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당에서 한국어도 가르쳐요” 터커 한식당 ‘복’ 이건우·정지윤 부부
조지아주 터커에 있는 한식당 ‘복'(The Bite of Korea·BOK)은 지역 주민들에게 ‘한국어 학원’으로 알려져 있다. 재작년부터 이곳에서 한국어를 배운 수강생이 벌써 150여명에 달한다. 2022년 10월 터커 지역의 첫 한식당으로 오픈해 문화 교류의 장으로 자리잡았다. 조지아주 한식당이 200여개에 달하는 지금, 한식은 유행을 넘어 민간 교류를 잇는 징검다리가 되고 있다. 이 식당을 운영하는 이건우(36), 정지윤(35) 부부(사진)는 이민 7년차이던 2020년 3월 처음 요식업을 시작했으나 곧바로 쓴맛을 봤다. 챔블리의 한 카페테리아를 인수한 지 일주일만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문을 닫게 됐다. 이후 1년반동안 애틀랜타·로렌스빌·마리에타 곳곳을 돌아다니며 팝업스토어(이벤트 매장) 방식으로 길거리 음식을 팔았다. 2022년 팝업 누적 200회를 넘기자 상설매장을 차려도 되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부부는 그렇게 터커 첫 한식당 문을 열었다. 직원 16명을 두고 있는 이씨는 “장사가 쉬울 때가 없다”며 “올해도 관세로 수입물가가 뛰고 외식 소비가 줄면서 식당 경영 어려움이 컸다. 개업 3년차가 되니 장비 보수 비용도 만만치 않다. 지난 2주간 고장난 조리기구만 3개”라고 했다. 그래도 버틴 건 ‘일의 의미’를 새로 찾아서다. 2023년 12월 식당에서 40여명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첫 한국어 수업을 연 데 이어 2024년 4월, 이달 2~17일 등 모두 3번의 연례 한국어 무료 강좌를 개최했다. 수업은 주말 이틀간 3주에 6번 열린다. 시간은 식당 영업 시작 1시간 전인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다. 작년까지 40~50명이던 수강생이 올해 입소문을 타고 60여명까지 늘었다. 이씨는 “커리큘럼과 교재를 직접 만들다 보니 수업을 준비하는 데만 15~20시간이 든다”고 전했다. 수업은 이민 1세대로서 겪은 영어 학습 경험을 발판삼아 외국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데 중점을 둔다. “도전 정신을 북돋우기 위해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을 반복한다. 한국어로 말하는 영상을 찍는 숙제를 내주기도 한다”고 그는 말했다. 지난 2일 찾은 한식당 ‘복’은 정면 대형 스크린을 중심으로 4인용 식탁을 5개씩 길게 붙여 큰 강의실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줬다. 수업에 참여한 주민들은 한글 자음과 모음을 배우고 대응되는 알파벳을 익혀 이름을 써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존댓말과 반말의 개념을 배우고 자기소개를 익혔다. 마스크, 라디오, 컴퓨터 등 한국어 외래어를 배울 때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영어 발음에 큰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날 처음 한국어 수업에 참석한 애틀랜타의 써니 앨리(40) 씨는 본인을 한인 입양인으로 소개했다. “뒤늦게나마 유산을 배우고자 왔다”고. 다른 수강생은 최근 한국계 협력업체가 늘면서 한국어 소통의 필요성을 느껴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정씨는 “평소에도 직원들로 하여금 손님을 응대할 때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라고 인사하도록 교육한다”며 “가장 한국적인 식당이자 문화 상징으로 알려지는게 꿈”이라고 밝혔다. 장채원 기자 [email protected]조지아주 한식당 한국어 수업
2025.08.04. 1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