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 결과는?" 미국의 인기 TV퀴즈쇼 ‘패밀리 퓨드(Family Feud)’에서 사회자가 외치는 이 멘트가 요즘 명문대 입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족이 팀을 이뤄 질문에 대한 대중의 응답률을 맞히는 게임처럼 대학입시 역시 혼란스럽고 불공정하며, 부모들이 감에 의존해 자녀의 미래를 결정해야 하는 현실이 됐다는 것이다. 미국 고등학교의 진로·대입 상담 현실은 참담하다. 미국학교상담협회(ASCA)가 권고하는 학생 250명당 카운슬러 1명의 기준조차 지켜지지 않는 고등학교가 대부분이다. 2024년 교육 플랫폼 니치(Niche)의 조사에 따르면 12학년 학생의 20%는 한 번도 카운슬러와 대입 상담을 해본 적이 없고, 17%는 대입 정보조차 받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가 사실상 유일한 진로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정작 부모들 역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가의 도움 없이 복잡한 입시 시스템을 헤쳐나가야 하는 가족에게 대입은 마치 정답을 모른 채 벌이는 추측 게임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대학입시 전략 전문기관 EAB의 연구에서도 학생 대부분이 “가장 큰 영향을 준 존재는 부모”라고 응답해 부모의 역할이 절대적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미국학생지원재단(ASA)의 조사에 따르면 학생의 91%가 부모와 대입 및 진로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부모들은 정보와 지원에서 소외돼 있다. EAB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학부모 73%는 대학으로부터 직접적인 정보를 받고 싶다고 했지만 실제 그런 소통은 드물다. 주목할 점은 대학이 학부모 연락처를 보유한 경우 학생이 그 대학에 지원할 가능성이 47%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EAB 마케팅 부사장 마이클 코펜헤퍼는 “오늘날 부모들은 대학과의 투명하고 지속적인 소통을 기대한다”며 “비용, 가치, 안전 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만큼, 부모를 초기부터 소통 대상으로 삼는 대학일수록 신뢰를 쌓고 입학생 유치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 진학 전문기관 CGN(College Guidance Network)이 최근 실시한 전국 학부모 대상 설문조사는 충격적인 결과를 보여줬다. 응답자의 65%가 ‘대입 시스템이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으며, 대입 과정을 “스트레스 많고, 혼란스럽고,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부정적인 응답이 긍정적인 표현보다 6배나 많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자녀를 제대로 이끌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답한 부모가 11%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63%는 “지식이 부족하거나 혼란스럽다”고 답했다. 가장 큰 불안 요인은 “자녀가 공정한 경쟁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고, 그 다음은 “재정적으로 큰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우려였다. CGN의 마이클 콜로위치 최고개발책임자는 “대입은 과거의 직선 경주에서 이제는 단서가 흩어진 ‘탈출 게임’으로 바뀌었다”며 “부모들은 퍼즐을 풀기 위한 열쇠를 찾고 있지만 그 열쇠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CGN은 학부모를 4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계획은 철저하지만 늘 긴장 상태인 ‘불안한 계획자’, 정보력이 뛰어나며 사교육 활용에 적극적인 ‘자신 있는 항해자’, 시스템이 기득권에게 유리하다고 보는 ‘회의적인 현실주의자’, 그리고 자녀가 12학년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방관자형 낙천주의자’가 그것이다. 각기 다른 정보와 접근 방식을 원하는 이들에게 대학과 고등학교는 맞춤형 소통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부모들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 ASA의 주디 골드스타인 부사장에 따르면 학부모의 90%는 자녀가 대학 외에도 다양한 진로 옵션을 고려하길 원하며, 40%는 진로 상담을 중학교부터 시작하길 바란다고 답했다. 그는 “진로에 대한 정보와 체험이 일찍부터 제공돼야 아이와 부모 모두가 미래에 대해 합리적이고 자신 있게 선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대입 현실이 마치 패밀리 퓨드처럼 변한 지금 필요한 것은 투명한 정보 공개와 체계적인 상담 시스템 구축이다. 부모와 학생이 추측 게임이 아닌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문의:(855)466-2783, www.TheAdmissionMasters.com 빈센트 김 카운슬러 / 어드미션 매스터즈퍼즐게임 시스템 대학입시 전략 대입 시스템 입시 시스템
2025.08.17. 19:00
미국 고등교육의 관문 역할을 하는 칼리지보드(College Board)가 최근 몇 년간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SAT와 AP 시험을 주관하는 이 ‘비영리’ 기관이 과연 교육의 공공성을 추구하는 조직인지, 아니면 학생들의 불안감을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독점 기업인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칼리지보드의 가장 큰 모순은 비영리 기관이라는 지위와 실제 운영 방식 사이의 괴리다. 2023년 칼리지보드는 약 1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4,500만 달러의 순익을 달성했다. 같은 해 데이비드 콜먼 CEO의 연봉은 200만 달러에 달했다. 문제는 이런 막대한 수익이 학생들의 대학 입시 불안감을 먹고 자란다는 점이다. SAT 응시료는 68달러, AP 시험은 99달러이다. 여러 AP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은 매년 수백 달러를 지불해야 하며, 이는 저소득층 학생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 칼리지보드는 사실상 대학 입시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주요 명문대들이 SAT 점수를 요구하고, AP 과정은 명문대 지원자들에게 필수로 여겨진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칼리지보드의 시험이 학생들의 실제 학업 능력보다는 시험 기법에 더 의존한다고 비판한다. 최근 AP 시험 채점 방식 변경으로 인한 점수 급등 현상도 논란이 되고 있다. 갑작스러운 AP 시험 점수 상승은 성적 인플레이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변화가 학생들의 실력 향상을 반영하는 것인지, 아니면 칼리지보드의 이미지 개선을 위한 인위적 조작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칼리지보드 시스템은 기존의 교육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부유한 가정의 학생들은 고가의 사교육을 통해 시험 기법을 익히고, 여러 번 시험을 볼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있다. 반면, 저소득층 학생들은 높은 응시료 부담으로 인해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한다. 특히 AP 과정의 경우, 부유한 지역의 학교들은 다양한 AP 과목을 제공하지만 저소득층이 많은 학교들은 제한적인 AP 과정만 개설할 수 있다. 칼리지보드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대안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많은 대학들이 이미 SAT 점수를 선택 사항으로 만들거나 아예 요구하지 않는 정책을 도입했다. 또한 학생들의 전인적 평가를 위한 새로운 입시 시스템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칼리지보드의 독점적 지위를 견제하고, 더 공정하고 접근 가능한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은 상업적 이익의 도구가 아닌 공공재여야 한다. 칼리지보드가 진정한 교육 기관으로 거듭나려면 투명한 운영, 합리적인 가격 정책, 그리고 교육 접근성 향상을 위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문의: (855)466-2783 / www.TheAdmissionMasters.com미국 칼리지보드 칼리지보드 시스템 입시 시스템 교육 불평등
2025.07.22. 1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