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치의는 환자의 건강을 지키는 첫 번째 수문장이다. 주치의는 아픈 증상이 나타난 환자와 가장 먼저 소통하고 신뢰를 형성한다. 이를 통해 환자의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증진한다. 미국 의료 시스템에서 가정의학과 전문의 등을 중심으로 1차 진료(primary care)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주치의는 단순히 질병이 생겼을 때 치료하는 역할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 환자마다 다른 생활습관과 가족력, 사회적 환경 요소까지 이해해야 환자의 건강을 장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주치의가 환자를 데면데면하게 진료한다든지, 충분한 문화적 배경과 소통 방법을 소홀히 할 경우 환자의 건강 문제가 커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이 증가하는 오늘날, 지속적인 관리와 예방 중심 진료를 제공하는 주치의의 역할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메디캘 가입자 등 환자는 주치의가 강조하는 ‘예방접종, 정기검진, 생활습관 개선’ 등 질병 이전 단계 건강한 생활수칙을 지키며 질병을 예방해야 한다. 하지만 좋은 주치의는 단기간의 교육으로 양성되지 않는다. 다양한 나이와 질환을 포괄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환자와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은 실제 현장에서의 반복된 경험과 임상 훈련을 통해 길러진다. 특히 LA한인타운 등 이민자와 다양한 문화권 환자를 만나는 지역에서는 ‘문화적 이해와 공감’은 주치의로서 능력을 키우는 필수적인 요소로 꼽힌다. 이웃케어클리닉(Kheir Clinic)은 40년 전 고 김영옥 대령과 한인 선구자들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한인타운 주민을 돌보기 위해 설립했다. 40주년 역사상 처음 도입하는 가정의학 레지던시 프로그램(FMRP)은 지역사회 기반에서 주치의를 직접 양성하는 새로운 공공의료 모델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오는 7월 시작하는 가정의학 레지던시 프로그램은3년 과정으로 미국 가정의학위원회(ABFM) 기준에 맞춰 운영된다. 개인 주치의 중심 교육, 급성질환 및 부상 진단, 소아·청소년 진료, 정신건강, 산부인과, 외과, 응급의학 등 폭넓은 임상 교육을 포함한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 가치는 ‘지역사회 중심 교육’이다. 한인타운을 비롯한 로스앤젤레스 지역은 언어와 문화적 장벽으로 인해 의료 접근성이 낮은 이민자와 취약계층이 많은 곳이다. 이웃케어클리닉은 환자 중심 교육과 문화적 공감 능력을 갖춘 의사를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맞춤형 주치의’를 길러내고자 한다. 특히 지역사회 의료복지 선순환 구조도 기대된다. 한인타운에서 훈련받은 전공의들이 수련을 마친 후, 우수한 가정의학 전문의로서 커뮤니티에 남아 환자를 돌볼 수 있다. 한인타운에 자리 잡은 가정의학 전문의가 주치의로서 의료 공백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1차 진료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젊고 열정적인 의사들이 이웃케어클리닉 가정의학 레지던시 과정을 통해 배운 이민사회 이해와 공감 능력은 가장 큰 자산이다. 형편이 어렵고 마음이 지친 사회적 약자에게 더 적극적이고 따뜻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웃케어클리닉은 지역 주민을 위한 건강과 행복 지킴이를 지향한다. 가정의학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될 수많은 전문의가 한인타운 등 LA 전역의 건강과 행복을 지키는 든든한 파수군으로 퍼져 나가길 기대한다. 한인사회의 관심과 성원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에릭 슐더버그 / 가정의학 전문의·이웃케어클리닉건강 칼럼 주치의 지킴이 문화권 환자 지역사회 기반 건강 문제
2026.03.31. 18:45
허리가 아프면 보통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왔는데, 운동하라니요? 걷다가 더 아프면 어쩌죠?” 많은 환자가 운동을 시작했다가 통증이 더 심해져서 금세 포기하곤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놓치면 안 되는 중요한 진실이 하나 있습니다.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허리가 아파도 운동은 하는 게 낫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통증이 도리어 심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인 현상일 뿐, 장기적으로 보면 허리를 지탱해 주는 근육들이 강화되면서 통증은 오히려 줄어들게 됩니다.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 몸이 익숙하지 않아 근육통이 생기거나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합니다. 우리도 평소 건강한 몸으로 헬스장에 다녀오거나 등산을 한 다음 날, 근육통을 경험하잖아요? 그러니 어느 정도의 통증은 “운동 효과가 나타나는 중”으로 이해해도 괜찮습니다. 단, 참을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 계속되거나 점점 심해진다면 그건 분명 경고 신호이니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야겠죠. -어떤 운동이 좋을까요? 걷기는 허리 주변 근육을 강화하고, 염증과 통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허리 통증이 있는 분들에게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안전한 운동은 ‘평지 걷기’입니다. 걷기는 우리가 태어난 후 처음 배운 가장 기본적인 운동입니다. 익숙하고, 안전하고,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운동이죠. 보폭은 약간 넓게 걷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엉덩이 근육까지 자극이 되어 허리 지지에 효과적입니다. 굳이 빠르게 걸을 필요는 없습니다. 유산소 운동이 목표가 아니니까요. 단, 경사로는 피하세요. 특히 내리막길은 우리 체중의 3~10배 가까운 하중이 허리에 실릴 수 있어 손상 위험이 큽니다. 자주 묻는 말 중 하나가 “자전거는 괜찮을까요?”입니다. 결론은 비추천입니다. 자전거는 허리 강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핵심 근육을 제대로 긴장시키며 탄다면 모르겠지만, 현실적으로 대부분 그렇지 않기 때문이죠. 줄넘기, 에어로빅 같은 ‘충격성 운동’도 피하셔야 합니다. 이런 운동은 수직 방향의 압력이 강하게 실려 허리에 무리가 갈 수 있습니다. -걷기 운동, 하루 1시간 추천 가장 이상적인 건 하루 1시간 이상 걷기입니다. 허리 통증이 꽤 있는 분이라면 하루 4~6시간까지 걷기를 추천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건 체력과 상황에 따라 조절해야겠죠!) 중요한 건 ‘꾸준함’입니다. 오늘 10분 걷고 내일 쉬는 것보다는 매일 30분이라도 꾸준히 걷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걷기는 최고의 허리 치료제다 허리 아픈 사람에게 운동은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올바른 방법으로 걷기 운동을 꾸준히 하면, 걷는 것이 곧 치료되고 근육이 약을 대신하게 됩니다. 그러니 허리가 아프다고 무조건 쉬기만 하지 마세요. 걷기 운동이라는 ‘움직이는 약’이 여러분의 허리를 다시 일으켜줄 수 있습니다. ▶문의: 82-32-349-2345 카카오톡: pf.kakao.com/_xjNabK 조남룡 원장 / 연세 안 마취통증과의원건강 칼럼 지킴이 걷기 걷기 운동 허리 통증 허리 강화
2025.05.20. 18:43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단재 신채호) 이런 거창한 말씀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역사를 기록하는 작업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는 누구나 안다. 기억되지 않은 역사는 사라져버리게 마련이다. 우리 미주 한인 사회도 이민 연륜이 길어지면서, 정리하고 기록해야 할 역사가 쌓였다. 많은 주요 단체들이 반세기의 전통을 자랑하고 있지만, 역사로 제대로 정리되고 기록된 예는 그리 많지 않다. 그 시절을 빛냈던 주인공들은 세상을 떠나고, 기억은 가물가물해지고, 자료들은 하나둘 사라져가고 있다. 급하다. 그런데 사명감을 가지고 역사를 갈무리하고 기록하는 일에 헌신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내가 알기로는, 남가주에서는 한인역사박물관의 민병용 관장, UC리버사이드 교수이며 김영옥연구소 소장인 장태한 교수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민병용 관장의 역작 '대한인국민회 100년사'가 발간되었다. 참으로 반갑고 고맙다. 대한인국민회가 어떤 곳인가? 미주 땅에 독립운동의 씨를 뿌린 도산 안창호 선생의 정신과 숨결이 배어 있는 미주 최고의 독립운동기관, 3·1운동 후 상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기까지 미주의 임시정부임을 선언하고 미국과 멕시코, 쿠바 동포들의 독립운동 총본부 역할을 감당한 곳, 동포들의 성금을 모아 상해 임시정부를 재정적으로 계속 후원해온 곳, 독립운동에 앞장선 언론 '신한민보'를 발행한 곳…. 그야말로 미주지역 독립운동의 구심점이었던 곳이 아닌가. 그 100년의 역사가 이제야 한 권으로 책으로 발간된 것이다. 대한인국민회 기념관은 비록 작은 규모이지만, 이민역사 자료를 전시해 놓은 유일한 교육의 현장이기도 하다. 학생들이 가볼 곳이 거기밖에 없다. 지난 2003년에는 건물 복원공사 중 천장 다락방에 보관되어 있던 다량의 독립운동 자료가 발견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귀한 자료들은 USC에서 디지털화해서 도서관에 보관하고 있고, 원본은 한국의 독립기념관에 대여 조건으로 보관되어 있다. 미주에 한인역사박물관이 세워지면 돌아올 것이라고 한다. 민병용 관장이 2년여의 집필 기간을 거쳐 완성한 100년사 책에는 대한인국민회와 기념재단의 역사를 중심으로, 미주 한인 이민사와 독립운동의 역사 등 다양하고 폭넓은 내용이 풍부한 사진 자료와 함께 실려 있다.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학생들에게 이민사와 독립운동사를 가르치는 교사들에게는 참고서가 되도록 교육적인 면에 중점을 두어 편집했다는 설명이다. 저자 민병용 관장은 1976년 신문기자로 독립운동가를 인터뷰하면서 한인 미주이민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초기 이민의 현장인 하와이와 샌프란시스코, 중가주, 멕시코 등 현지를 발로 뛰어 취재하며 많은 기사를 썼다. 첫 책인 '미주이민 100년, 초기 이민을 캐다' 이후 지금까지 48년 동안 18권의 역사서를 집필, 발간했다. '미주독립유공자 전집, 애국지사의 꿈' 같은 독립운동사를 비롯하여, 미주 지역 주요 한인 단체의 역사,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미주한인의 기본 자료인 '한인인명록' 등 내용도 다양하다. 민 관장이 집필한 미주한인 100년사, 동양선교교회 30년사, 남가주한국학원 40년사, 민주평통 LA 30년사, LA한인회 50년사(전자책으로 발간 예정) 등은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자신을 ‘한인역사 세일즈맨’이라 칭하며, 22년째 LA한인역사박물관 관장을 맡고 있고, 2002년부터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 이사로 봉사하고 있다. 한 지식인이 어려운 여건에서 이민사회의 역사를 발굴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책을 쓰는 일에 반세기를 바쳤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다. 그런 힘든 일을 해내면서 늘 ‘행복하고 감사하다’며 밝게 웃는 민 관장에게 감사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아주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은 마음이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지킴이 역사 이민역사 자료 미주지역 독립운동 한인 미주이민
2024.08.22. 22:02
쉽게 건조하고 푸석해지는 여름철, 몸속부터 피부까지 촉촉한 수분과 탄력을 꽈악 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콜라겐 I, II, III 등 총 3가지 타입의 콜라겐 3100mg과 콜라겐 합성에 꼭 필요한 비타민 A, C, E까지 모두 들어있는 '나노웰 3H 콜라겐(60 스틱)'이 그 답이다. 피부, 모발, 손발톱뿐만 아니라 뼈와 연골, 혈관의 건강까지 한 번에 해결 가능해 이것저것 따로 섭취할 필요가 없다. 나노웰 3H 콜라겐은 또한, 히알루론산으로 피부 속 보습을 해결하고 엘라스틴으로 몸 안팎의 탄력까지 올려주는 기특한 제품이다. 석류맛 파우더 타입이며, 저분자 펩타이드로 흡수율까지 야무지게 챙겼다. 언제 어디서나 물 없이 하루에 2 스틱만 섭취하면 무더운 여름, 누구나 촉촉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6월 한 달 동안 미주 한인 커뮤니티 최대 온라인 쇼핑몰 '핫딜'에서 정가 59달러짜리 나노웰 3H 콜라겐 1박스(1개월분)를 49달러, 5박스 (5개월분, 1000세트 한정)를 150달러에 만나볼 수 있다. 최근 부쩍 더 피곤하고 기력이 없거나, 챙겨 먹는 약이 늘어 간에 무리가 되지 않을까 신경 쓰이거나, 콜레스테롤이 높아 걱정이거나, 피검사를 했는데 지방간 소견이 있다면 나노웰의 '호베니아 RX 밀크시슬(120알)'을 추천한다. 한국 식품의약품 안전처로부터 3중 기능성 인증을 획득한 최고 품질의 헛개나무열매 추출물과 밀크시슬의 핵심 성분인 실리마린이 함유되어 있어 간 해독과 기능 향상을 도와주는 최고의 제품이다. 간의 기능 중 하나가 콜레스테롤 생성에 관여하는 것인데, 호베니아는 건강한 콜레스테롤 생성에 기여하며 중성지방 및 혈당관리에도 도움을 준다. 실제로도 "지방간 진단을 받고 1년 정도 나노웰 호베니아를 섭취한 결과 '지방간 없음'으로 의사 소견을 받았다"는 고객 후기가 쇄도하고 있다. 또한 "간경변 진단을 받은 노모가 호베니아를 섭취하고 '치유된 간경변'으로 진단명이 바뀌었다"는 후기도 유명하다. 아낌없이 좋은 원료를 듬뿍 넣어 만든 고품질의 나노웰 호베니아는 씹어서 섭취하면 되는데,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라 자꾸 손이 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하루 2알씩 2번 공복에 섭취하기를 권장한다. 핫딜에서 6월 한 달간 4병(4개월분, 1000세트 한정)을 50% 할인된 150달러에 구입할 수 있다. ▶문의:(213)368-2611 ▶상품 살펴보기: hotdeal.koreadaily.com지킴이 콜라겐 콜라겐 1박스 콜라겐 합성 콜라겐 i
2023.06.18. 17:28
어려서부터 눈이 많이 안 좋았던 나는 항상 밝은 곳을 찾았다. 심지어 하늘 가득 별이 총총한 시골의 밤조차도 싫었다. 밤이 되면 꼼짝없이 어둠에 갇힌 듯 나는 늘 무서웠다. 그런데 절에 들어와 보니 부모님과 함께 살던 시골집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처음 스님 따라 들어가 살던 토굴도, 몸이 아파 머물렀던 산속 절도 밤이 되면 칠흑같이 어두워서 곧잘 침착함을 잃었다. 해진 뒤에 해우소(화장실)라도 한번 갈라치면, 깜깜한 도량(절 경내)에서 만나는 것이 사람인지 짐승인지, 아니면 귀신인지 확인하려 눈을 희번덕거렸다. 그때마다 어서 이곳을 벗어나 밝은 곳으로 나가 살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입산한 지 30년이 넘도록 내 맘에 들게 밝은 도량에서 살아본 적이 없다. 큰 도량이라고 해서, 문화재가 있는 고찰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천년을 이어온 아름다운 문화재일수록 융통성이 없어서 더 많은 불편을 감내해야 했다. 아름다움 이면에 겪어야 하는 출가자의 불편은 어느새 수행이란 이름으로 그럴싸하게 포장되었다. 물론 그것이 우리 문화재를 지키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감내해야 할 불편함이라는 것도 잘 안다. 다만 전통의 기반 위에 오랜 세월동안 그것을 지켜내 오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교토에 살 때, 고류지(광륭사)의 목조미륵반가사유상(일본 국보1호)을 보러 가곤 했다. 반가사유상은 교토에 사는 사람이라면 절대 한 번만 보고 말 수 없는 아름다운 문화재다. 어떻게 이런 미소를 만들었을까 싶을 정도로 고결한 아름다움을 지녔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서 가져갔다는 설도 있고, 우리나라 나무(적송)를 구해 일본에서 조성했다는 설도 있어 여러모로 내겐 친근한 보살상이었다. 반가사유상을 처음 보러 갔을 때가 생각난다. 찬바람이 불어 절은 썰렁했고, 법당은 어두컴컴했다. 마침 날씨까지 흐리고 삭막해서 이런 날 보기엔 너무 어두운 조명 아닌가 싶을 정도로 조도가 낮았다. 가까이 다가가니, 그래도 보살상의 미소를 더 명확히 볼 수 있도록 얼굴 조명을 따로 설치해 놓았다. 드디어 마주한 미륵반가사유상, 그야말로 넋을 홀랑 빼앗길 정도로 아름다운 순백의 부처님 미소를 담고 있었다. 그 심오하고도 신비로운 미소에 반해 나는 얼마나 오랫동안 그 앞에 서있었는지 모른다. 눈물이 났다. 20여 년 전 처음 갔을 때만 해도 그렇게 미소만큼은 선명하게 볼 수 있게 조명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몇 해 뒤엔 그마저도 없애고 보살상 전체를 비추는 은은한 조명만이 남아있었다. 당시 그 절 비구니 스님과 우연히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적도 있었는데, 어쨌든 나무가 상할까봐 얼굴 조명을 없앴다고 들었다.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그 미소가 확연히 드러나지 않아 몹시 아쉬웠으나, 문화재를 아끼는 마음은 오히려 장하고 귀히 여겨졌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절에는 반가사유상 못지않은 아름다운 불상과 탑이 많다. 절뿐만 아니라, 임야까지 포함하여 문화재로 지정된 곳도 적지 않다. 팔만대장경을 모신 합천 해인사만 해도 해인사를 포함한 가야산 일원 1000만평이 모두 ‘명승 62호’로 지정된 국가지정문화재다. 임야까지 문화재일 줄은 아마 대다수 국민들이 몰랐을 것이다. 양산 내원사 살 때, 천성산이 참 좋았다. 이른 아침 포행(산책) 다니면서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줍곤 했다. 누가 시킨 것이 아니라 그저 산이 좋아서, 비닐 하나도 산자락에 끼어있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랬다. 한 스님이 그런 나를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지금도 이리 고운데, 다음 생에 얼마나 더 예쁘게 태어나려고 그리 쓰레기를 줍나? 안 되겠다. 나도 주워야겠네.” 아침마다 함께 쓰레기를 주웠다. 스님들은 절에서 수행만 하지 않는다. 도량 정비에, 산 지킴이까지 할 일이 참 많다. 물론 절도 스님도 나름 나름이겠지만, 대체로 변화무쌍한 자연에 휘둘리지 않고 문화재를 지켜내려 소임을 다한다. 아름다운 우리 문화재와 불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니까. 한국은 이제 어느 나라 못지않게 잘 사는 나라가 되었고, 서울은 어느덧 미래 도시로 인식된다. K팝, K드라마 등이 세계문화에 영향을 끼친단다. 그 근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역시 가장 한국적인 것에 있다. 특히 1700여년을 이어온 한국의 불교문화에 깊은 영향이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마음과 사물이 따로 존재할 수 없듯, 한국불교는 이미 종교를 넘어 우리의 전통문화요 역사이며, 세계가 인정한 문화유산이란 사실을 부디 기억했으면 좋겠다. 원영스님 / 청룡암 주지마음 읽기 문화유산 지킴이 문화유산 지킴이 우리 문화재 얼굴 조명
2021.11.14. 1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