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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수첩] '하루짜리' 기억에 그친 참전용사

시간이 얼마 없다. 대부분 아흔을 넘긴 한국전 참전용사들은 하나둘씩 떠나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그들은 살아있는 역사다. 문제는 우리가 그들을 ‘일회성 행사’를 통해서만 기억한다는 점이다. 매년 ‘6월 25일’ 딱 한 번, 그리고 끝이다.   지난 25일 풀러턴 힐크레스트 공원에서는 한국전쟁 75주년 행사가 열렸다. 외국 참전용사와 후손들까지 초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 의미 있는 자리였다.   행사는 잘 준비됐다. 진행도 매끄러웠다. 단, 한 가지 질문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이 행사가 온전히 참전용사들을 위한 자리였을까.   행사는 약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단체장들의 환영사, 격려사 등이 대부분의 시간을 채웠다. 정작 참전용사들의 이야기나 소감을 충분히 들을 기회는 부족했다.   맨 앞쪽의 단체장, 행사 주최 관계자들의 자리에는 모두 각각 이름표가 마련됐다. 한인 참전유공자들의 자리는 4~5줄 뒤에 마련됐다. 의자에는 각자의 이름 대신 ‘Korean War Veteran’이 적힌 종이표만 붙어 있었다. 이름도 불리지 않는 자리. 이 행사의 주인공이 과연 누구인지 씁쓸해지는 순간이었다.   참전용사들은 반드시 기억돼야 한다. 그들이 겪은 전쟁과 의미는 후세에 전달돼야 한다. 단체장의 환영사보다, 그곳에 있던 참전용사들의 목소리가 더 중요하다.   행사는 해마다 열린다. ‘그날 하루’다. 일회성 행사로만 참전용사들을 기억한다면, 후세들은 언젠가 그들의 이야기를 잃게 된다.     참전용사들을 직접 만나고, 기록하고, 계속해서 기억하기 위한 프로젝트도 찾아보기 어렵지 않나.   참전용사 중에서는 사각지대에 놓이는 이들도 있다. 이민 온 한인 참전용사들이 그렇다. 해외에 산다는 이유로 한국서 제공하는 혜택에서 일부 소외되는 경우도 있다. 행사가 열린 풀러턴 힐크레스트 공원은 한국전에 참전한 미군을 위한 공간이다. 한인 참전용사만을 위한 추모비 같은 건 전국 어디에도 없다. 작더라도, 소박하더라도 이국땅에서 눈을 감은 한인 참전용사들을 위한 상징물도 필요해 보인다.   이날 이재학 6·25참전유공자회 서부지회장은 “우리를 위한 작은 추모비 하나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며 “그것이 이곳에 사는 한인 참전용사들의 마지막 소망”이라고 말했다.   참전용사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고 있다. 일회성 행사만으로는 목숨을 내건 그들의 이야기를 다 듣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강한길 사회부 기자취재 수첩 참전용사 하루짜리 한인 참전용사들 한국전 참전용사들 정작 참전용사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미국 LA뉴스 LA중앙일보 강한길 미주중앙일보 6·25전쟁

2025.06.26.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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