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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개그맨 전유성의 웃음과 시 사랑

날이 갈수록 세상이 각박하고 살벌해지니 개그맨 전유성 같은 이가 한층 더 그리워진다. 후배 희극인들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그의 별세를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며 애도한 것도 그런 까닭일 것이다. 삶이 팍팍할수록 건강한 웃음이 주는 따스한 위로가 간절한 법이다.   전유성은 웃음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평생 노력한, 유머와 지혜와 따스한 마음씨의 장인이었다. 웃음에는 삶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건강과 행복을 키워주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힘이 있다는 걸 믿었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유머를 잃지 않았다.   특히, 그의 시(詩)사랑은 주목할만하다. 개그맨 전유성은 책을 많이 읽고, 직접 여러 권의 책을 쓰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시를 좋아해서, 후배들에게도 시집을 많이 읽으라고 권했다고 전한다.   한 후배가 지금 외우고 있는 문장이나 시가 있느냐고 짓궂게 묻자, 전유성은 복효근 시인의 시 〈무덤〉을 소개한다.   ‘더 이상/ 덤이 없는 곳// 그러니까/ 이 세상은 덤이라는 뜻’   짧지만 깊은 울림을 가진 시다. 이어서 안도현의 시 한 구절을 읊었다. “매미 우는 소리가 달라졌다. 짝이 생겼나 보다.”   또, “나는 시골에 살아서 행복하다. 왜냐하면, 시골이란 ‘시의 골짜기’이기 때문이다”라는 말도 했다. 시골의 아름다운 자연을 시로 읽은 것이다. 참 재치있고 뜻깊은 말이다. 시에서 웃음을 찾는 날카로운 눈길….   시와 웃음을 연결시켜 생각하는 시각은 참 신선하다. 전유성은 시인들이 세상을 보는 개성적 시각과 관점을 소중하게 여기며, 배우고 싶어서 시를 많이 읽는다고 말한다. “생각을 바꾸자”는 그의 철학과 시 정신이 서로 통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실제로 보통사람들과는 다른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보면 거기서 웃음도 나오고, 시도 나온다. 가령, 자살하려고 하는 사람에게 “너무 높은 데서 떨어지지 마세요. 그럼 아프잖아요”라고 말하는 식이다. 자살하려던 사람이 그 말을 듣고는 어이가 없고 우습기도 해서 죽지 않을 것 같다.   세상을 어루만져주는 건강한 웃음은 그저 단순한 재미에 그치지 않고,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건강한 웃음은 인문학적 소양의 바탕에서 나오는 것이다.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 알아야 제대로 웃길 수 있다. 그래야 재미와 의미를 아우를 수 있다. 이것이 그저 우스갯소리와 예술을 구분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희극의 천재 찰리 채플린이 아주 훌륭한 예다.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스〉 〈위대한 독재자〉 〈골드러쉬〉 같은 작품에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웃음과 함께 깊고 묵직한 사회풍자가 번뜩인다.     정신없이 웃다 보면 눈물이 나는 장면도 많고, 시처럼 아름다운 표현도 많다. 과연 ‘웃음의 시인’답다. 아마도 전유성이 닮고 싶어 한 것도 이런 경지였을 것이다. 재미와 의미가 한 몸인 작품….   채플린은 말했다. “웃음없는 하루는 낭비한 하루”라고.   사실, 개그맨 전유성은 무대나 화면에서 빛을 발한 희극인은 아니다. 그 흔한 유행어 하나 없이, 변두리의 어눌한 단역으로만 50여 년을 활동했다. 그럼에도 후배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그는 끊임없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몸소 솔선수범하고, 후배나 제자를 길러낸 인물로 기억된다.   전유성이 남긴 교훈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고정관념의 틀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시인처럼 나만의 눈으로 세상을 새롭게 보라는 권유다.     “고정관념을 깨는 건 별거 아니다. 지금까지 해보고 싶은데 못 한 것들을 과감하게 시도하는 게 고정관념을 깨는 거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다. “묘비에 어떤 문구를 남기고 싶으시냐?”는 질문에 전유성의 대답은….   “웃지 마, 너도 곧 와.”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개그맨 전유성 개그맨 전유성 사실 개그맨 후배 희극인들

2025.10.16.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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