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아시안 학부모들의 관심을 끄는 교육 기사가 하나 실렸다. 워싱턴주에서 공립 초·중·고 정규 교육과정에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계 역사를 체계적으로 가르치자는 법안이 발의됐다는 소식이다. 얼핏 보면 특정 집단의 역사 교육을 보완하자는 정책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이 던지는 질문은 훨씬 근본적이다. “아이들이 자기 뿌리를 모른 채 교육을 받아도 되는가”라는 질문이다. 그동안 많은 아시아계 학생들은 교실 안에서 성실한 학생으로 평가받아 왔다. 시험 성적도 나쁘지 않고 규칙도 잘 지킨다. 그러나 수업 내용 속에서 자신과 연결되는 이야기를 발견하지 못한 채 성장해 왔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한 가지 메시지를 배운다. ‘나는 잘 해내야 인정받는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워싱턴주의 이번 법안은 이러한 구조 자체를 되묻는다. 성취 이전에 아이가 자기 자리를 느끼고 있는지가 교육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문제 제기다. ▶왜 학교가 정체성을 가르치려 하는가 공교육은 오랫동안 성취를 중심으로 작동해 왔다. 시험 점수, 진급, 대학 진학이 교육의 기준이었고 아이들은 그 기준에 맞추는 법을 배웠다. 그러나 세계가 빠르게 연결되고 한 교실 안에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가진 아이들이 함께 앉는 시대가 되면서 교육의 질문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을 넘어 아이가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하고 정체성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돕는 장이 되고 있다. 워싱턴주의 이번 법안은 이 변화의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아시아계 역사를 가르치자는 정책은 특정 집단을 위한 배려 정책이 아니다. 학생 모두에게 “너의 이야기도 이 사회의 이야기”라는 메시지를 주는 교육이다. 자신과 연결된 역사와 문화를 접한 아이들은 교실을 남의 공간이 아니라 ‘내 자리’로 인식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자부심의 문제가 아니다. 수업 참여도, 질문의 질, 토론 태도, 나아가 학습 지속성까지 바꾸는 힘이다.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 보면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는 아이는 틀릴까 봐 질문을 숨기지 않는다. 반대로 정체성이 지워진 아이는 정답은 맞히려 하지만 생각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이 차이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의 결과다. ▶글로벌 인재에게 스펙보다 필요한 것 이 지점에서 ‘글로벌 인재’라는 말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많은 부모가 글로벌 인재를 영어를 잘하고 해외 경험이 많으며 국제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로 떠올린다. 물론 이러한 요소들은 중요하다. 그러나 세계 무대에서 실제로 요구되는 역량은 조금 다르다. 국제 회의, 대학 세미나, 글로벌 기업 현장에서 가장 자주 던져지는 질문은 성적이나 스펙이 아니다. “너는 어떤 배경을 가지고 이 문제를 바라보는가”다. 정체성이 없는 아이는 새로운 환경에서 쉽게 흔들린다. 질문을 받을 때마다 주변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 하고 그 과정에서 자기 생각을 잃는다. 반대로 정체성이 있는 아이는 언어가 완벽하지 않아도 자기 관점을 설명한다. 자신의 경험과 가치에서 출발해 의견을 말한다. 이 차이가 글로벌 환경에서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이다. 글로벌 인재란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디에 가든 자기 언어로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다. ▶부모와 커뮤니티가 지금 해야 할 일 필자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화랑청소년재단을 이끌며 정체성 교육을 핵심 가치로 삼아 왔다. 최근 그 활동의 일환으로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현지 한국학교를 찾았고 교장과의 대화에서도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해외에서 자라는 한국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지켜줘야 할 것은 성취 이전에 정체성이다. 아이들은 이미 글로벌 환경에 노출돼 있지만 자기 뿌리와 이야기를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는 오히려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 공백은 시간이 지날수록 정체성 혼란으로 이어진다. 정체성 교육은 과거를 붙잡는 교육이 아니다. 오히려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이다. 자신의 배경과 가치를 이해한 아이만이 타인의 차이를 존중하고 협업하며 책임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이는 글로벌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부모와 커뮤니티가 할 일은 거창하지 않다. “너를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너는 어떤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싶니?” 이 질문을 던지고 아이의 대답을 기다려 주는 것이다. 그 질문에 답을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정체성 교육이다. 정체성은 시험에는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의 태도와 선택, 그리고 인생의 방향에는 오래 남는다. 세계로 나갈수록 아이에게 가장 강력한 자산은 스펙이 아니라 뿌리, 곧 정체성이다. ▶문의:(323) 938-0300 www.GLS.school 새라 박 교장 / 글로벌리더십 중·고등학교글로벌 정체성 글로벌 인재 정규 교육과정 역사 교육
2026.01.25. 18:00
10대들의 재정에 대한 황당한 질문이 소셜미디어에서 공개되면서 재정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70만여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 칩 레이턴은 10대 자녀와 부모의 대화 중 재미있는 부분을 모아서 공유하는 것으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재정지식이 전무한 10대 자녀의 질문은 열광적 반응을 끌어냈다. 많은 팔로워에게 웃음을 선물했던 질문은 ▶401(k)는 몇 마일이에요 ▶안과 의사한테도 팁을 줘야 하나요 ▶현금자동인출입금기(ATM)는 언제까지 영업해요 ▶지금 제 순재산(net worth)은 얼마에요 ▶우리 집 신탁 자금(trust fund)에는 얼마나 있어요 등이다. 이런 대화들을 모아서 '정오는 몇 시에요'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한 레이턴은 어릴 때부터 재정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녀가 황당한 질문을 하면 면박을 주지 말고 교육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른 나이에 쌓은 재정지식은 평생을 간다며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10대 때 재정교육을 받은 소비자의 개인 재산이 그렇지 않은 소비자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몬태나 주립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조기에 재정교육을 받은 학생은 대학에 진학할 때 낮은 이자율의 대출이나 그랜트를 이용하는 비율이 높았다. 이에 반해 재정교육이 안 된 학생은 크레딧 카드 대출과 같은 고이율의 금융 상품을 통해 대학교 학비를 충당하는 비율이 높았다. 학자금 대출 상환이 10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재정교육이 소비자에게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정교육의 중요성은 높지만, 정규 교육과정을 통해 재정에 대해 배울 기회가 많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재정교육 확대를 위한 비영리단체(NGPF)는 50개 주 중 절반 가량인 26개 주에서만 의무 개인 재정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가주도 최근까지 개인 재정교육은 의무가 아니었지만 지난 6월 27일 의무화 법이 통과됐다. 법에 따르면 2027년에 고등학교 과정을 시작하는 가주 내 모든 고등학생은 졸업 전에 반드시 재정수업을 들어야 한다. 조원희 기자안과의사 황당 재정교육 확대 정규 교육과정 학자금 대출
2024.11.28.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