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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서 시작된 K팝·EDM 장르 전국 확산

지난해부터 남가주 전역을 뜨겁게 달군 ‘일렉트릭 서울’은 K팝과 EDM의 결합을 중심으로 새로운 음악적 흐름을 만들어냈다. 이에 발맞춰 SM엔터테인먼트 산하 EDM 레이블 ‘스크림(ScreaM)’은 J.E.B, 2Spade, IMLAY, yunji와 함께 지난달 20일 토론토를 시작으로 뉴욕, 워싱턴 D.C., 시애틀 등 북미 주요 도시에서 투어를 진행하며 전국적인 확산 가능성을 확인했다.   스크림의 북미 투어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매 공연마다 100~200명의 관객들이 객석을 가득 채웠고, 음악에 맞춰 뛰고 환호하는 에너지로 공연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J.E.B는 “한국에서는 우리를 보기 위해 팬들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지만, 북미에서는 K팝과 EDM이라는 장르 자체를 보러 오는 관객들이라 반응이 어떨지 걱정이 컸다”며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이 음악에 맞춰 뛰는 모습을 보고 모든 걱정이 사라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양한 인종과 연령층의 관객들이 열광하는 모습은 아티스트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yunji는 “공연 중 관객들이 사진을 요청하거나 선물을 건네는 모습을 보며 마치 K팝 아이돌이 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릴 적 들었던 K팝을 미국 관객들이 따라 부르는 모습을 보며 공연을 준비하면서 고민했던 시간들을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투어는 단순한 공연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투어의 프로모션을 담당한 Zakky PD는 “이번 투어는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가늠하는 시장조사의 성격도 있었다”며 “올해 4분기부터 본격적인 미국 투어를 진행할 계획이며, 이를 바탕으로 일본, 중국, 호주, 유럽 등으로 활동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팝과 EDM의 결합은 한국에서도 점차 자리를 잡고 있다. 스크림은 지난 2016년 설립 이후 댄스 음악 팬덤을 중심으로 꾸준히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2Spade는 “최근 K팝 곡들에서 댄스 음악 요소가 더욱 강화되고 있어 EDM과의 결합이 자연스러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K팝 리믹스뿐만 아니라 트랩과 베이스 기반의 오리지널 곡을 발매하며 팬들이 더 다양한 댄스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IMLAY는 “이번 투어에서 도시별로 느낀 강렬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새로운 트랙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스크림은 지난 23일 LA와 26일 샌디에이고에서 ‘일렉트릭 서울’과 협업해 진행됐다. LA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K팝과 EDM 열풍 속에서, 이번 협업은 서울을 기반으로 한 스크림과 ‘일렉트릭 서울’을 통해 결집한 남가주 팬들이 만들어낸 특별한 순간이었다.   ‘일렉트릭 서울’은 오는 3월 남가주 최대 EDM 페스티벌인 ‘비욘드 원더랜드’의 라인업에 합류해 첫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정윤재 기자시작 장르 확산 가능성 일렉트릭 서울 북미 투어

2025.01.28.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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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종횡무진 카멜레온 음색, LA 물들인다…4인조 성악 어벤저스 '라포엠'

“소름 끼치는 무대다. 엄청난 연습량이 느껴진다.”(이은미), “웬만해서는 감동하지 않는데, 감동받았다.”(배철수), “네분의 무기가 다 다르다. 매번 너무 잘해 얄밉다.”(최정원)   올 상반기 KBS2 ‘불후의 명곡’에서 5차례 우승한 크로스오버 그룹 라포엠(박기훈·유채훈·정민성·최성훈)에게 선배 가수들이 보낸 극찬이다. 라포엠은 올 초 한국의 제38회 골든디스크 어워즈에서 아이브 ‘아이엠’, 스트레이키즈 ‘락’, 세븐틴 ‘손오공’ 등 K팝 메들리 무대로, 삼일절 기념식에선 독립 영웅들께 전하는 ‘나의 영웅’으로 화제를 모았다. 조수미의 ‘챔피언스(KBS 파리올림픽 특집 ‘파리의 영웅들’)’, 정훈희와의 ‘안개(제43회 청룡영화제)’ 등 감동의 무대를 만들어온 이들의 하모니가 LA에서 울려 퍼진다.   라포엠은 다음달 12일 오후 6시 LA다운타운에 위치한 유서 깊은 ‘더 유나이티드 시어터 온 브로드웨이’에서 ‘미주 중앙일보 창간 50주년 기념 LA 콘서트’를 연다.     2020년 JTBC ‘팬텀싱어3’ 우승자인 라포엠은 장르를 넘나들며 카멜레온 음색을 뽐낸다. 한국 최고 크로스오버 그룹으로 자리매김한 이들은 지난해 10월 창작 가곡 앨범 ‘시·詩·POEM’을 발매했고, 올 4월엔 이지리스닝 팝을 표방한 싱글 ‘미로’로 대중과 교감하며, 벅스 실시간 차트 1, 2위를 휩쓸었다. 전공인 성악을 기반으로 클래식·가요·팝을 넘나들어 ‘성악 어벤저스’로도 불린다. 최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에서 만난 라포엠은 “공연은 언제나 설렌다. 시작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목소리를 들려드릴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 4년간 활동 소감은.   “지나면 늘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노력하고 연구해가며 발전했다고 생각한다.”(최성훈) “내게 가장 치열했던 4년이었다.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세워가면서 내면까지 바꿨던 소중한 시간이었다.”(정민성)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올 1월 자카르타에서 열린 골든디스크 무대다. 5만 관객이 내는 응원 소리를 처음 느껴봤다.”(정민성) “코로나 팬데믹 기간의 ‘팬텀싱어3’ 갈라 콘서트가 기억에 남는다. 마스크를 착용한 관객의 눈동자가 잊히지 않는다.”(유채훈) “‘팬텀싱어3’ 결승 무대의 긴장감은 지금도 생생하다.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최성훈) “2022년 콘서트에서 마이클 잭슨 춤을 췄을 때 많은 것을 깨달았다. 추고 나서도 걱정했던 무대다. 그 생각만 하면 지금도 심란하다.”(박기훈)   -라포엠 결성하길 잘했다고 느낄 때는.   “공연 합주에서 ‘왜 우승했는지 알겠어요’라는 칭찬을 들을 때 가장 뿌듯하다. 자부심도 느낄 수 있고, 팀워크도 단단해진다.”(박기훈) “라포엠을 통해 좋아해 주시는 팬분들도 만났고, 새로운 목표도 생겼다. 정말 감사하다.”(유채훈)   -팀워크의 비결은.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분위기다. 모두 성악 전공자여서 그런지 피아노 한 대만 있어도 자연스럽게 그 주위로 모여 노래하면서 논다. 공감대가 있다는 것이 참 좋다.”(박기훈)   -매번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는데.   “변화무쌍한 필모그래피를 만드는 재미가 있다. 클래식을 기반으로 다양하게 변신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유채훈) “네 멤버가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보여드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장르가 섞인다. 우리 또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장르를 시도한다고 생각한다.”(최성훈)   -라포엠의 꿈은.   “‘크로스오버 1세대’ 일 디보 같은 그룹이 된다면 정말 좋겠다. 일 디보 내한공연에서 스페인어 노래를 한국 관객이 떼창하더라. 소름이 돋았다. 라포엠의 음악도 자연스럽게 즐겨주시길 바란다.”(유채훈) “변화무쌍한 음색을 가진 팀이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LA 공연에선 그룹과 개인 무대로 우리의 장점을 보여드릴 예정이다. 여러 나라 팬들을 만나고 싶다”(정민성)     ▶티켓 문의:(213)368-2611  황지영 기자카멜레온 장르 카멜레온 음색 전공인 성악 크로스오버 그룹

2024.09.18.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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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 서사에 기발한 연출…형식 깨고 장르 섞다

2023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가여운 것들(Poor Things)’은 지난주 거행된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등 11개 부문에 후보 지명을 받았다. 에마 스톤이 예상대로 ‘라라랜드’(2016)에 이어 그녀의 2번째 오스카상을 수상했고, 미술상, 의상상, 분장상 등의 프로덕션 부문을 휩쓸었다.     ‘가여운 것들’은 스코틀랜드 문학의 르네상스를 연 소설가 알라스데어 그레이(Alasdair Gray)가 1992년 발표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무척 방대한 지식과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이 소설은 기이한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더 페이버릿, 2018)를 만나 다시 한번 괴상하고 이상한 영화로 부활한다.   소설에서 작가는 19세기 한 의과대생의 회고록을 빼돌려 재편집, 20세기 빅토리아 시대에 자신의 소설로 재출간하는 전지전능한 작가로 등장한다. 그는 여기서 자신의 창조물과 갈등을 빚는 내용의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괴테의 ‘파우스트’의 등장인물들을 곳곳에서 패러디한다.     원작의 환상적 서사와 란티모스의 기발한 연출이 조화되어 다시 태어난 영화 ‘가여운 것들’의 세계관은 가히 전방위적이다. 란티모스 특유의 기괴함과 불편함이 그대로 살아있고 형식 파괴를 넘나들며 다양한 장르를 혼용한다. 원작의 사회적 메시지를 유려하고 유머스럽게 담아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God이 숨어있는 이름의 Godwin, 아름답다는 뜻을 지닌 이름의 Bella가 있다.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 의대생 맥스 맥캔들스는 외과의사 고드윈 백스터(윌렘 데포) 박사의 조수가 된다. 고드윈의 곁에는 벨라(에마 스톤)라는 이름의 아리따운 여인이 있다. 맥스는 곧 빅토리아라는 이름의 임산부가 남편의 학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다리에서 뛰어내려 자살했고 고드윈 박사가 태어나지 않은 태아의 뇌를 벨라(빅토리아)에게 주입, 되살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죽었다가 부활한 벨라는 서서히 프랑켄슈타인과 같은 존재가 되어간다.     맥스는 벨라와 사랑에 빠진다. 벨라는 성인의 몸에 태아의 뇌를 지니고 어눌한 말투, 어린아이 같은 행동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그녀의 의식에는 그 시대 다른 여성들처럼 성적 억압이 존재하지 않는다.     고드윈 박사는 맥스에게 벨라와 결혼하라고 요청한다. 벨라는 이를 받아들이지만 지능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바깥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날로 커져만 간다. 그녀는 방탕한 변호사 던컨 웨더번(마크 러팔로)과 함께 도망친다. 그녀를 놓아 주기로 결정한 고드윈은 벨라보다 느리게 성숙하는 젊은 여성 펠리시티에게 또 다른 실험을 시작한다.     벨라와 던컨은 리스본을 시작으로 장대한 여정을 떠난다. 벨라의 언어와 지식은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업그레이드되고 그녀의 성적 자유에 많은 남성들이 희생양이 된다. 벨라의 통제가 어려워지자 던컨은 그녀를 유람선에 밀입국시킨다. 벨라는 배에서 마타와 해리를 만나 철학에 입문하고 던컨은 그녀의 성장을 멈추려고 시도하지만 더 이상 그녀를 통제할 수 없다. 그는 술과 도박에 빠진다.   알렉산드리아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목격한 벨라는 정신이 혼미해진다. 그녀는 가난한 사람들을 돕겠다는 선원들에게 던컨의 돈을 맡기지만 곧 그들에게 속았음을 알게 된다. 남은 여행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된 벨라와 던컨은 마르세유에서 내려 파리로 향한다.     파리의 매음굴에서 일하는 벨라. 분노한 던컨은 무너지고 벨라는 그를 버린다. 매음굴에서 그녀는 스위니 부인의 지도를 받고 또 다른 매춘부인 투아네트와 친구가 된다. 벨라는 사회주의에 매료된다. 성차별, 제국주의, 빈부격차, 계급사회, 신의 유무, 여성참정권, 노동권 등의 사회적 이념들을 체득한다.     한편 불치병에 걸린 고드윈은 맥스에게 벨라를 찾아오라고 부탁한다. 맥스는 수용소에 갇혀있는 던컨을 통해 벨라를 찾는 데 성공한다. 고드윈과 화해한 벨라는 맥스와 결혼하여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한다. 그러나 벨라를 되찾으려는 던컨과 빅토리아의 전남편 알피 장군이 나타난다. 그제야 벨라는 자신의 전생 빅토리아에 관하여 알게 된다.   알피는 벨라를 가둔다. 그러나 벨라는 위기를 모면하고 알피를 제압한다. 고드윈 박사는 벨라와 맥스가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숨을 거둔다. 벨라는 고드윈의 작업을 이어가겠다고 결심하고 염소의 뇌를 알피의 머리에 이식한다.     영화 ‘가여운 것들’의 최고 얘기거리는 단연 에마 스톤의 쉬지 않고 변화하는 엄청난 연기력이다.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생명으로부터 종국에는 자신의 엄마가 되어 지식의 쾌락을 흡입하고 마녀가 되어 돌아온 벨라의 분노에 찬 지성을 스톤은 미친듯이 연기해 낸다. 스토리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또렷해지는 그녀의 딕션과 발걸음에 담겨 있는 벨라의 캐릭터에 상상 이상의 몰입을 보이는 그녀의 연기는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충격적이기까지 했던 그녀의 수위 높은 섹스 신은 많은 논란거리를 제공했다.     백지상태에서 세상을 탐구하며 자아를 발견하는 과정에 섹스는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한다. 종종 그 파격적 장면들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벨라의 몽환적 모험의 여정에는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를 연상시키는 형식, 인간의 장기, 뼈, 성기 등을 묘사하는 그로테스크한 장면들이 많다. 그러나 그 표면의 한 꺼풀을 벗겨내면 란티모스 감독의 여성에 대한 통찰과 애정을 보게 된다.  김정 영화평론가 [email protected]장르 형식 고드윈 박사 환상적 서사 외과의사 고드윈

2024.03.2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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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예술 장르 사이의 소통

통섭(統攝)이라는 낱말과 개념에 관심이 모인 적이 있었다. 학문 사이에 완강하게 버티고 있는 벽을 칸막이를 걷어내고 건강하게 소통을 해야 우리의 밝은 미래가 열릴 것이라는 이야기다. 상생(相生)의 진리다.   통섭이라는 낱말을 꺼내서 불을 지핀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과학이나 경제 등 사회 각 분야의 소통과 인문학의 보급이 시급하다고 한다. 최 교수는 통섭이란 낱말을 자기가 찾아낸 줄 알고 스스로 대견해 했는데, 알고 보니 신라시대 원효 스님께서 이미 설파하신 섭리였다고 고백한다. 통섭의 역사가 그렇게 길고 근본적이라는 이야기다.   그 뒤로 우리 사회에서 통섭이 얼마나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상당히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것만으로도 큰 소득이다.   사실, 통섭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분야는 예술계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그 벽은 상당히 완고하고 옹졸했다. 시인이 소설을 발표하면 안 되고, 조각가가 그림으로 개인전을 열면 영역 침범이고, 외교관이 시를 써서 시집을 내면 업무태만이고…. 뭐 그런 식으로 답답했다. 얼마 전 세상 떠난 성악가 박인수 교수는 유행가를 불렀다고 국립오페라단에서 쫓겨나는 웃픈 일을 겪었다. 따지고 보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은 현대사회에 와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분야마다 제 밥그릇 챙기기 싸움에만 몰두하는 바람에 벌어진 것들이다.   긴말 할 것 없이, 다양한 예술 장르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장벽과 칸막이를 하루빨리 걷어내야 한다. 옛날에는 그랬으니, 되살리면 된다. 그렇다고, 갑자기 르네상스시대로 돌아가 팔방미인이 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각 분야가 문을 열고 서로 주고받으면서 돕고 자극을 주고 격려하면 한결 풍성하고 튼실해질 것이라는 말이다. 가령, 문학과 미술, 미술과 음악 사이의 격의 없는 소통 같은 것….   동양의 전통에서는 그림과 문학의 근원은 본디 하나라고 생각했다. 글과 그림의 말뿌리(語源)는 같다는 생각, 시서화일체(詩書畵一體)…. 그러니 서로 통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여겼다. 특히 선비들의 문인화(文人畵)에서 그러했다. 오늘의 현실에도 되살리고 싶은 바람직한 전통이다. 화가가 시를 쓰고, 시인이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지어 부르고….   실제로 그렇게 소통한 좋은 예는 많다. 가령, 김환기 화백의 대표작인 전면점화 첫 작품의 제목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다. 친한 친구인 김광섭 시인의 시 ‘저녁에’의 마지막 구절이다. 또 ‘항아리와 시’라는 작품에는 서정주 시인의 ‘기도 1’ 전문을 써넣기도 했다.   좋은 미술 작품의 바탕에는 시가 있다. 추상미술의 대표적 작가인 잭슨 폴록의 작품 중에도 시적인 제목이 붙어 있는 작품이 뜻밖에 많다. 밤의 소리, 달의 여인이 원을 자르다, 달의 그릇, 비밀의 수호자들, 열 속의 눈, 청색의 무의식, 어떤 과거, 매혹의 숲, 도깨비불의 발광, 바다의 변화, 라벤더 미스트, 가을의 리듬, 거미집에서, 메아리, 검은 흐름, 달의 진동 등등….   노벨문학상을 받은 시인, 소설가인 헤르만 헤세는 훌륭한 화가이기도 했다. ‘데미안’ 등으로 우리와 친숙한 그는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가 하나임을 몸으로 증명해준 고마운 예술가이기도 하다. 그림 그리기를 통해 자신의 문학 세계도 발전했으며 자신의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림 그리기 없이, 나는 지금의 작가가 될 수 없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내가 쓰는 문학도 한 단계 발전되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그림을 그리면서 그림뿐만 아니라 내 마음의 깊이도 깊어짐을, 내가 예술을 보는 안목도 깊어짐을 알 수 있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예술 장르 예술 장르 미술 작품 그림 그리기

2023.04.17. 21:19

[문화산책] 예술 장르 사이의 소통

통섭(統攝)이라는 낱말과 개념에 관심이 모인 적이 있었다. 학문 사이에 완강하게 버티고 있는 벽을 칸막이를 걷어내고 건강하게 소통을 해야 우리의 밝은 미래가 열릴 것이라는 이야기다. 상생(相生)의 진리다.   통섭이라는 낱말을 꺼내서 불을 지핀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과학이나 경제 등 사회 각 분야의 소통과 인문학의 보급이 시급하다고 한다. 최 교수는 통섭이란 낱말을 자기가 찾아낸 줄 알고 스스로 대견해 했는데, 알고 보니 신라시대 원효 스님께서 이미 설파하신 섭리였다고 고백한다. 통섭의 역사가 그렇게 길고 근본적이라는 이야기다.   그 뒤로 우리 사회에서 통섭이 얼마나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상당히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것만으로도 큰 소득이다.   사실, 통섭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분야는 예술계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그 벽은 상당히 완고하고 옹졸했다. 시인이 소설을 발표하면 안 되고, 조각가가 그림으로 개인전을 열면 영역 침범이고, 외교관이 시를 써서 시집을 내면 업무태만이고…. 뭐 그런 식으로 답답했다. 얼마 전 세상 떠난 성악가 박인수 교수는 유행가를 불렀다고 국립오페라단에서 쫓겨나는 웃픈 일을 겪었다. 따지고 보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은 현대사회에 와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분야마다 제 밥그릇 챙기기 싸움에만 몰두하는 바람에 벌어진 것들이다.   긴말 할 것 없이, 다양한 예술 장르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장벽과 칸막이를 하루빨리 걷어내야 한다. 옛날에는 그랬으니, 되살리면 된다. 그렇다고, 갑자기 르네상스시대로 돌아가 팔방미인이 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각 분야가 문을 열고 서로 주고받으면서 돕고 자극을 주고 격려하면 한결 풍성하고 튼실해질 것이라는 말이다. 가령, 문학과 미술, 미술과 음악 사이의 격의 없는 소통 같은 것….   동양의 전통에서는 그림과 문학의 근원은 본디 하나라고 생각했다. 글과 그림의 말뿌리(語源)는 같다는 생각, 시서화일체(詩書畵一體)…. 그러니 서로 통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여겼다. 특히 선비들의 문인화(文人畵)에서 그러했다. 오늘의 현실에도 되살리고 싶은 바람직한 전통이다. 화가가 시를 쓰고, 시인이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지어 부르고….   실제로 그렇게 소통한 좋은 예는 많다. 가령, 김환기 화백의 대표작인 전면점화 첫 작품의 제목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다. 친한 친구인 김광섭 시인의 시 ‘저녁에’의 마지막 구절이다. 또 ‘항아리와 시’라는 작품에는 서정주 시인의 ‘기도 1’ 전문을 써넣기도 했다.   좋은 미술 작품의 바탕에는 시가 있다. 추상미술의 대표적 작가인 잭슨 폴록의 작품 중에도 시적인 제목이 붙어 있는 작품이 뜻밖에 많다. 밤의 소리, 달의 여인이 원을 자르다, 달의 그릇, 비밀의 수호자들, 열 속의 눈, 청색의 무의식, 어떤 과거, 매혹의 숲, 도깨비불의 발광, 바다의 변화, 라벤더 미스트, 가을의 리듬, 거미집에서, 메아리, 검은 흐름, 달의 진동 등등….   노벨문학상을 받은 시인, 소설가인 헤르만 헤세는 훌륭한 화가이기도 했다. ‘데미안’ 등으로 우리와 친숙한 그는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가 하나임을 몸으로 증명해준 고마운 예술가이기도 하다. 그림 그리기를 통해 자신의 문학 세계도 발전했으며 자신의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림 그리기 없이, 나는 지금의 작가가 될 수 없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내가 쓰는 문학도 한 단계 발전되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그림을 그리면서 그림뿐만 아니라 내 마음의 깊이도 깊어짐을, 내가 예술을 보는 안목도 깊어짐을 알 수 있다.”  장소현 / 미술평론가·시인문화산책 예술 장르 예술 장르 미술 작품 그림 그리기

2023.04.13.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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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궁금] 앞으로 보고 싶은 장르의 공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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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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