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입자동물원
오래 전 서울에 창경원이란 곳이 있었다. 일제강점기 때 창경궁에 동물 우리를 만들어 넣고 식물원을 지어 일반에게 공개하면서 이름도 창경원으로 격하되었다. 일제는 조선의 마지막 왕이었던 순종 때 그동안 부침이 많았던 창경궁에 동물원과 식물원을 포함하여 호수도 크게 파고 벚꽃을 심고 놀이 기구를 설치하여 명실공히 한국 최초의 동물원을 겸한 놀이 공원을 만들어 창경원이라고 이름까지 고쳤다. 국가적으로 보면 일제 침탈의 흑역사지만, 나라가 가난하여 그럴듯한 위락 시설 하나 없던 한국에 생긴 최초의 시민 공원이기도 하다. 나중에 창경궁으로 복원하면서 기존 시설은 경기도 과천으로 옮겨 서울대공원이 탄생했다. 기원전 5세기경 그리스의 엠페도클레스 시절만 하더라도 우주를 이루는 기본 원소는 물, 불, 공기, 흙 등인 줄 알았던 인류는 어느 날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는 원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원자는 중앙에 원자핵이 있고 그 주위를 전자가 공전한다는 마치 태양계 모습을 한 원자 구조와 나아가서는 원자 중심에 있는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다는 사실까지 깨달았다. 이 우주에는 총 92가지의 기본 원소가 존재하는데 각각의 특성은 원자핵 속에 들어있는 양성자의 개수 때문에 정해진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렇게 물, 불, 공기, 흙 등의 4원소설을 대체하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가 물질의 최소 단위인 줄 알던 중 뜻밖에 양성자와 중성자 속에서 더 작은 빌딩 블록인 쿼크가 발견되었다. 바야흐로 입자의 시대가 도래했다. 쿼크가 발견되기 전, 그러니까 1960년경 물리학자들은 당시 개발된 입자가속기의 도움으로 실험실에서 여러 가지 새로운 입자를 발견하기에 이른다. 그 당시 과학 기술 수준으로 새로 발견되는 것들이 모두 소립자인 줄 알았다. 고작 양성자, 중성자, 전자의 존재만 알다가 갑자기 엄청나게 많은 새로운 입자들이 등장하자 마치 동물원에 여러 동물을 모아놓은 것 같다며 속속 발견되는 입자를 뭉뚱그려 입자동물원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지어냈다. 새로운 입자를 발견하는 사람에게 상을 줬는데 그 수가 하나둘 늘자 여담이기는 하지만 나중에는 새 입자를 발견하는 사람에게 벌금을 물리자는 소리까지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쿼크가 등장하면서 그때까지 발견된 수많은 소립자는 진정한 소립자가 아니라 쿼크의 조합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바글거리던 동물원에서 이것 빼고 저것 탈락시키고 나니 겨우 16개의 기본 소립자와 당시 예견만 되었던 힉스 입자까지 포함해서 표준모형을 정했다. 입자물리학에서 표준모형이라 하면 자연계의 4가지 힘 중에서 중력을 제외한 나머지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 등을 설명하는 모형으로 총 17개의 소립자가 그 주인공이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힉스 입자는 힘을 매개하는 중요한 입자였지만, 쉽사리 발견되지 않자 연구자들은 '제기랄 입자(goddamn particle)'라고 쌍소리까지 해가며 푸념했다는데 아무래도 점잖지 못한 표현이어서 '제기랄'의 영어 표현인 goddamn에서 뒷부분 damn을 빼버리고 god만 써서 부르다 보니 god particle이 되자 자연스럽게 '신의 입자'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힉스 입자는 1964년 피터 힉스가 그 존재를 예견하였는데 반세기 후 2012년에 발견되었다. 그러므로 현재의 입자동물원에는 모두 17개의 소립자가 있지만, 벌써 중력자라고 이름까지 지어놓은 소립자가 발견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작가) 박종진입자동물원 박종진 힉스 입자 동물원과 식물원 기본 원소가
2026.01.16. 1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