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게시판에 종교적 신념을 표현한 글이 회사의 정책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사건에 대해 연방 대법원이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은 연방 대법원이 종교의 자유에 근거한 주장을 인용하던 기존의 흐름에서 벗어난 것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연방 대법원은 지난 3월 '스나이더 대 아코닉' 사건에서 제8순회 항소법원의 원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종교 차별을 주장한 직원이 패소했다. 사건은 산업용 알루미늄 제품 제조사인 아코닉사의 인트라넷에 무지개 이미지가 게시되면서 시작됐다. 무지개 이미지는 성소수자 인권 기념의 달을 의미하는 '프라이드 먼스(Pride Month)'를 맞아 게시됐다. 제8순회 항소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스나이더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LGBTQ+ 상징으로서의 무지개 깃발 사용에 반대하며 "그건 하나님께서 혐오하시는 일이다. 무지개는 성적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쓰여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올렸다. 스나이더는 자신의 발언이 설문조사에 익명의 응답으로만 전달될 것이라 믿었으나, 실제로는 회사의 내부 메시지 보드에 게시되어 다른 직원들이 볼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회사는 그의 발언이 다양성 정책을 위반했다고 판단하여 해고했다. 아코닉사는 법적 보호를 받는 정체성에 대해 적대적 발언을 하거나 행동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스나이더는 자신의 발언이 성경에 근거한 진심 어린 종교적 신념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했다. 무지개는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언약을 상징하는 것이므로 성적 정체성의 상징으로 사용하는 것은 신성 모독이라고 여겼다. 법원은 스나이더의 종교적 신념과 관습, 실천이 외형상 중립적인 아코닉사의 고용 정책과 직접 충돌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서 법원은 "종교는 스나이더가 게시판에 무지개 관련 의견을 올리도록 강제하거나 유도하거나 영감을 준 것이 아니다"라고 명시했다. 또 아코닉사의 정책은 종업원의 종교적 신념 자체를 규제하지 않으며, 다만 직장 내에서 적대적이거나 불쾌한 환경을 조성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코닉사 측은 스나이더가 무지개에 대한 특정 신념을 가졌기 때문에 해고된 것이 아니라, 그 신념을 표현한 방식이 문제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스나이더 또한 자신이 단순히 신념을 가졌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고는 주장하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고용주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 것으로 평가를 받는다. 제8순회 항소법원의 판단은 종교가 직원의 차별적 발언이나 적대적 행동에 대한 면책 논거로 무조건 사용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고용주의 중립적인 정책이 직원의 종교적 행위 범위를 벗어난 행동에 적용되는 것은 정당하다는 것이다. 법률 전문가의 콘텐츠 플랫폼인 JD 수프라는 종교적 신념이 진실하더라도, 그 표현이 직장 내에서 괴롭힘이나 차별로 해석될 수 있다면 보호받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도 이번 사건에서 스나이더의 주장을 지지하지 않았다. EEOC는 고용주가 종교적 표현을 이유로 징계할 수 없지만, 종교적 표현이 직장 내 괴롭힘이나 차별로 해석될 수 있는 경우에는 예외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연방 대법원은 수십 년간 종교의 자유 주장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2014년 '버웰 대 하비 로비' 사건에서는 기업주가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여성 피임약 보험 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2021년 '풀턴 대 필라델피아시' 사건에서는 가톨릭 자선단체가 동성 커플을 위탁 부모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는 이유로 시 정부가 계약을 거부한 것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만장일치로 판결했다.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종교의 자유와 직장 내 차별 방지 원칙 사이에서 어디까지가 보호받을 수 있는 경계인지에 대한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직장 내 종교 자유와 다양성 정책 간의 충돌이 어떻게 법적으로 해석되고 적용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판례로, 향후 유사한 사례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안유회 객원기자종교 신념 종교적 신념 종교가 직원 종교 차별
2025.05.26. 18:00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 백악관에 종교담당관실(Faith Office)을 신설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종교적 권리 보호라는 평가와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종교담당관실은 공공 생활에서 종교의 역할을 강화하고 정부 정책에서 종교단체의 역할 확대를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종교담당관실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종교 차별을 조사할 태스크포스와 대통령 종교자유위원회도 출범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태스크포스 책임자로 팸 본디 법무부 장관을 지명하고 연방정부 내에서 기독교인을 겨냥한 모든 차별과 편향을 즉각 중단하도록 지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스크포스에는 법무부와 국세청(IRS), 연방수사국(FBI)도 포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백악관에 있는 동안 우리는 학교와 군대, 정부, 직장, 병원, 공공장소에서 기독교인을 보호할 것"이라며 "우리는 신의 뜻 아래 하나의 국가로서 다시 단결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 낙태 반대 운동가 폴렛 할로우가 낙태 클리닉의 출입을 막은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사건을 언급했다. 그는 "이들은 단순히 평화롭게 기도했다는 이유로 투옥됐다"며 "기독교 신앙을 이유로 그들에게 불공정하게 법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 주에 할로우를 포함한 23명의 낙태 반대 운동가를 사면했다. 종교담당관실은 아직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은 것이 아닌 만큼 정치와 행정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하다. 정책적인 면에서 종교담당관실은 종교 단체와 정부 기관 간의 교량 역할을 하면서 종교 단체의 역할 확대와 전통적 기독교 가치 옹호, 기독교인에 대한 차별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그 영역도 교육과 보건, 사회복지 등 광범위할 수 있다. 그러나 종교담당관실이 여러 행정부처와 업무적으로 연관될 가능성이 있다는 면에서 신앙 기반 정책이 나올 수 있는 개연성은 있다. 이를 놓고 종교와 정치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보는 관측은 설득력이 있다. 동시에 새로운 법적.정치적 논란을 촉발할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보수적 기독교 진영에서는 이번 조치를 환영하며 이를 연방정부 내 신앙의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한 오랜 과제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종교담당관실이 진보적 정책으로 기독교적 가치가 소외된 것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페퍼다인대학의 마이클 헬펀드 법대 교수는 "기독교인들의 종교적 권리가 충분히 보호받지 못한 사례들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헬펀드 교수는 현재 상황을 연구하고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그런 점에서 태스크포스 설립은 의미 있는 조치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2023년 미국생활조사센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의 약 60%는 "기독교인들이 심각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정교분리를 위협하거나 특정 종교에 편향된다는 불안한 시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일론 머스크가 루터교계 사회복지 기관들이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자 미국복음주의루터교회의 엘리자베스 이튼 총회장은 교회의 재산을 넘기라는 로마 황제의 요구에 교회 소유물을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준 성 로런스의 일화로 대응했다. J.D. 밴스 부통령의 경우 미국가톨릭주교회의(USCCB)를 겨냥해 "불법 이민자 재정착 지원으로 1억 달러 이상을 받는데 정말 인도주의적 관심을 갖고 있는지 아니면 돈을 걱정하는 것인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발언들은 종교담당관실에서 특정 종교에 편향된 정책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종교담담관실 수장에 폴라 화이트-케인 목사가 임명된 부분도 논란이다. 화이트-케인 목사는 신앙을 통해 물질적 부와 성공을 얻을 수 있다는 '번영의 복음'의 대표적인 인물 중 한 명이다. '번영의 복음'은 정통 기독교 지도자들 사이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있었고 앞으로도 논쟁이 될 수 있다. 안유회 객원기자종교담당관실 백악관 대통령 종교자유위원회도 트럼프 대통령 종교 차별
2025.02.17. 19:40
한국의 대표 기업 삼성이 노동법 위반 혐의에 이어 한인 직원에 대한 종교적 차별로 또다시 피소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소송은 업무와 별개로 기독교 관련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던 직원이 사측으로부터 사내 소셜 미디어 정책을 위반해 해고를 당했다는 내용이다. 연방법원 텍사스주 동부 지법에 따르면 모바일 전략 사업 부문 수석 전문가(Senior Professional)로 근무했던 크리스토퍼 윤씨가 삼성전자 미주법인을 상대로 민권법 7조 위반에 따른 종교적 차별과 부당 해고 등의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은 지난달 28일 법원에 정식 접수됐고, 원고측(담당 변호인 워렌 노레드)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비롯한 배심원 재판을 요청했다. 소송은 윤씨가 지난 2020년에 개설한 유튜브 채널(채널명·Chris Yoon)과 관련, 삼성 측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비롯됐다. 원고측은 소장에서 “윤씨는 복음주의 기독교인으로서 자신의 신앙과 관련한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게시해왔다”며 “삼성 측은 회사 내 신고가 접수됐다며 2021년 1월 윤씨의 유튜브 채널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소장에 따르면 당시 삼성 측 법률 고문 등은 윤씨에게 유튜브 채널에서 삼성과 관련한 내용을 모두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윤씨는 요청에 따라 즉각 수십 개의 댓글을 삭제했다. 윤씨가 운영 중인 채널은 현재(3월 기준) 구독자가 20만 명이 넘는다. 주로 신앙에 대한 단상, 개인 간증과 관련한 콘텐츠를 다루지만, 종종 기독교적 관점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조 바이든에 대한 견해를 다루는 영상도 게시하고 있다. 소장에는 윤씨의 종교적 신심과 정치적 색채를 일부 엿볼 수 있는 대목도 있다. 문제는 그 이후다. 소장에 따르면 삼성 측이 윤씨에게 계속해서 구독자의 댓글 등을 문제 삼는가 하면, 사내에서는 특정 직원이 윤씨의 유튜브 영상을 두고 불만을 제기하는 이메일을 인사 부서에 대량으로 발송했다. 원고는 소장에서 “모든 영상을 검토하며 샅샅이 뒤져봤지만 사측이 언급한 댓글은 도무지 발견할 수 없었다”며 “이후 삼성측으로부터 소셜 미디어 정책 위반을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업무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소장에서 원고 측은 “(윤씨는) 분기별 업무 평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업무 성과에 대한 우려도 없었다”며 “종교적 신념을 표현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된 것”이라고 밝혔다. 윤씨는 이 사건을 연방평등고용기회위원회(이하 EEOC)에도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에 EEOC는 자체 조사와 별개로 윤씨에게 지난해 11월 30일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권리(right to sue)’를 인정했고, 이 사건은 결국 민사로까지 확대됐다. 이와 관련, 본지는 삼성전자 미국법인 측에 이번 소송과 관련한 입장을 물었지만, 13일 오후 2시 현재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한편, 삼성전자 미주법인은 이외에도 LA지역 전 사업 개발 담당인 크리스토퍼 버캐넌(58)이 의도적인 정신적 가해 행위, 차별, 임금 미지급, 부당 해고 등을 주장하며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도 오는 10월 배심원 재판을 앞두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삼성 리서치 아메리카의 한 임원급 인사가 이재용 부회장의 미국 방문 준비 과정에서 “피부색 까만 직원은 나가 있으라”는 지시 등을 내려 노동법 위반 혐의로 피소〈본지 2023년 9월29일 A-1면〉된 이후 잇따라 각종 소송에 휘말리고 있다. 장열 기자ㆍ[email protected]삼성 피소 종교적 차별로 종교 차별 위반 종교적
2024.03.13. 1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