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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돌아온 남편

 눈을 떠보니 3시 5분이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연한 불빛이 조용히 자고 있는 남편을 은은하게 비쳐준다.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갔던 남편이 옆에 누워 있는 게 꿈만 같다.     9월 중순부터 감기처럼 잔기침을 하고 기운이 없어하던 남편의 병이 점점 악화돼 갔다. 어느 날 직장에서 돌아온 아들이 숨쉬기조차 힘들어 하는 아버지를 보고는 급히 911에 연락을 했다.     구급차가 도착했고 실려가는 남편을 나가 보지도 못하고 창문에 기대어 바라보았다. 갑자기 얼마 전 동생이 했던 “언니, 요즘 80이 넘으신 분들은 구급차 타고 병원에 가면 다시는 못 나온다”는 말이 떠올랐다.     급히 가느라 안경도 전화기도 없이 떠난 남편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격리됐다. 따라 갔던 아들은 아버지 모습을 유리창 너머로만 보고 왔다고 한다. 가슴이 미어져 왔다.     한 사람만 면회할 수 있다는 말에 다음날 아침 병원 가는 딸에게 전화, 안경, 수첩과 간단한 편지를 써서 보냈다.     남편 없는 방은 너무 조용하고 적막하다. 늘 둘이 함께보던 TV도 못 보았고 책도 손에 안 잡힌다.     전화를 건네 받은 남편이 잠을 못 잤을 것 같은 나를 위해 “나 잘 있으니 걱정 말라”고 한다. 눈물이 날 것 같아 억지로 명랑한 척 “나도 잘 잤으니 걱정 마시라”고 했다.     그 귀중한 통화시간에 서로 잘 잤느냐는 말만 했다. 아마도 그 말 가운데 서로의 마음이 다 들어 있었던 건 아닐까.     며칠 전 ‘하루 하루가 작별의 나날’(알랭 레몽)을 읽었다. 다시 돌아와 준 남편이 너무 고마워 가슴 저며오는 느낌으로 읽었다. 언젠가 모든 것과 작별할 때가 올 때까지 하루 하루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야겠다.     가을이 오는 것을 환영도 못했는데 이 가을이 그냥 이렇게 가버렸다. 정현숙 / LA독자 마당 남편 안경도 전화 전화 안경 아버지 모습

2021.12.05.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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