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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 사랑방에서 길을 묻다

땀에 쩐 등산 모자를 내려놓자 갓 튀겨낸 감자튀김의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하이킹을 끝내고 친구들과 약속이나 한 듯 맥도날드로 왔다. 의자에 털썩 앉아 탄산음료 한 잔을 들이켜는 순간, 그곳은 우리들의 아늑한 ‘사랑방’이 된다.쩐   가격 문턱이 낮아 누구나 스스럼없이 밀고 들어오는 곳. 여기선 노란 피부도, 하얀 피부도, 검은 피부도 버거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낯설지 않은 이웃이 된다. 제각각의 언어로 웅성거리는 소음마저 다독이는 배경음악 같아, 이 작은 매장이 그대로 둥근 지구촌의 축소판 같다.   지나온 날보다 나아갈 날이 짧아진 나이 탓일까. 이 사랑방의 웅성거림 속에 앉아 있으면 내 안의 소리들이 잔잔한 물그림자처럼 떠오른 곤 한다. 우정을 쌓을 때 천국에 이르는 데 도움이 되는 영적 동반자를 사귀라던 존 웨슬리의 교우법(交友法)이 문득 마음을 툭툭 건드리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삶의 길목에서 만난 인연들은 얼마나 다양했던가. 상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가슴을 열던 ‘나와 너’의 진실한 만남이 있었는가 하면, 자기만의 유익을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던 ‘나와 그것’의 차가운 관계도 있었다. 진실이라는 초석 없이 세운 만남은 결국 작은 바람에도 쉽게 허물어지며 서늘한 상처만 남긴 채 멀어지곤 했다. 남은 여정 동안에는 내 곁의 소중한 이들을 온전한 ‘너’로 마주하며, 내 안의 사랑을 아낌없이 주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결국 우리는 모두 이 땅이라는 간이역을 잠시 거쳐 가는 나그네가 아닌가. 패스트푸드점의 테이블에 잠시 앉아 허기를 채우고 나면 이내 다음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주어야 하듯, 우리가 딛고 선 이 대지도 아름다운 임시 여행지일 뿐이다. 영원히 돌아가야 할 본향(本鄕)은 저 푸른 하늘에 있으니 말이다.   언젠가 이 지상의 달콤한 여행을 마치고 짐을 꾸릴 때, 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뒷모습으로 기억될까. “그 사람은 참 성실하고 진실하게 살다 떠났어”라는 따스한 향기 한 줌 남길 수 있다면 족하겠다. 인생의 참된 가치는 채워 넣은 숫자의 길이가 아니라, 허락된 짧은 시간의 여백을 얼마나 밀도 있게 살아냈느냐에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시인 셸리는 인간이 백 년도 채 살지 못하면서 늘 만년(萬年)의 근심을 품고 산다고 말했다. 부질없는 걱정의 짐을 잔뜩 짊어지고 사는 우리들의 초상이 멋쩍다. 오늘도 사랑방 유리창 너머로 따스한 햇살이 번진다. 만년의 근심 대신, 머지않아 당도할 영원한 고향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라는 빈 잔을 진실함으로 채우고 싶다. 걱정을 털어낸 가벼운 마음 위로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청량하게 고인다.   트레이를 반납하고 유리문을 밀며 바깥으로 나오다 문득 뒤를 돌아본다. 흑인, 백인, 아시안이 뒤섞인 그곳엔 여전히 지구촌 가족의 온기가 자욱하다. 부디 저 뒷모습들이 세상에 오래도록 사랑하는 사람으로 남기를. 문을 닫는 등 뒤로 맑은 종소리가 울렸다. 엄영아 수필가이 아침에 사랑방 사랑방 유리창 지구촌 가족 마음 위로

2026.06.01.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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