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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조동진, 가을의 길목에서 다시 만나다

'여름은 벌써 가버렸나/ 거리엔 어느새 서늘한 바람/ 계절은 이렇게 쉽게 오고 가는데/ 우린 또 얼마나 어렵게 사랑해야 하는지/ 나뭇잎 사이로 여린 별 하나/ 그 별빛 아래로 너의 작은 꿈이.'   계절은 가을로 가고 있다. 가을이 되면서 더욱 생각나는 조동진의 명곡 '나뭇잎 사이로'의 가사다.   우리 시대의 음유시인이자 '얼굴 없는 가수'의 효시였던 그는 1978년 첫 앨범 '행복한 사람'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1980년 발표한 2집 앨범의 '나뭇잎 사이로'가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1980년대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상징적 존재가 되었다.   서른을 넘어 뒤늦게 솔로로 데뷔했지만, 그는 평생 여섯 장의 앨범만으로 한국 대중음악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특히 그의 1집 앨범은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선정되기도 했다. 미국에 밥 딜런이 있다면 한국에는 조동진이 있다고 할 만큼, 그는 계절의 변화와 삶의 진리를 주옥같은 노랫말에 담아냈다. '제비꽃', '겨울비', '진눈깨비', '빗소리' '달빛 아래서', '해 저무는 공원', '배 떠나네' 등 자연을 소재로 한 그의 노래들은 계절과 시간, 그리고 우리들의 인생과 사랑을 깊이 있게 담아냈다.   그를 기억하는 이들은 낮은 목소리, 느린 걸음걸이, 깊은 눈빛, 그리고 맑고 청아한 통기타 선율을 떠올린다. 그를 추억하자면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벌써 8년이 지났다. 끝내 이루지 못했던 LA 단독 콘서트의 꿈을 추모 콘서트로라도 대신하고 싶었다.     지난 12일 가을의 문턱에서 그를 추억하는 많은 이들이 LA에서 모였다. 와인 한 잔을 기울이며 음악을 이야기하고, 이민 생활의 고단함을 서로에게 털어놓는 동안, 그의 노래는 마치 그가 우리 곁에 다가와 나지막하게 말을 건네는 듯했다.     한밤의 선율은 공연장 안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모았다. 팝 피아니스트 김영균, 플루트와 색소포니스트 주훈, 트럼펫 연주자 강진한, 드러머 듀크 김, 보컬 겸 기타리스트 박강서, 그리고 주성까지,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로 뭉친 이들의 앙상블은 조동진의 '제비꽃'에서 절정에 달했다.   조동진이 서른여덟이 되어서야 세상에 내놓았다는 '제비꽃'은 인간의 성장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아주 한밤중에도 깨어 있고 싶다'는 노랫말처럼, 사람에 대한 그의 깊은 애착은 공연장을 찾은 모두에게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날 공연에는 조동진이 음악의 꿈을 키웠던 7인조 재즈 록 밴드 '쉐그린'의 멤버 이태원과 전언수까지 서울과 뉴욕에서 날아와 그 의미를 더했다.   가수는 자신이 부른 노래처럼 그 인생이 흘러간다고 했던가. 불후의 명곡 '행복한 사람'을 모두가 떼창을 하는 그 순간 영상 속 그의 모습은 더 없이 행복해 보였다.   그렇게 가을의 한 페이지는 조동진의 음악과 함께 아름다운 추억으로 또 넘어가고 있다.     이광진 / 문화기획사 에이콤 대표열린광장 조동진 가을 조동진 가을 한국 대중음악사 언더그라운드 음악

2025.09.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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