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주에서 존엄사법(End of Life Option Act: ELOA)이 시행된 지도 벌써 8년째다. 지난 2016년 발효된 법안에 따라 수 천명이 죽음을 선택한 가운데 존엄사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본지 8월 16일자 A-1면, 17일자 A-3면〉 특히 약물을 처방할 수 있는 의사들도 찬반으로 나뉘어 논쟁 중이다. 이제까지 현황을 알아본다. ◆존엄사와 존엄사법 가주 존엄사법(ELOA)은 2016년 발효됐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개인에게 삶의 마지막 순간을 존중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한 법안이다. 존엄사는 나라와 문화에 따라 매우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다. 간단히 설명하면, 안락사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의미다. 특히 가주 존엄사법의 경우, 원래 '선택적 안락사(aid-in-dying)' 혹은 '능동적 안락사'에 관한 법안인데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로 명확한 번역이 어렵고 길고 복잡해서 그냥 '존엄사법(ELOA)'으로 부르고 있다. 반면 '수동적 안락사'는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 가족들이 동의 하에 치료를 포기하거나 무의미한 추가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것을 말한다. 좁은 범위의 존엄사로 일반적으로 존엄사라 하면 이를 말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수동적 안락사와 더 좁은 의미의 존엄사를 구분하기도 한다. 가주에서는 '존엄사법'이라고 쓰고 '선택적 안락사를 실행하기 위한 법률'로 이해할 수 밖에 없다. 가주 존엄사법을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법안 적용조건을 따져보면 명확해진다. 우선 18세 이상의 가주 거주자여야 한다. 타주 거주자가 '극약 처방'을 위해서 가주 의사를 만난다면 안된다고 볼 수 있다.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말기 환자여야 한다. 6개월이나 시한부라는 것이 의학적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최소 2명의 의사로부터 판정을 받아 처방을 받아야 한다. 당뇨 같은 일반 불치병은 제외된다. 또한 정신적으로 안정된 상태여야 하는데 누군가에 의해서 떠밀리 듯 의사에게 잘못된 요청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6개월 시한부 말기 환자로 자신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를 원해 2명의 의사에게 극약 처방을 받아 이를 시행하는 것이다. 반면 '적극적 안락사(active euthanasia)'는 의사가 환자에게 직접 약물을 투여하는 것으로 존엄사법과는 거리가 멀다. 가주에서는 불법 의료행위다. 안락사는 '아름다운 죽음'이라는 뜻이지만 한국, 미국, 그외 여러나라에서도 불법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서 실제 의사들조차도 존엄사와 안락사를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안락사를 동의 여부에 따라서 다르게 분류하기도 한다. 환자가 처방약을 먹거나 의사나 법이 허락하는 의료인이 환자의 요구대로 극약을 주사하는 '자의적 안락사'와 환자의 동의 없이 극약을 주입하는 '수동적 안락사'가 있다. 수동적 안락사는 살인으로 해석하는 나라도 많다. ◆가주 법 제정 경과 및 결과 2016년 6월9일부터 가주 존엄사법(ELOA)이 시행됐다. 당시 가주는 오리건(1994년), 워싱턴주(2008년), 몬태나(2009년), 버몬트(2013년)에 이어 전국에서 5 번째로 존엄사를 허용했다. 현재는 이들 외에도 워싱턴DC, 뉴저지, 뉴멕시코, 버몬트, 콜로라도, 하와이 등 총 11개 주에서 시행하고 있다. 2022년1월1일부터는 개정된 가주 존엄사법이 시행되고 있다. 약물 신청 기간이 15일에서 48시간으로 크게 단축됐다. ELOA에 따르면 ▶18세 이상의 가주 거주자 ▶환자의 기대 생존 기간이 6개월 이하라는 의학적 판단 ▶치사 약물을 처방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의사 2명으로부터 정신적으로 결정 능력이 있음을 확인 받아야 한다. 가주에서 2022년 853명이 존엄사를 선택했다. 전년 522명에 비해 331명(63%)이나 늘었다. 최근 4년간 추이는 423명(2018년), 497(2019), 496(2020), 522(2021)이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지만 증가세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이런 결과는 가주공공보건국이 발표한 '2022 연례보고서'에 나타난다. 2022년 가주에서는 1270명이 ELOA에 따라 치사 약물을 처방 받았고 이중 853명이 실제 약물을 복용해 사망했다. 처방 받은 환자 10명 중 7명이다. 보고서 본지 분석 결과, 지난 2016년부터 가주는 총 5168명이 약물 처방을 받았고 이중 3349명이 약물 복용 후 사망했다. 역시 처방자 중 65%가 존엄사를 선택했다. 인종 별로 보면 백인(2951명.88.1%)이 가장 많고 한인을 포함한 아시아계(210명.6.3%), 히스패닉(116명.3.5%), 흑인(28명.0.8%) 등의 순이다. 한인은 21명이다. 아시아계만 보면 중국계(90명), 일본계(32명)에 이어 3번째다. 연령 별로 보면 70~79세(1048명.31.3%)가 가장 많았으며 60세 이하도 345명(10%)을 차지했다. 말기 질환별로 보면, 2291명(68.4%)이 폐, 췌장, 전립선 등의 말기암 환자였다. 신경계통 환자(351명.10.5%)이었으며 이중 루게릭병(202명), 파킨슨병(61명)이 가장 많다. 이외 대졸 이상은 1714명(51.2%), 남성이 1703명으로 여성(1646명)보다 많았다. 대부분이 가족의 동의(2875명.85.8%)를 얻었고 자택(3028명.90.4%)에서 생을 마쳤다. 대다수가 존엄사 신청을 메디케어 또는 의료 보험(2384명.71.2%)을 이용했다. ◆찬성론 법안에 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주장은 무엇이 더 인도주의적인 것이냐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한다.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인간답게 죽을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명도 중요하지만 존엄도 중요하다고 보며 인간답게 살 수 있을 때 가치가 있는 것이고 불치병으로 인한 고통이 투병 중일 때보다 더 크다면 이를 멈춰 주는 것이 더 인도적인 것이라는 논리다. 법안을 실제로 통과시키고 시행하는데 큰 역할을 한 찬성 측은 말기 환자의 가족이거나 이들을 바로 옆에서 치료했던 의료진이다. 찬성론자 중에 암전문의, 너싱 홈 관계자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다. 법안을 이끈 비영리 단체도 고통이 극심한 환자를 지켜보다가 법안 제정에 나섰고 25년 만에 법제화시켰다고 알려졌다. 한 찬성론자는 "존엄사는 자살 방조가 아니라 환자에게 의료 행위의 선택권을 넓혀준 것"이라며 "법에 대한 진실을 널리 알리겠다"고 밝혔다. ◆반대론 법안을 반대하고 폐지하자는 소송이 지난 4월에 제기된 바가 있을 정도로 찬성과 반대가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찬성측에 의료진이 많듯이 반대측에도 의료진이 많다. 이들의 주장은 "의사가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치료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6개월 시한부, 말기 환자에 대한 판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심지어 예측이 50%는 틀린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고통은 고통 치료 전문가들에 의해서 경감될 수 있는 문제라는 견해다. 다른 견해는 '고통 경감'을 핑계로 보고 있다. 뒤에는 돈을 절약하기 위한 의료 시스템의 교묘한 방법의 살인이라는 것이다. 상당수의 말기 환자가 세금으로 운영되는 의료 시스템에서 치료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먼저 시행되고 있는 나라들이 의료 시스템이 효율적이지 않은 북유럽 국가가 많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국가에서는 12세부터 존엄사가 가능해 실제로는 인권 침해 문제로 보고 있다. 한 종양 관련 전문의는 "대상자가 결국 가난하고 늙고 장애가 있는 사람들로 몰리는 최악의 상황도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설명한다. 심지어 장애인의 삶은 무가치하다고 믿는 사회적 인식, 우생학적 관점으로 의심하기도 한다. 또한 환자 중 상당수가 남은 가족들에 대한 배려로 존엄사 선택을 도모한다는 의견이다. 말기 환자의 경우 대부분 회생 가능성이 높지 않은데 병원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나오고 가족들이 환자에 매달려 생계에 어려움이 있어 환자가 오히려 가족을 걱정하며 선택한다는 것이다. 반대론의 가장 강력한 그룹은 역시 종교계다. 가톨릭의 경우 '신의 영역'이라며 절대 반대를 외치고 있고 개신교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절대자에 의해서 주어진 생명을 그렇지도 않은 인가들이 종료 시킬 권리는 없으며 누구든 서둘러 사망하게 하는 것은 안된다는 입장이다. 가주 존엄사법에 따르면 병원 등 의료 시설은 고용한 전문의에게 약물 처방을 금지할 수 있다. 가주 전체 병원의 13%를 차지하는 가톨릭 및 개신교 관련 병원들이 그렇다. 개인 클리닉 역시 처방하지 않아도 되며 상담조차 거부할 수 있다. 장병희 기자증가세 존엄사 선택적 안락사 말기 환자여야 가운데 존엄사
2023.08.27. 18:00
존엄사법 시행 이후 가주에서 지난 6년간 수천 명이 죽음을 선택한 가운데 존엄사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본지 8월 16일 자 A-1면〉 특히 가주에서는 지난 2022년 1월 존엄사법 개정 이후 약물 신청 시간이 크게 단축되면서 존엄사를 통해 환자의 죽음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먼저 한인사회 관계자들은 존엄사법 시행 규정의 현실적인 문제를 꼬집었다. 시에라호스피스 박영심 대표는 “한인 중에도 고통이 너무 심할 경우 존엄사에 관해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며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인 사회에서는 존엄사법에 따라 약물 처방이 가능한 의사를 찾기도 쉽지 않고 존엄사 요청 당시 환자 상태가 법 규정에 맞아야 고려할 수 있기 때문에 무작정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존엄사법(End of Life Option Act)에 따르면 ▶환자의 기대 생존 기간이 6개월 이하라는 의학적 판단 ▶치사 약물을 처방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의사 2명으로부터 정신적으로 결정 능력이 있음을 확인받아야 존엄사 선택 조건에 부합한다. LA지역 미셸 최 간호사는 “환자들을 만나보면 한인들도 존엄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 실제 존엄사를 선택하고 싶지만, 가족 간의 의견이 달라 갈등이 심한 경우도 봤다”며 “더구나 의료 윤리상 의사들은 환자에게 먼저 죽음을 권고하거나 치명적인 의약품을 투여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죽음에 대한 의미가 존엄사로 인해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례로 의료 보험이 그렇다. 존엄사가 의료 비용을 줄이기 위한 일종의 방책으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다. 의료 업계에 따르면 실제 존엄사를 선택할 경우 진단, 처방 등의 비용은 약 700달러 선이다. 존엄사를 선택한다면 연명 치료 등 그 외 추가 의료 비용이 들지 않는 셈이다. 한 말기 암 환자는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생명 연장에 필요한 약 처방을 원했지만, 보험사가 이를 거부했고, 대신 존엄사를 택하면 해당 비용은 100% 보험 커버가 된다는 편지를 보내왔다”며 “죽는 건 도와줄 수 있는데 더 살기 원하는 건 ‘돈’ 때문에 도울 수 없다는 의미 아닌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가주에서는 존엄사법 폐지를 위한 소송도 제기됐다. 연방법원가주중부지법에 따르면 전국장애인협회, 환자권리위원회 등은 지난 4월 가주 정부를 대상으로 존엄사법 폐지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서 원고 측은 “예를 들면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잉그리도 티셔라는 여성은 코로나에 감염됐을 때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지만, 존엄사에 대한 정보는 신속하게 얻을 수 있었다”며 “이는 ‘조력 자살(assisted suicide)’과 같은데, 장애인의 삶은 무가치하다고 믿는 사회적 인식, 우생학적 관점 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려의 목소리에도 존엄사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점점 확산하고 있다. 호스피스로 일하는 유모씨는 “이쪽 업계에서 일하다 보니 생존해 있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고통이 극심한 환자는 본인부터 가족까지 여러모로 너무나 힘들어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존엄사를 무작정 반대하기보다는 이 법을 긍정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본지는 지난 2016년 존엄사법 시행 후 법 찬반 논란 가운데 통과를 관철한 단체 ‘컴패션앤초이시스(Compassion and Choices·이하 C&C) 가주 본부를 방문한 기획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본지 2016년 7월 11일 자 A-1·10면〉 당시 C&C에 따르면 가주민 10명 중 7명(74%)이 존엄사를 찬성했다. 아시아계 역시 찬성 비율은 74%로 높았다. 전문의 1만7000명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54%가 존엄사를 지지했다. 장열 기자 [email protected]존엄사 의사 존엄사법 시행 존엄사법 개정 존엄사 선택
2023.08.16. 22:06
가주에서 지난 한해 853명이 존엄사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522명) 대비 존엄사를 선택한 사례는 무려 63%나 급증했다. 최근 가주공공보건국이 발표한 ‘2022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가주에서 1270명이 존엄사법(End of Life Option Act·이하 ELOA)에 따라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기 위해 의사가 처방한 치사 약물을 처방받았다. 이 중 853명은 실제 치사 약물을 복용한 뒤 생을 마감했다. 지난해 치사 약물을 처방받은 환자 10명 중 7명(약 67%)이 합법적으로 죽음을 선택한 셈이다. 지난해만 총 341명의 의사가 치사 약물을 환자에게 전달했고, 처방건은 전년(863명) 대비 47% 늘었다. 한인들도 존엄사를 선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존엄사법 시행(2016년 6월 9일) 이후 치사 약물을 처방받아 생을 마감한 한인은 총 21명이었다. 아시아계만 놓고 보면 중국계(90명), 일본계(32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본지가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존엄사법 시행 이후 약 6년간 가주에서는 총 5168명이 의사로부터 치사 약물을 처방받았다. 이 중 3349명이 처방받은 약물을 복용한 뒤 사망했다. 전체 처방건 중 약 65%가 존엄사 선택으로 이어진 셈이다. 대부분의 의사는 치사 약물로 강심제(cardiotonic), 오피오이드(opioid), 진정제(sedative) 등 3개 약물을 혼합해서 처방(2337명·69.8%)했다. 인종별로 보면 백인(2951명)이 가장 많았다. 존엄사를 선택한 환자 10명 중 9명(88.1%)이 백인인 셈이다. 이어 한인을 포함한 아시아계(210명·6.3%), 히스패닉(116명·3.5%), 흑인(28명·0.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존엄사를 선택한 환자를 연령별로 나눠보면 70~79세(1048명·전체 중 31.3%)가 가장 많았다. 60세 이하도 존엄사를 선택한 환자 중 약 10%(345명)를 차지했다. 존엄사를 선택한 환자 10명 중 7명(2291명·68.4%)은 폐, 췌장, 전립선 등 대부분 암 말기 환자였다. 신경계통 환자(351명·10.5%)는 두 번째로 많았다. 신경계통 부분만 따로 나눠보면 루게릭병(202명), 파킨슨병(61명) 환자들도 존엄사를 선택했다. 존엄사를 선택한 2명 중 1명은 박사 학위자를 포함, 대학 졸업 이상(1714명·51.2%)의 학력을 소지했다. 또, 남성(1703명)이 여성(1646명)보다 많았다. 존엄사를 선택한 환자 중 대부분이 가족의 동의(2875명·85.8%)를 얻었고, 자택(3028명·90.4%)에서 생을 마감했다. 또, 대다수가 존엄사 신청에 있어 메디케어 또는 개인 의료 보험(2384명·71.2%)을 이용했다. 존엄사는 지난 2022년 법이 개정되면서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보고서에는 “지난 2002년 1월 존엄사를 위한 치사 약물 신청이 48시간(기존 15일)으로 단축됐다”며 “이 보고서는 의사가 보건국에 정식 보고한 경우만 취합했기 때문에 실제 존엄사에 의한 사망은 더 많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존엄사는 18세 이상이면 존엄사를 선택할 수 있다. 단, 전제 조건이 있다. 환자의 기대 생존기간이 6개월 이하여야 한다. 정신적으로 온전해야 하며, 의사 2명으로부터 스스로 약물 복용을 결정할 능력이 있다는 판정을 받아야 한다. 진료와 처방약을 포함한 비용은 약 700달러로 보험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가주는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존엄사를 시행했다. 현재 뉴저지, 워싱턴, 오리건, 콜로라도, 하와이 등 총 11개 주에서 존엄사를 허용하고 있다. 장열 기자 [email protected]캘리포니아 존엄사 존엄사법 시행 존엄사 선택 결과 존엄사법
2023.08.15. 22:00
얼마전 급히 한국을 다녀왔다. 100세에서 3년이 모자라는 시어머님이 위중하시다는 연락을 받았던 터였다. 몇 년 전부터 양로시설에서 지내오셨는데 응급상황이라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계셨다. 치료는 연명 치료였다. 한국말로는 ‘비경구영양법’이라고 하는 치료로 ‘티피엔(Total Parenteral Nutrition)’ 주사가 정맥으로 흐르고 있었다. 단백질이 풍부한 영양액을 정맥으로 공급해 주는 것이다. 시어머님처럼 가사(假死) 상태일 때는 정맥주사를 통해서 영양제를 빨리 공급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산소호흡기와 오줌을 받아내기 위한 폴리 카테터도 연결되어 있었다. 한국은 그동안 의료 관련 분야에도 엄청난 발전과 변화가 있었다. 그중 하나가 죽음을 바라보는 의학적 사회적 법적 윤리적 관념의 변화일 것이다. 죽음의 문턱에 있는 시어머님은 '죽음의 윤리'나 행정적인 변화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신다. 남편과 그의 형제들은 시어머님이 위기를 넘기고 양로시설로 돌아가시는 것에 우선 안도했다. 그러나 다시 응급상황이 생길 경우 응급조치를 취해야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 논의했다. 형제들은 ‘존엄사'를 의논했고 그 방법이 아프지 않고 가장 편안하게 세상을 뜨는 방법이라는 것에 의견을 모은 것 같았다. 그러나 시어머님은 유언장이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Advanced Directives)를 작성하신 적이 없어 절차를 거쳐야 가능하다. ‘존엄사'와 ‘안락사'는 인위적인 방법으로 죽음을 맞이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죽음이 가깝다고 확정된 사람들이 대상이지만 불치병은 해당하지 않는다. ‘안락사'는 그리스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아름다운 죽음'이라는 뜻이지만 진정 아름다운 죽음을 뜻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안락사'는 한국 미국 그리고 많은 나라에서 불법이다. 환자가 처방받은 약을 먹거나 의사나 법이 허락하는 의료인이 환자의 요구대로 극약을 주사하는 ‘자의적 안락사'와 환자의 동의 없이 극약을 주입하는 ‘수동적 안락사'가 있다. ‘수동적 안락사'는 살인으로 해석하는 나라도 많다. ‘존엄사'란 문자 그대로 ‘잘 죽는 것' 또는 ‘존엄하게 죽는 것'이라는 뜻이다. ‘존엄사'는 ‘연명치료 중단으로 인한 죽음'이라고도 한다. 본인이 정신이 있을 때 연명 치료 여부를 문서로 기록해 놓았다가(사전연명의료의향서) 때가 되면 그대로 하는 것이다. 문서를 미리 작성하지 못했지만 임종이 가깝고 본인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상태라면 그때라도 ‘연명의료계획서'를 만들 수 있다. 문서가 없는 상태에서 회생 불가능 판정이 났다면 가족들 합의하에 연명을 포기하고 ‘존엄사'의 길을 가는 것이다. 존엄사(Death with Dignity) 안락사(euthanasia) 능동적 안락사 타의적 또는 수동적(involuntary) 안락사 의사조력사망(PAS: physician assisted suicide) 의사조력자살 임종의료지원(medical aid in dying:MAiD) 등의 정의는 조금씩 다를 수 있다. 한국에서는 2018년 2월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고 있다. 5년 동안 무려 25만6377명이 ‘존엄사'방식을 택했다고 한다. 일 년에 평균 5만 명이 넘는다. 2021년 캐나다 1만64명 네덜란드 7666명 미국 1300명(자료: statista)에 비해 훨씬 많은 숫자다. 미국도 근본적으로 비슷한 법을 갖고 있다. 조력자살은 캘리포니아 워싱턴 오리건 몬태나 하와이 뉴멕시코 등 10개 주서만 합법이다. 그런데 한국의 연명의료결정 사망자 중 61.5%가 본인 결정이 아니었다고 한다. 생명 경시 현상 탓은 아닌지 우려된다. 존엄한 죽음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존엄하다고 믿는 죽음을 택하기 전에 생명이 주어져 세상으로 불려왔던 것처럼 그렇게 세상에서 불려 나가야 맞을 것 같다. 한국의 ‘존엄사'방식 선택 절차를 더 이해하려면 2023년 4월 15일 업데이트 된 법제처 웹사이트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류모니카 / 종양방사선학 전문의·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오픈 업 존엄사 존엄 존엄사방식 선택 안락사 의사조력사망 수동적 안락사
2023.06.05. 22:05
얼마 전 플로리다주의 한 말기 환자 병동에서 환자의 부인이 남편에게 총격을 가한 사건이 발생했다. 남편은 병이 위중해지자 존엄사를 원했다고 한다. 부부는 ‘살해 후 자살’ 시나리오를 계획했고 남편은 숨졌지만 부인은 자살에 실패했다. 플로리다주는 안락사가 허용되지 않는 곳이라 부인은 살인혐의로 구속됐다. 숨진 남편에게 증상 완화를 위한 호스피스 치료를 제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존엄사나 안락사의 해당 범위나 시행 규정은 국가에 따라 다르다. 존엄사는 죽음이 임박한 환자들이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스스로 중단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무의미한’ 연명 치료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안락사라는 것은 의사 (또는 면허가 있는 전문인)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말기 환자들이 죽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런데 이 법을 일찌감치 제정하고 시행해 온 국가들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범주가 넓어지면서 경계도 모호해지고 있다. 생명윤리를 배반하는 숨겨진 사례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선천성 기형, 치매, 극심한 청각장애, 만성간경화, 폐쇄성 질환, 면역 결핍증 환자들이 안락사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이 중에는 차트조차 정확히 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허다했다고 한다. 이런 병들은 불치병인 것은 맞지만, 금방 죽을 병은 아니다. 고혈압, 당뇨도 완치되는 병은 아니지만 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를 통해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사용되는 용어도 ‘존엄한 죽음(death with dignity)’, ‘자의적 안락사(voluntary euthanasia)’, ‘의사조력 사망(physician assisted death)’, ‘임종 의료지원(medical aid in dying:MAiD)’, ‘조력사망(assisted dying)’, ‘타의적 안락사(involuntary euthanasia’ 등 다양하다. 어떤 경우가 ‘존엄사’ 이며, 어떤 경우가 ‘안락사’인지 혼동되기 쉽다. 우리는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태어난 것처럼, 때가 되면 예외 없이 이 세상을 떠나야 한다. 죽음은 자연사, 사고사, 존엄사, 안락사 등 네 가지 길을 통해서 도달한다. 아파서 죽는 것은 자연사, 피살은 사고사로 분류된다. 존엄사는 본인이 행하는 것이고, 안락사는 고통경감을 위해서 조기 사망을 유도하는 것인데, 타인이 죽는 과정에 개입한다. 어떤 죽음을 존엄, 또는 안락사라고 할 수 있을까? 종교적 가치관은 차치하더라도 인위적인 사망을 윤리적으로 또 법적으로 타당하다고 쉽게 말하기는 어렵다. 벨기에는 존엄사와 안락사를 허용하는 대표적인 국가다. 불치병이나 말기 질환 때문에 고통 받는 환자 중에, 남은 삶이 6개월 미만일 때 안락사를 허용한다. 시행 20년이 지나면서 안락사 숫자가 10배나 늘었다고 한다. 2014년에는 아동에게도 이 법을 적용할 수 있게 했다. 그런데 얼라이언스 비타(Alliance Vita)라는 프랑스 인권단체는 지난해 벨기에의 규정 적용이 갈수록 느슨해지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도 지난해 10월 ‘존엄한 죽음’을 위한 연명의료결정법 개정 및 의사 조력사망 법제화에 대한 안건이 인권위에 제출되었다고 한다. 두 안건 모두, 인위적 죽음에 관한 것이다. 한국은 몇몇 선진국들처럼 제한적인 연명의료결정법이 있지만 아직조력사망, 또는 조력 존엄사를 입법화하지 않고 있다. 조력 사망은 대다수 국가에서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한국(26명/10만명, 미국 14.2명/10만명)을 생각할 때 존엄사, 안락사는 염려스럽게 다가온다. 생명의 귀함을 무시하고, 아파서 괴로워한다고 인위적 죽음을 제시하거나, 스스로 자살을 선택하도록 종용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개인은 건강할 때 사전연명의료 지침서(advanced directive)를 준비해 놓고, 사회는 개개인의 행복한 삶, 건강한 정신을 위해서 이미 잘 만들어진 시스템을 이용하도록 돕고, 말기 환자들과 그 가족들은 호스피스제도를 충분히 활용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생명을 놓고 거래하거나, 법을 악용하지 말아야 한다. 류 모니카 / 종양방사선 전문의·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오픈 업 존엄사 안락사 안락사 숫자 타의적 안락사 자의적 안락사
2023.01.31. 19:24
메릴랜드 하원의회가 존엄사로 알려진 의사조력사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을 6년 연속 상정해온 쉐인 펜더그래스 의원(민주,하워드 카운티)은 “지금이야 말로 고통받고 있는환자들을 진정으로 도와줄 때”라고 밝혔다. 이 법안은 2019년 하원을 통과했으나 상원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했다. 최근 메릴랜드 지역 여론조사에 의하면 존엄사 찬성비율이 69%에 달했다. 법안에 찬성하는 의원들은 환자의 고통을 줄여주는 행위를 죄악시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하는 의원들은 노인과 장애인에게 선택이라는 명목으로 죽음을 강요하는 법안이라고 반대했다. 대체로 기독교 윤리에 충실한 흑인 커뮤니티가 존엄사에 반대하고 있다. 흑인 민권단체에서는 시의회의 존엄사 법률 제정이 흑인말살 정책의 일환이라고 비판하며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반면 세속화된 백인계층을 중심으로 실리적인 관점에서 존엄사 찬성비율이 높다. 제이 워커 의원(민주,프린스 조지스 카운티)은 “신은 언제나 우리에게 기적의 기회를 주기 때문에 인간이 너무 앞서가서는 안된다”고 반발했다. 워싱턴D.C.시의회가 4년전 의료법 개정을 통해 존엄사를 인정했으며, 전국적으로 오레곤, 워싱턴, 버몬트, 몬태나,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등이 존엄사 법률을 시행하고 있다. 존엄사는 의학적으로 완치되거나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극약을 투입해 스스로 자살하도록 돕는 방법으로, 의식불명 상태의 환자 뿐만 아니라 불치병, 난치병 환자에게 자기 생명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게 된다. 메릴랜드와 버지니아주 등은 가족의 동의를 얻어 의식불명 환자에 대해 산소호흡기를 제거해도 범죄로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 소극적 존엄사 법률을 시행해 왔다. 미국에서는 오레곤주가 지난 1997년 처음으로 적극적 존엄사를 허용했다. 환자 본인이 존엄사를 요구했거나, 이를 요구했다는 가족의 증언이 있다면 가능하다. 치료를 해도 6개월 이상 살기 어렵다는 의사의 진단을 두 명 이상에게 받은 경우에만 가능한데, 제한적인 형태의 존엄사는 이미 널리 쓰이고 있다. 낙태는 양당 사이의 치열한 진영논리로 대립하고 있지만, 존엄사는 뚜렷한 구분점을 찾기 힘들다. 주로 보수적인 기독교 색채가 강한 공화당 내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크긴 하지만, 양당의 정책적 차이를 구분하기는 매우 어렵다. 일각에서는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해결될 경우 매우 민감한 이슈를 촉발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존엄사는 고액의 진료비로 고통받는 저소득층에게 매우 손쉬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고소득자의 경우 연명치료를 계속하면서 생명을 유지할 수 있지만, 저소득층은 연명치료가 오히려 큰 부담이 될 수 있는데, 존엄사를 허용할 경우 저소득계층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정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방차원에서 존엄사를 인정하는 법률을 제정할 경우, 메디케이드와 메디케어 등 공적의료보험 지출액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선호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인은 생애 마지막 5년 동안 일생 주기 의료비 지출액의 70%를 쓰고 죽는다. 정치적인 관점에서만 놓고볼 때 존엄사 허용은 획기적인 의료비 절감책인 것이다. 약물에 의한 존엄사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자발적 단식에 의한 존엄사’가 늘고 있다. 2년전 메릴랜드 몽고메리 카운티에 거주하던 로즈메리 보우웬(94세)의 ‘자발적 단식 존엄사’를 선택하면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다큐멘타리로 촬영한 바 있다. 그는 죽음이 얼마나 평화롭고 즐거울 수 있는지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으며 실제로 단식을 시작한지 8일만에 지극히 평화로운 모습으로 숨을 거뒀다. 자발적 단식 존엄사는 약물 투여에 의한 존엄사와 달리 메릴랜드와 버지니아를 비롯한 50개주 모두 금지법률을 제정하지 않고 있다. 김옥채 기자 [email protected]존엄사 법안 존엄사 찬성비율 존엄사 법률 적극적 존엄사
2022.02.08. 1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