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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아래서] 양분을 내어주는 나무

종아리를 감아 흐르는 선선한 바람이 아직 여름을 가로막고 있는 오후, 뜰에는 어느새 순에서 자라 부챗살처럼 하늘을 향한 가지들이 무성하다. 위를 향한 가지는 볼수록 대견하다.   햇빛을 향한 가지들의 몸부림이 아래로만 잡아당기는 중력을 떨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력은 나무가 뿌리를 땅에 내리는 소중한 힘이다. 그러나 그곳에 매몰되면 나무는 자랄 수 없다. 나무는 바꿀 수 없는 중력이 아니라 나아갈 수 있는 햇빛을 바라본다. 이 얼마나 현명한 선택인가.   우리 역시 인생의 중력 속에 산다. 고통과 상처, 그리고 눈물과 한숨이 그들이다. 그것들은 우리를 잡아당긴다. 멈추게 하고 아픈 상처만을 돌아보게 한다. 물론 이들 역시 외면할 수 없다. 뿌리를 내리는 힘은 바로 이 중력이니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 붙잡혀버리면 자랄 수 없다.   나무가 햇빛을 향해 중력을 떨쳐 내듯, 우리도 하늘을 향해 몸과 마음을 펼쳐야 한다. 새순을 내고 위를 향해 가지를 뻗듯, 하늘의 아버지로부터 빛을 구하는 것이다. 잎을 펼치고 양분을 만들며 잎과 순을 자라게 한다. 그렇게 나무는 무성해지고 줄기는 굵어진다.   그런데 더할 수 없이 건강하게 위로만 자란 가지들이 곤란해지는 때가 있다. 위로만 힘을 받으며 훌쩍 혼자 올라가는 가지들은 그늘을 만든다. 성장이 또 다른 성장을 가리는 것이다. 게다가 아쉽게도 이렇게 웃자란 가지에는 꽃이 달리지 않고, 열매도 없기에 보람이 없는 가지, 곧 도장지라고 불린다.   꽃을 달고 열매를 맺으려면 농부는 가지를 누인다. 힘을 빼는 것이다. 그렇게 힘이 빠지면 꽃이 피고 열매가 달린다. 위로만 올라가며 굵어지는 것이 아니라 겸손히 누워야 한다. 열매는 그때 맺는다.   신앙의 현장에서도 성장을 위해 애쓰는 성도를 만난다. 소중한 가지들이다. 그러나 온 힘이 자기 성장에 몰려 있다면, 잎은 무성하고 가지는 굵어지고 힘은 넘치지만 꽃은 달리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혹시 그늘을 만드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힘을 빼고 겸손을 담아야 한다. 열매는 그곳에 맺힌다.   나무의 지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는 햇빛을 받아 만든 양분으로 잎, 줄기 그리고 뿌리가 자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이 양분의 꽤 많은 부분을 뿌리가 다시 땅으로 내보낸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나온 달콤한 양분은 땅을 먹이며 살리고 그 땅은 다시 나무를 붙든다.   우리 역시 이렇게 버리는 법을 잊어서는 안 된다. 햇빛으로 만든 양분을 땅에게 내어주듯, 하나님의 은혜를 세상에 흘려보내야 한다. 오늘 당신이 세상에 흘려보낼 달콤한 양분은 무엇인가.   [email protected]  한성윤 / 목사·나성남포교회등불 아래서 양분 나무 자기 성장

2026.04.20.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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