의로 처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LTB에 퇴거 신청을 냈다고 주장했다. 로드리게스 역시 임대료 미납 통보를 받았으나 은행에서 수표를 재발행해 해결했다. 세입자 연합은 "집주인이 수표를 들고 있으면서 세입자를 괴롭히고, 습관적인 연체자로 몰아가려 한다"고 비판했다. 시세 대비 낮은 임대료가 타겟… "가치 상승 위한 재배치" 현재 퇴거 위기에 처한 가구들의 평균 거주 기간은 15년이며, 이들이 내는 평균 임대료는 월 1,127달러 수준이다. 반면 이 건물의 현재 시장 임대료는 침실 하나에 1,699달러로 형성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전형적인 '가치 증대 재배치(Value-add repositioning)' 전략으로 분석한다. 저렴한 임대료를 내는 장기 세입자를 몰아내고 수리 후 임대료를 대폭 인상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특히 이 건물의 실질적인 운영자로 지목된 마이클 클레인은 과거 인터뷰에서 부실하거나 임대료가 낮은 건물을 사들여 시장 가치를 높이는 작업을 즐긴다고 언급한 바 있다. 허울뿐인 '세입자 귀환권'과 무너지는 서민 주거 온타리오주 법상 수리가 끝난 후 기존 세입자는 동일한 임대료로 복귀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수리가 끝난 뒤 새로운 세입자가 이미 입주해버리면 LTB조차 기존 세입자를 다시 들여보낼 강제력이 없다. 이번 사건은 '리노빅션(Renoviction)' 방지 조례가 통과되기 직전에 신청되어 법망을 피해 갔다는 점에서 이슈가 된다. 장애인이나 은퇴자 등 갈 곳 없는 고령 세입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한 지금, '도시 재생'이라는 명목하에 자행되는 거대 임대업자의 횡포를 막을 실질적인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 토론토 중앙일보 편집팀 [email protected]토론토 게스트 임대료 세입자 수리 임대료 임대료 미납
2026.03.16. 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