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쌀쌀한 하늘을 보면서 나는 생각한다. 지구가 사과라면 하늘은 사과껍질 정도라고. 지구 지름에 비한다면 대기의 두께라고 해봐야 백 분의 일도 안 되니까. 그토록 얇은 껍질 속에서 유성이 타오르며 떨어진다. … 그리고 내가 평생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 투명한 껍질을 올려다보면서 깊고 무한하다고 생각한다. 그 뒤에 끝없이 아득한 우주가 있어서다. 겨울 티끌만 한 크기로 매일 숨 가쁘게 살아가더라도 언제든 고개만 들어보면 무한을 볼 수 있다니. 권기태 『중력』 글은 이렇게 이어진다. “나는 얼어붙은 채소밭 옆에서 마냥 흐뭇해한다. 저 연약한 공기는 어쩌자고 이토록 숭고한 모습으로 내 위에 펼쳐졌다는 말인가.” 제목이 많은 것을 말해 준다. 우리는 ‘중력의 법칙’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지만 가끔은, 그리고 누군가는 중력을 거스른다. 중력을 거스르는 그때가 평범한 존재가 비범해지는 순간이다. 우주를 꿈꾸던 평범한 샐러리맨이 국내 최초의 우주인 선발 과정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모스크바 훈련기지에서 그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나의 세계는 일순 광활하고 상쾌해졌다. 나는 상반신만 내민 채로 투명하고 크나큰 하늘의 돔을 올려다보았다. 무궁무진한 우주가 공기의 얇은 막 너머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텅 비지 않고 생기와 숨결로 가득한 하늘. 지금까지 사투를 한 것은 이것을 보기 위해서였다. 나는 숨을 크게 쉬었다.” 중력에서 벗어난 해방감이 느껴진다. 신문기자 출신 작가가 구상, 취재에서 집필까지 13년 걸려 완성했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중력 우주인 선발 모스크바 훈련기지 지구 지름
2023.02.08. 18:55
중력 기본적인 힘 중 우리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중력과 전자기력이다. 모든 물체는 땅으로 떨어진다. 지구의 중력이 잡아당겨서 그렇다. 자석은 쇠붙이를 끌어당긴다. 바로 전자기력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력과 전자기력 중 어느 것이 더 셀까? 땅바닥의 못에 자석을 가까이 대면 바로 올라붙는다. 중력에 의해서 지구에 붙어있는 못을 작은 자석이 끌어당기는 것으로 봐서 전자기력이 중력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약한 중력을 이기고 우주 공간으로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초속 11km를 넘는, 좀 더 실감 나게 표현하자면 소리보다 34배나 빠른 어마어마한 탈출속도가 필요하다. 오랜 세월 동안 우리 인간은 지구 환경에 맞게 진화했다. 그래서 지구가 우리를 끌어당기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지구의 중력이 없다면 이 땅의 모든 물체는 허공으로 날아갈 것이다. 심지어는 하늘에 떠 있는 달도 지구 인력에 붙잡혀서 지구 주위를 맴돌고 있다. 빅뱅 후 처음으로 나타난 물질인 수소 원자가 중력에 의해 모이고 압축되어 생긴 것이 바로 별이다. 그러므로 별의 탄생도 바로 중력의 소산이다. 그렇게 생긴 별들이 또 서로의 중력에 이끌려서 은하를 이루고 그런 은하가 모여서 우주가 되었다. 태양 표면을 떠난 빛이 1년 걸려서 도달하는 곳을 오르트 구름대라고 한다. 태양의 중력이 거기까지 미친다고 하니 참 대단하다. 처음으로 중력의 존재를 밝힌 사람이 뉴턴이고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서 중력이 어떻게 일 하는지 알아냈다. 지금 우리는 지구라는 이름의 행성에서 살고 있지만, 조만간 지구 바깥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한다. 다른 천체로의 이사는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곧 다가올 미래다. 오늘날 지구는 기후 변화, 식량, 물, 자원 부족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반세기 전에 유럽에 살던 몇몇 선구자가 신대륙으로 목숨을 걸고 이주를 해서 닦은 나라가 바로 지금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다. 지금 우리는 비슷한 형편에 처해있다. 현재 이주 제 1순위의 천체는 화성인데 화성을 지구처럼 만들어서 이사하려는 것이다. 화성은 태양에서 지구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고 대기가 없어서 너무 춥다. 우선 화성 표면의 온도를 올려야 한다. 그리고 숨 쉴 공기를 만들어야 한다. 태양에서 내리쬐는 우주선에 피폭되지 않으려면 인공으로 자기장을 만들어 해로운 물질을 걸러내야 한다. 그런 정도는 과학의 힘을 빌려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화성의 중력이다. 화성은 지구보다 작으므로 지구 중력과 비교하면 약 1/3밖에 되지 않는다. 내 몸무게는 180Lbs니까 내가 화성에 가면 70Lbs밖에 나가지 않는다. 그러므로 강한 근육이 필요 없게 된다. 우주에 오래 머물던 우주인들이 지구에 귀환하면 들것에 실려 가는 모습을 종종 본다. 우주의 약한 중력 때문에 다리 근육이 약해져서 스스로 걸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래 어느 날 화성 이주에 성공한 우리 후손들이 겪을 가장 심각한 문제가 바로 중력이다. 세대를 거치면서 그들은 화성의 약한 중력에 적응하고 거기에 맞춰서 진화할 것이다. 무겁던 몸을 지탱할 다리 근육이 약해질 것이고 몸 전체가 약한 중력에 맞춰 변할 것이다. 그렇게 몇 세대가 바뀌면 지구 형제들과 많이 달라진 모습을 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상상하는 외계인의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중력 지구 중력과 중력과 전자기력 중력 때문
2023.01.27. 15:34
얼마 전에 우리나라의 달 탐사선 다누리호가 무사히 발사되었다. 올해 말에 달 궤도에 안착하여 2031년으로 계획된 달 착륙을 위한 여러 가지 사전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그런데 좀 이상한 것이 있다. 반세기 전에 아폴로 11호도 4일 걸려 갔던 달을 지금은 3일이면 갈 수 있는데, 왜 넉 달 반이나 걸려서 간다는 것일까? 우리는 지구 중심에서 끌어당기는 중력 때문에 우주 공간으로 흩어지지 않고 땅바닥에 붙어서 산다. 반대로 지구에서 우주 공간으로 나가려면 그런 중력을 이겨야 한다.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려면 탈출속도가 필요한데 최소한 초속 약 11km 정도 돼야 하고 이는 소리보다 30배 이상 빠른 속도다. 그런 엄청난 속력을 내자면 당연히 연료가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로켓을 보면 연료를 싣고 탈출속도에 도달하기 위한 발사체가 거의 몸통 전부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고속도로로 달리면 약 4시간 반 걸리는데 교통 혼잡이 심한 서울을 벗어 나는 데만 한 시간 넘게 걸리는 것과 비슷한 형편이다. 마찬가지로 명왕성 탐사선이 지구를 벗어나는 데 연료를 거의 다 써 버린다고 하면 지구를 떠난 후에는 무슨 힘으로 멀리 있는 명왕성까지 도달할 것이며 그 후 임무 수행은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산 정상에서 아래까지 내려가는데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아도 된다면 굳이 휘발유를 낭비하면서 가속하기보다 시간은 더 걸리겠지만 비록 속력은 못 내더라도 차가 스스로 산 아래로 내려가게 가만히 나둬도 된다. 산의 경사를 이용해서 연료를 아낄 수 있다는 말이다.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고 있는 지구와 화성은 거의 2년에 한 번꼴로 가까워진다. 이때가 화성을 향해 출발할 적기다. 그런데 우리는 화성 쪽으로 로켓을 쏘지 않고 영 반대 방향으로 발사한다. 참 이상하다. 화성은 지구보다 더 먼 곳에서 태양을 돌고 있어서 처음부터 화성을 향하게 되면 결국 태양의 중력에 거슬리게 되고 더 많은 연료를 사용해야 한다. 그래서 우선 지구보다 더 가깝게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금성 쪽으로 항해를 시작하여 금성의 인력권에 도달하면 엔진을 끄고 금성에 빨려 가다가 갑자기 궤도를 바꿔서 화성 쪽으로 방향을 트는 원리다. 그렇게 되면 금성 중력의 도움을 받아 공짜로 속도를 얻다가 어느 순간 화성을 향해 방향을 바꾸면 관성에 의해 연료를 적게 쓰면서 여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지 벌써 반세기가 지났지만, 아직도 우리의 과학기술 수준으로 우주선을 토성까지 도달시키기도 역부족이다. 탈출 속도를 내기 위한 연료 때문에 그렇다. 그런데 중력도움이라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우주선의 추진을 자체 연료에만 의존하지 않고 근처에 있는 큰 천체의 중력을 훔칠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다른 천체의 중력과 공전 궤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택하면 멀리 돌아가느라 시간은 좀 더 걸리기는 해도 연료를 아낄 수 있다. 지금 태양계 밖을 막 빠져나간 보이저 1호와 2호, 그리고 뉴호라이즌스호도 중력도움으로 그 멀리까지 날아가고 있다. 가까운 달에 가는 경우도 그렇게 멀리 돌아가서 시간은 더 걸리더라도 연료를 아껴 다른 작업에 사용하려는 것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이야기 중력 도움 중력 도움 중력과 공전 금성 중력
2022.12.09. 15:35
아인슈타인은 시간이 속도의 영향을 받는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10년 후 공간이 중력에 의해서 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휜 공간을 만드는 엄청난 중력 덩어리의 존재를 추측했고 길고 복잡한 수학 계산 끝에 보이지도 않는 블랙홀의 존재를 상상했다. 그는 빛이 파동이면서도 입자라는 이중성 때문에 입자라면 당연히 중력의 영향을 받을 것이고 그렇다면 큰 중력을 가진 물체 옆을 지날 때는 휠 것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우리 주변에서 그 정도 중력을 행사할 수 있는 천체는 당연히 태양이었지만, 멀리서 오는 별빛이 태양의 영향을 받아 휘어지는 현상은 관찰할 수가 없었다. 낮에는 태양 빛이 워낙 밝아서 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밤에는 별은 총총한데 태양이 없었다. 그러다 마침 개기일식이 다가온 것을 알고 손뼉을 쳤다. 일식 때는 달이 태양을 가려 대낮에도 잠깐 어두워져서 별빛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영국의 아서 에딩턴이란 천체물리학자에게 편지를 보내 자기 이론을 설명하고 도움을 청했다. 그 당시는 제1차 세계대전 중이어서 영국은 적국인 독일인 과학자에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영국이 낳은 불세출의 뉴턴에게 대드는 자는 이미 과학자이기를 포기한 사람 취급을 하던 때였다. 그래서 뉴턴주의자들이 골치를 앓던 수성의 근일점 문제를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쉽게 해결해 버린 아인슈타인을 정신 나간 과학자라고 매도하기까지 했다. 독실한 퀘이커 교도였던 에딩턴은 종교적 이유로 징집을 거부하고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가는 노동수용소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확인하기 위해서 서부 아프리카의 프린시페섬에서 일식을 관찰하고 싶다는 청원을 했고 영국 왕립천문학회에서는 에딩턴의 능력이 아까워서 그가 수용소에 가는 대신 일식 관측으로 때울 것을 수락했다. 태양 뒤에 있는 별빛은 태양에 가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태양 주변을 스쳐 지나는 별빛이 태양의 중력에 의해 휘어진 공간을 직진하는 까닭에 우리 지구에서 관찰할 수 있게 된다. 에딩턴은 정밀한 사진기로 그 별의 정확한 위치를 촬영해 두었고, 개기일식 순간에 태양 주변의 사진을 찍어 두 사진을 비교해 보고 깜짝 놀랐다. 아인슈타인의 말대로 그 별이 사진에 찍혔지만 사실 그 별은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태양 뒤에 숨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빛이 휘어서 볼 수 있었던 것뿐이었다. 빛이 휜다는 사실은 빛의 속성인 직진을 위반하는 것이어서 물리학 원리에 모순되어 보이지만, 엄밀히 말해서 빛이 휜 것이 아니라 휘어진 공간을 직진했던 것이고 태양의 중력이 공간을 휘게 했다. 실로 엄청난 발견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삼일운동이 있던 해, 아인슈타인은 에딩턴과 함께 근대 물리학의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에딩턴의 사진은 전 세계 신문에 실렸고, 아인슈타인은 괴짜 과학자에서 첨단물리학자로 떠올랐다. 드디어 아인슈타인의 세상이 온 것이다. 에딩턴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세상에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지금 나밖에 없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중력 렌즈 중력 렌즈 중력 덩어리 정도 중력
2022.07.15. 1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