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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볼 1등 당첨이 어려워진 이유는…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프랑스-인디언 전쟁(French and Indian War, 1754년 ~ 1763년)에서 승리한 영국은 과다한 전쟁 비용으로 인한 재정난이라는 원치 않는 선물을 받게 된다. 전쟁을 탐탁치 않게 생각했던 영국 시민들에게 재정난을 해소할 수 있는 세금을 더 걷을 수는 없기에, 영국 정부는 식민지인 미국에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1764년 설탕, 커피, 포도주에 가벼운 관세를 부과하는 〈설탕법〉, 1765년 신문, 인쇄물, 공문서 등에 인지를 붙이도록 하는 직접세인 〈인지법〉, 1767년 종이, 유리, 잉크, 차(TEA) 등에 관세를 부과하는 〈타운센드법〉을 제정하였다. 세금을 내본 적이 별로 없던 미국인들은 격렬하게 저항하여 1770년 유혈 충돌로 이어진 보스턴 학살 사건이 벌어지게 되고, 영국 의회는 차에 대한 세금을 제외하고 〈타운센드법〉을 폐지하였다. 그러나 1773년 12월 16일 일명 ‘자유의 아들들'은 원주민 분장을 하고, 보스턴 항구에 정박 중이던 동인도 회사의 차 상자를 바다에 버리는 보스턴 차 사건을 일으키게 된다.    결국 영국은 미국인들에게 강압적인 통치를 하게 됐고, 그 결과로 식민지 대표들은 영국과의 전쟁, 즉 독립전쟁을 일으켰다. 독립 전쟁이 일어난 여러 배경이 있었겠지만, 세금이 큰 원인 중 하나일 정도로 역사적으로 미국인들은 세금을 피하고 싶어한다. 건국의 아버지 중에 하나이자 $100지폐의 주인공인 벤자민 프랭클린도 “이 세상에서는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다. 죽음과 세금을 제외하면(In this world, nothing can be said to be certain except death and taxes.)” 라고 얘기할 정도이다.    캘리포니아에서 오렌지즙 짜기 대회를 했는데 1등이 국세청 직원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미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연방 정부 기관이 IRS(Internal Revenue Service, 국세청) 라고 한다. 물론 어떤 나라든 세금을 징수하는 기관을 좋아하진 않겠지만, 미국인들은 IRS를 더 싫어하고 더 두려워한다. 악명 높은 마피아 두목 알카포네를 알카트라즈 감옥에 집어넣은 것도 탈세일 정도로 IRS 범죄 수사국(Criminal Investigation Division, IRS-CID)은 어떤 국가 기관보다 권위가 있고 힘이 센 기관이다. 그래서 미국 정부는 어떻게 하면 저항을 최소화하며 국가 재정을 확보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늘 할 수밖에 없다.    세수(稅收)를 확보하는 어떤 것보다 효과적이며 조세 저항이 없는 최고의 수단은 복권이다. 1612년 제임스타운 건설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버지니아 복권을 발행한 것이 최초이다. 영국은 미국 식민지 개발 비용을 복권 수익으로 대체하였고, 심지어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등 아이비리그 대학들도 복권 수익금으로 세웠다. 프랑스-인디언 전쟁, 독립 전쟁 등의 자금들도 복권을 통해 마련했으니, 미국의 역사와 복권의 역사는 궤를 같이 한다고 해도 될 정도이다.   많은 복권들 중에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정해진 개수의 숫자들 중에 몇 개의 숫자를 맞히면 당첨되는 복권의 일종인 로또(LOTTO)로, 그 중에도 파워볼(POWER BALL)과 메가밀리언(MEGA MILLIONS)이다. 각각 1992년, 1996년에 추첨을 시작했다. 두 복권 모두 맞춘 사람이 나올 때까지 계속 당첨금을 이월하는 시스템이라 천문학적 잭팟이 가능한 구조이다.    로또 복권의 매출이 부진하자, 메가밀리언은 2013년에, 파워볼은 2015년에 묘수를 꺼내 들었다.  전체 당첨확률을 높이면서 잭팟 당첨 확률은 낮추는, 즉 당첨금 4달러, 10달러짜리 같은 하위 등수 당첨은 쉽게 하고, 대신 1등 당첨은 어렵게 만드는 묘수이다. 파워볼 1등 당첨 확률은 1억 7천5백만분의 1에서 2억 9천2백만분의 1로 확 줄어들었다. 1등 당첨자가 계속 나오지 않으면서 누적 금액이 이월, 이월, 또 이월됐고, 파워볼 광풍은 복권 관련 각종 기록을 죄다 갈아치웠다. 메가밀리언도 당첨 확률 조정 이후 1등 당첨자가 상당기간 나오지 않으면서 누적 금액이 폭발했고, 급격한 복권 매출 신장으로 이어졌다.    복권판매가 늘면 조세수입도 증가하기에 복권 업체도, 정부도 같이 웃고 있다. 복권 추첨은 2분 정도 걸리는데, 메가밀리언은 매주 화·금요일 밤 11시(동부 시간 기준)에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추첨을 하고, 파워볼은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그리고 토요일 밤 10시 59분에 복권 사업 본부가 있는 곳, 플로리다주의 탤러해시에서 추첨을 한다.    ‘오래된 땅’이라는 뜻의 탤러해시(Tallahassee). 플로리다가 미국에 편입할 때 2개의 주도가 있었다. 동쪽에 세인트오거스틴(St. Augustine)과 서쪽에 펜서콜라(Pensacola). 1824년 두 지역의 중간 지점인 탤러해시가 지리적 여건을 감안하여 플로리다의 주도가 되었다.    20만명(2024년 기준)이 약간 넘는 이 곳은 플로리다 주립대학교(Florida State University), 플로리다 A&M 대학교(Florida A&M University), 탤러해시 주립 대학(Tallahassee State College)이 있는 학생 인구만 70,000 명이 넘는 대학 도시이다. 또한 플로리다 주 의사당, 플로리다 대법원, 플로리다 주지사 관저, 그리고 거의 30개의 주 정부 기관 본부가 있는 공공 도시이기도 하다.    남북 전쟁 때 남부 주도 중 유일하게 불타지 않은 탤러해시는 플로리다 역사의 자취가 있는 고아(高雅)한 옛 저택들과 1974년 도시 계획으로 만들어진 현대적 건축물이 조화를 이뤄 경관이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다. 게다가 구청사에 위치한 플로리다 역사 박물관(Florida Historic Capitol Museum), 야생 동물을 체험할 수 있는 탤러해시 박물관(Tallahassee Museum), 클래식 자동차와 배트맨 차가 있는 탤러해시 자동차 박물관(Tallahassee Automobile Museum), 노예 제도와 옛 농장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굿우드 박물관(Goodwood Museum & Gardens) 등, 즐길 수 있는 많은 박물관들이 있으니 한번쯤 찾아갈 만한 곳이다.    무엇보다 이 도시에 위치한 복권사업본부 지하에 설치된 스튜디오에서 매주 세 번 파워볼을 추첨하니, 새로운 약속의 땅 탤러해시의 기운을 느껴보기를 바란다.    푸른투어는 미국 남부 대륙 횡단 투어 일정 중 탤러해시를 방문하니, 관심이 있는 분들은 푸른투어에 문의해보시면 된다.미국 파워볼 버지니아 복권 전쟁 비용 인디언 전쟁

2025.09.05.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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