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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과 별, 두 세계가 만나는 조슈아트리

남부 캘리포니아의 끝없는 사막 위, 바람에 깎인 바위와 초현실적인 나무들이 만들어낸 풍경이 있다. 바로 조슈아트리 국립공원(Joshua Tree National Park). 조슈아트리는 두 사막이 맞닿는 지점이다.     거칠고 극적인 모하비 사막과 따스하고 완만한 콜로라도 사막이 만나는 지점에서 서로 다른 생태와 빛이 겹치며 조슈아트리 특유의 독특한 풍경이 펼쳐진다.   사막의 기온이 온화해지는 10월부터 4월까지가 여행의 최적기. 이 시기에는 한낮의 햇볕이 따뜻하고, 밤하늘에는 별이 쏟아진다. 조슈아트리를 깊이 느끼기에는 짧지만, 인상적인 하이킹 코스 7곳을 소개한다.   ▶히든 밸리 Hidden Valley (1마일 / 약 45분)   암갈색 바위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평화로운 골짜기. 유카, 초야 선인장, 조슈아트리가 어우러져 하나의 거대한 사막 정원을 이룬다.   1880년대 카우보이 갱단이 훔친 소와 말을 숨겨두던 ‘숨겨진 계곡’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믿기지 않을 만큼 평화롭다. 인근 바위 그늘에 피크닉 테이블이 놓여 있어 사막의 고요 속에서 점심과 피크닉을 즐기기에도 좋다.   ▶바커 댐 (1.5마일 / 약 1시간)   1900년대 초, 목축업자 바커가 가뭄을 이겨내기 위해 만든 작은 저수지이다. 그 후 윌리엄 키스(William Keys)가 증축해 ‘빅혼 댐(Big Horn Dam)’으로도 불린다. 여름철에는 메마른 공터이지만 겨울비가 내린 뒤 고인 물 위로 하늘과 바위가 투명하게 비친다. 주변에는 인디언들의 암각화(petroglyphs)가 남아 있어 이 사막에도 오랜 인류의 숨결이 깃들어 있음을 느끼게 한다.   ▶월스트리트밀 (3마일 / 약 1시간 30분)   조슈아트리의 역사와 인간의 흔적이 가장 짙게 남아 있는 길이다. 이곳은 조슈아트리 지역의 터줏대감이자 개척자인 빌리 키스(Bill Keys)가 금을 제련하던 장소다. 붉은 벽돌 잔해와 녹슨 트럭, 바람에 삐걱대는 풍차 하나가 사막의 세월을 조용히 증언한다.   길 끝에는 키스가 새긴 금속판이 남아 있다. 금속판에는 “1943년 5월 11일, 워스 베글리가 이곳에서 죽었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키스는 랜치 통행 문제로 갈등을 빚던 이웃 워스 베글리를 총으로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샌 퀸틴 교도소에서 5년간 복역했다. 살인 혐의에 대해 정당방위를 주장해 비교적 짧은 형기로 복역을 마쳤지만, 사건을 새긴 동판은 대가족과 함께 사막에 터를 잡고 한평생을 보낸 키스의 성정을 엿보게 한다. 키스의 삶에 대한 역사는 인근에 있는 키스 랜치 투어(Keys Ranch Tour)를 통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홀 오브호러스 (0.7마일 / 약 45분)   조슈아트리 국립공원의 히든 밸리 근처에는 이름처럼 신비로운 어드벤처 동굴 홀 오브호러스(Hall of Horrors)가 있다. 바위들이 층층이 쌓인 거대한 돌무더기 사이로 좁은 슬롯캐년이 이어지며 그 속은 마치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입구처럼 느껴진다. 조심스레 들어서면 손끝에 닿는 거친 바위의 감촉이 긴장과 설렘을 동시에 안겨준다. 쉬운 길을 따라 잠시 모험을 즐길 수도 있고, 더 깊숙이 들어가 반대편으로 빠져나오는 탐험의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곳은 단순한 동굴이 아닌, 자연이 만든 모험의 미로이다. 바위 타기에 적성이 맞지 않는다면 절대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 가벼운 모험을 즐기기에도 좋은 코스다.   ▶스컬록 트레일 (1.7마일 / 약 1시간)   조슈아트리의 상징인 해골 모양의 바위 ‘스컬록’ 수천 년의 풍화가 빚어낸 자연의 조각품이다. 이곳에서 시작되는 트레일은 공원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점보 락 캠핑장을 지나 크고 작은 바위 지대를 둘러볼 수 있어 어린 자녀와 함께 걷기에 적합하다.   ▶아치록 트레일 (1.4마일 / 약 1시간)   화이트 탱크 캠핑장 인근 바람이 만든 완벽한 곡선의 바위 아치가 있다. 사막의 하늘 아래 서 있는 그 모습은 마치 대지의 문 같다. 아치는 언제나 사진가들로 붐빈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하트 모양의 ‘하트 록(Heart Rock)’이 숨어 있으니 두 곳을 함께 둘러보면 더욱 좋다.   ▶매스토돈 피크 (2.6마일 / 약 2시간)   공원 남쪽 코튼우드 지역의 거대한 바위산 매스토돈 피크는 조슈아트리에서 만나는 새로운 풍경이다. 가는 길은 로스트 팜스 오아시스(Lost Palms Oasis) 등산로에서 시작하는데 약 1마일 지점에서 왼편으로 꺾어져 바위산을 거쳐 돌아 나오게 된다.   등산로 입구에는 거대한 팜트리와 코튼우드 나무들이 서 있는데 오래전 금을 채굴하기 위해 이곳에서 물을 뽑아 쓰던 광부들이 심어놓은 것이라고 한다. 팜트리를 지나 우측을 보면 화강암 바위에 큰 구멍이 보인다. 오래전 이 지역에 살던 카위야 원주민들이 씨앗과 곡식을 빻던 ‘모테로’로 전해진다.   매스토돈 피는은 온통 바위로 된 봉우리로서 정상에 올라서면 남쪽으로는 바다처럼 물이 고여 있는 살톤 시(Salton Sea)가 보인다. 바위산 아래편에는 1919년부터 1932년까지 금을 채굴했던 매스토돈 금광을 만나는데 땅속으로 들어가는 수직갱도를 구경할 수 있다.     조금 더 내려오면 금광에서 채굴된 광석을 처리하던 위노나 밀(Winona Mill)에 도착하는데 지금은 흔적이 없지만, 옛적에는 조그마한 마을이 있었던 자리이다.     ▶사막의 밤, 별이 머무는 시간   조슈아트리의 낮이 바위와 나무의 세상이라면 밤은 별의 시간이다. 빛 공해가 거의 없는 이곳의 밤하늘에는 별빛이 쏟아질 듯 가득하다. 바위 위에 앉아 사막 바람을 맞으며 마주한 은하수 앞에서 여행자는 깨닫는다. 조슈아트리는 단순한 국립공원이 아니라, 자연이 들려주는 사막의 시(詩)임을.   ▶여행 정보 TIP   -방문 시기: 10월~4월 (여름은 매우 덥고 위험함)   -입장료: 차량 1대 기준 $30 (7일 유효) 국립공원 패스 무료   -추천 숙소: 로컬 모텔 또는 캠핑장   -별 관측 포인트: 스컬록 인근, 히든 밸리 주차장, 키스 뷰(Key's View)   ━       김인호 20년간 미주 중앙일보에 산행 및 여행 칼럼을 기고하였으며 유튜브 채널 '김인호 여행작가'를 운영하고 있다.조슈아트리 사막 조슈아트리 국립공원 조슈아트리 지역 조슈아트리 특유

2025.11.06.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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