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을 경험해 본 독자들은 ‘중재’라는 절차에 대해 한 번쯤은 들어봤거나 참여해 봤을 것이다. 특히, 노동법 소송은 90% 이상의 사건들이 합의로 해결이 되고, 그중 절반이 중재를 통해 합의가 이루어진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미 중재는 노동법 소송에서 매우 중요한 절차로 자리 잡았다. 소송의 합의 방법이나 시기가 법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기 때문에, 합의는 변호사들 간의 직접적인 협상으로 해결되는 사건들도 많고, 어떤 사건들은 그런 협상이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중재가 꼭 필요한 사건들도 있다. 먼저 이해할 것은, 중재는 직접적인 협상이 아닌 중간에서 중재인(mediator)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피력하는 절차이고, 중재인을 통해 합의금 제안 및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는 점이다. 당사자들이나 변호사들끼리 직접 협상하는 것이 아니라 중재인을 거쳐 소통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지연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 현실은 그 반대다. 중재는 보통 소송 당사자들과 변호사들이 모두 모여 하루 종일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절차의 장점은 직접 협상보다 협상의 진전 속도가 훨씬 더 빠르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변호사들 간의 직접 협상은 각자 고객과 여러 번 상의를 거친 후 고객의 동의를 받은 합의금 제시를 주고받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소통의 지연이 불가피하다. 또한, 서로의 입장과 자료를 한꺼번에 공유하는 것이 아닌 통화할 때마다 새로운 주장을 하기도 해서, 몇 주 혹은 몇 달이 걸리기도 하며, 입장 차이가 너무 큰 경우 불발되기도 한다. 하지만 중재는 모두 한자리에 모여 협상에만 집중하고 사건 관련 자료와 주장을 한꺼번에 들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지연을 배제할 수 있다. 또한, 법적으로 중재에서 공유하는 자료나 주장 등은 모두 비밀 유지 대상이 되며, 합의가 되지 않더라도 중재 과정 중 알게 된 사실이나 자료에 대해 소송 시 언급할 수 없다. 따라서, 밝히기 부담스러운 사실이나 자료가 있다면 중재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재의 가장 큰 단점은 비용이다. 전문 중재인에 대한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비용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중재를 위해서 변호사들이 준비 자료와 브리핑 작성에도 많은 시간을 들이게 되고, 중재에 하루 종일 시간을 쓰게 되므로 변호사 비용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중재 비용이 예상 합의금보다 더 높을 경우 당연히 직접 협상을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또한, 사실관계에 대한 양측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은 사건들도 직접 협상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서로 감정적으로 많이 상해있어 객관적인 협상이 어려운 경우, 혹은 보상 요구가 너무 높아 직접적인 협상으로는 합의가 너무 오래 걸리거나 어려운 경우, 특히 집단소송이나 사실관계 입증이 복잡한 성희롱 및 차별 소송 등은 중재를 통해 합의하는 것이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 중재의 장단점을 잘 알고 소송의 성격 및 예상 합의금을 제대로 파악한 후, 적절한 타이밍에 중재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면 보다 합리적으로 소송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소송 시 전문 변호사와 상의를 통해 중재에 대한 옵션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 ▶문의: (213)700-9927 박수영 Barnes & Thornburg 변호사노동법 장단점 중재 중재 합의 전문 중재인 예상 합의금
2024.03.26. 23:38
많은 고용주가 ‘중재 동의서(Arbitration agreement)’에 대해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필자도 여러 세미나와 칼럼 등을 통해서 고용 관련 중재 동의서의 중요성에 대해 여러 번 설명한 바가 있는데, 며칠 전 연방 법원에서 가주의 중재 동의서에 대해 중요한 판결을 내려 법조계에서 더욱 화제가 되었다. 먼저 알아둘 것은 ‘Arbitration agreement’의 한국어 번역을 찾으면 ‘중재 동의서’라고 명시되지만, 사실 중재라는 단어는 양 측간의 합의를 도와주는 'Mediation’에 더 가깝다. Arbitration 의미는 중재보다 ‘비공개 재판’에 더 근접하다고 볼 수 있다. 중재(Mediation)를 진행하는 중재인(Mediator)은 소송 당사자들에게 어떤 명령이나 결정을 내릴 수 없다. 그러나 중재를 진행하는 중재인은 일반 법원 판사와 마찬가지로 행동 명령이나 판결 등을 내릴 권한이 있으며, 실제로도 많은 경우에 은퇴한 판사들이 중재인으로서 케이스들을 담당한다. 따라서 중재 동의서는 일반 법원의 배심원 재판이 아닌 비공개 재판을 통해 판결을 받겠다고 동의하는 내용이며, 배심원 재판을 포기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제대로 쓰인 중재 동의서는 고용 관련 소송 시 집단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집단 소송으로 들어온 케이스들도 적법하게 서명된 중재 동의서가 있는 경우 법원에 비공개 재판 신청서(Motion to compel arbitration) 접수를 통해 집단 소송이 아닌 개인 소송으로, 그리고 법원 배심원 재판이 아닌 비공개 재판으로 해결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끌어낼 수 있다, 이런 경우 소송 대응 방법이나 비용 부담 면에서 고용주 측에게는 훨씬 유리해질 수 있다. 진보적인 가주 의회는 이러한 중재 동의서가 직원들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했다. 2020년부터는 AB-51이라는 법을 통해 고용주가 직원들에게 고용을 전제로 중재 동의서를 강제로 서명받게 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했었다. 하지만 지난주 연방 법원 판결에 따르면 가주의 AB-51 법은 비공개 재판을 선호하는 '연방중재법(Federal Arbitration Act)’에 어긋나며, 이에 따라 무효화 됐다. 다시 말해, 고용주들이 고용을 전제로 중재 동의서에 직원 서명을 받는 것이 다시 합법화된 것이다. 따라서 고용주들은 그동안 서명받은 중재 동의서들을 검토하고 새로운 법에 따라 업데이트되었는지, 모든 직원이 서명했는지 등을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가주 의회가 이 법을 어떻게 또 바꿀지는 아직 좀 더 기다려봐야 하므로 관련 내용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문의: (310) 284-3767 박수영 / Barnes & Thornburg, LLP·변호사노동법 중재 동의 중재 동의서들 가주의 중재 비공개 재판
2023.02.22. 18:04
중재안 손들어준 文 vs '부패완판' 尹…검수완박 신구권력 대치 尹당선인 중재안에 사실상 제동 걸자…7시간만에 文 "중재안 잘된 합의" '합의처리' 강조한 文·'재협상' 주문한 尹…극한대치는 양측 모두에 부담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정권이양기의 가장 뜨거운 이슈인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입법 논의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정반대 입장을 내놓으며 대치 전선이 형성됐다. 최근 여야가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합의를 이룬 것에 대해 윤 당선인이 우려를 표하며 사실상 법안 처리에 제동을 건 가운데 문 대통령은 중재안에 대해 '잘 된 합의'라고 평가하며 이를 바탕으로 여야가 입법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동안 이 문제에 직접적 언급을 피해오던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공교롭게 같은 날 상반되는 의견을 펴면서 신·구 권력 간 대립각이 다시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 문대통령 "중재안, 잘된 합의" vs "윤당선인 '부패완판' 생각 여전" 검수완박 법안을 둘러싸고 극한 대치를 이어가던 여야는 지난 22일 박 의장이 내놓은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부패·경제' 분야만 한시적으로 남기고 나머지를 삭제하는 내용의 중재안에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이날 오전 국민의힘은 최고위원회를 열고 이 중재안을 재논의해야 한다며 입장을 선회했고, 특히 이 과정에서 윤 당선인의 이번 법안에 대해 우회적으로 우려를 표시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오전 9시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은 정치권 전체가 헌법 가치 수호와 국민 삶을 지키는 정답이 무엇인가 깊이 고민하고 중지를 모아주기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대로 입법이 추진되는 것에 대해 더 고민해야 한다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 역시 기자들을 만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검수완박은 부패완판이다'라고 말씀하신 것과 생각에 전혀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문 대통령이 이날 오후 4시 청와대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하며 정반대 입장을 폈다. 배 대변인이 윤 당선인의 발언을 전한지 약 7시간만이다. 문 대통령은 "박 의장의 중재로 이뤄진 양당 간 합의가 저는 잘 됐다고 생각한다"며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서로 합의할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의회민주주의에도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장의 중재안 자체를 높게 평가한 것은 물론 '의회민주주의'를 위한 양보와 타협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여야가 애초에 합의한 안을 지켜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같은 메시지는 결과적으로는 합의를 뒤집은 국민의힘을 향해 다시 박 의장의 중재안을 바탕으로 한 법안 처리에 나설 것을 촉구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 文 '합의에 따른 개혁'·尹 '국민 여론'…방점도 달라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경우 이번 논의에서 강조하는 지점도 서로 달랐다. 우선 문 대통령은 여야가 한발씩 물러서며 절충한 박 의장의 중재안을 최대한 존중하며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여기에는 여야가 일단 어렵게 합의를 이룬 만큼 최대한 이를 무산시키지 않고 검찰 개혁을 조금이라도 더 진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검찰 내부 반발에 대해 "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하거나 김 총장의 사표 문제에 대해 답변을 하지 않으며 당분간 처리를 유보할 듯한 모습을 보인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여야 뿐 아니라 검찰과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며 개혁안을 진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의 경우 국민적 여론에 가장 초점을 맞춘 듯한 모습을 보였다. 윤 당선인은 여야 합의에 대한 반대 여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를 그대로 밀고 가서는 안된다는 점을 명분으로 중재안 처리에 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 배 당선인이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의 입장을 정하며 "국민을 이기는 정치는 없다. 거대 여당이 국민이 걱정하는 가운데 입법 독주를 강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점에서도 이런 인식을 읽을 수 있다. ◇ '단독처리' vs '재협상' 극한대치…양측 부담도 함께 남아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이처럼 상반된 입장을 드러내긴 했지만, 이와 별개로 국민의힘의 재협상 요구에 민주당이 '단독처리 불사'로 맞서며 정국이 급격히 경색된 지금의 상황은 양측 모두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선 문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을 향해 "가능하면 (여야가) 합의처리 해야 한다"며 단독처리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국민의힘이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했다면서 단독 처리도 불사하겠다는 주장을 펴는 상황이어서 문 대통령의 당부가 통할지는 불투명하다. 만일 민주당이 이를 단독처리한다면 문 대통령 역시 이를 국무회의에 상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여소야대 지형 속에 국정을 이끌어야 하는 윤 당선인으로서는 부담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에서는 윤 당선인이 취임도 전에 여야 간 합의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 대해 공세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신구권력 중재 문대통령 중재안 배현진 당선인 중재안 자체
2022.04.25. 2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