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60년, 리메이크 없는 불멸의 고전
많은 사람이 최애하는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이 개봉 60주년을 맞아 재개봉에 들어갔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브로드웨이 뮤지컬(1959년 초연)로 흥행을 거두자 1965년 20세기 폭스사가 영화로 제작, 그해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로버트 와이즈), 음악상 등 5개 부문을 수상했다. 이 영화는 개봉 후 6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리메이크 시도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줄리 앤드루스와 크리스토퍼 플러머의 연기, 리처드 로저스·오스카 해머스타인의 서정적 선율, 그리고 알프스의 장엄한 풍광은 마치 운명처럼 맞물려 하나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고 그 상징성과 완전성은 지금까지도 굳건히 보존되고 있다. 무엇보다 주인공 마리아 수녀와 배우 줄리 앤드루스 사이에 형성된 상징적 결합은 절대적이어서 앤드루스가 아닌 그 어떤 배우도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없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첫 개봉 후 무려 5차례나 복원판으로 재개봉됐다. 그리고 관객이 함께 노래하는 싱어롱 이벤트, 수없이 반복되는 뮤지컬 무대 공연, 그리고 기념 앨범의 발매, 디즈니+,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에서의 상영 등으로 새로운 세대의 관객층을 끊임없이 끌어들였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를 배경으로 자유분방하고 음악을 사랑하지만 수도원 생활에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견습 수녀 마리아(줄리 앤드루스). 수도원 원장은 그녀에게 세속에서의 삶을 시험해 보라며 오스트리아의 명문가인 폰 트랩 대령의 집에 가정교사로 보낸다. 트랩 대령(크리스토퍼 플러머)은 해군 장교 출신으로 아내를 잃은 뒤 일곱 아이를 군대식 규율로 키우고 있다. 아이들은 가정교사를 괴롭히는 장난을 걸어온다. 마리아도 처음엔 당황하지만 노래와 즐거움을 가르치며 아이들의 마음을 열기 시작하면서 오랜만에 집안에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부유하고 정치적인 약혼녀 엘자가 곁에 있는 대령은 아이들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움직이지만 여전히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 시간이 지나며 대령은 점차 마리아의 따뜻함에 마음을 열고 마리아와의 관계가 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마리아는 자신과 대령 사이에 싹트는 감정을 두려워해 다시 수도원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원장 수녀는 마리아에게 “사랑은 신이 주신 축복”이라며 대령 곁으로 돌아가라고 조언한다. 마리아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대령과 사랑을 확인하고 두 사람은 결국 결혼에 골인한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다. 나치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합병하면서 대령에게 독일 해군 장교로 복무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는 이를 거부하고 가족과 함께 자유를 찾아 탈출을 결심한다. 폰 트랩 가족은 음악제를 빌미로 무대에서 마지막 공연을 하고 그 틈을 타 수도원으로 숨어 들어간다. 수도원 수녀들이 독일군 차량의 부품을 훔쳐 시간을 벌어주고 가족은 알프스를 넘어 스위스로 탈출에 성공한다. 영화는 폰 트랩 가족이 알프스 산맥을 넘어가는 장엄한 장면으로 끝이 난다. 가족이 음악을 통해 하나 되고 자유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린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은 60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에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가정 안전한 가족 영화로 소비되고 있다. 영화의 모델이 된 실제 트랩 가족은 미국으로 건너가 한동안 '트랩 패밀리 싱어즈(Trapp Family Singers)'라는 이름으로 음악 활동을 이어갔다. 나치의 정치적 억압에 굴하지 않고 자유를 찾아 떠나는 폰 트랩 가족의 용기는 오늘날 난민 문제, 독재에 맞선 저항, 그리고 이민자의 여정과 맞닿아 있다. 그리고 이후 전쟁·망명·이민을 겪은 수많은 사람에게 공감과 위로가 됐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작품은 단순한 가족 뮤지컬을 넘어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자유의 상징으로 재해석되며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서사로 인용되고 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이 인류에 남긴 음악적 유산은 실로 지대하다. 특히 ‘도레미 송’은 전 세계 어린이들이 음계를 배우는 교재로 활용되며 음악 교육의 상징이 되었고 ‘에델바이스’는 오스트리아의 전통 민요로 오해받을 정도로 널리 퍼져 각국의 문화 속에 스며들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또한 전 세계 학교와 지역 커뮤니티 극장에서 가장 빈번히 공연되는 뮤지컬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무대에 입문하는 아역 배우들에게 가장 자주 추천되는 고전 레퍼토리로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영화 장면과 곡들은 오늘까지도 광고, TV쇼, 패러디, 밈(meme) 등 곳곳에 살아 있다. 영화 속 마리아가 보여준 강인함은 이후 여성 주체성의 상징적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녀는 수녀가 되려했지만, 사랑과 가정을 선택함으로써 1960년대 당시의 보수적인 종교관과 변화하는 사회적 가치관, 자유와 개인의 행복 추구를 연결하는 존재로 그려졌다. 마리아는 순종적인 여성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 선택을 통해 삶을 개척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이는 당시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없던 여성상이었으며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진취적 모습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마리아는 이후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로 종종 언급되며 오늘의 페미니즘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무대에서 먼저 데뷔한 영국 배우 줄리 앤드루스는 이전해 '메리 포핀스'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 2년 연속 수상을 노렸으나 '다링'에서 열연한 또 다른 영국 출신의 ‘줄리’인 줄리 크리스티(닥터 지바고)에게 주연상을 넘겨줘야 했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알프스의 자연을 배경으로 아름답고 밝은 노래들, 그리고 탄탄한 스토리는 뮤지컬의 영원한 고전으로 우리 마음속에 남아 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은 인류에게 가족· 자유·저항·희망의 문화 코드로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리메이크 고전 뮤지컬 영화 줄리 앤드루스 브로드웨이 뮤지컬
2025.09.24. 1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