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조개 알러지
                                    흔적도 없이 바수어진 살점이   먼 시간을 거슬러 성난 피의 계보에 닿으면   잘려나간 신경들을 불러모아   두 주먹 불끈 쥐고 일어선다   내 어머니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어머니   오백년 전 어느 전투에서 백기 들고내민 손을   잡지 않은 탓일까 아니,   죽도록 사랑하다 이별한 연인이 못다 한 말   물속에 토해내지 못하고   지상의 독한 소금물에서도 앙다물고 있던 입   눈먼 연인의 식탁에 올라 이제 와   무슨 말로 엉켜버린  마음을 풀어   돌아선 피의 역사를 다시 쓸 것인가   죽어서도 섞이지 못하는   희고 말랑말랑한 살   그 질긴 유혹을 씹으며 윤자영 / 시인·뉴저지글마당 알러지 조개 조개 알러지 
                                    2022.05.20. 1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