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5월, 현대자동차그룹은 약 50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 여행을 했다.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 전시했던 옛 포니 쿠페 콘셉트 모델을 복원했다. 그러면서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옛날에 힘들게 같이 노력했던 점, 그런 모든 것들을 다시 살리자는 취지다.” 당시에 어떤 일이 있었기에 정 회장은 50년 전을 되살리려 했을까. 50년 전의 여건은 현대차에 막다른 골목이나 다름없었다. 71년부터 2년 가까이 끌어온 미국 포드자동차와의 엔진 생산 합작 협상이 깨졌다. 당시 국내에는 신진·기아·현대 3개 자동차 업체가 있었다. 외국에서 완성차 부품을 수입한 뒤 자동차를 조립해 국내에 팔았을 뿐, 수출은 꿈도 못 꾸던 시절이었다. 엔진 국산화를 추진하던 정부는 과잉 경쟁을 막으려 “한 곳만 엔진을 만들게 하겠다”고 했다. 엔진 생산을 맡는 업체가 주도권을 쥘 것임은 불을 보듯 뻔했다. 그래서 현대차는 71년부터 포드와 합작 협상을 했다. 그러나 참여 지분 등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협상이 결렬됐다. 72년 말의 일이었다. 반면에 경쟁사인 신진자동차는 6개월 전 미국 GM과 합작해 GM코리아를 세웠다. 자칫 국내 시장을 GM코리아에 내줄 수도 있는 위기였다. 현대차는 정면돌파를 택했다. 고(故) 정세영 현대차 회장은 『포니 정 나의 삶 나의 꿈』에서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죽든 살든 고유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현대차가 살아남기 위한 배수진이라는 절박한 심정이었다. 큰형님(정주영 창업 회장)은 대찬성이었다.” 최초의 고유모델 승용차 ‘포니’를 잉태하는 순간이었다. 고유모델 개발은 수출까지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 정주영 회장이 김재관 상공부 차관을 직접 만나 “적극 돕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하지만 갈 길이 멀었다. 무엇보다 기술이라곤 부품을 조립해 본 게 전부였다. 핵심 부품을 만드는 기술이 아예 없었다. “큰 배도 만들었는데 자동차 못 만들까” 차체는 이탈리아 이탈디자인에 맡기고 엔진과 변속기는 일본 미쓰비시에서, 다른 부품은 다른 회사에서 기술을 들여와 결합하기로 했다. 몇 년 전 현대중공업이 수출용 대형 선박을 만들 때 쓴 방법이었다. “이렇게 해서 큰 배도 만들었는데 자동차 못 만들겠느냐”고 현대차 직원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내부에서도 성공에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했다. 당시 정주화 차장(나중에 현대차 기술개발 전무가 된다)의 표현에 따르면, “(정세영) 사장님과 붙었다.” “이거 못하겠다고 사장님께 얘기했어. ‘경쟁할 거는 GM코리아 아닙니까. 그거 상대해 가지고 될 것 같습니까. 잘못하면 회사 망합니다.’ 그랬더니 사장님이 ‘네 말대로 우리가 공장 짓고 새 모델 하다가 망한다고 치자. 그러면 정씨가 망하는 거야. 그러나 너희 일터는 한국 땅에 남아 있지. 그런데 바보같이 하지도 않고 뭘 안 된다 그래. 잔소리 말고 가서 해’. 그 얘기 듣고 감동을 했죠.” 정 차장을 비롯해 마음이 움직인 직원들은 군말 없이 개발에 매달렸다. 때마침 정부의 자동차 산업 육성 방침이 고유모델을 택한 현대차에 유리하게 바뀐다. 엔진 생산 일원화는 없던 일이 됐다. 대신 73년 7월 ‘한국형 승용차 생산 사업계획서’를 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외국에서 생산·시판된 일 없는 새로운 설계의 차형’이어야 했다. 자동차를 내수가 아닌 수출 산업으로 키우려는 목적이었다. 현대차가 이미 착착 추진하고 있던 계획이었다. 76년 2월 포니가 공식 출시됐다. 당시 기준으로 ‘대박’이 났다. 78년 약 5만 대, 79년 6만5000대를 생산했다. 인기 차종이라야 한 해 1만 대도 만들지 않던 시절에 이룬 성과였다. 78년엔 약 1만8300대를 40개국에 수출했다. 비록 차체 설계와 엔진·변속기 등 주요 기술을 모두 도입에 의존했지만, 이를 결합해 새로운 차종으로 만들어 내는 전 과정은 스스로의 기술 노력으로 해결했다. 성능이 확인된 완성차의 부품을 도입해 조립했던 과거와는 판이한 과정이었다. 자신감을 얻은 현대차는 ‘X카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85년부터 한 해 30만 대 이상을 만들겠다는 대량생산 프로젝트였다. 이를 통해 탄생한 게 ‘엑셀’이다. 엑셀은 미국 진출 첫해인 86년 현지에서 20만3000대를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다. 엑셀의 성공은 묘한 선순환을 불렀다. 현대차는 그때까지도 자체 개발 엔진이 없었다. 미쓰비시에 꼬박꼬박 기술료를 내야 했다. 판매량이 많다 보니 미쓰비시에 주는 기술료가 한 해 454억원에 달했다. 현대차가 자체 추정한 엔진 개발 비용은 200억~250억원이었다(현대차 88년 ‘장기상품회의’). 반년치 기술료면 엔진을 개발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비용이 예상을 크게 웃돈다고 해도 1년치 기술료면 충분할 터였다. 개발에 착수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91년 초, ‘α-엔진’과 ‘α-트랜스미션(변속기)’이 나왔다. 현대차는 그렇게 자체 기술을 착착 갖춰 갔다. 하지만 오늘의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변곡점(트리거)이 더 필요했다. 엑셀 등이 수출이 잘 됐다고는 하나 현대차는 그저 ‘값싼 차’였다. 품질은 심지어 조롱까지 받았다. 미국 TV 토크쇼에선 자국 정부의 잘못된 정책 결정을 ‘현대차를 사겠다고 결정하는 것’에 빗댔다. 정몽구 회장 ‘품질 경영’, 토요타 제쳐 99년 회장에 취임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이를 바꾸려 소매를 걷었다. 과거 판매와 정비를 맡은 현대자동차써비스를 이끌면서 소비자들의 품질 평가를 피부로 느꼈던 정 명예회장이다. 취임 초기 품질 컨설팅을 받게 하더니, 5년 뒤인 2004년에는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가 실시하는 신차품질조사에서 일본 토요타를 제쳤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지는 이를 두고 ‘사람이 개를 물었다(Man bites dog·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는 뜻)’고 보도했다. 포니는 한국의 자동차 산업도 부품 조립에서 벗어나 스스로 모델을 만들고 수출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거기서 생긴 자신감은 대량 생산과 기술 자립으로 이어졌고, 품질이 더해지며 한국은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 현대차그룹은 세계 3위 자동차 회사가 됐다. 이제 자동차는 ‘나라를 먹여살리는 산업’이라는 소리까지 듣고 있다. 단지 수출 효자이며 부가가치가 크다는 뜻이 아니다. 자동차 산업이 일자리의 보물창고여서다. 제조업 중에 자동차 산업 하나가 차지하는 일자리 비중이 12%에 가깝다. 타이어, 차체를 만드는 철강에 자동차용 전자 부품 같은 연관 산업까지 합치면 일자리 비중은 제조업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이를 만든 결정적 계기(트리거)가 포니였다. 현대차는 포드와의 협상에서 이런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우리의 길은 우리가 개척해야 한다.’ 그리고 교훈을 실천했다. ‘고유모델 개발’이라는, 국내에서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택했다. 때론 반대하는 구성원들을 설득하고 다독여 끌고 나갔다. 마음이 움직인 엔지니어들은 개발에 온 힘을 쏟았다. 그렇게 한국 자동차산업의 트리거인 포니가 세상에 나왔다. 현대차는 당시 국내 기업 중 가장 공격적인 전략을 택한 덕에 자동차 산업에서 선두로 떠오를 수 있었다. ‘혁신적 기업가의 도전하는 리더십과 전문가들의 기술 노력의 결합’-. 정의선 회장이 포니 쿠페를 복원하며 되살리려 했던 게 바로 이 부분 아닐까. 실제 정의선 회장도 정주영 회장부터 내려오는 도전과 혁신의 리더십을 늘 강조하는 것 같다. “이봐, 해 보기는 했어?”라던 정주영 회장과 약간 다르면서도 비슷하게 정의선 회장은 “해보죠”라는 말로 도전의식을 부추긴다고 한다. 지금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예전엔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선진 기업을 추격했으나, 이젠 자율차·전기차 기술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중국을 상대해야 한다. ‘도전과 혁신 DNA’를 바탕으로 한국 자동차 산업이 앞으로도 계속 ‘나라를 먹여 살리는’ 산업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지면으로 보기 이상철 성공회대 교수대한민국 독자모델 자동차 산업 기술개발 전무 고유모델 개발
2025.10.30. 13:41
 
                                Q: 트럼프 2기 세금법안(OBBBA)에 자동차 관련 절세 방법이 있다고 하는데 그 내용이 궁금합니다. A. 트럼프 2기 세금법안(OBBBA)에는 자동차와 관련된 중요한 세금 혜택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개인 차량의 대출 이자 공제이고, 다른 하나는 비즈니스 차량의 보너스 감가상각입니다. 트럼프 2기 주요 정책 중 하나인 국내 제조업 부활, 그중에서도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 부활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보이며 친환경 정책의 폐지 및 지연 정책으로 인해 전기차에 대한 최대 7500달러 세제 혜택은 이달 30일부로 종료됩니다. 개인 차량의 경우 2025년부터 2028년까지 국내에서 최종 조립된 차량(전기차 포함, 중고차 제외)을 대출로 사면 연간 최대 1만 달러의 이자에 대해 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이 공제는 표준 공제나 항목별 공제 여부와 관계없이 적용되며, 리스 차량은 공제신청 대상이 아닙니다. 그리고 과세소득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면 공제액이 감액됩니다. 단독 신고자의 경우 10만 달러 그리고 부부 공동보고 시 20만 달러 이상 소득이 넘는 경우 공제 금액이 줄어들게 됩니다. 자격 요건이 충족되는 전기차 구매의 경우 이달 30일까지 구매 시 별도로 적용되는 7500달러의 세금 크레딧과 중복 적용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차량 가격 5만 달러, 이자율 약 7% 조건으로 대출 시 첫해 이자액은 약 3500달러가 되며 이자 공제를 통해 절세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단 차량 등록과 대출 명의가 일치해야 하며 국내 조립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차량 등록 시 차량 고유번호(VIN)나 차량 정보 라벨을 활용한 자격 확인이 요구되고, 차량 대출 서류도 잘 보관해야 합니다. 이달 30일까지 자격이 충족되는 전기차를 할부로 구매하는 경우 총 절세 효과는 최대 1만1000달러에 이를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용 차량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임기 시작일인 지난 1월 20일 이후 산 차량에 대해 100% 보너스 감가상각이 영구 적용됩니다. 차량이 6000파운드(GVWR) 이상일 경우 대부분의 구입 금액을 첫해 비용 처리할 수 있으며 SUV나 픽업트럭 등이 대표적인 신청 가능 차량입니다. 신규 및 중고차 모두 가능하지만, 사업에 처음 사용되는 차량이어야 하며 리스 차량은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세금 보고 시 4562 양식 제출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사업자가 9만 달러짜리 SUV를 사업용으로 사면첫해 보너스 감가상각 처리로 약 1만8900달러의 법인세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이달 30일까지 자격이 충족되는 전기차로 구매하는 경우 보너스 감가상각을 전기차 세액공제와 병행해 사용할 수 있어 총 절세 효과는 최대 2만4000달러에 이를 수 있습니다. 구매 첫해 100% 보너스 감가상각 신청을 위해 차량 구입비용을 구입시 전액 납부하고 구매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처럼 트럼프 2기 세금 법안은 개인 및 사업자 모두에게 새로운 차량 구매를 통한 절세 기회를 제공합니다. 차량 구매 시 세법과 차량 조건을 잘 확인하여서 큰 절세 혜택을 누리기를 바랍니다. ▶문의: (213)487-3690 피터 손 / CPA세법 Q&A 자동차 절세 전기차 구매 비즈니스 차량 자동차 산업
2025.09.03. 17:38
정의선(사진) 현대차그룹 회장이 ‘자동차 산업 올해의 리더(Industry Leader of the Year)’로 선정됐다.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 뉴스는 지난 27일 ‘2023 오토모티브 뉴스 올스타(2023 Automotive News All-Stars)’ 38명을 발표하고, 정의선 회장을 ‘자동차 산업 올해의 리더’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오토모티브 뉴스는 “자동차 산업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 현대차그룹 정 회장은 다양한 미래 기술을 선도하며 모빌리티의 새 역사를 써가고 있다”며 “첨단 로봇과 AI, 미래 항공 모빌리티,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등을 포괄한 혁신적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제시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정의선 회장은 소감을 통해 “‘휴머니티를 향한 진보’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헌신하고 있는 현대차그룹 모든 임직원과 파트너들의 노력이 인정받은 것이다.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으로 인류 발전에 긍정적 변화를 촉진하고, 고객 기대 이상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나가겠다”고 감사를 전했다. 1925년 창간된 자동차 전문매체로 온라인판, 중국판 등을 통해 글로벌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는 오토모티브 뉴스는 엄격한 심사와 평가를 거쳐 매년 30여 명의 글로벌 자동차 산업 올스타를 발표하고 있다. 박낙희 기자 [email protected]오토모티브 정의선 오토모티브 뉴스 자동차 산업 정의선 회장 현대차 Auto News
2023.11.27. 20:11
 
                                “규제라는 것이, 또 법이라는 것이 나쁜 것이냐 좋은 것이냐 이렇게 인위적으로 정의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스위스 치즈와 스위스의 해물 시판을 할 때 식품보건당국에서 정한 기준을 충족하는지 검사하고, 또 그 기준이 충족됐다고 하는 것을 상품에 표시 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이 식품이 안전한지를 스스로 점검하는, 거래비용을 들이지 않고 이런 식품들을 구입하고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식품 산업이 훨씬 발전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게 무슨 말이죠?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화자의 의도를 아시겠습니까? 규제나 법은 나쁜지 좋은지 정의하기 어렵다, 그래서 식품 산업이 훨씬 발전한다는 말인가요? 아니면 스위스 산 치즈와 해물은 철저히 검사하고 표시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말인가요? 한국 대통령실 웹사이트 ‘대통령의 말과 글’에 올라와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내용입니다. 파리 디지털 비전 포럼 마무리 발언을 그대로 적어 놓은 것인데요.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이런 중요한 행사장에서 거의 횡설수설하는 수준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해당 발언의 전문은 이곳(https://www.president.go.kr/president/speeches/JXcW3dx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살펴볼까요. “우리가 자동차를 처음, 1900년 초기에 개발이 됐을 때 과거에 마차를 타고 다니던 도시생활에서 자동차가 나오면서 자동차의 성능이 점점 좋아져서 이것이 인명 사고를 유발하게 되니까 여기에 대해서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국가의 정부는 속도가 얼마 이상 나면 안 된다는 것으로 규율을 하는 정부도 있고요, 그래서 어떤 정부는 브레이크의 성능이 아주 좋아야 된다고 규율을 할 수 있습니다. 인명 피해를 줄이는 차원에서, 인명 피해가 생기면 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손해배상을 져야 되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합니다. 그래서 속도를 내지 말라고 하는 건 자동차의 본질과 관련된 부분이고, 이건 자유와 관계된 부분입니다만, 브레이크의 성능, 브레이크의 테크놀로지를 올려라 하고 규정을 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산업발전에 도움이 되고, 또 아울러서 거기에 책임보험제도라고 하는 것이 결합되면서 자동차를 편리하게 이용하고 자동차 산업이 다른 산업 부분에 전후방 연관 효과를 주면서 발전하게 됐습니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무슨 말인지 저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행사장에 있던 몇 명이나 윤 대통령의 말을 알아들었을까요? 분명 불어로 직접 말하지 않고 통역이 있었을텐데 통역자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어떻게 통역했을지도 무척 궁금합니다. 윤 대통령이 프랑스 다른 행사에서 준비한 원고를 읽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결과물입니다. 윤 대통령은 디지털 문화 및 산업과 관련해 다양한 법적이고 규범적인 논의를 하는 국제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가 한 발언을 그대로 옮긴 활자체로 된 문장을 보면 윤 대통령의 의도가 드러나기 보다는 횡설수설, 중구난방과 같은 단어가 연상되는 것은 왜 일까요. 즉석에서 보좌진의 원고를 제대로 숙지하지 않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의 연설은 본인이 직접 쓰기보다 디테일을 잘 아는 보좌진 손에서 초안을 만들어 최종적으로 다듬는 게 관행입니다. 이번에 이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던 겁니다. 물론 미국 바이든 대통령, 영국 수낵 총리,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등 다른 나라 지도자들도 실언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지도자는 말 속에 사상과 철학과 가치와 전략을 담아야 합니다. 내뱉은 말의 파장이나 효과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사상이 빈곤하면 말도 빈곤하다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지금까지 공식 비공식 석상에서 말 실수한 사례는 한 두건이 아닙니다. 외교적인 문제를 놓고 다른 나라로부터 항의를 유발한 경우도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금보다 더 진중하게 말해야 합니다. 불안하고 좌절해 있는 국민의 가슴에 용기를 불어 넣고, 절망과 슬픔에 엎어져 있는 시민을 보듬을 수 있는 말을 해야 합니다. 국민의 귀와 마음을 활짝 열어젖히는 진실성 있는 희망의 메시지로 가득해야 합니다. 미사여구보다는 간결함 속에 확실한 내용을 강조해야 합니다. 메시지 정치의 핵심은 철저하게 준비된 말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병일 / 뉴스랩 에디터중앙칼럼 대통령 한국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자동차 산업
2023.06.26. 18:55
 
                                잘 나가던 미국 경제가 자동차에 발목이 잡혀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미국의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개인 소비지출이 17.6%(인플레이션 반영) 급감했다. 이날 연방 상무부가 발표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5%(연율 2.0%)에 그쳤는데, 자동차 부문을 제외하면 0.9%로 거의 두 배가 될 수 있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자동차 관련 지출이 크게 줄어든 것은 미국인들이 차를 사고 싶어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팔 차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이 급감한 것이 전체 성장률을 끌어내렸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진정되기는커녕 장기화하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뉴욕의 한 업체가 지난 5월 변속기용 반도체를 주문했으나, 당초 여름에 도착한다던 반도체는 가을에서 겨울을 넘어 내년 5월 이후에나 도착할 예정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처럼 반도체 공급난이 악화하면서 물건을 받는 데 걸리는 대기시간이 하염없이 길어지고 있다. 기업들의 반도체 주문을 도와주는 이언 워커는 일부 바이어들의 경우 신규 주문한 반도체를 오는 2024년에나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WSJ에 밝혔다. 서스케하나 금융그룹에 따르면 반도체 배송에 걸리는 대기 시간이 지난여름 평균 19주에서 10월 들어 22주로 늘어났다. 특히 자동차 업계에 꼭 필요한 마이크로제어기를 전달받는 데에는 38주나 걸린다. 웰스파고 투자연구소의 스콧 렌 글로벌주식전략가는 "우리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히 더 오래 전개될 것"이라면서 반도체 부족 사태가 2023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반도체 공급난이 자동차 산업만을 강타한 것은 아니다. 3분기 GDP에서 내구재에 대한 소비가 전반적으로 하락한 가운데 의료기기, 가전제품, 전자담배까지 반도체 공급을 받지 못해 생산에 차질을 빚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현상은 공급난에 직면한 일부 업체들이 필요한 것보다 많은 반도체를 주문하는 등 '사재기'에 나서면서 더욱 심화하는 측면도 있다. 연합뉴스 자동차 발목 자동차 생산 자동차 업계 자동차 산업
2021.10.28. 1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