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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법 이야기] 복수국적 허용 연령

한국 국적법은 원칙적으로 단일국적 주의이다. 외국 국적을 취득하면 한국 국적을 상실하는 것이 원칙이었고, 예외적으로 특별공로자나 해외입양인, 우수 인재에게만 복수국적을 허용했다. 그러나 2011년 개정을 통해 만 65세 이상 고령 은퇴자에게도 복수국적을 허용하는 길이 열리면서 제도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5세라는 기준은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이 많았다.     은퇴 이후에야 국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한 제도는 상징적 의미는 있었으나, 실제로는 한국과의 교류, 경제적 기여, 가족 관계 유지 등에서 혜택이 제한적이었다. 이미 사회적 활동력이 크게 줄어든 나이에 복수국적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제도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었다.   재외동포 사회에서는 이 같은 불편을 오랫동안 호소해 왔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생활하는 많은 동포는 여전히 한국에 가족과 재산을 두고 있으며, 상속이나 자산 관리, 의료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국적 문제로 불편을 겪어왔다. 또한 젊고 활동적인 시기에 복수국적이 허용된다면 모국과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고, 동포들이 쌓아온 경험과 자원이 한국 사회에 기여할 여지도 커질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이유로 동포 사회와 일부 정치권에서는 복수국적 허용 연령을 60세, 55세, 더 나아가 50세 또는 40세까지 낮춰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해서 이어졌다.   이러한 요구 속에서 지난 9월 발의된 국적법 일부 개정 법률안은 복수국적 허용 연령을 만 65세에서 만 50세로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50세는 여전히 사회적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나이이며, 동포들이 모국과의 교류나 기여를 실제로 실현할 수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보다 현실적인 변화라 생각된다.     그러나 이 개정안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경제활동의 정점에 있는 40대 혹은 그 이하 연령대에도 복수국적 허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실제로 이 시기야말로 한국 사회에 기술과 자본, 네트워크를 환원할 수 있는 역량이 가장 크다. 따라서 제도의 실효성을 극대화하려면 연령 기준을 더욱 낮추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물론 한국 사회 내부에서는 복수국적 허용 확대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다수는 여전히 “65세 이상”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응답했으며, 복수국적 확대는 복지 재정 부담이나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일부는 동포들이 복수국적을 통해 혜택만 누리고 의무는 회피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갖고 있다. 이러한 정서적 장벽은 제도의 추가 개정을 어렵게 만드는 현실적 요인이다.   그럼에도 만 50세로의 하향은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 제도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재외동포 사회와 모국 간의 연결고리를 강화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다만 이것이 최종 해답일 수는 없다. 앞으로는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고, 조건과 절차를 정교하게 설계하여 국민적 우려를 해소하면서도 더 낮은 연령대에서 복수국적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국과 재외동포가 진정한 상생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이번 개정안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점으로 작동해야 할 것이다.   ▶문의: (424)218-6562 이진희/K-Law Consulting 한국 변호사한국법 이야기 복수국적 허용 복수국적 허용 복수국적 확대 재외동포 사회

2025.09.30. 23:52

[사설] 동포 공약 0%가 정상인가

대통령 선거가 막을 내렸다. 80%에 육박한 투표율(79.4%)은 1997년 15대 대선 이후 28년 만의 최고치로, 국민적 염원의 무게를 실감케 한다. 이미 재외선거의 열기에서도 확인된 민심이었다. 118개국에서 ‘산 넘고 물 건너’ 투표한 재외국민 유권자 20만 5268명이 보여준 주권의 가치는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이재명 제21대 대통령은 “대통령의 책임은 국민을 통합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지극히 당연한 명제가 당선 일성이 된 현실이야말로 이번 대선의 의미를 되묻게 한다. 분열과 갈등을 넘어 ‘대동 세상’을 열겠다는 그의 포부에 거는 기대가 남다른 이유다.   그러나 정작 새 정부의 청사진에서 750만 재외동포 사회는 또 변방으로 밀려난 듯하다. 이 대통령의 ‘10대 공약집’을 뒤늦게 살펴봤다. 미래의 장밋빛 청사진으로 가득했지만 재외국민, 동포, 한인들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은 사실상 없었다.     20페이지 분량, 총 3428개 단어로 구성된 공약집에서 ‘재외국민’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은 단 한 문장이다. 네 번째 공약인 ‘외교·통상’ 분야의 ‘재외국민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통한 권익과 안전 보호’라는 원론적 언급이 전부였다.   전체 공약의 0.2%에 불과한 이 한 문장이 과연 750만 동포사회의 염원을 담아냈다고 할 수 있을까. 국가가 자국민을 지원,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구체적으로 ‘언제’, ‘무엇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고민은 없다.     물론 이번 대선이 탄핵 정국 아래 치러졌기 때문에 준비가 미흡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나라 밖 한인들에 대한 무관심은 여야를 초월했다. 3개당 다른 후보들의 공약집에서도 ‘재외’, ‘동포’, ‘교포’, ‘한인’ 등의 단어는 하나도 없다. 이는 정책 부실의 수준을 넘어 무시하는 처사다.   재외 유권자 수는 약 200만 명으로, 대구 광역시에 버금가는 규모다. 이번 대선에서 후보들이 대구를 찾아 ‘우리가 남이가’ 목이 쉬어라 외친 열정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국가 지도자가 되겠다는 이들의 공약집에 담긴 재외 유권자 분량이 0% 라니 웬 말인가. 재외동포는 남인가.   후보들의 공약집에 빠지지 않는 단어는 ‘글로벌’이었다. 하지만 정작 대한민국 글로벌화의 첨병 역할을 하는 한인들의 오랜 요청은 약속이나 하듯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정치권이 몰라서가 아니라 의지와 관심 결여의 결과다. 재외 한인들의 숙원은 검색 한번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먼저 이번 대선에서도 드러났듯 비효율적인 재외선거 시스템부터 전면 개선되어야 한다. 먼 투표소까지 여행 계획을 세우듯 오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결할 우편투표 도입이 시급하다.   또 선천적 복수국적의 부작용도 해결 과제다. 한인 2세 남자들은 만 18세가 되는 해 3월까지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으면 만 37세까지 20년간 병역 의무가 부과된다.   포기 절차는 쉽지 않다. 준비 서류는 10가지가 넘는다. 과정도 상식적이지 않다. 애당초 포기할 한국 국적이 없으니 출생신고를 해서 국적을 만든 뒤 포기해야 한다.   꼭 20년 전 개정된 이 국적법은 원정 출산을 막기 위해 제정됐지만 엉뚱하게 한인 2세들이 피해를 입어왔다. 국적 이탈 시기를 놓친 한인 2세들은 한국 비자 발급이 거부되거나 미 정부 기관 취업에 불이익을 당해왔다. 이 법의 시행 전엔 미국 시민권 취득시 한국 국적을 자동으로 상실했다. 이 때문에 한인들은 이 ‘국적자동상실제’ 부활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10년 개정된 65세 이상에 대한 복수국적 허용 연령의 완화도 필요하다. 지난해 법무부는 ‘55세 이하’로 낮추는 것을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나온 대안은 없다.   차세대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장기적인 지원책 마련도 절실하다. 한국어 교육은 물론, 이민사 발굴 및 2세 역사 교육도 그중 하나다. 최근 본지가 ‘이민 선조 묘지 찾기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다.   이 대통령은 10대 공약을 “6월부터 준비하여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준비 과정에서 이제라도 750만 재외동포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재외동포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브랜드 가치를 최일선에서 높이는 소중한 자산이다. 부디 우리의 염원이 이번 정부에서는 더 이상 외면받지 않고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사설 동포 공약 재외국민 동포 재외동포 사회 재외국민 유권자

2025.06.0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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