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와 두 남자가 만나 우정과 사랑을 꽃피우는 청춘 드라마. 2013년 데뷔작 ‘일로 일로’(Ilo Ilo)로 칸영화제에서 데뷔 감독에게 수여하는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했던 싱가포르 출신 앤소니 첸 감독의 최근작이다. 2023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섹션에 선정됐었고 싱가포르의 2024 아카데미상 국제영화 부문 출품작이다. 겨울 폭설이 내리는 며칠간의 짧은 기간 동안 20대 청년 세 명이 만나 관계를 형성하고 그 관계의 변화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배경지의 우아함을 최대한 노출시키는 촬영, 고전적 스토리텔링, 그리고 솔직하고 진지한 캐릭터들을 등장시키는 첸 감독의 스타일은 이 작품에서도 변함이 없다. 영화는 중국 북부의 국경 도시이며 조선족이 많이 거주하는 연길시를 배경으로 한다. 나나(저우 동위)와 한샤오(추샤오추)는 연길에서 태어난 조선족 청년들이다. 연길을 떠나고 싶어 하는 그들이지만 처해 있는 상황이 늘 여의치 않다. 나나는 관광 가이드 일을 하고 있고 한샤오는 부모들이 운영하는 한식당 일을 돕고 있다. 한샤오의 마음에는 내심 나나를 향한 사랑이 있다. 하지만 나나는 그를 친구로만 대한다. 상하이에서 온 청년 하오평(류하오란)이 나나의 관광 버스에 손님으로 오른다. 그는 나나의 시선을 끈다. 나나가 하오평을 한샤오에게 소개한다. 세 사람 사이에 묘하고 차가운 기류를 안고 그들은 눈 덮인 장백산으로 여행을 떠난다. 나나는 하오평과 잠자리를 같이하고 한샤오가 이를 알게 된다. 그들은 각자 외롭다. 나름의 상처에 외로운 모습이 서로 다르다. 피겨스케이터의 꿈을 이루지 못한 나나와 음악에 소질이 있는 한사오는 도시 남자 하오평이 부럽다. 그러나 그에게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자살 충동이 있다. 이들의 며칠 동안의 삼각관계는 눈덩이처럼 둥글게 보이기도 하고 고드름처럼 차갑고 아프게 느껴진다. 상처는 다른 사람들이 개입함으로 저절로 치유되기도 하다. 연변 조선족의 삶에 묻어있는 한국의 고유한 정서가 영화에 묻어있다. 세 사람은 백두산 천지를 보러 여행을 떠난다. 중국 북부 지방의 얼어붙은 겨울 풍경이 장관이다. 안개 때문에 천지에 오르지 못하고 돌아오는 길에 ‘아리랑’ 음악이 흐른다. 첸 감독은 한국 민요 아리랑의 가사로 영화의 메시지를 대신한다. 우울한 단조 멜로디에 이어지는 아리랑의 가사, 나를 버리고 가는 님은…. 누가 누구를 버리는지는 각자의 처지에 달렸다. 삶은 결국 혼자 이루어가야 한다는 슬픈 깨달음이 길게 여운으로 남는다. 영화의 중국어 원제는 ‘연동’, ‘겨울연가’다. 김정 영화평론가 [email protected]겨울연가 조선족 백두산 겨울연가 조선족 청춘 연변 조선족
2024.01.26. 19:30
제38대 뉴욕한인회장에 당선된 김광석 회장이 2·3세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뉴욕 일원에 거주하는 중국동포(조선족)까지 끌어안는 한인회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인으로서의 ‘헤리티지’를 가진 이들에게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교육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갈수록 축소되는 한인 커뮤니티가 큰 축을 놓치게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1일 당선 인사차 뉴욕중앙일보 본사를 방문한 김 회장은 중국동포의 뉴욕한인회 참여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코리안 헤리티지’(Korean Heritage) 단어에서 어디에 방점을 찍을지의 문제”라며 “중국동포들 중엔 독립운동을 위해 만주로 떠난 선조의 후손들, 고려인 등이 포함돼 있고 우리 한인 2세, 3세들이 미국에서 소수민족으로서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결국 한인 헤리티지를 가진 사람들이 힘을 뭉칠 수 있도록 100년, 150년이 걸리더라도 당연히 끌어안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인 이민사회에서 중국동포들을 멸시·배척하는 분위기가 생기자 이들도 등을 돌리고 본인을 중국인으로 규정하는 경우가 생기곤 하는데, 이들을 놓치지 말아야 뉴욕 일원에서 한인 커뮤니티 파워도 조금이나마 더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인 정체성을 재정립할 수 있는 언어·문화·역사교육도 절실하다”며 “이런 부분은 한인 2·3세, 이민 1세에게도 모두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당장 중국동포를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명확히 했다. 김 회장은 지난 11일 치러진 선거에서 총 6116표 중 3854표를 받아 당선됐다. 그는 “50만 한인 동포 중 6000여명만 투표했는데, 왜 다수가 무관심했는지를 면밀히 파악해야 할 것”이라며 “한인회 고유성을 끌고 나가면서도 확대하고, 참여를 독려할지가 고민”이라고 전했다. 회장으로서 꼭 이루고 싶은 부분으로는 ‘이사회 확대·개편’과 ‘흥이 나는 한인회 만들기’를 꼽았다. 그는 “뉴욕 한인사회 곳곳을 대표할 인물들로 이사회를 확대·개편하되, 업무 연속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회장이 이사장과 일부 이사진을 임명하다시피 하는 현 규정을 손보고, 이사 임기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선거는 사상 첫 ‘세대 간 대결’로 펼쳐져 이목을 끌었다. 김 회장은 “함께 겨뤘던 강진영 뉴욕한인변호사협회 회장을 비롯해 많은 차세대 한인들이 한인회에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김 회장은 오는 27일 오전 11시 뉴욕한인회관에서 취임식을 갖는다. 리셉션은 같은 날 오후 6시 뉴욕한인봉사센터(KCS)에서 열린다. 글·사진=김은별 기자 [email protected]뉴욕한인회 김광석 뉴욕한인회장 김광석회장 한인회 한인회장 조선족 중국 뉴욕
2023.06.21. 2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