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저녁 워싱턴DC의 백악관 기자단 만찬장 총격 사건은 미국정치의 폭력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관계기사 2면·본국지 1·2면〉 관련기사 백악관 만찬 총격범, 토런스 출신 ‘캘텍 엘리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총격 위험에 노출된 건 2024년 대선 유세 기간을 포함해 이번이 세 번째다. 특히 이번엔 현직 대통령으로서 철통 같은 경호망이 가동된 상태에서 벌어져 충격이 크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과 참석 기자들 사이에 위험 수위의 거친 공방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행사였다. 그러다 느닷없는 총격 때문에 모두 몸을 피해야 하는 피해자가 됐다. 행사장인 워싱턴 힐튼 호텔 밖에선 ‘폭군에게 죽음을’ ‘그들 모두에게 죽음을’ 등의 피켓을 든 시위대 모습이 동영상으로 확인됐다. 시위는 총격 이후에도 이어졌다. 상대를 ‘절멸시켜야 할 적’으로 규정하는 언어 폭력은 총격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다. 트럼프에 대한 적개심에서 나온 레토릭은 독보적으로 폭력적이다. 지난해 보수 청년운동가 찰리 커크가 암살됐을 때 좌파들의 환호성 역시 그랬다. 반대 진영에 대한 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보는 인식이 미국 사회에 자리잡고 있음을 의미한다. 흔히 정치의 폭력화 원인으로 트럼프의 혐오 발언과 마가(MAGA)의 극단적인 진영논리가 꼽힌다. 특정 집단을 적대시하는 언동과 정책 탓에 불만이 축적돼 폭발할 수는 있다. 하지만 문명사회에서 그에 대한 저항 행위로 폭력을 미화할 수는 없다. 트럼프가 아무리 밉다 해도 유권자 7700만여명의 지지를 받아 선출된 지도자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그게 제도 정치의 현실이다. 이걸 총으로 무너트리겠다는 건 광기다. 돌이켜 보면 트럼프 집권기에 들어 폭력을 정당화하거나 방관하는 인식이 확산돼 왔다. 예컨대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좌파 스트리머 하산 파이커는 유나이티드 헬스케어 대표 암살범을 두둔하는 등 폭력을 정당화한다. 뉴욕타임스(NYT) 등 주류 언론은 외려 그를 ‘포용해야 할 대화 상대’로 치켜세우는 주장을 버젓이 게재한다. 지난주 NYT의 한 팟캐스트에선 출연자들이 폭력을 무슨 유희처럼 가볍게 표현하기도 했다. 폭력을 불공정과 부패에 대한 정당한 응징으로 포장하는 그런 오만함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공기처럼 당연시하던 법과 질서의 틀을 엘리트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흔들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로부터 부지불식간에 배태된 폭력적 성향은 특정 진영의 문제를 넘어 정치사회 체제 전체를 불안정의 임계점으로 몰아가고 있다. 엘리트 층이 최소한의 컨센서스를 폐기하고 서로를 적으로 규정한 탓이 크다. 법과 제도는 확고한 사회적 합의가 있을 때 유효하다. 엘리트 사이에 갈등과 교체 압력이 극에 달하면, 법적 절차보다는 물리적 제거가 더 효율적인 수단으로 인식될 수 있다. 캘텍 출신의 고학력자가 총을 드는 현실은 미국이 다양한 의견과 입장을 체제 내에서 평화롭게 흡수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망가진 정치의 한 단면이자 증상이다. 정치가 ‘목숨을 거는 일’이 될 때, 건강한 토론은 사라지고 극단주의자들만 남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점이 통합의 가능성을 열어줄 수도 있다. 폭력은 공동의 파멸로 귀결된다는 진영 사이의 공포심이 오히려 타협을 이끌어낼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격 직후 “우리는 차이를 해결해야 한다”며 평소와 달리 통합을 강조했다. 통합의 메시지조차 비극을 담보로 해야 나온다는 게 미국의 어두운 현실이다. 남윤호 발행인공멸 정치폭력 폭력화 원인 언어 폭력 제도 정치
2026.04.26. 20:02
최근 암살된 젊은 보수 활동가 찰리 커크 사태 이후 정치 폭력 사태를 둘러싼 논란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리노이 주 정치인들이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와중에 주지사 탄핵안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 주 커크가 암살된 후 민주당 소속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미국이 정치 폭력을 끝내기 위해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주 하원의 보수 성향 의원 모임인 일리노이 자유의회 코커스(Illinois House Freedom Caucus)는 오히려 프리츠커가 폭력을 부추겼다며 탄핵안을 발의했다. 공화당 아담 니머그 의원은 “프리츠커의 증오 발언과 일리노이의 안전 부재에 책임을 묻기 위해 탄핵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자유의회 코커스는 프리츠커가 과거 공화당을 향해 “그들에게 단 한 순간의 평화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 점을 문제 삼았다. 또 지난 2월 주의회 연설에서 나치 독일을 언급하며 공화당을 비판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프리츠커는 자신이 언급한 ‘대규모 시위 촉구’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또 트럼프의 발언이 정치적 폭력을 조장한다고 지적하며 “지금은 평정을 유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니머그 의원은 “프리츠커가 자신의 증오 발언을 외면하려는 것”이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주지사 탄핵안은 민주당이 장악한 일리노이 주의회에서 본회의에 상정될 가능성은 낮다. 공화당 지도부 역시 이 조치에 동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는 듯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프리츠커는 연일 트럼프와 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최근 시카고 지역에서 강화되고 있는 이민세관단속국(ICE) 단속에 대해 강한 반발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시카고는 죽음의 덫과 같다”며 “프리츠커 주지사의 요청 없이도 주 방위군(National Guard)을 보내 범죄와 싸우겠다. 내 친구가 ‘대통령님, 시카고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프리츠커를 상대로 시카고에 갈 것이다. 어차피 프리츠커는 아무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프리츠커는 “트럼프는 하루는 언어 폭력을 퍼붓고, 또 하루는 요원을 보내 공격하다가 다음 날에는 잊어버린다”며 “치매를 앓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반박했다. 이어 “최근 몇 주보다 더 많은 요원들을 투입하고 있으며 사실상 군사화된 방식으로 작전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Kevin Rho 기자프리츠커 정치폭력 프리츠커 일리노이 프리츠커 주지사 주지사 탄핵안
2025.09.17. 14:2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아이콘인 찰리 커크(31세)가 10일 행사 도중 총탄에 맞아 사망한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정치폭력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초당적으로 나왔다. 백악관에는 조기가 게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상 연설을 통해 커크를 “순교자이자 애국자”로 지칭하며 “급진 좌파의 정치 폭력 탓에 너무나 많은 무고한 이들이 생명을 뺏겼다”고 애도했다. 그는 또한 “우리 행정부는 이러한 끔찍한 사태를 비롯해 정치적 폭력에 동조하는 모든 범죄자들과 조직들을 발본색원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4일 저녁까지 조기를 게양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도 “위대하고, 전설적인 인물인 커크가 죽었다”며 “미국에서 청년들의 마음을 그보다 더 잘 이해했던 인물은 없었다”고 슬퍼했다. 친트럼프 보수 단체인 터닝포인트 USA의 설립자인 커크는 특히 보수 청년층 유권자를 결집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커크는 유타밸리대학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을 시작한 지 약 20분 만에 총격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숨졌다. 연방수사국(FBI)는 유력한 용의자가 찍힌 감시카메라 영상 일부를 공개하고 지명수배에 나섰으나 11일 오후까지 신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당국에서는 당시 수천명이 참석한 행사에서 커크를 겨냥한 단 한 번의 총격으로 저격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동기를 의심하고 있다. 현장에서 촬영된 동영상에 의하면 커크와 약 300피트 떨어진 건물 지붕 위에 있던 한 사람이 총격을 가한 후 급히 도주했다. 양당 정치권이 모두 자성의 메시지를 내놓으며 미국이 “어두운 곳으로 향하고 있다”고 정치양극화 현상을 우려했다. 정치인들을 암살 사건은 수년간 계속 증가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예로, 지난 6월 미네소타주 하원의원이 자택에서 피살됐다. 4월에는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관저에서 방화사건이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대선 유세 과정에서 총격을 당했으나 천운으로 살아남아 재선에 성공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1960년대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그의 동생인 로버트 F 케네디 법무부 장관,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가 암살로 불귀의 객이 됐다. 전현직 대통령 45명 중 4명이 암살당하고 1명(로널드 레이건)이 암살 시도로 큰 부상을 입었다. 2021년 1월 6일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연방의회 의사당 공격 사건의 최종 목표는 535명에 달하는 상하원 의원들이었다. 2022년 10월 당시 하원의장이던 낸시 펠로시 의원을 노린 범인이 무단 침입해 남편을 망치로 공격했다. 작년 12월에는 유나이티드헬스케어 CEO 브라이언 톰슨이 뉴욕 맨해튼의 보행자 도로에서 의료 정책에 분노한 남성에 의해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올해 초 한 남성이 테슬라 전시장과 뉴멕시코 공화당 본부에 대한 방화 혐의로 기소됐다. 이는 다른 불안한 사건들에 이은 것이었다. 2017년 스티브 스칼리스(공화당-루이지애나) 하원의원은 의회 야구 연습 중 총격을 받아 중상을 입었다. 3년 후에는 한 무리의 남성이 미시간의 그레천 휘트머 주지사를 납치하려 시도했다. 두 사건 모두 정치적 분노가 명백한 동기 요인으로 보인다. 시카고 대학 ‘안전과 위협 프로젝트’ 연구소장인 로버트 페이브 교수는 “우리는 지금 극단으로 치닫는 폭력적 포퓰리즘의 시대를 겪고 있다”면서 “좌파와 우파를 가리지 않고 암살, 암살 시도, 폭력 시위가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지경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 20년간 지켜봐온 우파 민병대 폭력은 매우 귀여운 수준”이라며 “지금은 과거와 전혀 다른 수준의, 정치적 폭력의 새로운 역사적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김옥채 기자 [email protected]정치폭력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 친트럼프 보수 도널드 트럼프
2025.09.11. 1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