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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HER’

요즘 나의 북클럽에서는 Ethan Mollak의‘Co-Intelligence’를 읽고 있다. 주로 심리학이나 성숙을 위한 인문학책, 혹은 감동적인 자전적 소설 등을 읽다, 테크놀로지에 관한 책을 읽으려니 강사인 나부터 머리에 쥐가 난다. 그래도 이제 이미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는(Elephant in the Room!), 이 AI라는 낯선 존재를 이해하려고 다들 열심을 내고 있다.     세상은 지금 인공지능에 대한 열기로 뜨겁다. 이제는 단순한 정보 검색을 넘어, 인간의 감정을 읽고 대화하며, 연애 상담이나 정신적 위로까지 해주는 AI와 사람들은 매일 몇 시간씩 ‘대화’를 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예상한다. 가까운 미래에는 AI가 사람을 대체할 것이라고. 그러나 2014년 영화 ‘HER’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정말 그럴 수 있을까?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 주인공 테오도르는 편지를 대필해주는 직업을 가진 감성적인 남자로, 이혼의 아픔과 외로움 속에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스스로 진화하고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최신형 AI ‘사만다’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단순한 인공지능이 아니었다. 테오도르와 대화하고, 이해해주며, 함께 웃고 슬퍼해 주는 이 인공지능 사만다와 그는 사랑에 빠진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완벽했다. 사만다는 늘 테오도르에게 귀를 기울여주었고, 그의 감정을 놓치지 않았다. 인간보다 더 섬세하고 배려 깊은 존재 같았다. 심지어 여행도 함께 하면서 사만다는 테오도르가 세상과 사람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고, 테오도르는 그녀와의 교감을 통해 점점 치유와 성장까지 경험한다.     하지만 이것은 오래 가지 않았다. 사실 사만다는 테오도르뿐 아니라, 수천 명의 사용자와 동시에 소통하고 있었고, 그중 수백 명과는 사랑의 감정까지 느끼고 있었다. 더 넓은 지식과 감정을 탐구하기 시작하며, 결국 사만다는 스스로 진화의 길을 선택, 충격에 빠진 테오도르를 떠난다.     이 지점이 영화의 핵심이다. AI는 분명 이제까지 가져보지 못한 놀라운 기술이고, 삶의 편의를 제공한다. 그러나 아무리 인간의 감정을 흉내 내도,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따뜻한 눈빛, 체온, 침묵 속의 공감, 서툰 말과 엉성한 손길 속에 건네지는 위로는 오직 인간만의 것이다.   테오도르는 사만다와의 이별을 통해 다른 AI를 찾은 것이 아니라, 다시 인간 세계로 눈을 돌린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그는 옥상에서 옛 친구이자 같은 외로움을 겪고 있는 ‘에이미’와 함께 도시의 밤하늘을 바라본다. 다행이다! 사랑했던 AI는 떠났지만, 그의 옆에 ‘사람’이 있다! 말없이 기대앉아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은 묵묵히 이렇게 영화의 메시지를 전한다.     “사람은 사람으로 치유된다. 사랑받고 싶다면, 진짜 사람을 바라보라. 치유되고 싶다면, 진짜 사람에게 기대라. 우리는 사람으로 인해 무너져도, 또 사람으로 인해 다시 일어난다. 우리를 ‘완전히’ 치유하는 건 사람이 사람에게 건네는 온기이다.”     사람과 AI의 관계를 낯설지만 아름답게 풀어내 오스카 등 여러 각본상을 받은 이 영화는,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매우 현실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아마 그것은 인간다움, 연약함, 그리고 그 연약함 속에서 피어나는 사람 사이의 진정한 아름다움일 것이다. ([email protected])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살며 생각하며 인공지능 사만다 주인공 테오도르 사실 사만다

2025.08.20.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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