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붉은 말의 해. 우리는 지금 어떤 꿈을 품고 있는가. “이 나이에 무슨 꿈이냐”고 되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랜 세월 여행의 현장에서 수많은 얼굴을 마주하며 확신하게 됐다. 꿈은 젊은이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히려 삶의 무게를 견뎌본 이들에게 더 절실한 것이다. 그리고 그 꿈은 한 번의 여행으로 다시 깨어나기도 한다. 이번 여정은 그 꿈을 깨우는 길이다. 세상의 지붕이라 불리는 알프스의 설원에서, 유럽 문명의 심장부까지 이어지는 길. 장엄한 자연과 인류의 찬란한 유산이 맞닿는 자리에서 우리는 다시 찬란한 꿈을 마주한다. ▶하늘과 가장 가까운 융프라우 스위스 그린델발트에 도착하면 공기부터 다르다. 맑고 차가운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든다. 새롭게 단장한 터미널에서 최첨단 곤돌라 ‘아이거 익스프레스’에 몸을 싣는 순간, 유리창 너머로 아이거 북벽이 마치 거대한 성벽처럼 다가온다. 불과 15분 만에 아이거글레처에 닿고, 이어 산악열차는 해발11,332피트 융프라우요흐로 우리를 이끈다. ‘Top of Europe.’ 괜한 이름이 아니다.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 세 봉우리가 삼총사처럼 장엄하게 서 있고, 스핑크스 전망대에 오르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알레치 빙하가 끝없이 펼쳐진다. 약 14마일에 이르는 거대한 빙하는 수천 년 세월을 품은 채 푸른빛을 머금고 흐른다. 그 설원의 한가운데서 얼음궁전의 터널을 천천히 걸으면, 발아래에서도 시간이 숨 쉬는 듯한 고요한 경외감이 밀려온다. 그리고 해발 11,000피트가 넘는 우체국에서 엽서를 부치는 순간, 우리는 세상과 가장 가까우면서도 동시에 가장 멀리 떨어진 지점에 서 있음을 비로소 실감하게 된다. ▶시간·예술이 흐르는 파리 파리에 들어서는 순간,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예술작품처럼 다가온다. 개선문과 샹젤리제 거리를 지나 콩코드 광장을 건너 베르사이유 궁전의 거울의 방에 서면, 태양왕 루이 14세의 야망과 마리 앙투아네트의 숨결이 한 공간에 겹쳐진다. 금빛 장식과 끝없이 펼쳐진 정원은 권력과 미학이 결합해 이룬 인간 문명의 절정을 웅변한다. 루브르 박물관에 들어서면 또 다른 차원의 감동이 기다린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도 모나리자의 눈빛은 고요하고 당당하다. 니케 상과 밀로의 비너스, 고대 이집트의 유물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남긴 창조의 정수가 한 자리에 응축돼 있다. 한 작품, 한 조각 앞에 설 때마다 시간은 잠시 멈추고, 여행자는 그 긴 역사와 나란히 호흡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밤이 되면 세느강 유람선에 올라 도시의 또 다른 얼굴을 마주한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에펠탑이 강물 위에 길게 번지고, 물결에 흔들리는 불빛은 파리를 한층 더 깊은 낭만으로 물들인다. 그 빛은 단순한 야경이 아니라, 세월이 지나도 가슴 깊이 남는 하나의 기억이 된다. ▶예술과 자연의 나라, 이탈리아 이탈리아는 색채가 짙다. 밀라노 두오모의 고딕 첨탑은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고, 라 스칼라 극장은 오페라의 우아한 숨결을 품고 있다. 베로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기억하며 고요히 서 있다. 전세배를 타고 들어선 베니스 산마르코 광장. 비잔틴 양식의 성당과 두칼레 궁전, 탄식의 다리, 운하를 가르는 곤돌라…. 물 위의 도시는 환상처럼 다가온다. 갈릴레오가 하늘을 바라보던 종탑 아래에서 베니스의 시간은 여전히 고요히 흐르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돌로미티. 이탈리아 북동부를 가로지르는 이 산맥은 ‘알프스의 진주’라 불린다. 돌로마이트 암석이 빚어낸 순백의 봉우리들은 날카롭고도 우아하다. 해발 약 1만 피트급 봉우리 18개가 하늘을 찌르고, 41개의 빙하가 산맥을 수놓는다. 미주리나 호수에 비친 산 그림자는 그 자체로 한 폭의 명화다. 30분 남짓의 가벼운 트레킹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곳에서는 자연이 예술가다. 인간은 다만 감탄하는 존재일 뿐이다. 스위스 알프스가 웅장한 장엄함이라면, 돌로미티는 섬세한 조각미로 다가온다. 두 산맥은 서로 다른 얼굴로 같은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당신은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 ▶영원의 도시 로마·피렌체 피렌체 미켈란젤로 언덕에 서면 붉은 지붕들이 파도처럼 겹겹이 이어진다. 브루넬레스키가 완성한 두오모의 거대한 돔이 도시를 감싸고, 기베르티의 ‘천국의 문’이 달린 세례당과 지오토의 종탑이 한 폭의 르네상스 풍경화를 이룬다. 아르노 강 위 베키오 다리를 건너면,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라파엘로가 숨 쉬었을 골목이 지금도 햇살 속에 고요히 놓여 있다. 피렌체는 과거를 전시하는 도시가 아니라, 예술이 일상이 된 공간이다. 로마에 들어서는 순간,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풍경이 아니라 시간이다. 콜로세움의 거친 돌벽, 포로 로마노의 기둥과 폐허, 그리고 하늘을 향해 솟은 성 베드로 대성당의 돔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2천 년 제국의 기억이 켜켜이 쌓인 이곳에서 역사는 박물관 속 전시물이 아니라, 지금도 숨 쉬는 현재의 풍경이 된다. 바티칸 박물관에 들어서 천장을 올려다보는 순간,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가 눈앞에 펼쳐진다. 인간의 손이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압도적인 장면이다. 이어 성 베드로 대성당 안으로 들어서면, 거대한 공간을 가득 채운 빛과 침묵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 남쪽으로 향해 나폴리와 폼페이, 소렌토를 찾으면 또 다른 시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베수비오 화산재에 묻힌 폼페이의 마차 도로와 목욕탕, 공회장을 천천히 걸으며 2천 년 전 일상의 흔적을 마주한다. 발걸음을 옮길수록 과거와 현재의 경계는 흐려지고, 우리는 어느새 시간의 한가운데 서 있게 된다. ▶다시, 찬란한 꿈을… 수많은 여행객의 모습을 기억한다. 융프라우 설원에서 말없이 손을 꼭 잡고 눈시울을 붉히던 부부, 돌로미티 앞에서 아이처럼 환하게 웃던 주름진 얼굴, 트레비 분수 앞에 서서 “이제야 왔네” 하고 낮게 속삭이던 중년 여성의 목소리…. 그들은 그렇게 잊고 있던 설렘을 되찾고, 마음 깊은 곳에 다시 꿈 하나를 품은 채 일상으로 돌아갔다. 박평식 대표 ‘US아주투어’ 박평식 대표는 40여 년간 현장과 인문학 강의를 잇는 명품 관광 전문가로, 전 세계에서 고객에게 풍성한 여행 경험을 선사한다. ▶문의: (213)388-4000 ━ 여행팁 US아주투어(대표 박평식)가 서유럽과 돌로미티를 아우르는 12일 프리미엄 여정을 선보였다. 런던과 파리의 힐튼 호텔, 로마 시내 쉐라톤 호텔 3박 등 전 일정 특급 호텔에서 머무는 구성으로 여행의 품격을 한층 끌어올렸다. 특히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알프스 돌로미티 일정까지 담아 차별화를 꾀했다. 단순히 많이 보는 여행이 아니라, 깊이 있게 체류하며 경험하는 일정이라는 점에서 완성도가 높다. 현재 얼리버드 프로모션으로 200달러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출발은 3월 24일부터 매달 이어진다. 찬란 심장 세월 여행 아이거 익스프레스 유럽 문명
2026.03.12. 21:08
돈이 떨어지자, 배고픔이 그들의 삶에 어둠을 드리우기 시작했다. 마리암은 배고픔이 순식간에 삶의 핵심이 되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 굶어서 죽는 것이 갑자기 현실이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기다리지 않으려 했다. 마리암은 어떤 집 과부가 마른 빵을 갈아서 쥐약을 묻혀 일곱 명의 자식에게 먹이고, 자신이 가장 많이 먹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 라일라가 말했다. “눈앞에서 제 자식들이 죽어가고 있어요.” 할레드 호세이니 『천 개의 찬란한 태양』 “내 아기만이라도 살려 주세요.” 지난주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 사진이 잊히질 않는다. 엄마들이 갓난아기들을 철조망 너머로 던졌다. 어떤 아기는 낯선 외국 군인 품에 안겼고, 어떤 아기는 철조망 위로 떨어졌다. 목숨을 건 생이별의 현장. 탈레반은 부르카를 입지 않은 여성을 총살했다. 21세기라고 믿기지 않는 야만의 지옥도다. 아프가니스탄 출신 미국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의 소설이다. 영화로도 유명한 전작 『연을 쫓는 아이』에 이어 또 한 번 아프간의 비극적 삶을 그렸다. 계속되는 전쟁과 혼란, 궁핍, 폭압적인 이슬람 근본주의로 고통받는 여성들의 얘기다. 스무살도 더 나이 많은 남자와 강제혼인하는 마리암은 결혼하며 처음 부르카를 입는다. “망사를 통해 세상을 본다는 게 낯설었다. …주변을 볼 수 없게 되니 힘이 빠졌다. 그녀는 주름진 천이 입을 질식시킬 것처럼 압박하는 게 싫었다.” 아름답고 역설적인 제목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카불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17세기 시 ‘카불’에서 따왔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찬란 태양 아프가니스탄 출신 철조망 위로 지난주 아프가니스탄
2024.05.29. 18:07
재미한국학교협의회 (회장 추성희)가 개최한 제18회 '나의 꿈 말하기 본선대회'에서, '소통의 마술사'라는 제목으로 이야기 한 임라니(남서부, 새달라스한국학교 플래노 캠퍼스) 양이 대상을 수상했다. 워싱턴 대표로 나선 김주하( 중앙한국학교) 양은 '병원 안 의사, 병원 밖 유튜버'라는 주제로 꿈을 펼쳐 금상을 거머쥐었다. 이밖에 이예나(동중부, 남부뉴저지한국통합학교) 양이 금상을 수상했고, 이세라(뉴잉글랜드), 박건형(플로리다), 천예준(중서부) 군이 은상을, 한별(동북부), 이아린(서북미), 서윤성(미시간) 및 4명이 동상을 수상했다. 지난 3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대회에는 김수진 낙스 편집장의 사회로 77명이 참가해 14개 지역에서 각 지역대회 우승을 통해 선발된 지역 대표자들이 모여 열린 결선 대회로 그 열기가 뜨거웠다. 주미 대한민국 대사관 강병구 교육관은 "자신의 꿈을 한국어로 표현하는 미국의 자라나는 차세대 꿈나무들에게 큰 감동을 받았다"는 소감을 전하며 한국어 교사들을 격려했다. 추성희 재미한국학교협의회 총회장은 "학생들이 한국학교를 다니며 한국어뿐만 아니라 자신의 미래를 향한 꿈을 키워갈 수 있어서 기쁘기 그지 없다"면서 "학생들의 꿈이 또 새로운 꿈으로 품으로 자라나며, 그 꿈으로 인해 주위 사람들과 세상에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회의 심사위원으로는 경인교대의 박인기 교수, 경희 사이버대학의 김은애 교수, 재외동포재단의 김봉섭 위원, 반크의 박기태 단장, 임정진 동화작가 등이 참여했다. 이 날 최고 득점자에게는 재미한국학교협의회 총회장상 대상과 주미 대한민국 대사상과 함께 400달러의 장학금이 지급되었다. 한편, 대회는 주미 대한민국 대사관, 재외동포재단, 교육부 등이 후원하는 행사로 2005년에 시작돼 한인 2세들이 모국어로 자신의 소중한 꿈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박세용 기자 [email protected]찬란 미래 재미한국학교협의회 총회장상 지역대회 우승 주미 대한민국
2023.06.05. 14:52
미주한인재단-워싱턴(회장 박로사)이 연방하원의회 레이번 빌딩에서 미주한인이민 120주년과 제18회 미주한인의날을 기념하는 특별포럼을 개최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미 테리 윌슨센터 아시아국장이 기조연설자로 나선 포럼에는 연방하원 앤디 김 의원(민주, 뉴저지 3선거구), 영 김 의원(공화, 가주 39선거구), 지미 고메즈 의원( 민주, 가주 51선거구) 등 정치인 및 주요인사들이 참여해 한미 관계의 발전 속에 한인 이민자들의 눈부신 역할을 뒤돌아 봤다. 수미 테리 국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부터 코로나 백신 및 첨단기술 개발 등 다양한 협력이 이뤄지고 있는 한미 양국의 관계는 단순한 지형적, 정치적, 안보적 동맹관계가 아닌 한인 이민자들을 기반으로 한 '문화적 동질화'가 동반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겨울폭풍 당시 버팔로 한적한 시골길에서 버스가 고장나 위험에 처한 한인 관광객들을 흔쾌히 집으로 초대한 부부들의 사연이 뉴욕타임즈를 통해 전해졌는데, 그런 한적한 마을에 사는 부부들이 열렬한 '한국 문화 팬(fan)'으로 각종 한식 재료를 갖추고 있다는 점은 한식 등 한국 문화가 이미 미국인들의 삶 깊숙히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역설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테리 국장은 "이런 한미관계와 한국문화 저변확대는 200만 미주 한인 동포들 노력의 결과이며, 한인들 모두 120년 이민역사와 한미동맹 70주년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 김 의원 역시 미국 발전의 힘이 되고 있는 한인들의 중요성을 말했다. 그는 "이민 선배들의 노력과 역할로 오늘날 연방하원에 4인의 한인들이 입성하는 큰 발자국을 새길 수 있었다"며 첫 한인 연방의원으로 역사에 기록된 김창준 의원에게 감사를 전했다. 또한 "외교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하며 미국 정부에 있어서 한미동맹이 가진 의미와 그 중요성을 점점 더 느끼고 있다"며 "한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한인들의 권익을 높이고, 한반도 문제의 중요성을 의회와 정부에 대변하는 역할에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앤디 김 의원은 "자식들을 위해 '이민'을 결심했던 부모님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인 이민자들의 역할이 오늘날 한미동맹의 기반이 됐으며, 앞으로 미주 한인들의 미국내 역할과 위상이 얼마나 드높아질 지 기대되며 흥분된다"고 전했다. 또한 축사에 나선 캐서린 스티븐슨 전 주한미국대사는 "70년대 7만여명에 불과했던 미주 한인들의 숫자가 오늘날 200만명이 됐다"면서 "그 당시 두 세 군데에 불과했던 워싱턴 지역 한인 식당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한인사회 발전과 더불어 이제 수도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 애난데일 한인타운 등이 생기는 등 경이롭게 발전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이밖에도 수잔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 스티브 리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재단 회장, 애브라함 김 CKA 대표 등이 참석해 축사를 전했다. 미주한인재단-워싱턴 박로사 회장은 "한미동맹의 근간인 미주한인들이 미주 한인의 날을 맞아 그 뿌리와 역사를 자랑스럽게 기억하길 바란다"며 참석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박세용 기자 [email protected]찬란 미주한인이민 120주년 한인 이민자들 한국문화 저변확대
2023.01.10. 15:06