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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약해지니 정치가 종교 대체"

최근 종교 논쟁은 전통적인 방식과는 성격이 다르다. 과거에는 종교와 과학의 충돌이나 신의 존재 여부 같은 철학적 질문이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논쟁의 초점은 훨씬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문제로 바뀌었다. '신이 실제로 존재하는가'보다 '종교가 사라진 사회는 과연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는가' 같은 질문이 핵심이 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종교의 빠른 세속화와 연관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종교가 없는 무종교층이 많이 증가했고 교회 출석률과 종교 기관의 영향력이 꾸준히 감소했다.   이와 함께 사회학자들과 철학자들은 또 다른 현상에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외로움과 고립의 증가, 정치적 양극화, 정체성 정치의 격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젊은 세대의 증가 같은 문제가 종교 쇠퇴와 관련이 있는지를 둘러싼 논의가 활발해졌다. 현대의 종교 논쟁은 '종교는 진실인가'에서 '종교가 사라지면 무엇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가'로 논점이 바뀌고 있다.   이달 초 온라인 매체 '프리 프레스'가 개최한 종교 토론 '우리는 신이 필요한가'는 최근 종교 논쟁의 핵심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패널리스트는 세속 인본주의 사상가로 알려진 스티븐 핑커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와 공개적으로 가톨릭 신자임을 밝힌 로스 다우댓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였다. 두 사람은 현대 사회가 종교 없이도 유지될 수 있는지와 종교의 쇠퇴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신 없는 도덕 VS 초월 없는 공허   핑커 교수는 '신 없는 도덕'이 훨씬 더 논리적이고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인류는 신의 계시가 아니라 이성과 과학, 인본주의를 통해 노예제 폐지와 여성 인권 신장, 수명 연장 등의 진보를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핑커 교수는 도덕은 신의 명령이 아니라 '나에게 고통스러운 것은 타인에게도 고통스럽다'는 논리적 상호성에서 도출될 수 있다고 봤다. 오히려 종교적 도그마가 비이성적인 폭력이나 차별을 정당화해 온 역사를 지적하며 현대 사회는 신이라는 가설 없이도 충분히 선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현대 사회의 윤리 체계는 종교보다 인권과 합리성에 더 깊게 연관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핑커 교수는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인류 사회의 폭력 수준이 장기적으로 감소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역사상 가장 덜 폭력적인 시대에 살고 있으며 그 변화는 계몽주의 가치의 확산과 깊이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종교의 역할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지만 필수적인 조건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다우댓 칼럼니스트는 핑커 교수의 낙관론이 역사적 배경을 간과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평등과 인권 같은 인본주의적 가치 자체가 사실은 기독교적 토양 위에서 피어난 꽃과 같다고 비유했다. 뿌리인 신앙을 잘라내고 꽃만 취하려 한다면 결국 그 가치는 생명력을 잃고 시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우댓 칼럼니스트는 물질적 풍요와 과학 기술이 정점에 달한 현대 사회에서 자살률 증가와 고독, 출산율 저하 등이 나타나는 이유를 초월적 의미의 상실에서 찾았다. 인간은 단순히 생존하고 번영하는 것을 넘어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신성한 답을 필요로 하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정치의 종교화 vs 부족주의   다우댓 칼럼니스트는 인간은 근본적으로 초월적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라고 강조하며 종교가 사라질 경우 그 자리를 다른 형태의 '대체 종교'가 채울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정치적 이념이나 정체성 운동이 종교적 열정에 가까운 형태로 나타나는 현상을 '종교의 대체물'로 해석했다. 전통 종교가 쇠퇴하면 사회가 더 이성적이고 차분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정치와 이념이 종교의 자리를 대체하며 광신적이고 교조적인 형태로 변해버렸다는 진단이다. 그는 정치 양극화와 문화 전쟁을 전통 종교의 부재가 낳은 괴물로 봤다. 전통적인 신이 사라지자 사람들이 영적 에너지를 정치적 부족주의와 음모론, 극단적 이념에 쏟아붓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정치가 종교의 역할을 대신할 때, 타협 불가능한 정치적 광신주의가 탄생해 사회를 분열시킨다는 경고다. 즉, 제대로 된 종교가 없으니 정치가 '나쁜 종교'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핑커 교수는 현대 정치의 광신적 행태를 우려하면서도 그 원인을 신앙의 상실에서 찾지 않았다. 인간의 진화적 본성에 내재한 부족주의와 비합리성의 분출로 해석했다. 과거에는 종교가 이 부족주의를 자극해 종교 전쟁을 일으켰다면 지금은 정치 이념이 그 도구로 쓰이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해결책은 과거의 신앙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합리주의와 과학적 사고, 토론의 규범 강화로 비이성적인 정치적 부족주의를 극복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절대적 가치와 의미의 원천   다우댓 칼럼니스트는 의미의 원천에 대해 개인의 성취에 의존하는 것은 너무 약하다고 주장했다. 사회 전체를 지탱하는 보편적 질서와 객관적인 목적의식에서 종교를 대체할 만한 세속적 기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간을 단순히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의미와 초월을 갈망하는 존재로 규정했다. "과학은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할 수 있지만 왜 살아야 하는지는 답하지 않는다." 서구 사회에서 종교의 영향력이 약해지자 외로움과 허무주의가 확산하는 현상은 의미의 공백을 보여준다.   핑커 교수는 신이 없다고 해서 삶이 허무해진다는 것은 상상력의 빈곤이라고 반박했다. 의미는 가족이나 예술, 지적 탐구, 타인에 대한 기여 등 세속적 가치 안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도덕의 근원에 대해서도 핑커 교수는 "도덕은 종교가 발명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과 이성에서 발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대 사회의 윤리 기준인 인권과 평등, 자유는 종교적 교리보다 계몽주의적 사고와 합리적 토론을 통해 발전해 왔다고 주장했다.   ▶종교 감소 이후 사회 전망   핑커 교수는 종교의 쇠퇴가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봤다. 오히려 현대 사회가 종교적 권위에서 벗어나면서 더 합리적이고 인권 중심적인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고 평가했다. 세속적 가치는 실제로 사회를 개선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따라서 세속적 제도와 과학적 사고, 민주주의가 결합한 사회는 안정적이며 도덕적 진보를 성취할 수 있다고 봤다. 종교가 제공하던 의미와 공동체 기능도 교육과 시민사회, 문화 활동 같은 다양한 세속적 형태로 대체될 수 있다. 즉, 종교의 감소는 위기가 아니라 사회가 성숙해지는 과정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   다우댓 칼럼니스트는 종교가 약해지면 사회가 중립적이거나 진보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의 공백과 정체성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는 종교 공동체의 약화가 개인의 고립과 사회적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종교의 감소는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사회적, 정신적 균형을 흔들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진단했다.         안유회 객원기자종교 약해지 종교 토론 종교 논쟁 종교 쇠퇴

2026.03.30.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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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종교 논쟁 쟁점 4가지

 최근 서구 사회에서 종교 논쟁이 다시 활발해지는 이유는 단순히 신학적 논쟁이 부활했기 때문이라기보다 사회 구조와 문화의 변화 속에서 종교의 역할을 재평가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학계와 언론이 꼽는 주요 쟁점 4가지다.    ▶세속화 이후 의미의 공백    수십 년 동안 무종교층이 증가하면서 외로움과 우울, 사회적 고립도 늘어났다. 종교 공동체의 약화는 사회적 관계망의 약화로 이어질까? 공동체와 삶의 의미를 제공한 종교의 자리가 비었을 때 무엇이 이를 대체할 수 있나가 논쟁의 핵심이다.    ▶과학 발전에도 남는 질문  과학과 기술이 크게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여전히 삶의 목적과 도덕의 근거, 죽음 이후의 의미 등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일부 철학자들은 이러한 질문은 과학으로 완전히 해결될 수 없다며 종교적 세계관의 필요성을 다시 논의한다. 반대로 세속 인본주의자들은 종교 없이도 의미와 윤리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치의 준종교화  많은 사회학자들은 현대 정치가 점점 종교적 열정을 닮아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정 이념이나 정체성이 절대적 가치처럼 받아들여지고 도덕적 확신과 강한 집단 정체성이 결합하는 현상이다. 일부 학자들은 종교가 약해진 사회에서 정치나 이념이 종교의 기능을 대신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젊은 세대의 새로운 영성  전통적 교회 출석은 감소했지만 영성에 대한 관심은 높다. 명상이나 종교 간 대화, 개인적 신앙 탐색 같은 새로운 형태의 영성이 등장하면서 "종교는 사라지는가, 아니면 새로운 형태로 변하는가"라는 질문이 나온다. 안유회 객원기자현대 종교 종교 논쟁 현대 종교 종교 공동체

2026.03.3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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