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뜨락에서] 12월과 1월 사이의 단상
어느덧 올해도 끝자락에 와있습니다. 일 년 중 가장 많은 감정이 오가는 가슴 벅찬 12월입니다. 지난 일 년을 돌아보며 한 달 한 달 되새겨봅니다. 즐겁고 행복했던 일도 많았고 힘들고 아팠던 일들도 유난히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정신없이 달려온 올 한 해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아 아쉽습니다. 오는 새해 또한 욕심부리지 않고 겸손하게 희망으로 맞으려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제아무리 노력해도 피해 가기 어려운 과제가 있습니다. 바로 생로병사! 인간은 태어나서 늙어가고 병들어 죽는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지만,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100세 시대라고 슬프게 떠들고 있지만 어쩌면 이 사실이 더 비극일 수도 있습니다. 한 독립된 개체로서 자기 몸과 영혼을 주도하지 못하고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짐이 된다면 이보다 더 큰 비극이 있을까요. 평생을 중환자실에서 죽어가는 환자들을 대하면서 살아온 내가 요즘에는 내 나이가 환자의 평균나이보다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움찔합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은퇴하기가 겁이 납니다. 제 주변에서도 안타깝고 슬픈 소식을 자주 듣게 됩니다. 대부분의 내 환자들은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습니다. 우리는 숨을 쉰다는 자체의 고마움을 전혀 모르고 살지만, 이 환자들에 숨쉬기는 생사가 달린 절박한 문제인 것입니다. 건강도 마찬가지입니다. 젊어서는 건강이 당연하다고 믿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몸의 여기저기서 이상 증후가 나타납니다. 아무리 고귀한 정신이라도 담는 그릇이 부실하면 의미가 없게 됩니다. 아무리 지혜롭고 학식이 뛰어난 사람이라 해도 그 재능은 종종 육체의 고통 앞에서 무력해지곤 합니다. 모든 지적 활동은 육체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건강한 육체를 통해 꽃을 피우고 빛을 내게 됩니다. 몸이 멈추면 머리도 멈춥니다. 몸이 건강해야만 정신도 맑아지고 생기도 넘치기 마련입니다. 꾸준한 운동이야말로 중요한 지적 과업을 이루기 위한 가장 단단한 토대가 됩니다. 과도한 정신노동의 해악을 막으려면 적절한 운동과 휴식의 조절이 필요합니다. 모든 것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사람은 일찍 도착해야 한다는 조바심을 버리고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몸이 피로하면 신체 건강 유지에 적신호가 와 기능이 떨어지고 마음도 우울해집니다. 운동으로 육체의 근육을 단련시키듯 정신 근육의 단련도 중요합니다. 규칙적인 집중시간이 끝나면 무리하지 않도록 정신도 정기적으로 쉬게 해줘야 합니다. 적절한 휴식과 집중하는 습관의 조화가 규칙적인 리듬을 타야 합니다. 아침은 수면으로 정신이 새롭게 단장되고 아직 외부의 자극에 흔들리지 않은 고요한 시간입니다. 가장 컨디션이 좋은 시간에 가장 중요한 일을 하면 두뇌와 신체 상태가 더 좋아지고 몸에 오는 스트레스가 줄어듭니다. 휴식이 없다면 정신적 기력은 회복되지 못하고 어느 순간 무너집니다. 공감이 없다면 정서가 메마를 것이고 사랑이 없다면 삶의 모든 빛깔이 바랠 것입니다. 즐기는 마음과 유머 감각을 잃으면 젊음의 특권인 쾌활함도 사라집니다. 쉴 때는 고요한 물처럼 깊이 쉬어야 합니다. 가장 위험한 것은 타협에 익숙해지는 순간입니다. 관심이나 유행에 따르지 않고 자신에 맞는 생활 방식을 찾음으로써 자신의 지적 생활을 최고 수준으로 이끌어 올릴 수 있습니다. 정신생활을 최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단력이 필요하고 자신에게 유일한 방식으로 생활을 조절할 용기가 필요합니다. 아무리 고매한 영혼의 소유자라 해도 이를 담고 있는 육체가 병들면 그 영혼은 방황하게 되어 슬픕니다. 우리는 당연히 영혼의 집을 잘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항상 당신을 가로막는 것은 당신입니다. 많이 읽고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을 어떻게 소화하고 활용할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백번 각오하고 다짐하는 것보다 한번 제대로 깨닫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혜로운 삶이란 제대로 숙성되고 발효된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단상 정신 근육 신체 건강 지적 생활
2025.12.29. 2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