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주 보건 및 수사 당국이 ‘좀비 마약’의 가주 확산을 막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좀비 마약은 강력한 동물 진정제인 자일라진을 일컫는 말이다. 일명 ‘트랜크(tranq)’로 통하는 자일라진 그 자체는 통제 물질이 아니지만, 펜타닐과 혼합되면 치명적인 반응과 부작용으로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 펜타닐의 효과는 헤로인을 비롯한 다른 마약에 비해 짧지만, 자일라진을 섞으면 그 효과가 헤로인과 비슷할 정도로 길고 강력해진다. 문제는 자일라진의 호흡 제한 효과 때문에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자일라진은 펜타닐 과용에 대응하기 위한 날록손 같은 약품에도 반응하지 않는다. 좀비 마약의 또 다른 위험성은 주사로 반복해서 투입하면 살과 근육에 괴사가 발생하고,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절단해야 할 상황에 이른다는 것이다. 좀비 마약은 처음 뉴욕, 필라델피아를 비롯한 북동부 지역에서 유행했지만, 지난해 6월엔 전국 36개 주에서 유통되는 마약에서 자일라진이 검출될 정도로 확산했다. 가주 당국도 지난 2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약물 과용으로 사망한 4명의 체내에서 자일라진이 검출됐다는 검시 보고서가 공개된 이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보건 분야 전문 매체 KFF 헬스뉴스에 따르면 이미 LA와 샌타클래라, 샌호아킨 카운티에서도 마약에서 자일라진이 검출된 사례가 보고됐다. 새크라멘토 비를 비롯한 언론 매체들은 헬스뉴스를 인용, 가주 보건 당국이 자일라진 확산을 막기 위해 거리의 마약에서 자일라진을 검출할 수 있는 검사 키트를 배포하고, 자일라진을 통제 물질로 분류하기 위한 노력에 나섰지만 아직 가주 전체를 모니터할 수 있는, 표준화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샌프란시스코 공공보건국 인구행동보건부 제프리 홈 국장은 “자일라진에 대한 접근 가능성을 줄이거나 통제하지 못하면 북동부처럼 ‘좀비 거리’로 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LA카운티 공공보건국 시다스 퓨리 의료 부국장은 확보된 데이터가 별로 없지만 자일라진이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이 퍼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LA카운티 셰리프국은 최근 자일라진 확산 현황 추적을 위한 파일럿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지미 파네타 연방하원의원(몬터레이)은 자일라진을 통제 물질로 분류하기 위한 법안을 지난 3월 발의했다. 박경은 기자진정제 좀비 좀비 마약 동물 진정제 좀비 거리
2023.07.04. 20:51
좀비로 폐허가 된 ‘효산 고등학교’에서 이 합창 음악은 좀 낯설었다. 그레고리오 알레그리(1582~1652)가 작곡한 ‘미제레레(Miserere)’다. 조금 긴 원래 제목은 ‘미제레레 메이 데우스(Miserere mei Deus)’다.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 넷플릭스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7화에서 이 곡이 흘러나왔다. 생존자들이 수많은 좀비를 음악실로 유인하고 뒷문으로 탈출하려고 틀었던 노래다. 피범벅이 된 음악실에 참으로 대조적이었고 그래서 적절했던 음악이다. 거의 400년 전 이 음악이 울렸던 곳은 로마의 시스티나 대성당. 라파엘로, 보티첼리, 그리고 미켈란젤로의 경이로운 그림으로 둘러싸인 이 성당에서만 연주될 수 있었다. 교황은 이 곡의 단 한 페이지도 교회 밖으로 나갈 수 없게 금했고 규칙을 어기면 파문했다. 작곡가 알레그리가 교황청 소속이었고, ‘미제레레’는 음악이기 이전에 예배 의식이었으며 교회에서 해야만 하는 기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대 사람들은 ‘그저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라고 교황의 독점욕을 해석하곤 한다. 죽음과 비극으로 뒤덮인 고등학교에서 울려 퍼진 소절은 ‘미제레레’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손꼽히는 높은 ‘도(C)’ 음의 부분이었다. 솔로 소프라노는 높으면서도 마음을 찌르는 듯한 이 음을 부른다. 무엇보다 17세기의 음악 어법에 맞도록 거의 아무 기교 없이 부르는 점이 중요하다. 드라마에서 나온 부분의 라틴어 가사를 번역하면 이렇다. ‘보소서 주께서는 중심이 진실함을 원하시니, 내게 지혜를 은밀히 가르치시리다.’ 시편 51편 중 한 구절로, 다윗이 밧세바와 동침한 후 신의 용서를 처절히 구하는 내용이다. ‘미제레레’는 별다른 장치가 없어서 아름답다. 장엄한 오르간 반주도 없고, 복잡한 멜로디가 등장하지도 않는다. 다만 9개의 서로 다른 성부로 된 사람의 목소리가 각각 오르내리며 교차하거나 분리된다. 인간의 소박한 목소리일 뿐인데도 ‘미제레레’는 특별하게 강한 힘을 가진다. 17세기 이 곡이 부활절 직전 성 금요일에 연주될 때는 곡에 맞춰 촛불을 하나씩 껐다. 나지막한 합창에 따라 주위가 점점 어두워지면서 인간은 죄를 진심으로 고백하게 된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가장 비극적 순간에 가장 아름다운 음악을 골랐다. 2020년 12월에도 비슷한 선택이 있었는데, 바로 넷플릭스 ‘스위트홈’이 오프닝 음악으로 쓴 모차르트 레퀴엠이었다. 여기에서도 죽은 후 신의 심판 앞에 선 인간이 용서와 구원을 간절히 구한다. 수백 년 전부터 절실히 자비를 요청해왔던 인간들의 음악이 인기 드라마에 잇따라 쓰이고 있다. 종교와 상관없이, 어디엔가 자비를 구할 수밖에 없는 그런 시절이다. 김호정 / 한국 중앙일보 기자J네트워크 합창곡 좀비 효산 고등학교 미제레레 메이 합창 음악
2022.02.07. 1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