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꼭 챙겨야 하는 주머니가 있다. 무조건 돈을 열심히 많이만 벌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돈을 어디에 담고 어떻게 나눠둘 지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지기도 한다. 나는 이걸 ‘세 개의 주머니’라고 부른다. 생활비 주머니, 은퇴 주머니, 그리고 꿈의 주머니다. 가장 기본이자 생존의 근간이 되는 것은 첫 번째 주머니, ‘생활비 주머니’다. 이는 매달 벌어들이는 소득이 들어오고, 동시에 월세, 공과금, 식비, 교통비 등 생존에 필수적인 지출이 쉼 없이 빠져나가는 영역이다. 사업가의 매출이든 직장인의 급여든, 이 주머니는 은퇴할 때까지 평생 채우고 비워야 할 삶의 흐름 그 자체다. 이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들어오는 돈보다 많아지는 순간, 재정적 불안정은 시작되고 타인의 도움이나 빚에 의존하게 된다. 따라서 이 주머니는 엄격하고 일관된 관리, 그리고 무엇보다 소비에 대한 냉철한 자제력이 요구되는 재정 관리의 기초 체력과 같다. 생활비 주머니에 숨통이 트이거나, 설령 당장의 여유가 부족하더라도 반드시 일정 부분을 떼어내 채워야 할 두 번째 주머니는 ‘은퇴 주머니’다. 젊은 시절에는 멀게만 느껴질지라도, 노동 소득이 중단되는 미래 어느 시점에 우리의 삶을 든든히 지탱해 줄 최후의 보루가 바로 이 은퇴 자금이다. 준비는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시간이라는 강력한 동맹군이 복리의 마법을 부려 작은 씨앗을 거목으로 키워주기 때문이다. 은퇴 주머니를 채우는 행위는 단순한 저축을 넘어, 미래의 나에게 선사하는 자유와 독립을 위한 가장 지혜로운 투자다. 앞선 두 주머니가 현재와 안정적인 미래를 위한 것이라면, 세 번째 ‘꿈의 주머니’는 삶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열정을 현실로 만드는 동력원이다. 이 주머니에는 사업 투자금, 창업 시드 자금, 혹은 자녀 교육이나 평생 숙원 사업 등 인생의 다음 단계를 위한 재원이 담긴다. 이 자금의 일부는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을 수반하는 투자에도 과감히 활용될 수 있다.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지만, 성공한다면 그만큼 인생의 지평을 넓혀주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꿈의 주머니는 단순히 돈을 불리는 것을 넘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희망의 기금이다. 로또 한 장으로 한 주를 행복하게 꿈꾸듯, 이 주머니를 채우는 과정 자체가 즐거운 상상력을 자극한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유산이나 예상치 못한 행운처럼 찾아온 목돈을 이곳에 넣어두는 것도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물론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세 개의 주머니를 구분하기는커녕, 하나의 주머니로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고단한 삶을 사는 이들도 많다. 하루 벌어 하루 쓰는 구조 속에서 미래를 위해 따로 떼어둘 여유를 갖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렇더라도, 그리고 바로 그럴수록 마음속에서만큼은 이 세 개의 주머니를 명확히 나눠둘 필요가 있다. 당장 실천하기 어렵더라도, 내가 벌어들인 돈의 쓰임새를 세 가지 영역으로 구분하고 각 영역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재정 관리의 방향성은 확립되기 때문이다. 방향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지금 당신은 어떤 주머니를 얼마나 채우고 있는가? 당신은 삶의 재정이라는 설계도를 그리기 위해 세 개의 주머니를 갖추고 있는가? 아니면 최소한 마음속으로라도 그 주머니들을 그려보고 있는가? 현재의 내가 미래의 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성찰하는 것, 그것이 바로 복잡한 재정이라는 삶의 설계도를 한 걸음씩 완성해 나가는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시작이 될 것이다. 돈은 목적이 아닌 도구이며, 그 도구를 어떻게 나누어 쓰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비로소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힘을 얻게 된다. 손헌수 / 변호사·공인회계사열린광장 주머니 은퇴 주머니 생활비 주머니 주머니로 하루하루
2025.05.13. 19:08
대학교에 입학한 이후로 25년 동안, 나는 악기를 쉬지 않고 연주해왔다. 친구들과 밴드가 하고 싶어 집에 있는 업라이트 피아노를 떼쓰듯이 팔고는 싸구려 중고 알토 색소폰을 하나 샀다. 그리고 학교에 있는 ‘윈드 오케스트라(현악기가 없이 관악기만으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에 입단했다. 어쩌다 보니 군악대를 다녀오고, 여러 오케스트라와 밴드를 전전하며 매순간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지금까지 악기를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오리건에 올라오기 전 LA에서는 샌타모니카를 비롯한 여러 파머스 마켓에서 내 연주가 울려 퍼지기도 했다. 지금 이 동네에서도 포틀랜드에서 꽤 이름 있는 재즈 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앉아있다. 물론 이런 구력이 나의 실력을 포장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꾸준히 해온 것만큼은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체계적인 정규교육을 받지 않은 채 길거리 악사로 살아온 나는, 어디를 가든 내 실력을 증명해와야 했다. 1세대 이민자라 영어가 부족했고, 음악 쪽 인맥도 없다 보니, 오디션과 잼 세션(jam session·즉흥 협주)에서 어떻게든 내 실력을 보여야 했다. 특히 잼 세션에서는, 서로 얼굴도 모르는 뮤지션들이 무대에 올라 즉석에서 몇 곡을 정해 연주해야 했는데, 당연히 그런 자리의 즉흥 연주는 늘 공격적일 수밖에 없었고, 뒤따르는 피로감도 적지 않았다. 어느 날은 내가 마지막 프레이즈를 끝내기도 전에 다음 주자가 내 연주를 끊어버린 적도 있었고, 일부러 궁합이 맞지 않는 곡을 던져주는 일도 많았다. 웃자고 하는 얘기지만, 잼 세션 초대를 받을 때는 “악기를 가져와라” 대신 “Bring your axe(도끼를 가져와라)”라는 메시지를 받는다. 그런 경험들 때문인지, 몇 년 전부터는 잼 세션에 나가지 않게 되었다. 뉴욕에는 진푸름이라는 걸출한 알토 색소포니스트가 있다. 대한민국 사람 중 알토를 가장 잘 부는 사람을 꼽으라면, 나는 단연 그녀를 선택할 것이다. 이번에 그녀가 신보를 냈다기에, 10장 정도 받아서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클럽마다 시디를 비치해뒀다. 그러던 중, 금호동의 작은 클럽 ‘올레오’를 방문하게 되었다. 여기서는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5일 동안, 정규 공연 없이 오직 잼 세션만 운영하고 있었다. 일본의 오래된 재즈 클럽 ‘인트로’ 정도나 이런 실험적인 운영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한국에도 이런 형태의 공간이 생겼다는 게 신선하고 반가웠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랴.’ 나는 다시 도끼를 꺼내들고 잼 세션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첫 방문 때, 얼굴이 시뻘게질 정도로 박자를 놓쳤다. 그놈의 미련이 또 몸 밖으로 튀어나와, 두 번, 세 번, 계속해서 올레오에 들락날락했다. 그러던 와중 어제는 참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올레오의 잼 세션에서 호스팅하던 드러머에게서 함께 연주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은 것이다. 부끄러움과 고마움의 감정이 동시에 들었다. 아직도 나는 그 친구들에 비하면 한참 실력이 부족한데, 나를 써주겠다고 한 드러머와 클럽사장의 마음이 갸륵했다. 그렇게 바라던 한가지 일이 이루어졌는데 마침 나에게 온 다음 감정은 더 잘하고 싶은 마음 한편에 부담스러움이었다. 갑자기 뒤를 돌아보고 나에게 되묻는다. 이 정도까지 했으면, 이제 잠깐 멈춰서도 되지 않을까. 이삼십대의 나라면 앞만 보고 달렸겠지만, 마흔이 되어 돌아보니, 이제는 무엇을 더 가지려는가, 또 무엇을 놓아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된다. 홀로 악기와 함께 있던 시절은 이제 멀리 있다. 지금은 내가 먹여 살려야 할 가족이 있고, 새로운 페이지를 열어가는 일은 결코 가볍지가 않다. “욕망의 주머니가 한번 채워지면 비워낼 줄도 알아야 한다.” 어느 친구가 했던 이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돈 한 푼 벌리지 않는 악기를 열심히 불고 있을 때, 집에서 엄마와 단둘이 놀고 있을 아들의 모습이 눈에 어른거린다. 시간이 조금이라도 남는다면, 한 시간이라도 아이와 더 함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맛있는 것 하나라도 더 먹일 수 있는 돈을 버는 게 맞지 않을까. 포기가 아름답진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삶의 갈림길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선택이라면, 그 또한 하나의 삶으로 충분히 존중받아야 하지 않을까. 이유건 / 회계사오리건 살이 주머니 욕망 재즈 오케스트라 윈드 오케스트라 즉흥 연주
2025.05.06. 18:40
살아가면서 꼭 챙겨야 하는 주머니가 있다. 무조건 돈을 열심히 많이만 벌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돈을 어디에 담고 어떻게 나눠둘 지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지기도 한다. 나는 이걸 ‘세 개의 주머니’라고 부른다. 생활비 주머니, 은퇴 주머니, 그리고 꿈의 주머니다. 첫번째 주머니인 생활비 주머니는 가장 기본이 되는 주머니다. 매달 벌고 매달 써야 하는 돈을 담는 곳이다. 사업하는 사람은 매출이, 직장인들은 급여가 보관되는 주머니다. 이 주머니에는 돈이 들어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월세, 공과금, 식비, 교통비 같은 생활에 필수적인 지출이 빠져나간다. 은퇴할 때까지 이 주머니는 계속해서 채우고 비워야 한다. 이 주머니에 들어 오는 돈보다 빠져나가는 돈이 더 많으면 남에게 손을 벌리든지 빚을 져야만 한다. 그래서 이 주머니는 언제나 일정하게 관리되어야 하고, 소비에 대한 자제력도 함께 따라줘야 한다. 두번째 주머니는 은퇴 주머니다. 생활비 주머니에서 여유가 생기면, 그 다음엔 은퇴 주머니를 채워야 한다. 아니 생활비 주머니에 여유가 없더라도 일정 부분을 떼어서 은퇴 주머니에 보관해야만 한다. 젊은이들의 경우에 지금은 크게 와닿지 않더라도, 언젠가 일하지 못하게 되는 날이 오면 이 주머니가 삶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이 된다. 준비는 빠를수록 좋다. 시간이 쌓여야 복리의 힘도 붙고, 작은 돈이 큰 돈으로 자랄 수 있다. 은퇴 주머니는 단순한 저축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다. 조금 더 여유가 생긴다면, 이제는 꿈을 위한 주머니도 만들어야 한다. 이 주머니에는 투자금, 창업 준비 자금, 혹은 자녀 유학이나 내 인생의 다음 챕터를 위한 계획 같은 것들이 담긴다. 이 주머니에 있는 돈의 일부는 조금 위험이 따를 수도 있는 투자를 해도 된다. 전부 잃을 수도 있지만 그만큼 인생을 확장시켜주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단지 돈을 불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가능성을 키우는 주머니다. 복권 하나를 사고 일주일동안 행복한 꿈을 꾸듯이 이 주머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즐거운 상상을 할 수있다. 그래서 부모님께 물려 받은 돈이나 상으로 받은 돈과 같이 행운처럼 찾아 온 돈을 넣어두기에 딱 좋은 주머니다. 세 개의 주머니를 뚜렷하게 구분해서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많다. 우리의 현실은 주머니 하나로 버티는 삶일 수도 있다. 하루 벌어 하루 쓰는 구조에서, 따로 떼어놓을 여유가 없을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마음속에서 만큼은 주머니를 셋으로 나눠둘 필요가 있다. 실천이 어려워도, 방향을 아는 것만으로 삶은 달라진다. 지금 나는 어떤 주머니를 얼마나 채우고 있는가. 나는 세 개의 주머니가 있는가? 나는 어떤 주머니로 나의 오늘과 내일을 어떻게 설계하고 있는지를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겠다.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무엇을 준비해주고 있는지 돌아보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인생에서 재정이라는 삶의 설계도를 그려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손헌수 주머니 생활비 주머니 은퇴 주머니 주머니 하나
2025.04.24. 13:18
미국의 옛 대통령 한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가장 못사는 백인에게 당신이 유색인보다 낫다고 설득한다면 그는 자신의 주머니가 털려도 모를 수 있다. 그리고 그가 누군가 업신여길 사람들을 찾게 된다면 자신의 주머니를 스스로 털 수도 있다.” 정부가 주머니를 털고, 정부와 결탁한 부자들이 배를 불린다. 인종차별과 가짜 뉴스, 공포 정치에 사람들이 빠지면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정치적 선택을 한다. 내 주머니를 털려는 속셈을 가진 정치인은 보이지 않고 그가 외치는 혐오와 차별, 거짓 주장에 홀려 자신의 정치×경제×사회적 권리를 스스로 내려놓는 투표를 한다. 정치가 어지럽다. 이럴 때일수록 서민들은 더 힘들어진다. 사람들의 삶을 그릇된 정치가 망친다. 트럼프를 찍었는데 직장을 잃고, 이민자 가족이 구금되고, 정부 혜택 삭감 소식에 불안하다며 “배신당했다”는 유권자들이 서서히 나오고 있다. 그나마 정신 차린 사람들이다. 지지율이 높은 것을 보면 아직도 ‘환상 속의 그대 트럼프’를 노래하는 이들이 더 많다. 트럼프와 공화당은 저소득층과 노인 보건 예산 삭감을 밀어붙이고 있다. 8800억 달러 규모의 예산 절감을 주장한다. 미국에서 6600만 명이 노인 메디케어 혜택을, 저소득층 7200만 명이 메디케이드 혜택을 받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부자 감세로 줄어드는 세금 수입을 예산 삭감으로 메꾸려 한다. 보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들의 주머니는 약값, 병원비로 털린다. 트럼프 정부 출범 뒤 18개 부서 공무원 7만5000여 명이 해고, 강제 퇴직 또는 휴직을 당했다. 법원 명령으로 일부는 복귀했지만 혼란스런 상태다. 해고 기준도 어이가 없다. 환경보호국은 입사한 지 1년이 넘지 않은 직원들이 다 잘렸다. 트럼프 정부가 이렇게 정부 지출을 줄이려고 애쓰는 이유는 그가 2017년에 실행했던 세금 감면 정책을 되살리려는 탓이다. 트럼프는 2017년 사상 최대 감세 정책(1조5000억 달러)을 실시했는데 전체 혜택의 절반 이상이 1% 최고 부유층에게 돌아갔다. 연 수입 5만 달러 미만 주민은 평균 세금이 273달러 감소한 반면 100만 달러 이상 주민은 7만8717달러가 줄었다. 그래도 모두가 세금이 줄어 나아졌다고 한다. 아니다. 복지 혜택 삭감으로 저소득층은 감세 이상으로 수입이 줄고 지출이 늘었다. 트럼프 2기에는 새 인물이 나타났다. 머스크가 등장했다.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부는 각 부서에 없애야 할 직책 명단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1월 22일, 연방정부는 신규 고용을 중단했다. 각 부서의 ‘다양성과 형평성, 포용성(DEI)’ 직원들이 쫓겨났다. 모든 연방정부 지원금을 효율성을 따지겠다며 끊었다. 법원 명령으로 1월 27일부터 다시 지급되기 시작했다. 1월 28일, 연방정부 직원 200만 명이 이메일을 받았다. 9월까지 임금을 받는 조건으로 자진 사임에 동의를 요구했다. 동의하지 않으면 해고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머스크의 회사 테슬라와 스페이스엑스는 지난 10여년간 정부와 18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그가 계약한 많은 부서가 칼바람의 대상이다. 이 와중에 트럼프는 자동차 시승을 하며 테슬라 띄우기에 나섰다. 지난 대선의 선택으로 당신의 주머니가 털리기 시작했다. 김갑송 / 민권센터·미주한인평화재단 국장커뮤니티 액션 주머니 정부 트럼프 정부 정부 혜택 정부 지출
2025.03.20. 17:56
2024년 대통령 선거가 이제 1년도 남지 않았다. 2020년에 이어 내년에도 양당 후보들은 한인 등 아시안 이민자 표심에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치권이 점점 양극화되고 양당의 표차가 점점 줄어들면서, 한표 한표가 선거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한인을 비롯한 아시안 유권자들은 공화당보다 민주당을 더 지지한다는 통념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통념이 과연 맞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UC리버사이드 교수이자 연구기관 아시아·태평양계 데이터(AAPI Data) 창립자인 카식 라마크리쉬난에 따르면, 베트남계 미국인은 공화당 지지 성향이 강하고, 반대로 일본계와 인도계 미국인들은 민주당 성향이 강하다. 그는 “인도계 유권자의 성향과 달리, 최근 비벡 라마스와미와 니키 헤일리 등 인도계 대선주자들이 공화당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재미있는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추세는 바뀌고 있다. 2016년 대선을 계기로 아시안 표심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기에 인도계와 중국계 미국인들은 공화당 지지로 바뀐 경향이 있다고 라마크리쉬난 교수는 지적한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세력인 라티노 유권자들도 바뀌고 있다. 로욜라 메리마운트 대학의 클라우디아 산도발 교수는 “라티노 유권자들이 왼쪽으로 기울긴 했지만, 라티노 남자 유권자들은 점차 공화당을 지지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네바다주 라티노 유권자 가운데 공화당을 지지하는 남성은 48%로 24%인 여성에 비해 두 배나 높았다. 그뿐만 아니라 젊은 라티노 유권자들은 민주당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젊은 라티노 유권자의 37%는 “민주당이 라티노 커뮤니티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답했으며, 이 중 3분의 1은 공화당이 라티노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답했다. 흑인 유권자들의 민주당 지지세도 꺾이고 있다. 그동안 미국 대선은 흑인 유권자들이 많이 투표할수록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있었다. 이에 대해 조지타운 대학 자밀 스캇 교수는 “내년 선거에서 흑인 표심 문제는 두 가지가 있다”며 “그중 하나는 흑인들이 지지 정당을 바꿀 것인지, 또 하나는 얼마나 많은 흑인 유권자들이 투표소에 나올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라고 반문하며, 바이든 행정부가 대학생 학자금 탕감 문제 등 흑인 유권자의 표심을 얻는 데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일자리를 창출하고 스몰 비즈니스를 지원했으며, 흑인 판사를 지명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조치들이 겉보기엔 좋지만 눈에 보이는 결과를 창출했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권자들은 결국 주머니 사정에 따라 투표하는 사람들”이라며 “흑인들이 당장 지지정당을 바꾸지는 않겠지만, 유권자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면 투표장에 나와 오랜 시간 기다리며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젊은 흑인 유권자들 가운데는 민주당을 위한 ‘닥치고 묻지마 투표’ 태도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처럼 한인을 비롯한 이민자 출신 유권자들은 현 정치권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의회 폭동사태’와 관련된 ‘사법 리스크’에 처해 있는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문제지만, 인플레와 높은 집값에 제대로 대처 못 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도 걱정스럽다. 내년 대선에서 한인 등 아시아·태평양계의 표심을 얻고 싶은 후보는 이런 우려에 대답하고 새로운 미래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종원 / 변호사기고 유권자 주머니 인도계 유권자 아시안 유권자들 흑인 유권자
2023.12.26. 19:17
본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곽애리(사진) 시인이 첫 시집 『주머니 속에 당신』(책 사진)을 출간했다고 16일 밝혔다. 곽 시인은 첫 시집 출간 소감으로 “한때는 많이 울었지만, 이제 울다가 남은 건 웃음이라고 다짐하며 이제 이별과는 헤어질 결심을 하고 오로지 당신과 함께할 것을 가슴으로 노래한다”고 말했다. 곽 시인은 작품 ‘쌀’을 통해 사연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밥이란 이리도 사연이 많다”며 “밥은 먹었니? 무얼 먹었니? 어떻게 먹었니? 쌀은 지구의 언어”라며 이민 생활의 애환과 밥정을 통한 그리움의 정서를 시에 녹였다. 김정기 시인은 곽 시인의 이번 시집을 가리켜 “시인의 마음이 순수하다 못해 여름 아침 공기다”라고 평했다. 김 시인은 본지 문화센터의 문학교실 강사로 활동했다. 곽 시인은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나 1985년 뉴욕으로 이주했다. 이후 맨해튼에서 주얼리숍을 운영하다 은퇴 후 펜을 잡았다. 문학교실에서 글쓰기를 시작한 그는 지난 2012년 월간수필을 통해 수필가로도 등단했다. 수필가 등단 후에는 ‘문학청춘’2017 봄 31호에서 ‘나야’ ‘후러싱 외딴 골목’ ‘스위치를 내려버린 땅’ 등 3편으로 시 부문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시인으로도 등단했다. 강민혜 기자 [email protected]시집 주머니 이번 시집 시집 출간 김정기 시인
2023.11.16. 18:43
물가 고공행진에 점심값 부담이 커지면서 합리적인 가격에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외식 메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점심값이 택스와 팁 포함 한 끼 20달러에 육박하는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이 발생한 가운데 '산 누들스(Mountain Noodles)'가 주중 점심 런치 스페셜을 아주 특별한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어 화제다. 산 누들스는 전복죽으로 유명한 49년 전통 '산(Mountain)' 식당의 명성과 맛을 그대로 이어받아 최근 LA 한인타운에 오픈한 국수 & 한식 전문점이다. 대부분의 식당에서 사용하는 조미료 맛 조리법과는 대조적으로 자연적인 맛을 강조하는 산 누들스는 엄마의 손맛 그대로 매일매일 준비하는 다양한 반찬과 더불어 16가지나 되는 건강식 메뉴를 11.99달러라는 부담 없는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정성과 비례하는 깊은 맛을 자랑하는 갈비탕 우거지 갈비탕 얼큰이 갈비탕부터 김치 비지찌개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인 동태찌개 동태 맑은 찌개(지리) 비빔밥 돝솥 비빔밥 소불고기 덮밥 돼지불고기 덮밥 닭불고기 덮밥 김치 볶음밥 등 메뉴도 다양하다. 그 외에도 깔끔하고 시원한 육수가 특징인 멸치 칼국수 김치 칼국수 육개장 칼국수 면 선택이 가능한 짜장밥.면 카레라이스.면 등 다양하고 푸짐한 건상식 메뉴로 든든한 한 끼를 선사한다. 산 누들스 음식의 특징은 한마디로 '깔끔' '담백'이다. 미원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천연 재료들로만 맛을 내기 때문에 그만큼 깨끗하고 깊은 맛이 우러난다. 조미료로 고유의 맛을 덮어버리는 일이 없어 먹는 사람의 속도 마음도 편안해진다. 더불어 요즘 발렛파킹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식당들이 많은데 산 누들스에서는 월~금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무료주차가 가능하다. 한편 산 누들스는 고객 수요를 기반으로 합리적인 가격의 건강식을 다양하게 선보이며 외식 물가 부담을 줄이고 고객 만족도를 충족시켜나갈 방침이다. 산 누들스는 LA 윌셔와 알렉산드리아 코너에 위치하며 주중 런치 스페셜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이어진다. "16가지 다양한 건강식 메뉴를 착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산 누들스에서 오늘 맛있는 점심 어때요?" ▶문의:(213)378-0222 ▶주소:3377 Wilshire Blvd. Ste 100. Los Angeles 주머니 스페셜 칼국수 육개장 멸치 칼국수 건강식 메뉴
2023.04.09. 19:57
중저가 패션브랜드 올드네이비가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이색 행보를 펼치고 있어 화제다. CNN에 따르면 의류업체 갭이 소유한 올드네이비가 매장 내 고객 유치 및 판매 촉진을 위해 주머니가 있는 드레스 제품군을 주력 홍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드네이비는 고객들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올봄 시즌에 주머니가 달린 신상품 드레스를 두 배로 늘린다고 밝혔다. 업체에 따르면 지난 2월 500명 이상의 18세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주머니 달린 드레스를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머니를 선호하는 이유로는 손 보온 효과부터 작은 물건을 수납할 수 있어 핸드백을 들지 않아도 되는 편의성까지 다양했다. 일부는 주머니가 어색한 사교 상황에서 손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한 피난처가 된다고 주장했다. 주머니가 달린 드레스 봄 신상품은 이번 달부터 올드네이비 매장에 이미 출시됐으며 업체는 주머니가 달린 여름 드레스 출시량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소매업계 분석가 닐 사운더스는 “주머니가 없는 드레스는 오랜 기간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 왔으며 여성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이다. 따라서 주머니를 추가한 올드네이비의 전략은 좋은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드레스에 주머니 추가만으로는 올드네이비가 겪고 있는 판매 부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드네이비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6% 감소했으며 개점한 지 1년 이상 된 매장의 매출 역시 7%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NPD 마셜 코헨 수석 고문은 “주머니 비용이 옷 한 벌당 2달러에 달해 생산원가 절감을 위해 주머니 추가를 피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인플레이션 시대에 주머니와 같이 소비자가 새로움에 대한 흥미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낙희 기자올드네이비 주머니 올드네이비 매장 주머니 추가 주머니 비용
2023.04.09. 18:13
죽음이란 그래,/ 주머니가 없는 옷/ 입고 가는 길이지// 삶이란 결국/ 주머니가 없는 옷을 입으면 불편해서/ 가방 메고, 우산 쓰고/ 가는 길이지// (…) 그러나 이쯤에서/저 타는 노을빛 한강으로 힘껏/ 열쇠꾸러미를 던질 수는 없는 일이다// 주머니가 없는 옷을 입고서/ 걷고 또 걸어보는/ 이 밤의 산책이 괴롭지 않은 거다// 길이 고마운 거다 -서경온 시인의 ‘주머니가 없는 옷’ 부분 죽음이란 주머니가 없는 옷을 입고 가는 길이라는 시적 통찰이 돋보인다. 죽음은 무엇도 지참할 수 없다. 영혼까지도 버려야 하는 게 죽음이니까. 이 사실적 진실이 시인의 인식으로 더 명료하게 다가온다. 빨래하려고 내놓은 옷가지의 주머니를 뒤지다 보니 지폐 몇장이 나온다.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찾고 있던 액세서리나 영수증 따위가 나오기도 한다. 주머니는 요긴한 보관수단이다. 요즘 세상은 많은 주머니를 필요로 한다. 지나치게 주머니에 집착하기도 한다. 지인 한 분은 샤워하다 쓰러져 그 자리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충분히 더 살 수 있는 나이여서 안타깝고 황망했다. 유품을 정리하다 보니 숨겨놓은 것인지 비축해 놓은 것인지 여기저기서 돈주머니가 나왔다고 한다. 평소 근검절약으로 재산을 일군 부자란 건 알았지만 그렇게 많은 돈주머니가 숨어 있을 줄은 가족도 몰랐다고 한다. 더 황당한 일은 가족들이 어딘가에 돈을 더 숨겨놨을 것이라며 찾아보느라 정작 고인을 향한 예를 제대로 갖추지도 못하더라는 것이다. 숨겨져 있던 주머니들은 남겨진 가족들에게 복이 되기는커녕 화가 되었음은 자명하다. 삶의 길에선 많은 주머니를 가진 사람이 유리하다. 얼마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우대를 받곤 하니까. 우리는 절대 죽지 않을 것처럼 주머니를 챙긴다. 인생이 애초부터 소유가 관건인 것처럼, 그것이 최선이고 생의 가치를 높이는 것처럼, 그래서 주머니가 적은 사람은 가득 찬 주머니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사람을 선망하곤 한다. 죽음에는 후일담이 있다. 죽음으로 삶이 평가되곤 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지닐 수 없는 죽음으로 비로소 한 인생이 지닌 가치가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한다. 준비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생의 전모가 드러나 씁쓸함을 목격하게 되는 일은 흔하다. 삶을 빈손이 되는 죽음처럼 가벼이 여길 수는 없겠다. 무소유를 예찬하지만 주머니가 없는 옷의 불편함을 견디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무작정 열쇠꾸러미를 한강에 던질 수는 없을 터이니 말이다. 삶에는 삶의 책무가 있다. 그러므로 책임을 다해야 한다. 다만 누구도 피할 수는 없는 죽음, 길 끝에 다다를 때를 준비할 필요가 있겠다. 주머니를 하나씩 줄여가는 일은 그나마 할 수 있는 준비과정 아닐까 싶다. 지참이나 소유보다 나눔과 공유를 미덕으로 삼으려는 마음이야말로 최선일 것이다. 주머니의 소유 여부를고민할 게 아니라 주머니를 어디에다 어떻게 풀어놓느냐가 고민이어야 한다. 많은 소유가 화근이 될 이유는 없겠다. 꽁꽁 싸맨 채 풀지 않거나 숨겨놓는 게 화를 자초하는 일이다. 떨어진 주머니에 어패 들었다는 속담도 있다. 허름한 주머니에 귀한 것이 들어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지만, 보잘것없는 해진 주머니라도 뒤져보면 뭔가 들어 있을 거다. 하찮은 것이라도 꺼내서 누군가와 나누다 보면 본래 지닌 가치보다 훨씬 큰 의미가 되는 반전을 경험하게도 될 것이다. 조성자 / 시인시로 읽는 삶 주머니 서경온 시인 노을빛 한강 정작 고인
2022.03.15. 17:19
아무리 잘 만든 돈주머니어도그 안에 돈이 하나도 들어있지 않으면 별로 환영받지 못한다. 혹 세계 제일의 장인이 만들어서 주머니 자체가 귀한 가치를 지니면 그렇지도 않겠지만 그래도 돈주머니는 그 안에 돈이 들어있어야 제구실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새롭게 시작되는 한해가 복으로 가득 차 있기를 바라며 덕담을 주고받는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래서 복 많이 받기를 바라며 복을 담는 여러 가지를 선물로 주기도 한다. 복조리, 복주머니, 복 숟가락, 복이 새겨진 그릇 그리고 복이 잔뜩 들어있을 듯한 복스러운 여러 가지가 동원된다. 반대로 복이 함께 하지 않을 것 같은 물건이나 행동 따위는 곁에 가려고도 하지 않는다. 하찮은 미물에 불과한 어떤 것이라도 그것이 자기와 함께한 후부터 여러 가지 좋은 일이 많이 생기면 “복덩이” 라고 하며 중히 여긴다. 그래서 아주 친한 사람에게 특별한 때에 기르던 새나 화초 등을 선물하며 말한다. “이게 내 복덩이야, 당신에게도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이야.” 어떤 사람은 그것이 자기를 떠나면 복이 달아날까 봐 절대로 꼭 붙잡고 있기도 하지만 무엇이 전하여 주던지 복은 우리에게 중요한 보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온 세상을 돌며 찾아다니던 파랑새가 지쳐 돌아온 자기 집에서 노래하고 있었다는 이야기 속에 파랑새로 은유 되는 복은 정말 어떤 것이기에 옆에 두고도 알지 못한 이상한 것일까. 얼마 전 조사에 의하면 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국인들은 돈이라 했고 미국인들은 가족이라고 했다는 통계를 보았다. 쉽게 말해 한국인에게 복은 돈이고 미국인에게 복은 가족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복이라는 것이 사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보았을 때 그렇다. 정초에 새해 인사하며 건네는 복은 상대방에게 어떤 것이 찾아들기를 바라며 하는 말일까. 아픈 사람에게는 건강 회복, 건강한 사람에게는 더하여 보기 좋은 몸매나 얼굴, 잘생긴 미남미녀에게는 더 많은 재물이나 출세, 많은 것을 가졌으나 미워하고 미움받는 이에게는 따뜻한 인간관계 회복 등 생각해 보면 그저 건네는 인사 속에 복이 갖는 의미가 그 사람들 숫자만큼이나 다양하다. “네가 받은 복을 세어보아라” 라는 말이 성경에 나온다. 복이 없다고 찌푸리고 사는 인생에 주는 말이다. 어느 시인의 시가 이렇게 전하고 있다. “오빠는 좋겠다. 죽어서.” 죽는 것이 복일 수 있다면 세상에 복이 아닌 것이 없다. “사흘 동안 세상을 볼 수 있다면”이라는 글을 쓴 헬렌 켈러도 그러나 보고 듣지 못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그녀가 사람들에게 빛을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었음이 또한 큰 복이었음을 알 수 있다.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이상한 세월이 우리 옆을 지나고 있어 금전으로 환산되거나 눈으로 확인되던 여러 가지 복이 저 멀리달아난 듯이보인다. 그러나 세어보면 아직도 많은 것들이 우리에게 복으로 남아있다. 매일 아침 문 앞에 놓여있는 신문을 보며 감사한다. 전자기기 건드려 찾아보는 소식보다 종이 위에 활자로 기록된 소식과 글을 읽으면서 푸근하게 허락된 이 작은 복을 그러나 귀중한 복을 가만히 품는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면서 늘 함께 있으면서도 알지 못했던 삶의 지혜를 깨닫고자 노력하게 된다. “복스러운 얼굴”이라는 말을 쓴다. 잘생긴 얼굴이 아니다. 예쁘게 생긴 얼굴도 아니다. 젊게 보이고 건강하게만 보이는 얼굴도 아니다. 함께 있는 사람에게 복스러운 기운이 전염되는 얼굴이다. 복의 기운이 전해지는 힘은 억지로 지어서 만들어낼 수 없다. 돈으로 환산될 수도 없다. 어떤 권력이나 욕심으로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복이 무엇인가 제대로 알고 있는 마음이 그 안에자리 잡고 있을 때 만들어지는 얼굴이다. 복 많이 받으세요는복스러운얼굴되세요로 바꾸어도 될 것 같다. 이웃에게 복스러움을 전하는 얼굴이 되면 자신이 바로 복주머니가 된다. 매년 첫날에 그토록 소망하며 갖기 원하는 바로 그 복주머니다. 모든 사람이 어려운 시대를 지내고 있지만 그래도 모두 스스로 복주머니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새로 열리는 한 해가 진짜 복이 제대로 들어있는 복주머니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안성남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주머니 주머니 자체 건강 회복 인간관계 회복
2022.01.10. 1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