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최신기사

[열린광장] 제비의 한여름

롱아일랜드 끝 시골집, 43년을 살아온 뒷마당에 아직 겨울잠이 채 가시기 전 봄은 또 어김없이 찾아 왔다. 매년 4월 20일이 지나야 왔던 강남 갔던 제비, 올해는 4월 15일 돌아왔다. 너무도 놀랐다. 이렇게 일찍 돌아온 해는 한 번도 없었고 지난해는 4월 17일에 왔었다. 우리 인간은 그들의 계획을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그들은 자연의 순리대로 어김없는 생존의 기지를 잘 알고 있다. 왜 이렇게 일찍 왔을까.   십여일이 지날 때까지 그들은 봄샘 추위에 떨었고 마침내 후속대가 합세했다. 재잘대는 그들의 언어는 다 알 수는 없지만 42년 동안 지켜온 차고 둥지의 경험을 통해 새끼들에게 내리는 경계의 소리는 알 수 있다. 천적이 나타나면 “째재잭”하고 소리를 낸다. 둥지 속으로 숨으라는 경고에 모두 쏘옥 숨는다. 가족들이 다 모였다. 짝들을 짓는다. 처음 온 두 마리가 알을 품고 고행의 길에 들어갔고 다른 가족들은 둥지 3개를 보수하고 새 둥지도 2개를 만들었다.     올해는 특이하게 네 쌍이나 조금 늦게 알을 품었다. 이따끔씩 엄마 제비의 짧은 외출이 필요할 때는 아빠 제비가 잠깐 교대를 해주지만 엄마의 고행은, 쪼그린 무릎과 다리는 얼마나 힘에 겨울까? 머리만 둥지 밖을 내다보며가슴 털은 따스한 온도를 유지한 채 13~17여일(포란 기간)이 지나면 부화가 이루어지며 어미의 자세가 어정쩡 어색함을 나타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때 가슴 털 밑의 움직임을 누를 수가 없다. 새끼들이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첫 둥지에 새 생명이 태어날 즈음에 다른 세 둥지가 알을 품었다. 새끼들이 태어나면 어미들은 먹이 사냥에 바쁘다. 24여일 동안을 키워야 한다. 어릴 때는 파리, 모기, 벌 등을 먹이고 크면 나비, 잠자리, 이화명충 나방 등을 먹고 자란다. 올해는 한 번에 여러 둥지에 새 생명을 부화했는데 불행한 일이 몇 가지 일어났다. 북쪽 둥지에 네 마리가 태어났지만 두 마리가 무더운 기후에 허우적대다가 떨어졌다. 두 마리 모두 둥지 속에 다시 넣어주었지만 한 마리는 끝내 죽어서 땅에 묻어주었다. 동쪽 둥지에서 두 마리는 잘 자라서 하늘을 정복했고 앞쪽 둥지엔 네 마리가 건강하게 잘 자랐다.   일반적으로는 한여름에 두 번 번식한다. 그런데 올해에는 첫 번째로 품었던 짝만 다시 알을 품었다. 좀 늦은 감이 있었다. 계속 관찰을 했는데 세 마리가 태어났다. 그중에서도 빨리 자라는 새끼는 늘 부산스럽다. 그래서 떨어지는 사고가 종종 일어난다. 그날도 제일 큰 새끼가 떨어졌고 숨을 거두어 또 묻어 주었다. 올해는 특이하게 네 둥지에 다섯번의 부화가 있었고 두 마리가 희생되었다. 마지막 태어난 형제는 어렵게 하늘을 정복했지만 과연 무난히 제2의 고향에 안착이 될까 걱정이다.   강행군의 비상 훈련 속에 시간이 흘렀다. 모든 식구가 지붕 위의 창공을 수없이 돌고 돌았다. 그들은 평균적으로 8월 25일이면 떠났다. 그런데 8월 20일 아침 집을 선회했던 모습이 마지막 날인 줄을 몰랐다. 다음날 아침 늘 요란스럽게 재잘대던 그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는 파아란 빈 하늘 삼각형의 물체는 보이지 않았다. 마음이 찡했다. 그 다음 날도 그랬다. 너무 일찍 온 현실이 믿어지지 않는 보내는 마음과 내년 봄의 기다림이 나를 위로 했다. 그 먼길 얼마나 힘겨웠을까. 두 번째 태어난 두 마리가 눈에 선하다. 잘 무사히 도착했을까. 43년의 역사는 다시 이루어질까. 오광운 / 시인열린광장 한여름 제비 엄마 제비 앞쪽 둥지 북쪽 둥지

2025.09.24. 19:22

썸네일

[삶의 뜨락에서] 제비의 한여름

롱아일랜드 끝 시골집 43년을 살아온 뒷마당에 아직 겨울잠이 채 가시기 전 봄은 또 어김없이 찾아 왔다. 매년 4월 20일이 지나야 왔던 강남 갔던 제비, 올해는 4월 15일 꿈에도 생각지 못한 42년의 역사를 만들어 고향 집에 짝을 짓고 돌아왔다. 너무도 놀랬다. 이렇게 일찍 돌아온 해는 한 번도 없었고 지난해는 4월 17일에 왔었다. 우리 인간은 그들의 계획을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그들은 자연의 순리대로 어김없는 생존의 기지를 잘 알고 있다. 왜 이렇게 일찍 왔을까.   십여일이 지날 때까지 그들은 봄샘 추위에 떨었고 마침내 후속대가 합세했다. 재잘대는 그들의 언어는 다 알 수는 없지만 42년 동안 지켜온 차고 둥지의 경험을 통해 새끼들에게 내리는 경계의 소리는 알 수 있다. 천적이 나타나면 “째재잭”하고 소리를 낸다. 둥지 속으로 숨으라는 경고에 모두 쏘옥 숨는다. 가족들이 다 모였다. 짝들을 짓는다. 처음 온 두 마리가 알을 품고 고행의 길에 들어갔고 다른 가족들은 둥지 3개를 보수하고 새 둥지도 2개를 만들었다. 봄의 꽃잎들이 바람에 날리고 많은 다른 새들도 모여들어 봄을 노래하고 있었다.     올해는 특이하게 네 쌍이나 조금 늦게 알을 품었다. 이따끔씩 엄마 제비의 짧은 외출이 필요할 때는 아빠 제비가 잠깐 교대를 해주지만 엄마의 고행은, 쪼그린 무릎과 다리는 얼마나 힘에 겨울까? 머리만 둥지 밖을 내다보며가슴 털은 따스한 온도를 유지한 채 13~17여일(포란 기간)이 지나면 부화가 이루어지며 어미의 자세가 어정쩡 어색함을 나타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때 가슴 털 밑의 움직임을 누를 수가 없다. 새끼들이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첫 둥지에 새 생명이 태어날 즈음에 다른 세 둥지가 알을 품었다. 새끼들이 태어나면 어미들은 먹이 사냥에 바쁘다. 24여일 동안을 키워야 한다. 어릴 때는 파리, 모기, 벌 등을 먹이고 크면 나비, 잠자리, 이화명충 나방 등을 먹고 자란다. 올해는 한 번에 여러 둥지에 새 생명을 부화했는데 불행한 일이 몇 가지 일어났다. 북쪽 둥지에 4마리가 태어났지만 두 마리가 무더운 기후에 허우적대다가 떨어졌다. 두 마리 모두 둥지 속에 다시 넣어주었지만 한 마리는 끝내 죽어서 땅에 묻어주었다. 동쪽 둥지에서 2마리는 잘 자라서 하늘을 정복했고 앞쪽 둥지엔 4마리가 건강하게 잘 자랐다.     일반적으로는 한여름에 두 번 번식한다. 그런데 올해에는첫 번째로 품었던 짝만 다시 알을 품었다. 좀 늦은 감이 있었다. 계속 관찰을 했는데 3마리가 태어났다. 그중에서도 빨리 자라는 새끼는 늘 부산스럽다. 그래서 떨어지는 사고가 종종 일어난다. 그날도 제일 큰 새끼가 떨어져 숨을 거두어 또 묻어 주었다. 올해는 특이하게 네 둥지에 다섯번의 부화가 있었고 두 마리가 희생되었다. 마지막 태어난 형제는 어렵게 하늘을 정복했지만 과연 무난히 제2의 고향에 안착이 될까 걱정이다.     강행군의 비상 훈련 속에 시간이 흘렀다. 모든 식구가 지붕 위의 창공을 수없이 돌고 돌았다. 그들은 평균적으로 8월 25일이면 떠났다. 그런데 8월 20일 아침 집을 선회했던 모습이 마지막 날인 줄을 몰랐다. 다음 날 아침 늘 요란스럽게 재잘대던 그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는 파아란 빈 하늘 삼각형의 물체는 보이지 않았다. 마음이 찡했다. 그다음 날도 그랬다. 너무 일찍 온 현실이 믿어지지 않는 보내는 마음과 내년 봄의 기다림이 나를 위로 했다. 그 먼 길 얼마나 힘겨웠을까. 두 번째 태어난 두 마리가 눈에 선하다. 잘 무사히 도착했을까? 43년의 역사는 다시 이루어질까? 오광운 / 시인삶의 뜨락에서 한여름 제비 엄마 제비 앞쪽 둥지 북쪽 둥지

2025.09.15. 21:38

[아메리카 편지] 강남 갔다 돌아온 제비

봄이 되면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말이 있다. 제비는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철새로, 한국의 기상청은 1923년부터 공식적인 봄 도래의 지표로 삼아왔다. 흥부놀부전 같은 전래동화에도 자주 등장하기에 우리 마음속에는 늘 한반도의 봄을 상징하는 새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제비는 유럽의 고대 문화에서도 한몫한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 헤시오드가 기원전 700년경 쓴 시 ‘일과 날’은 제비를 봄의 화신으로 부르고 있고, 로마 시대의 농경 전문가 콜루멜라(AD 4∼70년)는 제비가 보이면 봄 파종을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제비 오는 날을 기념하는 봄 페스티벌 또한 많은 고대문명에서 행해졌고, 그 전통이 오늘날까지 유럽 각 지역에서 이어지고 있다.   기원전 6세기 말 고대 그리스 도기화도 그 사회에서 차지하는 제비의 문화적 중요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젊은 청년과 중년의 남자, 그리고 어린 소년, 이렇게 세 명이 팔라이스티라 (palaestra·레슬링 수련을 하는 연습장)에 모여있다. 날아오르는 새를 향해 손짓하며 청년이 먼저 외친다. “앗 저기, 제비다!” 그 옆에 앉아있는 남자가 고개를 확 돌리며 감탄하기를 “아, 헤라클레스여, 정말 그렇네!” 어린 소년도 손을 쭉 뻗으며 한마디 던진다. “정말 제비네요!” 마지막으로 소년과 남자 사이에 쓰인 구절이 이렇다. “이제 벌써 봄이 왔어요.” 각각 다른 세대를 상징하는 이들이 계절의 바뀜을 목격하는 깜찍한 장면이다. 이 도기는 와인을 보관하는 용기로 무덤에 매장된 부장품이다. 그래서 죽음을 초월하는 영원한 봄의 도래를 나타내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이렇게 계절의 부활을 상징하는 보편적 봄의 전령이 서울에서 15년째 공식 관측이 안 되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남쪽에서 한반도로 귀향하는 때가 과거보다 근 두 달이나 늦춰졌다는 사실도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아메리카 편지 강남 제비 고대 그리스 고대 문화 상징적 의미

2023.05.05. 19:31

[한국은행 칼럼] 낙엽 한 장과 제비 한 마리

최근 FRB, OECD 등 다수 경제전망 기관은 지난 9월에 미국의 2021년 연간 GDP성장률을 당초 전망치보다 약 1%포인트 낮춰 6% 내외가 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 10월 28일에 미국의 금년 3분기 GDP성장률(전기비 연율기준) 실적치가 금년 상반기 성장률에 비해 상당폭 낮은 수준인 2.0%로 발표되면서, 이들 기관의 성장전망 하향 조정의 타당성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이와 같이 금년 하반기 이후 미국 경제의 성장속도가 감속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배경으로 다음과 같은 이유들이 주로 제기되고 있다. 우선, 공급 병목현상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투입원료를 적시에 현장에 전달하지 못함에 따라 기업 생산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다음으로는 구인난에 따른 인력부족으로 기업의 생산활동이 제약받고 있다는 점이다. 트럭 기사가 부족해 항만에 적재된 물류를 제때 수송하지 못하고 있으며 식당, 숙박 등 대면서비스 업종에서도 종사자가 부족해 임금이 빠르게 오르며 물가상승 압력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끝으로 3분기중에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됨에 따라 경제주체의 심리가 위축되면서 소비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처럼 금년 하반기 이후 미국 성장속도가 다소 둔화됐다는 점을 들어 향후 미국 경제의 진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기우에 그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미국 경제의 성장속도 감속은 경제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이미 예견된 현상이다.     국가 경제에도 물가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를 충분히 활용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수준인 잠재 GDP라는 한계가 존재한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미국 경제의 잠재 GDP 성장률(CBO 추정, 2021년 7월 기준)이 약 1.9%인 점에 비추어 보면, 미국 경제는 금년 상반기에 상당히 큰 폭으로 이를 상회하여 성장해 왔으며 금년 3분기 GDP성장률도 양호한 수준을 기록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는, 미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개인소비가 성장세를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그간 실시된 다양한 경기부양 정책, 서비스 소비 이연 등으로 인해 가계가 보유한 초과 저축의 규모가 상당히 크고 가계 건전성도 양호해 민간의 소비여력이 충분한 상황이다. 이에 더해 실업률이 계속 하락하고 취업자 수도 꾸준히 늘어나면서 소득여건도 이러한 소비여력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수주, 매출, 수익 등 기업활동과 관련한 실물지표가 개선세를 지속하고 있고 경제내 부문간 자금흐름이 양호한 가운데 자산가격도 상승세를 지속하는 등 금융지표도 호조를 보이고 있어 미국 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끝으로 백신보급 확대, 생산시설 증대 등으로 인력난, 공급 병목현상 등도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향후 미국 경제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천하에 가을이 왔음을 안다”는 익히 알려진 고사성어가 있는데, 이 말의 속뜻은 사소한 현상을 보고도 소홀히 다루지 말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시시각각으로 발표되는 다양한 경제지표를 통해 향후 경제의 향방을 선제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갖는 것으로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한편으론 최근과 같이 경제지표가 불확실하게 크게 변동하는 상황에서는 경제분석가들에게 명확한 근거없이 성급한 판단을 내려 잘못을 범하는 우를 피하라는 “한 마리 제비가 여름을 가져오진 않는다(One swallow does not make a summer)”라는 속담이 던져주는 지혜도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김태경 / 뉴욕사무소 차장한국은행 칼럼 낙엽 제비 연간 gdp성장률 성장속도 감속 다수 경제전망

2021.11.02. 17:15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