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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전기차, 무엇이 문제인가

전기차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묘한 불편함이 남는다. 기후 위기, 미래 산업, 기술 진보라는 이름 아래 전기차 보급 정책은 거의 도덕적 명령처럼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이 흐름에 의문을 던지면 시대를 거스르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정책이란 실행하며 여러 질문 위에서 건강해질 수 있다. 전기차 정책 역시 이제는 물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과연 이 정책은 무엇이 문제인가.   전기차 산업의 성공 사례로 언급되는 기업은 단연 테슬라다. 테슬라는 혁신의 상징이 되었고,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을 뒤흔든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시가총액, 브랜드 영향력만 놓고 보면 이미 ‘승자’의 자리에 올라섰다. 그러나 이 성공을 시장 경쟁의 결과로만 설명하기에는 중요한 요소가 빠져 있다. 바로 국가 정책이다.   테슬라의 성장 과정에는 각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충전 인프라 투자,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가 깊이 얽혀 있다. 전기차 보조금은 구매 장벽을 낮췄고, 충전 인프라는 민간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초기 비용을 사회가 대신 떠안는 구조였다. 특히 탄소배출권 제도는 테슬라에게 막대한 수익원을 제공했다. 차량 판매 외에도 배출권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테슬라는 기술 기업이자 동시에 정책의 수혜자였다.   테슬라의 성공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특정 기업이 아니라 정책의 구조다. 산업 정책은 언제나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다만 그 영향이 누구에게 이익이 되고, 그 비용이 누구에게 전가되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전기차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될수록 전력 수요는 증가한다. 충전소 설치, 송배전망 확충, 변압기 교체, 전력 공급 안정화를 위한 설비 투자도 필요하다. 이 비용은 어디에서 나올까. 대부분 전기요금이나 세금의 형태로 사회 전체가 부담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전기차를 소유하지 않은 사람들 역시 이 비용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이다. 전기차를 타지 않는 시민도 전기요금 인상, 기본요금 조정, 공공 재정 투입을 통해 간접적으로 비용을 분담하게 된다. 전기차 충전소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의 전기요금 고지서에도, 전기차 보급 정책의 흔적은 남는다. 정책의 혜택과 비용이 일치하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보조금 정책도 문제를 안고 있었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현실적으로 차량 구매 능력이 되는 소득 수준을 전제로 한다. 이로 인해 보조금 혜택은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계층에 집중됐다. 결과적으로 공공 재원은 전기차 구매 능력이 있는 소비자와 대규모 제조사, 글로벌 기업에 더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구조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친환경’ 정책이라는 이유만으로 비용 배분의 형평성 문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그러나 환경 정책일수록 더욱 정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의로 시작한 정책이 사회적 불균형을 확대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점점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왔다. 전기요금 인상, 전력망 투자 비용, 세제혜택 등 전기차 특혜는 이미 정치적·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다. 특히 전기차 전환 속도가 빠를수록, 전력 인프라에 대한 부담 역시 빠르게 커진다. 전기차 정책은 더 이상 자동차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 생활비 문제로 연결되고 있다.   물론 전기차 정책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기후 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방식이다. 전기차 보급 속도를 높이려면 전기 요금 체계, 인프라 투자 방식, 그리고 비용 분담 구조까지 함께 설계되야 한다.   정책은 언제나 선택의 결과다. 누군가는 혜택을 받고, 누군가는 비용을 부담한다. 중요한 것은 그 사실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것이다. 전기차 정책 역시 이제는 성과를 자랑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그 혜택과 부담이 사회 안에서 어떻게 분배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전기차가 진정 모두를 위한 선택이 되기 위해서는, 그 질문을 피하지 않는 정책이 필요하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열린 광장 전기차 문제 전기차 정책 전기차 보조금 전기차 산업

2026.02.04.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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