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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타운 차없는 거리의 불편한 진실

헤더 허트(10지구) LA시의원이 지난 17일 대표 발의한 ‘LA 한인타운 보행자 전용 거리 조성 시범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안건의 핵심은 주말마다 6가 선상(노먼디~카탈리나 구간)의 차량 통행을 막고, 보행자 전용 구간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신선하다. 그러나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정책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한인타운은 LA 중심부에 위치해 정체 구간이 많은 지역이다. 또 주차 공간은 만성적으로 부족하다. 이에 주민과 방문객은 길거리 주차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K-문화를 체험하려는 인구 유입까지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인타운을 관통하는 주요 도로를 폐쇄한다는 것은 교통 혼잡을 더 키우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더구나 이번 시범안은 장기적으로 ‘영구화’까지 검토되고 있다.   정책 추진 과정은 더욱 문제다. 영향 평가 보고서도, 비용 추산도 없다. 허트 의원이 내세운 유일한 논거는 ‘주민 다수가 원한다’는 불분명한 설문조사다. 응답자 77.8%가 찬성했다는 숫자 외에는 정작 표본 규모, 조사 대상, 방법론은 공개되지 않았다. 특정 의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맞춤형 여론’이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이런 근거가 과연 수만 명의 주민 삶에 직결될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가.     물론 주민들이 정말 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요구가 실제 시행될 경우 사회, 경제, 환경 등 여러 방면에서 득과 실을 냉정히 따져봐야 하는 것이 시의원이 할 일이다. 만약 이득이 크다면 당연히 추진되어야 하지만 피해가 더 클 경우 시행하기 어려운 이유를 공개하고 주민들을 오히려 설득해야 한다. 허트 의원은 가장 기본적인 지역구와의 ‘소통’을 간과하고 있다.   더 큰 모순은 따로 있다. 정작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여가 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서울국제공원 확장안은 지난해 9월 발의된 이후 1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녹지와 여가 공간 부족은 한인타운의 오래된 문제다. 공원을 확장하면 주민들에게 삶의 여유를 제공하는 동시에 환경 개선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본질적 대책은 외면한 채, 비용조차 산정되지 않은 도로 폐쇄안을 우선 통과시킨 것이다. 시민에게 필요한 건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니라 실질적 대책이다.   LA시의회의 보여주기식 정치는 이뿐만이 아니다. 하이랜드파크 레크리에이션 센터 내 낡은 수영장을 ‘새미 리 박사 수영장’으로 명명하려는 움직임도 같은 맥락이다. 아시아계 최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이름을 기리는 취지 자체는 뜻깊다.     그러나 문제는 당면한 현실이다. 해당 수영장은 이미 시설 노후로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케빈 드레온 전 시의원이 재임 당시 통과시킨 해당 수영장 개보수 안건은 예산조차 없는 껍데기였다. LA시 내 노후 수영장 개보수 평균 비용은 3000만 달러. 그런데 현재 LA시는 10억 달러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영장 개보수가 과연 시민을 위한 최우선 과제인가. 결국 위대한 체육인의 이름은 시민 편의와는 무관하게 정치인의 상징 소비에 이용되고 있다.   시의회가 현재 연방 정치판의 혼란 상황에 가려져 언론의 집중 조명을 덜 받는다는 이유로 의정 활동을 대충해서 되겠는가. LA시의원들은 시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세금과 정책을 다루는 사람들이다. ‘명분용 이벤트’가 아니라, 실질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교통 혼잡을 가중하는 도로 폐쇄, 예산 없는 수영장 개보수 같은 보여주기식 정치는 시민에게 희망이 아니라 좌절만 안겨준다. LA시의원들은 묻고 또 물어야 한다. “이 정책이 정말 시민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정치인을 위한 장식품인가.” 김경준 /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타운 거리 la 한인타운 길거리 주차 전용 거리

2025.09.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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