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앨버타주 카너너스키스(Kananaskis)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주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회담은 중동 지역의 새로운 분쟁이라는 국제 정세 속에서 열렸지만, 주요 의제와 회담 운영 모두 무난하게 마무리되며 외교적 리더십이 주목을 받았다. 펜 오슬러 햄슨 카를턴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카니 총리가 복잡한 외교 지형을 유연하게 관리했다고 평가하며, “그는 중동 성명 작성에서 특히 노련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회담 기간 중 발표된 G7 공동성명에는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하고, 이란의 핵무장 가능성을 부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정상회담은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라는 긴박한 국제정세 속에서 진행됐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이유로 하루 일찍 회담장을 떠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7의 주요 의제였던 세계 안보 문제는 트럼프의 조기 이탈 이후에도 계속 논의됐다. 카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을 포함해 여러 정상들과 별도 회담을 가졌으며, 회담 후 미국과의 새로운 경제•안보 관계 구축을 7월 중 협상하기로 합의했다. 백악관에서의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훌륭한 만남”으로 평가하며 카니 총리를 “캐나다를 잘 대표한 인물”이라고 언급했다. 더그 포드 온타리오 주 총리 또한 기자회견을 통해 카니 총리의 외교를 지지한다고 밝히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예측 불가능한 관계 속에서도 안정적 협상을 이끌어낸 것은 긍정적 결과”라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모든 국제 문제를 캐나다 의장이 해결하길 바라는 것은 무리”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는 그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내년 G7 개최국인 프랑스는 이번 회담 운영을 모범 사례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또한 이번 회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고등판무관 재지정 및 외교 서비스 정상화를 합의했으며, 작년 가을 캐나다 정부가 인도 외교관 6명을 추방한 이후 관계 개선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카니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43억 달러 규모의 군사•재건 지원을 약속했다. 이 중 20억 달러는 무기, 드론, 탄약 및 장갑차 구매에, 나머지 23억 달러는 인프라 재건을 위한 대출로 제공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원이 캐나다가 G7 내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주도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회담에는 인도 총리 모디의 초청을 둘러싼 일부 반발도 있었다. 캘거리에서는 100여 명의 시크교도들이 모디 방문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회담에 세계 5위 경제대국인 인도가 초청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외교적 실용주의에 따른 판단으로 보고 있다. 국제정치 전문가인 스르잔 부체틱은 카니 총리가 회담 전반에서 실용적이고 전략적인 자세를 유지했으며, 트럼프와의 공동 기자회견 중 중단을 요청해 의제를 전환한 장면은 그의 외교 감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임영택 기자 [email protected]정상회담 마크카 이번 정상회담 캐나다 총리 트럼프 대통령
2025.06.23. 6:33
정상회담 대통령 정상회담 참석
2024.06.13. 21:11
똑개비 뉴스 정상회담 펜타닐 미중 정상회담
2023.11.24. 15:09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샌프란시스코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올해 총리와 벌써 7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신뢰를 공고하게 하고 한일관계 흐름을 아주 긍정적으로 이어 나가고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 샌프란시스코 한일 한일 정상회담 7차례 정상회담
2023.11.16. 21:44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조 바이든 대통령을 다시 만났다. 1년 만의 정상회담이다. 양국 정상은 15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열리는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양국 주요 각료가 배석한 가운데 회담을 진행했다. 회담 시간은 약 4시간에 달했다. 이날 양국 정상은 관계 경색으로 그동안 단절됐던 군사 대화 채널을 복원하기로 합의했다. 바이든 정부 고위당국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양국이 ‘군대군(軍對軍) 대화’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매우 분명하게 요청했으며 중국이 제도화를 위한 조치를 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군사 대화 재개는 그동안 미국이 의도치 않은 무력 충돌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내용으로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문제 등을 두고 줄곧 갈등하는 두 패권국 간 긴장 완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양국 간 최대 갈등 현안인 대만 문제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대만 문제는 항상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라며 “중국은 발리 회담에서 미국이 내놓은 긍정적인 태도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미 고위당국자는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중국이 수년간은 대만을 상대로 군사 행동을 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중국은 펜타닐 원료를 만드는 화학회사를 직접 단속하기로 했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중국에 펜타닐 원료 유통 차단 등 협력을 요청해왔다. 양국 정상이 회담을 갖는 동안 중국계 커뮤니티의 반응은 엇갈렸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시 주석의 미국 방문을 환영하는 중국계 이민자들이 오성홍기를 들고 거리로 나오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중국 정부의 티베트 정책 등 인권 문제를 비난하는 반중 시위가 진행되기도 했다. LA타임스도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을 만나는 것에 대해 엇갈린 감정을 갖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미 양국 정상 회담이 열리기 전인 지난 12일부터 샌프란시스코 지역 엠바카데로 광장에는 아시아계 미국인 활동가들을 비롯한 수천 명이 몰려 “APEC 개최를 중단하라”고 외쳤다. 시위자들은 ‘독재자 시진핑, 당신의 시간은 끝났다’ ‘티베트를 해방하라’ 등의 문구가 담긴 대형 배너를 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중국인진보연합(CPA) 조이스 램 대표는 “지금 티베트 등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이곳의 중국계 미국인을 비롯한 아시아계 이미지 등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며 “이곳에 있는 중국계들은 이번 회담에 매우 괴리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통제 정책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 실제 LA타임스는 시진핑 주석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일부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중국을 향한 언론 통제 등 비판적 발언을 이어갔지만, 자칫 향후 중국 방문 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실명 공개를 꺼렸다고 보도했다. 그만큼 중국 공산당 정부의 통제가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팬데믹 사태 이후 양국 간 무역 분쟁, 인권 문제 등으로 자꾸만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정상회담은 관계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에드 추(73·샌프란시스코)는 “트럼프 행정부는 당시 중국과 적대적 관계를 유지했는데 이번 회담은 무역 전쟁을 해소할 기회”라며 “이번 회담을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계인 필 팅 가주하원의원(샌프란시스코)은 “중국에 대한 비난이 거세질수록 반아시안 혐오 정서 역시 더 커질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미국에서 아시안이 살아가는 게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시아계 미국인 2명 중 1명(52%)은 중국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 장열 기자 [email protected]정상회담 미중 정상회담 이들 시위대 샌프란시스코 인근
2023.11.15. 21:23
2009년 출범한 오바마 정부 앞에 중국은 공룡이 되어 나타났다. 9·11사태 이후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이 중국의 영향력은 상상 이상 커졌다. 미국의 위치가 흔들릴 정도였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은 중국의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서 외교·군사 전략을 중동에서 아시아로 옮겼다. 소위 오바마의 ‘피봇 투 아시아(Pivot to Asia)’전략이다. 백악관은 미국이 태평양 강국임을 선언하면서 우선 중국의 팽창을 지역에 묶어두기로 했다. 일본 내 미군 기지를 정비했고 호주에 해병대를 배치했으며, 필리핀 군사기지를 확장했다. 환태평양 12개국을 중국에 대항하는 체제로 묶었다. 중국은 이를 냉전 방식의 중국 봉쇄로 이해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의 영토 주장을 강화하고 대만을 겨냥 ‘하나의 중국’원칙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러한 중국의 입장은 시진핑 체제가 되면서 더 강화됐다. 중국을 지역에 묶어두기로 한 백악관과 국무부 내 전략가들의 공통점은 일본 중심주의자들이라는 것이었다. 당시 바이든 부통령의 보좌진은 커트 캠벨, 엘리 래트너, 제이크 설리번, 앤소니 블링컨, 제프리 프레스콧, 사만타 파워, 웬디 셔먼, 다니엘 럿셀 등이었다. 오바마 정부 외교·안보팀의 ‘중국 묶어두기’ 전략 핵심 가운데 하나가 한·일 관계의 밀착이다. 일본에 대해서는 못할 것이 없었지만 한국은 사정이 달랐다. 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 묵인, 2002년 발생한 ‘미순·효순이 사건( 한국 여중생 2명이 미군 장갑차에 압사)’ 등으로 반미 감정이 남아있었고, 노무현 정부의 과거사 바로 잡기 운동으로 한·일 관계도 껄끄러웠다. 양국은 일본군 강제 위안부, 강제 노역, 독도 영유권, 동해 표기 문제 등으로 갈등이 격화됐다. 일본은 지속된 경제 침체로 우파가 정권을 장악했다. 고이즈미에 이어 아베가 총리에 올랐다. 미국은 한·일 관계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오바마 정부의 외교팀은 한국대사관을 뻔질나게 드나들며 한·일 관계 개선 가능성을 타진했다. 아베가 총리 복귀 후 워싱턴 방문을 앞두고 있을 무렵 미국의 ‘중국 압박·봉쇄 전략’ 실무 핵심인 웬디 셔먼 국무부 차관이 서울을 방문했다. 당시 셔먼 차관은 “과거의 적을 비난해서 값싼 박수를 얻고 있다”며 일본군강제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는 한국 정부와 국민을 비판했다. 아베의 워싱턴 방문과 한·미·일 3각 동맹이란 미국의 동북아 전략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셔먼의 이 발언은 한국은 물론 미주 한인사회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한인들은 연방의회로 달려갔다. 한인들의 성화에 연방의원들은 국무부에 “미국에 인권을 앞서는 어떤 전략도 없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국무부도 진실에 기초한 과거사 정리 없이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밀착시키는 일이 가능하지 않다며 한 발 물러섰다. 바이든의 외교·안보팀이 2021년 백악관으로 돌아왔다. 중국은 더 위협적으로 커졌다. 바이든은 대통령 선거 당시 동맹을 결속시켜 망가진 국제 사회 내 미국의 지도력을 회복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미국의 외교 전략을 위해 한국과 일본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문제는 더 중요해졌다. 백악관엔 캠벨이, 국무부엔 셔먼이 다시 중심에 포진했다. 이들의 동북아 외교 전략 공통점은 일본을 중심으로 하고 한국을 달래 끌어들인다는 것이었다. 지난 4월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미국을 국빈 방문했다. 그리고 얼마 후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곧 물러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리고 바이든 정부에서 국무부 내 2인자로 등장했던 셔면 부장관은 지난달 사임했다. 셔먼 부장관의 사임과 관련 “우선 할 일은 했다는 선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담이 발표되었고, 회담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여러분, 내가 행복해 보인다면 그것은 정말로 행복하기 때문”이라며 회담 결과를 만족스러워했다. 그런데 새 시대를 열었다는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담에서 역사적 사실인 강제위안부 문제, 강제 노역 문제, 독도 문제는 어떻게 돌파했는지 아무도 설명하지 않고 누구도 묻지 않는다. 이런 의문을 갖는 필자가 이상한 것일까? 김동석 / 한인유권자연대 대표워싱턴 읽기 데이비드 정상회담 정부 외교 전략 핵심 한국 여중생
2023.08.22. 18:44
백악관이 내주 계획된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일정을 19일 공식 발표했다.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국빈 방문을 맞이한다며 이번 일정에는 오는 26일 예정된 국빈 만찬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관계기사 본국지 백악관은 윤 대통령 부부의 이번 미국 국빈 방문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외국 정상으로는 두 번째자 인도·태평양 국가 정상으로서는 첫 국빈 방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백악관은 “국빈 방문은 미국과 한국의 철통 같은 동맹을 강조할 것”이라며 “동맹은 한반도를 훨씬 넘어 성장했으며 이제 인도·태평양과 전 세계에서 선의의 힘이 됐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윤 대통령 부부와 함께 25일 저녁 워싱턴DC에 있는 한국전쟁기념비를 방문할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부부는 26일 오전 백악관 앞마당인 사우스론에서 열리는 공식 환영 행사에서 윤 대통령 부부를 맞이한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 회담하고 이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윤 대통령 부부를 국빈 만찬으로 초대해 함께 식사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한다. 해리스 부통령 부부도 만찬에 참석한다.국빈방문 정상회담 대통령 국빈방문 대통령 부부 윤석열 대통령
2023.04.20. 22:02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지난 15일 첫 대면 정상회의는 성공인가, 실패인가.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을 줘야 하나. 정부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기간 당초 한·중 정상회담이 확정되지 않았다가 나중에 회담이 개최된 것에 그래도 선방한 게 아니냐는 평가다. 나름대로 일리가 있지만 그렇게 자위하고 넘어가기엔 현재 처한 한·중 관계가 안쓰럽다. 솔직히 윤 대통령이나 시 주석은 당분간 상대 국가를 방문할 형편이 안된다. 윤 대통령은 과거 문재인 대통령이 두 차례나 중국을 방문한 터여서 이번엔 시 주석이 방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 주석은 한국의 반중 정서가 강한 상태에서 한국을 방문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이번에도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면 한국을 찾을 것이라고 했지만, 이는 궁색한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인도네시아는 16일 하루 8486명의 코로나 신규 확진자로 세계에서 감염자 수 증가 8위에 올랐다. 코로나 운운은 그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최선은 제3국에서의 만남이다. 한데 이마저 사전에 결정하지 못하고 현지에서 최종적으로 이뤄진건 양국 고위급 간 소통이 그만큼 매끄럽지 못하다는 걸 말한다. 그런 모습은 한·중 정상회담을 전하는 중국의 보도 태도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시 주석은 이번 순방에서 19개 나라와 양자 회담을 소화했다. 주목할 건 보도 분량이다. 글자 수가 나오는 기사 작성 프로그램을 통해 보니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회담이 2868자 기사에 영상은 10분 51초다. 2위와 3위는 행사 주최국인 태국 및 인도네시아로 각각 1610자와 1172자에 이른다. 네 번째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회담으로 1025자의 글에 3분 54초 동안 전파를 탔다. 놀라운 건 한·중 정상회담 보도가 가장 짧게 처리됐다는 점이다. 491자에 1분 46초다. 500자 미만으로 보도된 건 우리가 유일하다. 이게 바로 수교 30년을 맞은 한·중 관계의 현주소다. 때론 형식이 내용을 압도한다. 중국의 모든 신문에 활자로 찍히고 중국의 모든 TV 전파를 탔을 이 보도는 중국이 세계 각국 중 한국을 어떻게 인식하고, 또 상대하고 있음을 중국 인민에게 그대로 보여준다. 한국은 그래도 막판에 회담을 취소한 수낵 총리의 영국이나 시 주석과 말싸움을 벌인 트뤼도 총리의 캐나다보다는 나은 편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실패나 과락이라 할 수 없겠지만, 성공이나 합격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491자의 한·중 정상회담은 점수로 말한다면 잘해야 49점, 아니면 41점이 아닐까 싶다. 유상철 / 한국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중국읽기 정상회담 정상회담 보도 윤석열 대통령 코로나 상황
2022.11.21. 20:47
“한국 성차별이 그렇게 심각해?” 한·미 정상회담과 공동 기자회견이 열린 다음 날 백악관 동행 취재단 소속 기자가 내게 물었다. 기자회견에서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남성 장관이 압도적으로 많은 한국 내각의 성비 불균형을 지적하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질문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한국 언론과 국민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받아들였느냐고 묻길래 “진보는 물론 보수 성향 언론도 수없이 지적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고 설명해줬다. 윤석열 정부의 장관 인선이 남성들로 채워졌고, 한국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으며, 여성의 대표성과 성 평등 수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 공동 기자회견은 전 세계로 실시간 중계됐다. 백악관 기자들 사이에선 질문은 좋았는데 답변이 실망스러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 대통령이 “각 직역에서 여성의 공정한 기회가 더 적극적으로 보장되기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아…(장관) 직전 위치까지 여성이 많이 올라오질 못했다”고 한 말이 변명처럼 들렸다는 것이다. 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한국 경제력과 세계로 뻗어 나가는 소프트 파워로 미뤄볼 때 그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짐작한 것 같았다. 정작 놀라운 건 기자회견 이후 윤 대통령의 태도 변화다.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면서 여성에게 기회를 주겠다더니 4명의 장·차관급 추가 인선에 전원 여성을 발탁했다. 장관급 직을 맡을 준비된 여성이 부족해 기용하지 못했다는 기자회견 답변에서 180도 달라졌다. 닷새만이다. 국내 언론 지적과 여론에는 꿈쩍 않던 대통령이 외신 지적에 즉각 입장을 바꾼 모양새가 됐다. 윤 대통령의 외교 데뷔 무대였던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가장 주목받은 성과가 여성 장관 추가 지명으로 인한 장관 성비 불균형 개선이 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렇게라도 대통령 시야가 넓어지면 좋은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결론에 이른 과정을 짚어볼 필요는 있다. 외신이 한국을 보는 시각이나 평가에만 유독 민감하고, 국내 여론은 등한시하는 태도는 구시대적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 후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미국의 소리(VOA)와, 취임 후 처음으로 CNN과 단독 인터뷰를 했다. 국내 언론과는 아직 한 번도 마주 앉지 않았다.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주요국 정상이 당선이나 취임 후 자국 매체를 배제하고 외신부터 인터뷰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 윤석열 정부는 한국의 위상에 맞게 외교정책을 강화해 글로벌 중추 국가가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출범했다. 그럴 수 있는 힘은 밖이 아닌, 안으로부터 나오는 것 아닐까. 박현영 / 한국 중앙일보 워싱턴특파원글로벌 아이 정상회담 성과 여성 장관 한국 여성 전원 여성
2022.06.01. 20:21
“한국 성차별이 그렇게 심각해?” 한·미 정상회담과 공동 기자회견이 열린 다음 날 백악관 동행 취재단 소속 기자가 내게 물었다. 기자회견에서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남성 장관이 압도적으로 많은 한국 내각의 성비 불균형을 지적하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질문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한국 언론과 국민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받아들였느냐고 묻길래 “진보는 물론 보수 성향 언론도 수없이 지적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고 설명해줬다. 윤석열 정부의 장관 인선이 남성들로 채워졌고, 한국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으며, 여성의 대표성과 성 평등 수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 공동 기자회견은 전 세계로 실시간 중계됐다. 백악관 기자들 사이에선 질문은 좋았는데 답변이 실망스러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 대통령이 “각 직역에서 여성의 공정한 기회가 더 적극적으로 보장되기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아…(장관) 직전 위치까지 여성이 많이 올라오질 못했다”고 한 말이 변명처럼 들렸다는 것이다. 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한국 경제력과 세계로 뻗어 나가는 소프트 파워로 미뤄볼 때 그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짐작한 것 같았다. 정작 놀라운 건 기자회견 이후 윤 대통령의 태도 변화다.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면서 여성에게 기회를 주겠다더니 4명의 장·차관급 추가 인선에 전원 여성을 발탁했다. 장관급 직을 맡을 준비된 여성이 부족해 기용하지 못했다는 기자회견 답변에서 180도 달라졌다. 닷새만이다. 국내 언론 지적과 여론에는 꿈쩍 않던 대통령이 외신 지적에 즉각 입장을 바꾼 모양새가 됐다. 윤 대통령의 외교 데뷔 무대였던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가장 주목받은 성과가 여성 장관 추가 지명으로 인한 장관 성비 불균형 개선이 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렇게라도 대통령 시야가 넓어지면 좋은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결론에 이른 과정을 짚어볼 필요는 있다. 외신이 한국을 보는 시각이나 평가에만 유독 민감하고, 국내 여론은 등한시하는 태도는 구시대적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 후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미국의 소리(VOA)와, 취임 후 처음으로 CNN과 단독 인터뷰를 했다. 국내 언론과는 아직 한 번도 마주 앉지 않았다.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주요국 정상이 당선이나 취임 후 자국 매체를 배제하고 외신부터 인터뷰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 윤석열 정부는 한국의 위상에 맞게 외교정책을 강화해 글로벌 중추 국가가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출범했다. 그럴 수 있는 힘은 밖이 아닌, 안으로부터 나오는 것 아닐까. 박현영 / 한국 중앙일보 워싱턴특파원글로벌 아이 정상회담 성과 여성 장관 한국 여성 전원 여성
2022.06.01. 20:15
“한국 성차별이 그렇게 심각해?” 한·미 정상회담과 공동 기자회견이 열린 다음 날 백악관 동행 취재단 소속 기자가 내게 물었다. 기자회견에서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남성 장관이 압도적으로 많은 한국 내각의 성비 불균형을 지적하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질문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한국 언론과 국민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받아들였느냐고 묻길래 “진보는 물론 보수 성향 언론도 수없이 지적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고 설명해줬다. 윤석열 정부의 장관 인선이 남성들로 채워졌고, 한국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으며, 여성의 대표성과 성 평등 수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 공동 기자회견은 전 세계로 실시간 중계됐다. 백악관 기자들 사이에선 질문은 좋았는데 답변이 실망스러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 대통령이 “각 직역에서 여성의 공정한 기회가 더 적극적으로 보장되기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아…(장관) 직전 위치까지 여성이 많이 올라오질 못했다”고 한 말이 변명처럼 들렸다는 것이다. 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한국 경제력과 세계로 뻗어 나가는 소프트 파워로 미뤄볼 때 그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짐작한 것 같았다. 정작 놀라운 건 기자회견 이후 윤 대통령의 태도 변화다.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면서 여성에게 기회를 주겠다더니 4명의 장·차관급 추가 인선에 전원 여성을 발탁했다. 장관급 직을 맡을 준비된 여성이 부족해 기용하지 못했다는 기자회견 답변에서 180도 달라졌다. 닷새만이다. 국내 언론 지적과 여론에는 꿈쩍 않던 대통령이 외신 지적에 즉각 입장을 바꾼 모양새가 됐다. 윤 대통령의 외교 데뷔 무대였던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가장 주목받은 성과가 여성 장관 추가 지명으로 인한 장관 성비 불균형 개선이 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렇게라도 대통령 시야가 넓어지면 좋은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결론에 이른 과정을 짚어볼 필요는 있다. 외신이 한국을 보는 시각이나 평가에만 유독 민감하고, 국내 여론은 등한시하는 태도는 구시대적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 후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미국의 소리(VOA)와, 취임 후 처음으로 CNN과 단독 인터뷰를 했다. 국내 언론과는 아직 한 번도 마주 앉지 않았다. 미국 대통령을 포함해 주요국 정상이 당선이나 취임 후 자국 매체를 배제하고 외신부터 인터뷰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 윤석열 정부는 한국의 위상에 맞게 외교정책을 강화해 글로벌 중추 국가가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출범했다. 그럴 수 있는 힘은 밖이 아닌, 안으로부터 나오는 것 아닐까. 박현영 / 워싱턴특파원J네트워크 정상회담 성과 여성 장관 한국 여성 전원 여성
2022.05.31. 18:52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작년 1월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해 오늘(2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정상회담은 소인수 회담, 환담, 확대 회담 순서로 90분간 예정돼 있다. 이후 두 정상은 청사 강당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회담 결과를 발표한다. 이번 회담에선 한미동맹 강화를 기본 축으로 북핵 대응, 경제 안보, 역내 협력 등의 의제가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은 안보에 중심을 둬온 동맹관계를 경제 안보 영역으로까지 확장해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한 발짝 진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은 북한이 바이든 대통령 순방 기간 또는 그 직후에 ICBM 추가 발사나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열려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감돈다. 북한은 올해 들어서만 ICBM을 포함해 16차례 미사일 발사시험을 하며 무력 시위를 했다. 따라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북한 이슈가 최우선 과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다만 북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백신과 의료 물자 등 대북 인도적 지원 논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상 회담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주최하는 환영 만찬에 참석한다. 여기엔 한국 10대 그룹 총수들도 함께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사흘째인 22일 오전 오산 공군기지를 찾아 한미 장병을 격려하는 것으로 마지막 방한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에 거론됐던 비무장지대(DMZ) 방문은 이미 부통령 시절에 방문한 적이 있어 이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정상회담 한미 이번 한미정상회담 이번 정상회담 한미동맹 강화
2022.05.19. 22:25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속담이 있다. 세상 소문은 실제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보통 훨씬 부풀려 과장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화상 정상회담도 그 범주에 속하는 듯하다. 물론 일부 주류언론들은 두 정상이 최악의 충돌을 피하고 두 나라 관계를 개선하는 의지를 밝혔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행간을 읽어 보면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다. 무역마찰, 대만문제 등 첨예한 현안에 대해 구체적 합의를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공동성명도 없었다. 기대했던 북핵문제 해결 등 한반도 이슈에도 새로운 내용이 없었음은 물론이다. 우리의 입장에서 볼 때 아쉬운 대목이다. 미국과 중국은 북한과 한반도 문제와 관련 대화와 협상, 외교를 재개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에는 동감을 표시하고 있다. 반면 대북제재에 대해선 조기해제와 제재유지로 맞서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억제하려면 현행 대북제재를 유지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진핑 주석은 중국이 러시아와 유엔의 대북제재를 완화, 해제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고 주장했다.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한반도 평화와 안전이 우리의 의지나 노력보다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앞선다는 것은 서글프지만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다. 특히 한국은 국제정치나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의 눈치를 보며 줄타기 외교를 해야 하는 운명이다. 고려말 이후 650여년 이상 계속되어 온 질긴 카르마(karma)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최근 전략적 모호성을 이유로 전통 우방인 미국과의 동맹을 우선순위에서 다소 뒤로 미루는 외교 스탠스를 보이고 있다. 실례로 이수혁 주미대사는 여러 차례 한·미 동맹관계를 약화시키는 듯한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최종건 외교부 1차관도 중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전략국제문제연구소가(CSIS)가 공동 주최한 한미 전략포럼 기조연설에서 “한·중무역규모가 한·미와 한·일간 무역량을 합친 것보다 크다”며 따라서 경제적으로 이를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전직 고위당국자들이 한미동맹 악화를 우려한 것은 당연하다. 랜들 슈라이버 전 국방부 차관보는 이에 대해 미국이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이 올 때, 한국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상황에 놓이지 않을까 염려도 했다. 중국과의 등거리 외교나 한·미동맹 강화나 두 주장 모두 일리는 있다.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목표는 같으나 방법론이 다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국익 최우선주의를 기반으로 현실에 맞게 적절하게 선택하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두 노선을 적절히 배합해서 독자적인 정책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과연 어느 방법이 현 상황에서 최선일까? 이백순 전호주대사는 호주의 전략적 사고 속에 뿌리 박힌 ‘동맹 포기(Fear of Abandonment)의 두려움’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가 고민 끝에 선택한 미국·영국·호주 3국 군사동맹인 오커스(AUKUS)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는 것. 그는 호주는 막연하게 ‘강대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계속할 수 있다’는 안이한 판단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호주의 전략적 행보를 눈여겨보고 한반도 안보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실기하지 말고 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게임 규칙이다. 우리는 과거 명·청 교체기나 구한말 격변기에 국제 정세 변화의 큰 그림을 읽지 못해 국난을 당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국익 최우선의 실용적 외교 노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보며 느낀 단상이다. 권영일 / 애틀랜타 중앙일보 객원 논설위원시론 정상회담 한미동맹 한미동맹 악화 화상 정상회담 최종건 외교부
2021.11.23. 18:48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속담이 있다. 세상 소문은 실제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보통 훨씬 부풀려 과장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화상정상회담도 그 범주에 속하는 듯하다. 물론 일부 주류언론들은 두 정상이 최악의 충돌을 피하고 두나라 관계를 개선하는 의지를 밝혔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행간을 읽어 보면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다. 무역마찰, 대만문제 등 첨예한 현안에 대해 구체적 합의를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공동성명도 없었다. 기대했던 북핵문제 해결 등 한반도 이슈에도 새로운 내용이 없었음은 물론이다. 우리의 입장에서 볼 때 아쉬운 대목이다. 미국과 중국은 북한과 한반도 문제와 관련, 대화와 협상, 외교를 재개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에는 동감을 표시하고 있다. 반면, 대북제재에 대해선 조기해제와 제재유지로 맞서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억제하려면 현행 대북제재를 유지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진핑 주석은 중국이 러시아와 유엔의 대북제재를 완화, 해제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고 주장했다.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한반도 평화와 안전이 우리의 의지나 노력보다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앞선다는 것은 서글프지만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다. 특히 한국은 국제정치나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의 눈치를 보며 줄타기 외교를 해야 하는 운명이다. 고려말 이후 6백50여년 이상 계속되어 온 질긴 카르마(karma)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최근 전락적 모호성을 이유로 전통 우방인 미국과의 동맹을 우선순위에서 다소 뒤로 미루는 외교 스탠스를 보이고 있다. 실례로 이수혁 주미대사는 여러 차례 한·미 동맹관계를 약화시키는 듯한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최종건 외교부 1차관도 중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전략국제문제연구소가(CSIS)가 공동주최한 한미 전락 포럼 기조연설에서 “한·중무역규모가 한·미와 한·일간 무역량을 합친 것보다 크다”며, 따라서 경제적으로 이를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전직 고위당국자들이 한미 동맹 악화를 우려한 것은 당연하다. 랜들 슈라이버 전 국방부 차관보는 이에 대해 미국이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이 올 때, 한국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상황에 놓이지 않을까 염려도 했다. 중국과의 등거리 외교나 한·미동맹 강화나 두 주장 모두 일리는 있다.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목표는 같으나 방법론이 다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국익 최우선주의를 기반으로 현실에 맞게 적절하게 선택하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두 노선을 적절히 배합해서 독자적인 정책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과연 어느 방법이 현 상황에서 최선일까? 이백순 전호주대사는 “호주의 전략적 사고 속에 뿌리 박힌 ‘동맹 포기(Fear of Abandonment)의 두려움’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가 고민 끝에 선택한 미국·영국·호주 3국 군사동맹인 오커스(AUKUS)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는 것. 그는 호주는 막연하게 ‘강대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계속할 수 있다’는 안이한 판단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호주의 전략적 행보를 눈여겨보고 한반도 안보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실기하지 말고 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게임 규칙이다. 우리는 과거 명·청 교체기나 구한말 격변기에 국제 정세 변화의 큰 그림을 읽지 못해 국난을 당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국익 최우선의 실용적 외교 노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보며 느낀 단상이다. 시론 정상회담 한미동맹 최종건 외교부 한반도 평화 한반도 이슈
2021.11.18. 13:53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주 화상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사안을 잘 아는 인사들을 인용, 이렇게 전하면서 정확한 날짜에 대해선 아직 협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도 소식통을 인용, 양 정상의 화상 회담이 이르면 다음주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회담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시 주석과 갖는 화상 정상회담이다. 시점상으로 보면 시 주석의 경우 장기 집권 명분을 쌓는 무대라는 평가를 받는 중국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를 끝낸 후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는 셈이다. 이번 회담에선 미중 양국이 관계개선의 계기를 마련하게 될지가 관전 포인트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중 견제를 대외정책의 최우선에 놓고 충돌로 비화하지 않는 선에서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 주력하고 있는데 북핵과 기후변화 등의 분야에서는 협력이 요구되고 있어 어떻게 접점을 찾아 조화를 이룰지 관심사다. 그러나 양국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합의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경제와 안보, 인권 등 각 분야에서 미국의 우려를 직접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며 시 주석 역시 대만과 남중국해 등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여기는 분야에 대한 간섭 중단 요구로 맞받아칠 가능성이 크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수석부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미중 정상회담 개최를 양국 간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설명하면서 "구체적 결과물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양 정상은 2월과 9월 두 차례 통화를 했고 지난 7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같은 다자 화상 회의에 함께 참여하기도 했지만 화상이나 대면 형식의 단독 정상회담은 아직 열리지 못했다. 지난달 말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미중 정상 간 첫 대면의 계기가 될지 주목받았으나 시 주석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시 주석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해외 방문을 하지 않고 있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지난달 스위스 취리히에서 만나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연내 화상 정상회담에 합의했다. 양 정상은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이던 시절을 비롯해 여러 차례 대면한 바 있다. 한편, 백악관은 지난 5일 이번 회담에서 영사관 재개관이 의제가 아님을 확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작년 7월 미중은 텍사스주 휴스턴과 쓰촨성 청두에 각각 있는 상대국의 영사관을 폐쇄하며 대치했는데 미 언론은 이번 회담에서 영사관 재개관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시진핑 정상회담 미중 정상회담 단독 정상회담 화상 회담
2021.11.09.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