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 컨설팅] 미국 저작권청 독립 추진 의미는
지난 11월12일, 미국 하원에서 저작권청(USCO)의 지위를 재정비하는 입법부 기관 명확화 법안(H.R.6028)이 발의됐다. 이 법안은 지금까지 의회도서관 산하에 머물던 저작권청을 독립된 행정기관으로 전환하고, 저작권청장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원이 인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직 채택된 법안은 아니지만, 미국이 오랜 기간 유지해 온 특허·상표와 저작권의 분리 구조를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분리형 IP 행정체계를 유지해 왔다. 특허상표청(USPTO)은 상무부 산하의 행정부 기관이고, 저작권청은 의회도서관 산하의 입법부 기관이다. 전문성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었지만,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특허·저작권·데이터가 얽힌 복합 분쟁이 늘자 조정 비용과 정책 불일치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번 개편 논의는 미국이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법안의 향방과는 별개로, 미국이 ‘독립성 강화’ 혹은 ‘향후 통합 가능성’이라는 방향성을 시사했다는 점이 참고할 만하다. 세계 각국의 지식재산 행정모델을 살펴보면, 미국의 고민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지식재산(IP) 행정은 각국의 산업구조와 정책 철학을 반영한다. 중국과 영국은 대표적인 ‘완전 통합형’ 모델을 택했다. 중국은 CNIPA를 중심으로 특허·상표·저작권 집행 기능까지 일원화해 빠른 대응과 강력한 단속 역량을 확보했다. 영국의 UKIPO 역시 특허·상표·디자인·저작권 정책을 하나의 기관에서 총괄함으로써 정책 일관성과 중소기업 지원 데이터 연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한국·일본·미국은 ‘분리형’ 체제를 유지하는 국가들이다. 한국은 특허청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산업재산권·저작권을 분리하여 담당한다. 일본 역시 특허청과 문화성이 각자의 역할을 맡는 구조를 고수한다. 분리형은 분야별 전문성이 강화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술·콘텐츠·데이터가 융합되는 시대에는 부처 간 조정이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또 다른 모델로 유럽연합(EU)의 ‘기능적 통합형’ 모델도 있다. EU는 특허(EPO)와 상표·디자인(EUIPO)이 조직적으로는 분리돼 있지만, 단일 특허법원(UPC)과 EU 단일제도를 통해 사실상 하나의 시장처럼 작동한다. 행정적 통합이 아닌 제도·절차의 통합이라는 방식으로 효율성을 높여왔다. 이처럼 세계는 통합형·분리형·기능적 통합형의 다양한 모델을 유지하고 있으며, 어느 하나의 구조가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통합형은 속도와 일관성을 제공하지만 전문성의 폭이 줄어들 수 있고, 분리형은 전문성이 높지만 정책 조정이 어렵다. 기능적 통합형은 유연하지만 구조적 복잡성이 존재한다. 한국은 어디쯤 있을까? 우리 나라는 2025년 10월 지식재산처가 출범하며 IP 정책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저작권의 이관 문제는 여전히 논의 단계에 있지만, 산업 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해외 IP 분쟁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IP 행정의 조정·연계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이번 법안은 통합 자체를 권고하는 신호 라기보다, AI 시대 IP 행정체계의 재점검이 불가피해졌다는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서 의미가 있다. 결국 질문은 이렇게 남는다. 한국의 산업·행정·법체계 속에서, 어떤 IP 모델이 가장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가? 통합형과 분리형 사이의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우리에게 맞는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미국의 저작권청 개편안은 그저 하나의 법안일 뿐이지만, 우리가 우리의 길을 설계할 때 참고해 볼 만한 신호임은 분명하다. 지은정 / 미국 특허변호사·KOIPA LA IP CENTER 센터장지식재산 컨설팅 미국 저작권청 기능적 통합형 지식재산 행정모델 완전 통합형
2025.12.16.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