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회전율, 30년 만의 최저 수준
직장 이동이나 가족 변화, 은퇴 등 생활상의 이유로 매매하는 주택 수가 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부동산 분석업체 레드핀의 최신 분석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체 주택 중 투자용이 아닌 실수요에 의한 거래 비율은 1000채당 약 28채로 199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주택 회전율을 기록했다. 이 지표는 일정 기간 실수요로 거래된 주택 수를 매매 가능한 전체 기존 주택 수와 비교한 수치로 주택 소유자들이 같은 집에 얼마나 오래 거주하는지를 단순 거래량보다 더 정확하게 보여준다. 레드핀의 대릴 페어웨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사람들이 집을 옮기지 않는 것은 경제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신호"라며 "이는 주택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체된 노동시장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9개월간 주택 회전율은 2012~2022년 같은 기간의 평균 대비 약 30% 낮은 수준이다. 전통적으로는 새로운 일자리나 결혼과 출산에 따른 공간 확대 등으로 주택을 사고파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 이런 경제적, 사회적 동기가 줄었다는 분석이다. 페어웨더 이코노미스트는 "사람들이 집을 옮기지 않는다는 것은 곧 일자리 이동성도 낮아졌다는 뜻"이라며 "현재 노동시장은 낮은 채용과 해고로 정체돼 있고 주택시장도 이와 흐름을 같이한다"고 설명했다. 연방 노동부에 따르면 8월 신규 고용은 2만2000건으로 7월의 7만9000건에서 급감했고 시장 예상치 8만 건에 크게 못 미쳤다. 연방 정부의 셧다운 여파로 9월 공식 고용 통계는 발표되지 않았으나 급여관리업체 ADP의 조사에서는 민간 부문 일자리가 3만2000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와 GM, 아마존, 타깃 등 대형 기업들의 감원 발표가 이어지면서 경기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용 둔화가 주택 거래 위축을 심화하는 악순환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주택 회전율 하락의 또 다른 주요 원인은 팬데믹 시기 기록적인 저금리로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하거나 재융자한 주택 소유자들이다. 이들은 현재의 높은 모기지 금리를 감당하며 새 집을 사는 것이 비경제적이기 때문에 이사 대신 버티기를 택하고 있다. 주택시장은 2022년부터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서 팬데믹 초기의 주택 매입 열풍은 급격히 식었다. 기존 주택 판매량은 지난해 거의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올해도 거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최근 금리가 완화되면서 지난달 거래 속도는 2월 이후 가장 빠른 수준으로 소폭 반등했다.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이번 주 1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집을 구매하기에 너무 높은 수준이다. 회계법인 KPMG 분석에 따르면, 현재 주택 소유주의 약 70%는 모기지 금리가 5% 이하다. 이들 중 급한 이유가 없는 셀러는 판매 가격을 지키면서 관망 상태에 머물러 있다. 매물을 내놨다가 거둬들이는 디리스팅이 급증하는 이유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전국의 디리스팅 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52% 증가했다. 특히 8월에는 증가율이 72%에 달하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주택시장은 여름철에 가장 활발하고 겨울로 갈수록 매물이 줄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가을철 디리스팅이 폭증했다. 8월 기준 새 매물 100건당 철회된 매물은 28건으로 지난 해의 16건과 비교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9월에는 매물 철회율이 증가율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안유회 객원기자회전율 주택 주택 회전율 주택 소유자들 전체 주택
2025.11.12.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