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수첩] 인천, F1 시험대에 오를 준비 됐나
지난 22일 막을 내린 ‘2025 포뮬러 원(F1) 라스베이거스 그랑프리’는 단순한 모터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다. 정규 레이스는 90분, 프랙티스와 퀄리파잉까지 모두 합쳐도 실제 서킷에서 차가 움직이는 시간은 5시간 남짓이다. 이 짧은 시간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3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라스베이거스를 찾는다. 라스베이거스 그랑프리 측에 따르면 지난 대회의 경우 F1 관람객 1인당 평균 지출액은 약 2400달러다. 이들은 경기만 보고 떠나는 손님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체험하고 소비하는 ‘체류형 방문객’이다. 라스베이거스의 주요 호텔들도 그랑프리 기간 골프·근교 투어 등 맞춤형 패키지를 내놓으며 관광객 소비를 더욱 확장하고 있다. 그랑프리를 위한 재원 조달 방식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라스베이거스 그랑프리는 ‘혈세 논란’을 피하기 위해 민간 중심 구조를 택했다. 6억 달러 규모의 패독 클럽 건립은 F1 모회사 리버티 미디어가 맡았고, 연간 대회 운영비는 스폰서와 파트너사가 부담한다. 관광객이 내는 호텔세 역시 운영비로 활용된다. 라스베이거스 주민의 세금이 직접 투입되지 않는 셈이다. 현재 F1 유치를 검토 중인 인천광역시가 참고해야 할 지점은 여기에 있다. 지난 2010~2013년 전남 영암에서 개최된 코리아 그랑프리는 별도의 법까지 제정하며 한국 정부가 약 6100만 달러 예산을 투입했지만, 4년 만에 중단되며 ‘혈세 낭비’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인천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명확한 재원 조달 계획이 필요하다. 도시 인프라 역시 재점검이 요구된다. 인천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정상급 국제회의 개최 경험을 강조하지만, F1은 현장에서 100~200명이 상주하는 11개 팀과 수십만 명의 팬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복합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다. 교통.숙박·안내 시스템은 물론 시민의 환대 태도까지 도시 역량 전반이 시험대에 오른다. 실제로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대회 기간 스트립 거리 곳곳에 주민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와 안내 요원이 배치돼 관광객 동선을 적극 안내한다. 라스베이거스 그랑프리는 온 도시가 F1 스포츠 축제의 무대가 되는 셈이다. 결국 F1은 경기 유치를 넘어 시민과 도시가 함께 만드는 ‘환대 산업’이다. 인천이 F1을 원한다면, 먼저 “우리는 손님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답해야 한다. 사회부 김경준 기자취재수첩 레이스 라스베이거스 그랑프리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정규 레이스
2025.11.26. 1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